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마녀를 만나다.
창세신이 거주하는 천상계, 지금 그곳은 비상이 걸렸다.
"으아아아! 어떡해! 이거 어떡합니까! Z 세계에 생긴 차원이동의 후유증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씨발 어떻게 해서든지 봉합해!"
신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열심히 움직였다. 유진이 거주하는 세계에 생긴 차원이동의 후유증을 막기 위해서다.
사실 유진이 갈 세계는 그곳이 아니었다. 그저 창세신의 뜻에 따라 경로가 강제로 바뀌었을 뿐.
그탓에 유진이 그곳에 도착한 시점으로 차원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렸다. 처음에는 이를 땜질하며 알아서 수복하게 놔뒀는데 더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이 미친 마녀 새끼가 진짜!"
한 마녀가 차원의 구멍에서 창세신의 기운을 추출함에 따라 구멍이 더욱 커졌다. 최근에는 이 구멍을 통해 누군가가 건너오기도 했다.
당연히 이는 신들 사이에서 큰 비상이 되었고 평소에 뺀질거리며 일을 떠넘기기 바쁜 창세신도 바빠졌다.
"잘한다! 달려라 우리 딸!"
최근 한 세계에 생긴 게임을 하느라 말이다.
신들은 동시에 생각했다. 왜 저 딴 게 창세신인가 하는 의문을. 하지만 어쩌겠는가 꼬와도 저 존재는 모든 창세를 주관하는 희대의 사기캐인 것을.
신들은 묵묵히 일해야만 했다.
한편 차원의 구멍이 생긴 세계에서.
유진은 마녀를 만나고 돌아오겠다 약속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도 유진은 오지 않았다. 아리스가 이에 안절부절못하는데 단장실에 급보 두 개가 날아왔다.
아리스와 유벨이 단장에게 호출되었다.
황금 길드의 단장실.
리린 플라비스는 골치 아픈 소식에 머리를 붙잡았다. 그 앞에 있던 아리스와 유벨은 각자 다른 이유로 덜덜 떨고 있었다.
"마, 마왕 교단 이라는 무서운 곳에 에반 오빠가 있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유벨은 떨리는 눈동자로 눈앞에 있는 수정구를 보았다. 수정구에는 에반이 마족과 함께 있는 것이 찍혀 있었다.
"보는 대로다. 너희의 친구인 에반은 이제 인류의 배반자다. 세계의 반역자다. 오늘부로 보이는 즉시 즉결처형이 가능하다는 명령이 수도에서 내려왔다."
리린 플라비스는 담담하게 유벨에게 최악일 진실을 말해주었다. 수도에서 이미 에반을 위험분자로 보고 즉결처형을 허가했다. 앞으로 에반은 수많은 자에게 목숨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이 사실에 유벨의 두 눈동자에서 방울방울 눈물이 흘러내렸다. 에반을 위해 유진한테 덮쳐지고(비록 중간부터 본인도 즐겼지만) 에반을 위해 노력했는데 의미가 없어졌디.
"아니야...에반 오빠가 그럴 리가 없어!"
유벨은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쳤다. 그녀의 동공이 쉴 새 없이 흔들렸고 위태롭기 그지없었다.
와락-
"괜찮아, 그러니까 진정해 유벨."
이대로 가면 망가질 것 같았다. 그래서 아리스는 유벨을 껴안았다. 그녀는 망가져서는 안 됐다. 자신의 연인이자 주인인 유진의 것이 되어 그 와 함께해야 한다.
그것이 아리스의 생각이었다.
"우, 우아앙! 언니이이이!"
아리스가 껴안고 등을 상냥하기 쓰다듬어 주자 결국 유벨은 울음을 터트렸다. 꺼이꺼이 울며 눈물을 흘려대는 그녀를 아리스는 능숙하게 위로했다.
"아직 에반이 죽는 건 확정 난 게 아니잖아? 그리고 저 사람들이 에반을 아낀다고 했으니까 분명 무사할 거야!"
"훌쩍, 그걸 어떻게 알아?"
"유진이가 그랬어. 유진이는 에반하고 직접 만났잖아?"
유진은 그런 말 한 적이 없었다. 당연히 아리스는 상황설명을 듣고 대충 지어낸 거다. 연인이 뻔뻔하고 칠면피인 만큼 그녀도 빠르게 뻔뻔해지고 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우리가 꼭 에반을 찾아내자! 즉결처형이라고는 했지만, 반드시 죽이라는 명령은 아니잖아. 우리가 찾아서 구하자!"
그 말대로다. 이번에 내려온 명령은 어디까지나 즉결처형이 가능하다는 거지 반드시 죽이라는 게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도 공적을 위해 잡아도 바로 죽이지 않고 수도로 압송할 거다.
수도로 가도 결과는 처형이겠지만 바로 처형 당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으니 아리스의 말이 꼭 틀린 건 아니다.
순진한 유벨은 아직도 아리스를 순수했던 그 시절의 아리스로 여기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은 유벨의 귀여운 외모와 맞물려 한층 더 강한 귀여움을 만들어냈으나 아리스는 관심이 없었다.
이와중에 단장이신 리린 플라비스는 마지막 소식에 벌러덩 누워버리고 싶은 충동은 느껴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 소식은 마녀가 직접 전달한 것이다.
그 내용은 몇 주 동안 용사인 유진을 빌리겠다는 것. 다치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말라고 써놨으나 단장으로서 안심될 리가 없었다.
"하필 다른 누구도 아닌 용사라니. 그 망할 마녀가 진짜!"
쾅! 쾅! 쾅!
리린 플라비스는 거칠게 책상을 내리쳤다. 애꿎은 책상은 S랭크 모험자의 막강한 힘에 짓눌리며 점점 휘어졌다.
책상이 최고급 목재를 재료로 만든 최상급 가구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가루가 됐을 거다.
편지에는 딴에는 리린 플라비스가 화낼 것을 예측이라도 했는지 금방 보낼 거라는 추신이 덧붙어 있었지만, 그녀는 이를 믿지 않았다.
문제는 그녀가 믿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다. 마녀의 결계에 가 본 적은 있으나 결계에 개입할 수 없다. 그 결계에 끼어드는 건 황금 길드의 간부인 마법사들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유진이는 그 마녀라는 분과 있다는 거죠?"
하아~
아리스의 물음에 리린 플라비스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한창때의 연인을 이렇게 떼어놓게 만드는 건 양심에...걸리지는 않고 오히려 조금 기쁘기도 하지만 용사가 사라진 건 뼈 아프다.
다른 게 아니라 최근에 윗분들 사이로 용사가 나타났다는 사실과 유진의 사진이 퍼지고 용사가 평민 출신임이 드러나면서 그를 꾀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증가했다.
대다수는 황금 길드 소속임을 알고 연을 맺기 위해 길드에 투자했기에 요새 황금 길드는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한 재정을 보유하게 되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선 참이었다.
"후원이 계속되려면 적당한 퍼포먼스를 보여야 하는데!"
이게 진짜 노리는 것. 막대한 후원이 계속되려면 용사인 유진이 꾸준히 뭔가를 보여줘야 했다.
그러니 용사가 오랫동안 빠진다면 그건 뼈 아픈 손실로 이어진다. 돈 문제는 상관없지만, 용사에 관한 인식이 달라지는 건 막심한 손해다.
누가 뭐라 해도 용사와 루진 플라비스는 결혼한 사이이며 이 사실은 이미 위쪽에 대대로 알려졌기 일주문이다.
"후우, 어쩔 수 없지. 일단은 지켜보는 수밖에. 아리스와 유벨양 당신들도 중요한 안건은 전했으니 인제 그만 가보도록."
그녀는 둘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아리스와 유벨은 불만스러운 눈으로 리린을 보았으나 리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둘은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그리고 이 사달이 벌어진 지 정확히 하루 후.
리린 플라비스는 마녀 레티시아와 만났다.
?
?
?
지끈! 지-끈! 지--끈!
"으으으..."
머리를 시작으로 전신에 퍼지는 짜릿하고 화끈한 통증. 어서 일어나라는 듯 재촉하는 듯한 고통에 몸을 떨면서 감겨있던 두 눈을 떴다.
맨 처음 보인 것은 마녀의 결계 속에 있던 원시 상태의 아름다운 별자리들.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별자리와 등 뒤에서 느껴지는 푹신함에 몸이 나른해진다.
대체 얼마나 잠을 잔 거지? 몸을 일으켜보려 했으나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가 내 몸을 억누르는 듯한 기분이다.
"끄응, 역시 곧바로 파편을 쓰는 건 잘못된 판단이었나."
설마하니 이런 부작용이 있을 줄이야. 솔직히 예상 못 했다. 다른 게 아니라 창세신의 축복을 썼을 때는 이런 거 없이 곧바로 내 전성기 시절의 힘을 쓸수 있었다.
축복 외의 방식으로 영혼의 힘을 끌어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창세신의 파편이기에 문제 없을 거라 생각한 게 오산이었다.
일단 현재 내 상태부터 점검하자. 눈을 감고 몸과 영혼을 검사했다. 결론은 대박, 초대박이라는 것이다.
육체와 마력량은 극도로 상승했다. 내 영혼의 힘을 끌어낸 것 답게 준A급 아니라 완벽한 A급에 그것도 최상위 될 거라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확인해 보니 내 머리카락은 다시 흑발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파편의 힘이 사라진 건 아니다. 나는 알 수 있다. 이제부터 일시적이나 본래의 힘을 일부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비록 창세신의 축복에 비하면 부족하고 기껏해야 하루에 1시간이 최대지만 인간의 몸으로 신의 영역에 다다른 괴물 같은 힘이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사실은 기뻐하기에 충분했다.
"하, 하하하! 이걸로 나는 완벽해졌다! 이번 세계의 적들은 다 죽었어!"
내가 질 일? 이제는 없다. 이렇게 된 상태에서는 도리어 적에게 패배할 자신이 없다.
'좋아.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까.'
기분 좋아서 한참을 웃다가 배가 땡겨서 웃음을 멈췄다. 재생 능력을 한계까지 발동시키며 이제 어떡할까 고민하고 있으니 저 멀리서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린다.
누구지? 힘겹게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니 레티시아가 들어왔다.
"어라? 벌써 눈을 떴네? 역시 용사다워."
마녀, 레티시아가 에리넬을 대동한 채 요염하게 입술을 할짝거리며 나에게로 또각또각 다가온다. 걸음걸이조차 요염하기 그지없는데 움직일 때마다 거대한 가슴이 출렁거린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다. 가슴 중앙 부분을 보면 뾰족한 게 볼록 튀어나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은 옷은 윗부분이 파였고 몸 곳곳이 노출되는 붉은색의 드레스. 고개를 돌려보면 아득한 가슴 계곡이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저런 음란한 모습으로 태연하게 돌아다니다니!
마녀의 음란한 모습에 자지에 힘이 들어갔다. 빨딱 하며 자지가 커다랗게 일어나 바지 위로 커다란 위용을 드러냈다.
내 자지가 워낙에 컸기에 마녀는 당연히 눈치챘다. 내 자지가 선 게 나쁘지 않은지 은근히 기대된다는 얼굴로 그녀가 다가왔다.
"이거, 나 때문에 선거지?"
마녀는 그리 말하며 귀두 부분을 콕콕 찔렀다. 그때마다 묘한 쾌락을 느끼며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무리 봐도 단도직입적이고 당당한 남자가 취향인 것 같다.
"당신이 입고 있는 그 야한 옷차림과 음란한 몸에 꼴렸습니다."
필터없이 곧바로 말해봤다. 뒤에 있는 에리넬이 미친놈을 보는 것 마냥 나를 보지만 마녀는 기분 좋다는 듯이 콧노래를 불렀다.
"너 보는 눈이 있구나. 그리고 위대한 마녀인 내 앞에서 대놓고 나를 탐하고 싶다고 말하다니. 아주 당당해."
그런 소리는 한적 없지만, 마녀는 붉어진 얼굴로 잔뜩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쌓여서는 간절하게 내 몸을 갈구하다니. 정말 귀여워."
아니 그런 적 없다고. 그녀는 순식간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왜 저러지?
내가 그녀한테 추파를 던지기는 했지만, 저리도 흥분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레티시아 님 일단 진정하시죠. 지금 유진의 상태를 고치는 게 먼저입니다."
"아차, 그렇지."
에리넬의 말에 금방 원래대로 돌아온 레티시아가 기괴하게 생긴 지팡이를 꺼냈다.
마치 요정들이 뒤틀리며 하나로 합쳐진 것 같은 모습의 지팡이에는 자그마한 손과 발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꿈틀거렸다.
중앙에 박힌 붉은색의 눈동자는 실핏줄이 붉어져 있어 인상을 더 악화시켜 보기만 해도 오싹했다.
"그, 그 지팡이는?"
"이거? 내가 직접 만든 특별한 도구란다. 어때 대단하지 않니?"
"대단하긴 하네요."
외형이 참으로 거지 같지만 지팡이의 성능은 진짜다. 저 정도면 전력을 다해 제작한 걸작에서 약간 아래인 수준이다.
내가 능력과 신에게 하사받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저 마녀의 제작 능력은 엄청난 거다.
비록 외형은 거지 같지만, 외형은 거지 같지만, 외형은 거지 같지만. 중요하니까 3번 말했다.
"그보다 용사라 그런지 안목 좋은걸. 내가 만든 물건의 가치를 바로 알아보다니!"
마녀가 기분 좋게 웃으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지팡이를 시작으로 발현된 초록빛의 빛이 내 몸을 휘감았다.
"오, 오옷!"
몸에 활력이 돌고 힘이 들어간다. 아까만 해도 돌이 얹어진 것 처럼 무겁던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
믿을수 없는 수준의 치유 마법이다. 나는 연신 감탄하며 그녀의 치유 마법을 익혀냈다.
"대단하군요. 역시 마녀! 이 정도 성능의 마법은 오랜만입니다!"
아직 치유 마법밖에 보지 않았지만 이 정도 실력이면 그녀의 마법 실력은 한정적이나 신의 영역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몸에 힘을 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프지 않다. 몸을 움직이며 마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저를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쓰러진 지 얼마나 지났나요?"
"하루가 지났다."
내 물음에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답하는 레티시아.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좆됐다. 약속을 어겨버렸어!"
어제한 약속을 어겼다. 그리고 길드로 돌아가지 않았다. 설마 이거 처벌 대상이 되려나. 그보다 아리스 화났으려나!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떠오르며 급격히 불안해졌다.
"걱정 마라. 너에 대한 사정을 리린 플라비스에게 전달했으니."
"저, 정말인가요!"
젠장! 믿었습니다 레티시아 님! 감사합니다, 레티시아 님!
마음 속으로 레티시아의 평가를 최상위로 올렸다. 내가 연신 고개를 숙이자 레티시아가 모성애가 느껴지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면 이제 유진의 상태를 말해주게. 몸 상태는 어떻지?"
"넵! 지금 상태는 아주 좋습니다! 아픈데도 없고 육체 능력과 마력 모든 게 A랭크로 최상위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은인이신 레티시아 동무에게 예의를 차리라!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단다."
"그러면 원래대로 하겠습니다."
역시 사려 깊은 레티시아 님이다.
"레티시아 님. 그러면 저는 이제 가봐도 되겠습니까?"
조건 세 가지를 그녀가 지금 쓸 것 같지는 않았다. 레티시아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하네만 잠시 나랑 어울려줄 수 있나? 자네에게 준 파편은 내게도 귀한 것이어서 그걸 사용한 자네의 힘을 보고 최소한이라도 좋으니 정보를 얻고 싶네."
"정보, 요?"
"간단한 일이네. 내가 텔레포트로 자네에게 적당한 곳으로 이동할 테니 그곳에서 자네의 모든 걸 보여주게. 사례는 섭섭지 않게 하지."
"으음..."
고민된다. 하지만 마녀가 주겠다는 사례가 걸린다. 그녀가 주는 사례라면 현물이든 금전이든 엄청날 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도 내 힘을 시험하고 싶다.
"좋습니다. 하죠."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레티시아는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 가벼운 행위에 바닥에 마법진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