소설리스트

〈 88화 〉복수란건 짧게. (88/198)



〈 88화 〉복수란건 짧게.

고향으로 가는 길. 때마침 고향으로 향하는 마차가 있어 얻어탔다.

웬일로 아리스와 유벨 둘 다 조용했다. 내 쪽 흘끔거리는 걸 봐서는 내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 그래야지. 유진의 기억 속을 천천히 뒤지며 마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내 생각 이상으로 유진이 마을에서 당한 일이 많았고, 끔찍했다. 이쯤 되니 유진이 찌질이가 된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라는 년은 자기 아들 친구랑 떡이나 치고 밥도 제대로 안 차려 줬으면서 힘이 없기에 이렇게 된 거라며 힘을 기르라는 개소리를 한 전적이 있다.

그외에 마을에 있는 여러 이쁘장한 소녀들은 당연히 에반한테 몰려들었고 유진한테는 관심조차 없었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여자들이 미남한테 달라붙는 건 남자가 미녀한테 달라붙는 것과 같으니까. 근데 씨발 나를 에반이랑 비교하며 조리돌림 하는 건 선 넘었지.

아직도 유진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마을 여자들이 뒤에서 유진을 욕하고 까면서 장난이라며 지랄했던 게.

유진은 이번만큼은 참지 못했다. 쌓이고 쌓인 게 더는 참을 수 없었는지 폭발해 버렸었다.

에반은 장난이었으니 그냥 넘어가자고 나왔지, 마을도 그렇고.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

뿌드득!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마을의 왕따, 마을의 찌질이, 마을의 잡일꾼, 마을의 추남, 마을의 빵셔틀. 그것이 과거의 유진이었다.

이렇게 모든 기억을 돌아보니 처음 빙의 때 유진을 찌질이 새끼라고 욕했던 것을 사과해야 할 것 같다.

오히려 여태까지 망가지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유진은 충분히 대단한 아이다.

'하늘에서는 편히 쉬어라. 복수는 내가 대신 해줄 테니.'

그러면 우선...가장 근처에 있는 원수부터 마주해야겠지. 나는 웃으며 유벨을 바라보았다. 유벨이 흠칫 몸을 떨었다.

"넌 참 애매하구나."

아리스는 마을 사람 중 유일하게 유진을 상냥하게 대해주었다. 아니, 그녀는 누구에게나 상냥한 여자였다.

내가 억울하거나 힘든 일을 당할 때면 본인 사정도 어려우면서 두 팔 뻗어 유진을 도와줬으며 유진을 위해서 화내준 인물이다.

괜히 유진이 아리스를 좋아한 게 아니었다. 이제 보니 아리스 너는 선녀를 넘어서 천사였구나.

반면 유벨은 마을은 연 소수를 제외하면 누구한테나 까칠했다. 어려 보이는 외모 탓에 마을 사람들은 귀엽다고 좋아했지만 유벨은 언제나 사나웠다.

나한테도 사납고 싸가지없는 년이었다. 막말은 기본에 시도때도없이 유진한테 욕설을 퍼부었다. 근데 이게 또 다른 사람들과 같은 취급이라 유진은 나빠하지 않았다는 거다.

"쓰읍..."

이렇게 보면 유벨하고 유진은 별로 원한이 없어 보인단 말이지.

그렇지만 유진의 마음속에는 분명 유벨을 향한 분노가 존재한다. 유진이 유벨한테 품은 마음은 증오이자 애정인 애증이다.

"뭐, 뭐가! 내가 뭘 어쨌다고!"

내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유벨이 찔리는지 마차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휘적거렸다. 눈동자에는 옅은 불안함과 공포가 새겨져 있었다.

"유벨, 정말 나한테 할 말 없어? 원래는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고향에 오니 내가 지금 다시 화가 나고 있거든."

유진의 인생이 너무 참담하고 불쌍해서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그러니 복수할 거다.

"꺄앗!?"

"쉬잇~ 조용히 해."

유벨을 내 품으로 끌고 왔다. 내 무릎 위에 앉혀두고 그녀 입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소리 지르면 안 된다."

그녀의 입에 소리를 차단하는 마법을 걸었다. 뭐라고 소리쳤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유벨이 과거에 나쁜 짓을 하긴 했지만 괴롭게 할 생각은 없다.

"유벨. 이건 벌이니까 성실하게 받아야 해."

그녀의 몸을 돌려 엉덩이를 내 쪽으로 향하게 한다. 그리고 치마를 아래로 내려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드러냈다. 유벨의 둔부는 역시나 아름답고 생기 넘친다.

그녀의 둔부를 주무르며 슥슥 문지르니 유벨이 사색이 된 얼굴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과연 내가 뭘 할거라고 생각할까.

항문 만지기? 보지 쑤시기?

둘 다 꼴리지만, 벌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자고로 여자한테 내리는 벌로는...

짜악!

"우우읍!?"

손바닥으로 엉덩이 치는 게 가장 안성맞춤 아니겠는가.

짜악! 짜악!

많이 아프지는 않지만 적당한 자극이 되면서 붉은 손자국이 남게!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그녀의 엉덩이를 쳐준다.

그녀가 몸부림치며 입을 뻐끔거렸다. 왠지 재밌을것 같아서 소리 차단 마법을 풀어줬다.

"하그읏! 그, 그만해앳!"

"그만해가 아니지! 사과! 사과를 해야 할 거 아니야! 예전에 나한테 했던 짓에 대한 사?과!'

짜악! 짝짝!!

이번에는 재빠르게 두 번 쳤다. 그녀의 엉덩이가 붉게 물들었다. 내 커다란 손에 비해 그녀의 엉덩이는 너무나도 약했다.

"그앗! 아파! 아파아아!"

유벨이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주제에 끝까지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오기냐? 나한테 굴복당하지 않겠다는 오기야? 10초 준다. 10초 안에 사과 안 하면 이다음부터는 진짜 아프게 때릴 거야."

10.

"하으읏, 나.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9.

"왜,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 나만 그런 거 아니잖아!"

8.

"그리고 너도 우리를 속이고 기만하면서 일부러 당한 거잖아! 너한테도 책임이 있지!"

7.

"아아앗! 아, 알았어, 알았다고!"

6. 5. 4. 3.

"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진정성이 부족해. 그리고 넌 사과하면서 왜 반말이니?"

이제 2.

"히이익!"

유벨은 거의 끝나가는 카운트다운에 두는 질끈 감고 고개를 푸욱 숙이며 소리쳤다.

"죄, 죄송합니다! 막말해서 죄송합니다! 욕해서 죄송합니다! 사람들한테 불합리하게 구박받고 상처 받는 거 알면서도 방관하고 무시해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창세신의 보너스 능력 증정:참회하는 죄인]

갑자기 뜬 이상한 상태창에 손이 스윽 올라가다 멈췄다.

보너스 능력?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보너스 능력에 관하여 좀 더 찾아봤다.

[보너스 능력은 특정 상황마다 내려주는 것으로 원래는 당신이 능력 개화 후 가져야 했으나 이미 능력이 넘쳐 가지지 못한 것들을 내려주는 겁니다.]

[이 능력은 한번 사용하면 사라집니다. 현재 참회하는 죄인 적용 가능 대상은 한 명입니다.]

과연, 보너스 능력이란 일회용인 모양이다. 그렇다면...흐음.

나는 유벨에게 능력을 발동했다.

[상태창이 업데이트됩니다.]

[이름:유진(현재)]
[나이:16(???)]
[ 직업:차원 여행자]
[보유 능력:창세신의 축복(액티브), 마력친화(패시브), 번개의 권능(패시브), 물의 권능(패시브), 육체 강화(패시브), 항마력(패시브), 인벤토리(패시브), 헤파이스토스의 손재주(액티브), 악마 사냥(액티브), 초재생(패시브), 황금률(패시브)]
[현재 동행자 수:2]
[창세신님의 전생 한 줄 평:그러게 왜 내 축복을 안쓰고 뻐기다가 한방에 뒤지니.]
[창세신님의 현생 한 줄 평:두 번째 동행자의 탄생! 이건 귀하군!]

응?

갑자기 동행자가 한명 늘었다. 그리고 여기에 들어갈 인물은...역시나 유벨이었다.

나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스러웠다. 발동하더니 갑자지 유벨이 동행자가 되었단다.

추측이지만 동행자로 등록하려면 서로서로 마음속에서 허락해야 한다. 나는 마음이 넓기에 어떤 여자든 포용할 수 있다.

적어도 아리스를 어느 정도 믿게 되면서 다른 여자들도 믿게 되었다. 그러니 내가 유벨을 믿는다는 건 넘어갈 수 있다. 근데 유벨이 나를 믿는다고?

'그게 뭔 개소리지?'

장담컨데 유벨은 나한테 쾌락으로 마음조차 넘어온다 해도 나를 신뢰하며 나에게 온전히 마음을 허락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유벨을 먹고 나서도 나는 만족못하고 여러 여자를 탐할 테고 그 모습은 유벨한테 매우 아니꼬운 모습일 테니까.

애초에 나랑 유벨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것도 있다. 최근에야 부쩍 친해지고(?) 있지만, 계기가 계기인 만큼 좋은 쪽으로 친해진 건 아니다.

"진짜 뭐지?"

대체 뭔 효과를 가진 능력이길래 유벨이 단번에 마음을 허락했단 말인가.

창세신한테 물어보고 있으나 창세신은 자꾸 야스 거리면서 답변하지 않았다. 이때 다시 한번 상태창이 업데이트되었다.

[이름:유진(현재)]
[나이:16(???)]
[ 직업:차원 여행자]
[보유 능력:창세신의 축복(액티브), 마력친화(패시브), 번개의 권능(패시브), 물의 권능(패시브), 육체 강화(패시브), 항마력(패시브), 인벤토리(패시브), 헤파이스토스의 손재주(액티브), 악마 사냥(액티브), 초재생(패시브), 황금률(패시브)]
[현재 동행자 수:1]
[창세신님의 전생 한 줄 평:그러게 왜 내 축복을 안쓰고 뻐기다가 한방에 뒤지니.]
[창세신님의 현생 한 줄 평:두 번째 동행자의 탄생! 이건 귀하군!]

동행자 수가 다시 아리스 한 명으로 줄었다. 진짜 뭐지? 다시 창세신에게 질문했지만 여전히 그럴듯한 답변조차 해주지 않았다.

쯧, 말할 생각이 없나 보군.

분명 저 능력을 딴 곳에 섰으면 엄청나게 유용했을 텐데. 아깝지만 그래도 유벨을 얻었던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나는 겉으로 태연함을 가장하며 몸을 떨고 있는 유벨을 향해 소리쳤다.

"거봐, 하면 잘하잖아! 그게 바로 사과야!"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토닥이며 내려주었다. 유벨은 빨갛게 물든 엉덩이를 만지며 바닥을 데구르르 굴러 아리스의 뒤로 숨어버렸다.

어지간히도 무서웠나 보다.

"어라? 후, 후후후. 이제 깨달은 것 같네."

"응? 뭘 말이야."

아리스는 웃으면서 별거 아니라고 변명했다. 뭔가 거슬리지만 아리스가 보고 있는 것은 유벨. 그녀가 뭔가 하거나 깨달은 모양인데 별거 아닐 거라 생각이 든다.

'창세신이 준 능력 탓에 한번 마음을 허락해 버린 상황에 나한테 악의를 품고 무언가를 꾸밀 리가 없지.'

그리 생각하며 구석에 누웠다. 오늘 마차 이동만 두 번이다. 거기에 천마와의 신경전 탓인지 엄청나게 졸리다.

스르륵~ 당연하다는 듯이 내 두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피곤함을 느끼며 나는 그렇게 잠에 빠져들었다.





"잠들었다. 잠들었어 유벨."

아리스의 말에 그녀 뒤에 있던 유벨이 엉거주춤 기어나왔다. 그녀는 유진에게 대들고 화내던 예전과는 달리 죄책감 가득한 눈으로 유진을 바라보았다.

창세신이 일시적으로 부여한 능력의 효과는 별거 아니다. 그저 유진의 기억과 감정을 유벨에게 전송했을 뿐이지.

유벨은 이에 환상을 보았다.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이며 유진이 불합리하게 핍박받던 기억이었다.

이때 유벨은 유진을 찌질하고 남자답지 못하다며 싫어했다. 정작 유진을 그렇게 만드는데 일조한 건 본인이었다.

여러가지 기억을 받고 보게 된 유벨은 자연히 유진에게 죄책감을 품었다. 순간이지만 유진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수 있다는 마음도 품었다.

뭐, 이건 금방 사라졌지만. 그래도 그녀의 마음에 큰 파문을 남긴 건 분명했다.

아리스는 상냥하게 웃으며 유벨을 쓰다듬었다.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겠어?"

"...응. 내가 크게 잘못 했더라."

"그래, 우리는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어. 그러니까 유진이 곁에서 유진이한테 봉사해야 해."

"그,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어허! 변명하지 마 유벨! 너가 자꾸 그러니까 유진이가 너를 덮쳐서 벌준 거잖아!"

아리스가 유벨을 나무랐다. 유벨은 아리스의 말에 입을 꾸욱 다물었다. 원래라면 여기서 큰 목소리로 부정했을 테지만 유벨의 마음 속에 자리 잡은 커다란 죄책감이 아리스의 말을 부정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무리 과거에 잘못했어도 그 벌로 강간한 거다? 상식적으로 있을수 없었다.

그러나 아리스의 상식의 기준은 유진이 되어버렸고 유벨은 죄책감에 그런가? 하고 자신도 모르게 이해해 버렸다.

이것은 전부 보너스 능력 덕분이다. 창세신이 업데이트하면서 추가한 보너스 능력은 유진이 여태까지 고생하며 쌓은 카르마(업)의 산물이다.

아직은 업데이트가 불안정해 보너스 능력을 준다는 형태지만 나중에는 카르마를 통해 원하는 능력이나 기술을 얻는 게 가능하다.

이것도 전부 능력이 제때 개화되지 못한 영향으로 능력 개화가 안 되니 여태까지 세계를 다니면서 카르마만 잔뜩 쌓여버린 영향이다.

"하아..."

유벨은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했다. 갑자기 생겨난 죄책감도 그렇고 그덕에 욱신거리는 가슴도 그렇고 유진만 생각하는 아리스 언니도 그랬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이번에는 에반 오빠한테만 친근하게 굴며 유진을 무시하던 자신이 생각나 가슴이 저릿했다.

유벨이 품게 된 고뇌는 깊어졌다. 아리스는 유벨을 껴안으며 유진의 곁에 누웠다.

이윽고 마차는 마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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