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마녀를 만나다.
콰앙-!
"젠장!"
에반은 크게 자라난 나무를 주먹으로 쾅쾅 치면서 울분을 쏟아냈다. 여기는 검은 산, 그 존재가 불분명한 마족들의 은신처 중 한 곳.
에반은 이를 갈았다.
'유진한테 죽을 뻔 하다니! 거기에다 저년 덕에 목숨을 건졌어!'
유진에게 가장 먼저 노려진 에반은 하마터면 눈을 시작으로 머리에 구멍이 개통될 뻔 했다. 자신을 깔보는 마족 덕에 살았다.
덕분에 에반의 자존심은 잔뜩 뭉개졌다.
"씨이발! 빌어먹을 유진!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하암~"
마족은 하품했다. 몸이 번개로 지져진 탓에 검은 재가 잔뜩 묻었고 검은 연기가 폴폴 나지만 그녀는 에반과 달리 기분이 좋았다.
용사와 재미있게 한판 붙었으니까. 중간에 다른 로브의 난입으로 퇴각 됐지만 생사를 건 전투는 그녀에게 큰 짜릿함을 선사했다.
한결 편안해진 기분. 마족은 현타가 온 사내 마냥 편-안 한 표정으로 상냥하게 에반은 말렸다.
"그만두렴 멍뭉아, 지금 너의 수준으로는 그 나무에 흠집조차 못내."
"닥쳐! 이것도 전부 너 때문이잖아! 파이로스! 유진을 죽이지 못한 주제에! 이왕 싸웠으면 죽였어야지!"
에반은 씩씩, 분노로 붉게 물든 얼굴로 마족, 파이로스를 째려보았다. 에반은 키가 크고 몸은 다부졌기에 꽤나 박력 있었지만 파이로스는 도리어 에반을 비웃었다.
"내가 누누이 말했을 텐데. 네 주제를 알고 행동하라고, 멍뭉, 아니 패배자."
콰직!
에반의 머리는 조금의 자비도 없이 흙에 파묻혔다. 파이로스가 접근해서 아래로 찍어누른 것도 아니고 그저 단순히 마기로 몸을 눌렀을 뿐인데 이 지경.
파이로스는 그 한심한 모습에 혀를 찼다. 마족은 강자를 좋아하고 경외한다. 그렇기에 약자를 무시하고 혐오한다.
마족의 입장에서 약자란 에반같은 경우.
"재능은 없고, 그렇다고 남다른 각오나 정신력도 없어. 뛰어난 기술이나 투기를 지닌 것도 아니야. 비겁하게 기물의 힘으로 성장하면서 그게 자기 것처럼 행동하기까지."
잘근잘근. 파이로스는 에반의 머리를 짓밟으며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보았다. 파이로스의 입장에서 진정한 전사는 유진이다.
"내 힘을 알아차리고도 빠르게 주변 사람들의 힘을 파악, 그리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서자 싸우길 꺼리지 않았지."
아마 그 망할 성기사만 아니었어도 재미 좀 봤을 것을, 성기사 주제에 마족하고의 싸움을 피하기나 하고 말이야!
파이로스는 씩씩거렸다. 이에 실수로 발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고 에반은 머리가 부서질 듯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끄, 끄아아아아!!!"
에반은 일어나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었다. 마력까지 일으켜 봤으나 에반의 수준으로는 턱도 없었다.
힘을 다루는 방법, 마력을 다루는 방법까지. 에반은 모든 것이 미숙했다.
"쯧. 힘이 있으면 뭐해 그걸 다루지도 못하는데."
파이로스는 에반은 짓밟을 가치도 없다 여겼는지 에반의 머리에서 발을 뗐다. 에반은 짓누르던 마기도 사라졌다.
"끄으으, 끄으으으으읏!!!"
"뭐야, 벌써 힘이 빠진 거냐?"
파이로스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쯧쯔, 혀를 찼다. 그리고 에반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렬한 기세를 내포하고 있던 괴물을 떠올렸다.
"유진하고는 조금도 닮은 부분이 없군. 애초에 네놈의 말을 듣지도 않았지만 구역질이나."
에반은 유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꺼냈다. 주로 안 좋은 쪽으로. 하지만 유진을 본적이 있고 고평가했던 마족이 그런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
그는 에반과 달랐다. 힘을 다루고 무기를 쓰는 데 있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태연했으며 그 안의 투기는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전사]의 표본! 신의 말을 따르는 광신도인 성기사와 함께 있었던 게 거슬리지만.
신을 따르는 자들이 가지는 신앙과 신성력은 손톱의 때만큼도 없었기에 파이로스는 유진에게 더 큰 호감을 느꼈다.
특히 파이로스는 마족 중 폭주와 파멸을 즐기는 존재. 유진같이 찬란한 존재일수록 폭주와 파멸시켰을 때의 짜릿함을 파이로스는 매우 즐긴다.
"아아, 생각하니 몸이 달아오르는군. 그 녀석이 마족에게 굴복하면, 타락하면, 그리하여 인간을 저버리고 자신 자신을 스스로 파멸시킨다면...하아♥"
단순 상상에 불과하나 파이로스의 몸은 뜨겁게 달아올라 입에서는 달콤한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몸에 걸친 로브 안쪽의 가랑이는 축축하게 젖었다.
상상만으로 이렇게 될 정도로 파이로스는 유진에게 크나큰 호감을 느꼈다.
"멍뭉아. 그녀석 유진이라고 했었지."
"그래...내가 물리치고 내 친구들과 여자친구를 되찾아야 할, 내 목표야!"
"지랄하고 있네. 넌 뭘 해도 그놈을 못 이겨."
파이로스는 조소를 지었다. 마족의 힘으로 마력을 얻었으며 편법으로 강해지는 주제에 진짜배기 전사를 이기겠다. 말하다니 그 꼴이 참으로 우스웠다.
"어차피 네놈은..."
"거기까지 하시죠, 파이로스 님."
"쳇, 벌써 온 거냐."
파이로스가 어느샌가 자신의 옆에 다가온 백금 발의 여인을 보며 혀를 찼다.
여인은 미녀였다.잘빠진 몸매에 수박같이 거대한 가슴, 그리고 순수한 처녀 같은 인상의 얼굴은 이성으로 하여금 의심의 감정을 사르륵 녹여버릴 힘이 있었다.
하지만 파이로스는 달랐다.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신성력과 음흉한 속내는 파이로스 조차 그녀를 꺼리게 만들었다.
반면 그녀는 파이로스가 그러든 말든 별 관심 없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붉은 수정구를 꺼냈다. 수정구에는 막대한 생명 에너지가 녹아들어 있었다.
"당신의 말대로 던전에 있는 것은 하나만 빼고 전부 회수했습니다. 받으시죠."
"오냐, 수고했다."
파이로스는 수정을 받고 곧바로 집어삼켰다. 붉은 수정 안에 가득하던 생명 에너지가 파이로스에게 흡수되었다.
"후우, 역시 이렇게나 작은 걸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군."
"당신의 그릇이 너무 커서 그렇다는 생각은 못하시나요? 그리고 에반, 왜 그러고 서 있는 거죠? 이리 와서 앉으시죠."
그녀가 손짓하자 에반이 헐레벌떡 뛰어와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웃으며 에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은 수고하셨어요. 아주 잘해주고 있어요. 조금만 더 하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걸 되찾을 수 있을 거에요."
상냥한 어조의 말, 빼어난 미모, 흉기라 불러야 할 가슴까지 완벽 삼위일체 콤포에 에반은 침을 꼴깍 삼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본 그녀는 밝게 웃었다.
'에휴~ 얼간이 같으니'
파이로스는 에반은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런 요물한테 뻑가다니. 역시나 한심하다. 자고로 사내가 영웅을 목표로 한다면 도리어 여인을 휘어잡아야 하거늘.
파이로스는 에반은 역시 한심하다. 여기며 그냥 관심을 껐다.
펄럭!
파이로스의 뒤로 칠흑의 날개가 펼쳐졌다. 그녀의 아래 칠흑의 마법진이 생겼다.
"그러면 나는 가보도록 하지. 너희도 알아서 돌아가도록."
그녀의 목적은 던전.
사실 이들이 던전을 나온 것 자체가 하나의 블러프다. 이들은 언제든 던전을 오갈 수 있다, 그것도 층까지 정하는 게 가능하다.
던전에 한해 인간은 기동력으로 마족을 뛰어넘을 수 없다.
파이로스는 던전의 맨 마지막 층에 있는 물건을 회수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자신이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신은 이제 다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족은 던전에 한해서는 최고의 기동력이 갖기에 가지는 여유였다.
파이로스는 자기 일을 대신 처리할 놈들을 생각하며 마법진을 타고 사라졌다.
"파이로스 님이 가셨군요. 아마 던전에 가신 거겠죠. 마족으로서 마지막 조각을 놓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여인이 묘한 표정으로 사라진 파이로스가 있던 곳을 보다 에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저 백금 발의 여인이 에반에게 저리 잘 대해주는 이유가 에반이 몸속에 중요한 걸 품고 있기 때문. 여인은 에반이라는 사람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
그저 에반이 몸속에 품은 것을 꺼낼 방법이 없기에 숙주인 그를 데리고 다니며 이용하는 거다. 그들이 원하는 일을 성사하기 위해서 에반은 필수불가결의 존재였다.
에반은 이 사실을 모른다. 백금 발의 여인이 숨겼기에.
'얼간이 같이 웃기는. 덕분에 일이 쉬워졌어.'
여인은 속으로 에반은 비웃었다. 던전에서 그토록 찾던 것을 저 소년이 흡수했을 때에는 놀랐다. 하지만 저 얼간이는 그것을 그저 마력을 얻게 해주는 신비한 것. 정도로만 기억했다.
덕분에 회유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즉시 에반의 뒷조사를 했고 친구와 여자친구와 싸움이 있었다는 것과 여자친구와 친구의 바람이라는 희대의 정보를 얻어냈으니까.
정보를 얻었으면 써야지. 여인은 이 정보를 조금 교묘하게 뒤틀었다. 둘이 불륜을 저지르고 에반은 버린다는 대목에서 사실 여자친구가 친구인 유진의 손에 억지로 강간당했다는 식으로.
에반인 이 사실을 믿었다. 여인의 빼어난 미모에 현혹되어 여인의 명령은 무엇이든 따랐다.
그렇기에 철저하게 속았다.
"자아, 그러면 저희도 가도록 하죠."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에반의 손을 잡았다. 에반은 헤실헤실 웃으며 여인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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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마석+공짜 소재는 못 참지.
보이는 시체란 시체는 전부 해체해서 실컷 파밍했다. 드래곤 형태의 몬스터가 드랍하는 소재는 대개 초고가인데 이번에 14개나 되는 소재를 파밍할수 있었다.
룰루랄라, 마석과 소재를 잔뜩 안고 19층의 숙소로 돌아왔다. 예정과 달리 금방 돌아온 우리를 보고 이제 막 몬스터를 잡으러 떠나려던 아리스와 유벨이 다가왔다.
"우와~! 이게 다 뭐야! 설마 전부 드래곤 형태 몬스터의 소재야!?"
"드, 드래곤 형태의 몬스터 소재가 어느 부위든 간에 현재 최소로 잡아도 10골드...대, 대단해!"
아리스와 유벨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소재들을 구경했다. 자신들은 소재에 대한 몫이 없기에 과도한 관심을 두는 것도 이해한다.
몫에 따라 나누면 구경도 못하게 될 테니까.
"그나저나 14개라. 이거 어떻게 나누죠? 알렉 씨. 좋은 생각 있으신 건가요?"
"흐음, 그렇군. 에리스 양의 말대로 14개라서 우리 4명 끼리 나누기에는 애매해."
소재는 14개에 사람은 4명. 한 사람당 세 개씩 가진다 쳐도 2개가 남는다.
"혹시 소재 필요 없으신 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욕망을 최대한 억누른다는 성기사 조차 지금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허허허, 내가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고아원이 많아서."
"아, 그건 인정이죠."
고아원 후원은 사람으로서 인정이지.
"나도 마녀님이 쓰시는 돈 충당하려면...양보할수 없어!"
에리넬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겠군. 실력으로 정한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 간다! 안내면 진거,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는 세계를 통틀어 가장 공평한 게임이다. 그리고 결과는 바로 나왔다. 나랑 에리넬이 주먹, 에리스와 성기사는 가위.
우리의 승리다.
짜악~!
"좋은 주먹이었다!"
"너야말로 나이스한 주먹이었어!"
우리는 손뼉을 마주치며 승리에 도취했다. 그리고 드디어 소재 배분 시간이 되었다.
일단 고만고만 것들, 주로 발톱이나 이빨, 비늘 같은 것을 먼저 나눈다. 그다음엔 장기. 눈알과 폐 같은 것들을 나누었다.
참고로 발파루스의 눈알은 의뢰 수행용이라 따로 한곳에 보관 중이다.
"이제 남은 건 심장과 머리인가..."
심장은 마력이 모여있는 근원지. 마법의 재료로 써도 금상첨화지만 섭취 시 막대한 마력을 취할 수 있다. 단 그 마력을 버틸 수 있다면.
그리고 머리는 온갖 지식의 근원지. 이것 또한 마법적 재료로서 귀하다. 그리고 촉매로서의 성능도 뛰어나서 지팡이로 만든다면 마법사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일단 내가 원하는 건 심장이다. 과연 에리넬과 의견이 맞을까? 긴장하며 물었다.
"나는 심장을 원해. 너는?"
"...나도 심장."
찌릿, 우리 둘의 시선이 강렬하게 맞부딪쳤다.
"마녀한테는 심장보다 머리가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어머나 우리 마녀님을 생각해 주는 건 좋지만, 마녀님한테 머리같이 물건은 많거든. 너야말로 네 뒤에 있는 친구를 생각하면 머리를 가지는 게 낫지 않을까?"
에리넬은 유벨을 가리키며 말했다. 크읏! 짧은 순간이었지만 유벨의 눈에서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그 후 자신이 기대했다는 사실이 못마땅한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정말 귀여운 반응이다. 내 여자가 저런 반응을 보여주면 어쩔 수 없지.
"이번만 내가 지고 들어가 주지."
나는 머리를 골랐고 에리넬은 심장을 얻었다. 이렇게 소재 배분이 끝났다. 유벨은 은근히 기대하는 눈초리다.
이건 나중에 유벨한테 유용하게 써먹어야지.
"그러면 이제 올라가자."
미리 준비해둔 짐을 챙겼다. 이제 올라가야지. 다시 왔던 길을 따라 올라갈 걸 생각하면 치가 떨리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던전이니까.
이때 에리넬이 삐딱한 시선으로 짐을 챙기는 걸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딱 봐도 상등품인 마법 스크롤을 꺼냈다.
"텔레포트 스크롤이야. 이걸로 바로 위로 올라갈 수 있지."
그리 말하며 그녀는 스크롤을 흔들었다.
"우리 마녀님이 만든 건데 마녀님 실력이 워낙에 대단해서 10명 정도는 거뜬히 쓸 수 있지. 같이 쓸 텐가?"
그녀가 스크롤을 흔들었다.
간편한 이동기가 있으면 써야지.
우리는 스크롤로 다 같이 이용했다.
번쩍!
반짝이는 마법진과 함께 던전 밖, 도시의 골목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역시 마녀의 스크롤 성능 확실하구만!
"이거 고맙군. 그러면 나는 먼저 가보겠네."
알렉 씨가 빠졌다.
"나는 마녀님께 가야 한다. 유진, 빨리 오도록."
에리넬은 뭔가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나를 기다렸다. 마녀와의 만남.
나중에 조용히 빠져서 합류하려고 했는데, 씨발 이걸 여기서 말하네.
에리넬의 말을 시작으로 주변의 공기가 싸하게 변했다. 덥석, 아리스가 내 팔을 붙잡았다.
"유진아. 혹시 저 여자랑 무슨 일 있었어?"
아리스는 방긋 웃으면서 물었다. 오랜 친구인 유벨은 괜찮지만 모르는 여자는 안 된다는 건가.
"별거 아니야. 저 엘프가 우리가 수행한 의뢰를 낸 사람인 마녀의 부하잖아. 그래서 마녀가 나한테 내린 명령을 말해줬어."
"...정말로 그게 다야? 지금 사실대로 말하면 나 화 안 낼 거야."
아리스는 내 팔에 자신의 몸을 꾹꾹 누르며 물었다. 슬쩍 유벨을 보니 찡그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 홱! 시선을 돌렸다.
우선 아리스부터 진정시키자. 그녀의 몸을 붙잡고 입술을 맞춘다. 그녀가 당황하며 본능에 따라 입을 벌렸다.
그녀의 입안에 혀를 집어넣어 달콤한 꿀을 먹듯 쪽쪽 빨았다. 반대로 쮸웁, 하고 내 타액을 넘겼다. 아리스는 싫은척하면서도 내 타액을 꿀꺽꿀꺽 마셨다.
"츄웁...츄르릅, 츄웁!"
"하음, 유진이 너어~ 또 이렇게 넘어가려고!"
진한 키스에 아리스는 불평을 쏟아내면서도 끝내 나를 추궁하지 않았다. 휴, 다행이다.
유벨은 우리의 행위 눈쌀을 찌푸렸지만 아리스는 내가 키스 해준 게 기쁜지 넋 놓고 웃으며 연인처럼 내 팔을 꼬옥 껴안았다.
그래...이 맛이지. 나는 아리스의 허리에 손을 걸치고 은근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크흠! 일단 정산부터 하지 않을래요?"
맞다. 에리스가 있었지. 에리스는 우리의 애정행각에 볼을 붉히고 있었다.
"그러죠. 우선 연합에 가서 의뢰 성공부터 신고하고 전리품을 정산합시다."
그녀에게 의뢰서와 의뢰 물품을 넘겼다.
"그러면 뒷일은 부탁합니다. 저는 급한 일부터 처리할 테니."
결코 일을 떠넘기는 거 아니다. 나보다 여유가 있는 에리스에게 집중시키는 것 뿐이다.
이것이 바로 선택과 집중!
에리스가 내 행동에 이뭐병? 이라는 시선으로 쳐다봤지만 쿨하게 넘겼다.
소심한 에리스는 우물쭈물 거리면서 나한테 다시 일거리를 넘기지 못했다.
"아리스, 유벨. 너희는 에리스랑 같이 가. 나도 후딱 끝내고 올 테니까."
"...꼭 가야 해?"
"가야 해. 이건 나한테 중요한 일이거든."
내 진지한 어투에 아리스가 입술로 지그시 깨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알았어. 대신 빨리 갔다 와야 해!"
"걱정 마. 빨리 다녀올 테니까."
나는 그녀와 손가락 걸고 약속까지 한 뒤에야 에리넬과 합류했다.
"그러면 따라오도록. 위대한 마녀이신 레티시아 님께 안내할 테니."
그녀를 중심으로 검은 안개 같은 마력이 퍼진다. 그 마력은 우리를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