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야스각이 섰도다! (56/198)



〈 56화 〉야스각이 섰도다!

리린 플라비스가 3일후 졸업이라는 최강의 폭탄을 터트리고 튀었다

갑작스러운 시험 선언에 처음엔 당황했다. 그리고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는 화가 났다.

리린 플라비스는 나를 이용해 아리스와 유벨을 얻으려는 거다.

나한테 섹시 어필 한 것도 그렇고, 황녀인 루진을 먹기도 했으니 내가 여자를 밝힌다는 건 이미 밝혀진 사실. 이참에 나랑 유벨도 엮어버릴 속셈이겠지.

둘은 훌륭한 인재니까.

'근데 생각할수록 짜증 나네.'

여자를 안는 건 좋다. 얻는 것도 좋다. 근데 누군가의 의도대로 움직이며 그 의도에 맞춰서 행동하는 건 싫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냥 싫은 거다. 하지만 상대가 황금 길드의 단장이라 따지는 것도 못 했기에 밤에 침대에서 아리스를 안아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녀는 눈동자가 돌아가고 혀를 쭈욱 내민 아헤가오 표정으로 침과 정액을 줄줄 흘렸다.

어제 좀 심하게 박아서 그런지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 나는 그녀를 들어 올려 우선 씻겼다.

이와중에 내가 자신의 몸을 만지지 정신을 차린 아리스는 나에게 달라붙어 여전히 정을 갈구했다.

나를 향한 사랑이 커지는 건지, 아니면 그만큼 섹스가 좋았던 건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더욱더 성적 쾌락을 탐하기 시작하더니 날이 갈수록 음란해진다.

이런 모습도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중 없이 이러면 안 되지. 나는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콩, 때렸다.

"정신 차리고 일어나. 이미 시간 늦었어."

그리 말하며 그녀를 욕탕 안에다가 던져 버렸다.

풍덩, 성대한 물보라와 함께 그녀의 육덕진 몸이 잠겨 들었다. 잠시 후, 그녀가 물속에서 빠르게 빠져나왔다.

"유진이 너 진짜! 갑자기 던지면 어떡해!"

"대신에 빨리 기상했잖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불만을 표하며 고래고래 소리치는 아리스를 어르고 달랬다. 그녀는 이미 나에게 막대한 사랑과 애정을 느끼는 만큼 달래는 건 쉬웠다.

그렇게 그녀를 달래고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 알아본 바에 의하면 리린 플라비스는 이미 우리에게 줄 의뢰를 전부 선정했다고 한다.

무슨 의뢰인지는 모르지만 미래를 생각해서 아리스와 유벨을 집중 케어하기로 했다.

음식과 포션 등은 지원 받았던 게 많이 남아 내 인벤토리에 잠자고 있기에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겨우 10계층까지 가는 거다. 10계층까지는 길도 간단하고 몬스터도 약해서 이틀 정도면 왕복이 가능한 수준.

그래도 대비는 해야 한다. 아리스는 저번에 갔을 때 그럭저럭 괜찮은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 초보자에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

유벨은 마법을 익히면서 나름 능지가 상승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마법을 위한 연산 능력이 오른 거지 전체적인 상황을 보는 능력은 부족하다.

거기에 씨발 유벨이 익힌 마법 중에 전투 마법의 비율이 너무 낮았다. 보통의 마법사가 익히는 마법 9에 전투 마법1. 물론 보통의 마법사가 익히는 마법이 나쁜 건 아니다.

오랜 시간 사용되며 수정과 개조가 이어진 만큼 안전성과 위력은 이미 검증된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전히 전투의 꽃은 전투 마법이다.

전투 중에 영창을 외우며 술식을 세우는 건 어렵고, 마법 사용 중에 움직이는 게 가능한 마법사는 소수다.

마법을 쓸 때마다 가만히 있어야 하는 마법사는 몬스터에게 뜯기기 좋은 먹잇감이자 팀의 약한 부분이다.

그만큼 마법이 강하기도 하기에 이 부분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일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그녀가 익힌 마법은 실전에서 써먹기가 애매하다.

특히 그녀가 이번이 첫 전투임을 생각하면 더욱 써먹기가 애매하지, 그래서 둘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내가 주문한 주괴들은 이미 내 작업장에 배송 됐기에 바로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둘 다 여기로 와서 두 팔 벌려."

"이렇게?"

나의 공방 내부, 아리스는 내 말을 착실히 따르며 두 팔을 번쩍 벌렸다. 반면에 유벨은 쭈뼛거리며 움직이지 않았다.

"야야, 유벨. 빨리 움직여야 빨리 작업하지!"

내 무기와 갑옷만이 아니라 아리스와 유벨이 사용하는 장비도 내가 제작 중이다. 둘에게 최대한 맞추기 위해서 치수와 몸 상태를 보려고 불렀는데 이렇게 쭈뼛거린다.

작업 시간이 자꾸만 지체된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작업을 시작하기까지는 좋았다.

배달된 주괴의 상태에 흡족해하며 이 둘을 불렀을 때 아리스야 당연히 좋아하며 내 뒤를 따랐고, 유벨도 오랜만에 별다른 말 없이 나를 따라왔다.

공방에 도착한 뒤에는 대략적으로 그녀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정리했다. 아리스는 당연히 본인이 사용할 검과 갑옷이 필요하고 유벨은 지팡이와 튼튼하고 가벼운 방어구가 필요하다.

어떻게 만들지도 생각해둔 게 있어서 바로 작업에 착수하려 했는데 유벨이 비정상적으로 나를 경계하며 거리를 뒀다.

여기까지 라면 의아하긴 하지만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한술 더 떠서 아예 나에게 적의를 보내기도 했다.

"하아, 이유라도 묻자. 왜 그러는데?"

나는 유벨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아까부터 몸의 치수를 재거나 가볍게 움직이고 뛰어보라는 간단한 제안에도 불응하며 자꾸만 고집을 부렸다.

"................"

"아, 됐어. 이제부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얘네 거 만들어준 다음에 내 것도 만들어야 하니 빨리 끝내야지, 나는 손가락을 튕겨 중력조작 마법을 발동, 강제로 그녀를 끌어올렸다.

"우와앗! 바, 방금 그거 손가락만으로 발동한 거야!? 어떻게!?"

"오, 이제는 진성 마법사가 다된 거니? 자기 몸이 들어 올려진 것 보다 마법의 발동에 더 신경을 쓰다니."

사실 이건 그리 신기한 게 아니다. 이곳이 나의 공방이고 미리 마력을 축적하고, 내가 가진 기술인 영창생략과 마법 발동에 도움이 되는 인챈트를 새겨둔 곳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직 공방도 없고, 공방을 만들 자격도 안되는 그녀로선 이를 알아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이제부터 치수 잴 거니까 가만히 있어."

흡! 유벨은 그런 소리를 내며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나는 치수를 재는 도구를 꺼내 그녀에게 가져다 댔다. 그걸로 키와 허리 둘레 같은걸 재고 나서 그녀를 내려주었다.

"이걸로 측정은 끝났어. 이제 쉬어도 돼."

"끄, 끝이라고!?"

"치수 재는데 그리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거든."

이제 측정값을 토대로 그녀가 쓸 마법복을 만든다. 재료는 까마귀 복장에 사용한 천, 아직 많이 남은 천을 꺼내서 그녀의 치수에 맞추어 전형적인 마법사 복장을 만들었다.

전신응 가려줄 치렁치렁한 로브 형태에 안쪽에는 온도 조절과 습기 조절 인챈트한다. 그리고 외부에는 방어와 관련된 인챈트를 새겼다.

작업은 일사천리, 금방 끝났다.

"자, 이거 받아."

유벨은 멍한 표정으로 마법복을 받았다. 대체 뭔 생각을 했던 건지 그녀의 얼굴에는 안도와 의심이 가득하다.

'얘 대체 왜 저래? 설마 나랑 아리스가 떡 치는 거 들켰나?'

음, 합리적인 생각이다. 그게 맞다면 단순한 이유로 접촉하는 거로도 경계하며 이러는 이유가 설명된다.

거기에 아리스와 나는 시간이 생겼다 하면 떡을 쳤다. 아침에 섹스하는 건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을 정도고, 아리스는 나에게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눈썰미가 좋다면 아리스와 내 사이가 이상하다는걸 눈치채는 게 당연하다.

"그, 그러면 내 물건은 전부 나온 거지? 나 가봐도 되지?"

유벨이 그리 말하며 여기에서 나가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다. 나는 씨익 웃었다. 이거 재미있게 됐네.

"기다려. 너 지팡이도 만들어야 하니까. 그전에 아리스부터 해줘도 되지?"

내 질문에 그녀는 얼굴에 다시 한번 날카로운 적의가 피어오른다. 약해 빠진 주제에 저러니까 고양이가 경계하며 발톱 세우는 걸 본 기분이다.

"마음대로 해. 어차피 만드는 건 너잖아."

그녀의 말에 거침없이 아리스에게 다가가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말랑한 가슴의 감촉을 느끼며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허리를 주물렀다.

이에 유벨이 기겁하는 게 보인다. 그녀는 내 행위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뭐, 뭐 하는 거야 사람이 보는 앞에서!"

투닥, 투닥. 힘없는 손으로 열심히 나를 두들기지만 하나도 안 아프다. 나는 느긋하게 아리스의 치수를 내 몸으로 직접 쟀다.

가슴은 손으로 주무르며 그 크기를 쟀는데 언제봐도 황홀한 거유다.

"좋아, 아리스도 끝."

"이이익! 이 변태 새끼가! 죽어!"

이제는 아예 내 발을 밟았다. 슬쩍 그녀를 보니 얼굴이 새빨개진 체 경계심과 의문이 담긴 시선으로 나를 째려본다.

그래, 에반의 애인인 아리스가 왜 나와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거지? 나는 절로 음흉한 미소가 지어졌다. 유벨도 언젠간 따먹을 것이고 그녀도 아리스와 같은 처지로 만들어줄 거다.

당장은 그럴듯한 계기가 없고, 지금 건드려봤자 관계가 나아지긴커녕 파국으로 치닫을테니 놔두고 있을 뿐이지.

"대체 왜 너 따위가!"

이제는 날 죽일 생각인지 그녀를 최선을 다해 나에게 달려든다. 거참, 저러는걸 보니까 그냥 덮쳐버리고 싶다는 욕망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작업해야 하니까 비켜."

나는 그녀를 옆으로 치우고 아리스가 사용할 무기부터 제작했다. 그녀는 아직 약하고 검술도 이제 막 배우는 만큼 날카로움보다는 오래 쓸 수 있는 내구에 집중하여 제작한다.

재료는 아다만티움, 인챈트는 내구 증가와 경질도 상승, 단단함을 새긴다. 갑옷도 마찬가지로 아다만티움으로 제작했다. 입고 움직이기 수월하도록 중량 완화를 인챈트했다.

그렇게 만든 도구를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우와 대단하다!"

아리스는 검사답게 새로 만든 검을 들고서 기뻐했다. 그리고 연습 삼아 한, 두 번 허공에 휘둘러보고는 만족했는지 검집에 찼다.

그다음은 갑옷, 전신 갑옷 형태에 그녀의 큰 가슴을 고려해 가슴 부위가 묘하게 생겼지만, 그럭저럭 실용적인 디자인에 움직이기 편하다는 평가를 들려주었다.

"역시 아다만티움 이랄까…. 대충 만들어도 엄청난 게 나오네."

이번에 만든 것들은 시간이 없는 관계로 대충 만든 것들이다. 재료가 재료인 만큼 대충 만들어도 나오는 결과물이 훌륭하지만 역시 조금은 부족하다.

내가 쓸 무기를 만들 시간까지 계산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시간이 별로 없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 미스릴로 유벨이 사용할 지팡이를 만들었다.

마치 봉처럼 길게 만든 다음에 위쪽에 이 세계에도 존재하는 탄생석 12개를 박았다. 그리고 마력 증폭을 비롯한 마법사에게 필요한 인챈트를 새긴 뒤 유벨에게 줬다.

"이걸로 너희들이 쓸건 다 만들었으니 이제 나가. 내가 쓸 거 만들어야 해."

나는 둘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둘은 어어어, 하는 사이에 나에게서 쫓겨났다.

쾅-!

공방의 문을 잠그고선 숨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내가 만들 무기를 떠올렸다.

크고 굵은 아름다운 창 하나와 여기에 오고 나서 종종 필요하다고 생각한 화기.

오늘 이 두 개를 만든다. 주머니에서 온갖 재료를 꺼낸다. 내가 쓸 도구인 만큼 온 정신과 힘을 집중하여 걸작으로 만든다.

그런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짜증 나!"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손에 쥐어진 지팡이를 휘두르며 간신히 식혔다.

유진 녀석, 아리스 언니하고 사귀기로 했으면서 황녀님을 건드리질 않나. 그런 주제에 이제는 아예 황녀하고 결혼하는 게 확정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믿지 않는다고 해서 그 변화가 사라지지 않았다.

유진은 예전의 찌질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아니 찌질한 척 위장하던 것을 버리고 본 모습을 들어냈다.

아리스 언니는 에반 오빠를 버리고 유진의 것이 되었다.

"씨발..."

어째서 오빠를 버린 거지? 아리스 언니가 유진하고 떡을 치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거대한 물건에 박히며 신음하는 모습은 마치 창부와도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분명 유진의 목표는에반 오빠일 것이다. 우리를 기만하며 속이는 동안 자신을 괴롭게 만든 원인인 에반  오빠를 노리기 위해 아리스 언니도 뺏은 거다.

'그건 내가 용납 못 해!'

에반 오빠는 내가 지킬 거다. 유진이 다시는에반 오빠를 노리지 못하게 만들어주겠어.

그 녀석이 만들어준 이 지팡이. 짜증 나는 일이지만 성능은 그 어떤 지팡이보다 확실했다.

이걸로 유진을 공격한다. 아리스 언니가 못하니 내가 한다. 오늘 저녁 쳐들어가 담판을 짓겠어.

그리 다짐하며 나는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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