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길드에서의 이야기
식사 시간 후에는 무기술 훈련이 시작되었다. 전사에게는 각자 자신 있는 무기가 지급 되었고, 선배 모험가와 대련을 하거나 훈련을 받았다.
마법사 같은 경우에는 마법 훈련을 받고,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산 보조 장치인 지팡이 등이 필요하기에 따로 다른 곳으로 갔다.
덕분에 아리스와 유벨과 헤어졌다.
"으음, 나는 뭐하지..."
나 같은 경우에는 할 게 없었다. 이 길드에서 내 취급은 특이하다. 무언가 의도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모든 훈련 면제라는 특권을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 할까 하면서 아리스가 롱소드를 배우는 걸 지켜보았다. 다들 훈련 상대와 열심히 훈련하는데 나만 할 게 없었다.
"진짜 뭐하지..."
나는 어지간한 무기를 전부 다룰 줄 알고, 마법도 상당히 조예가 깊기에 따로 누군가에게 배울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직접 가르치자니 내가 쓰는 마법을 설명하긴 귀찮았고, 무기술도 내가 가르치는 방식은 험악하기에 둘이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렇기에 뭘할지 고민하다가 문득 던전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나 던전에 가려고 했었지."
비록 던전을 지키던 자들에게 막혔지만 던전은 꼭 가볼 거다. 그렇다면 만들어야 할게 있지.
"던전에서 사용할 나를 특정할 수 없게 만들 무기와 나를 가려줄 특수한 복장."
던전에는 몰래 들어가야 하니 은밀함이 있어야 하고, 밤에 사용할 생각이니 검은색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복장이 하나 있었다.
"오랜만에 역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어야겠네."
예전에 악당 활동을 한...다기 보다는 괴생물체가 됬을때 썼던 컨셉인 역병 치료사. 그것이 내가 만들 복장이다.
다만 지금은 복장을 제작할 재료도 공방도 없었다. 일단 공방은 길드에서 주기로 했으니 기다리기로 하고, 먼저 무기부터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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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 것도 정해졌고, 내가 가장 먼저 한 건 길드에 있던 대장간 한곳을 빌리는 거였다.
처음에 대장간을 빌리겠다고 하자 반대가 꽤 있었지만, 다행히 드워프 한 분의 허락 덕분에 빌릴 수 있었다.
"오호! 도구가 잘 갖춰져 있네요."
"황금 길드니깐 당연하지. 자, 마음껏 사용하게!"
황금 길드의 대장간은 어지간한 대장간보다 더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황금 길드 소속의 대장장이도 있었는데 그들의 대장은 드워프다.
드워프는 내 실력을 알아보고 내가 대장간을 사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허락했다.
나는 금속 중 좋은 금속만 꺼내 내 앞에 놓고, 옆에 놓인 망치를 집었다. 오늘은 내가 사용할 부무장을 만들 거다.
그리고 내가 말한 재료까지 전부 준비했다는 점에서 뭘 만들지 고민되었다. 창에 부여할 능력은 이미 정했지만, 따로 뭔가 만들려고 생각해 둔 건 없었거든.
'흐음, 뭘 만들까.'
당장 생각나는 건 많다. 장창을 보조할 단창 한 자루, 위급 상황에 사용할 섬광탄과 폭발탄, 그리고 은밀 행동을 할 때 사용할 갑옷 같은 단단함을 자랑하는 특수 복장.
하나같이 만드는데 희귀한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물건이지만 그만큼 효과가 뛰어난 물건이다.
'이건 좀 더 생각해 봐야겠어.'
일주일은 널찍한 시간이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면 3시간 만에 좋은 결과물을 낼 자신이 있기에 결과물을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는 것에 초조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챈트한 창을 제출할 거니깐. 벌써부터 내 연금술에 감탄할 마법사들이 상상된다.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바로 당신의 공방입니다."
마법사다 인도한 곳은 2층짜리 저택이었다. 저택은 마법사가 쓰던 곳이었는지 보안 마법과 방어 마법 등등이 깔려 저택을 알아서 보호하고 있었다.
목조 저택 안으로 들어가니 플라스크를 포함한 많은 도구와 촉매, 재료들이 나를 환영해 주었다.
"오, 오오오!"
제대로 된 공방이다. 벽을 둘러보니 사고 시 마력이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마력 방호벽이 있었고, 저택 끝에는 솥이 놓인 화덕이 활활 불타고 있었다.
마력을 빨아들이며 타오르는 화덕은 분명 고가의 마도구가 분명해 보인다. 이것들이 전부 나를 위한 도구라니. 황금 길드의 힘에 가슴이 웅장해지는 순간이다.
"원래는 어떤 마법사가 쓰던 곳인데 이번에 친구를 만나 함께 지내게 됐다며 매각하더군요. 그래서 구매한 뒤 자네 공방으로 만들었습니다."
"끝내주네요. 아주 좋아요!"
그렇게 외치며 공방 안을 뛰어봤다. 넓은 공방이라 뛰어도 어딘가에 부딪히는 일은 없었다. 처음 연금술을 배웠을 때는 스승이 괴짜라 제대로 돈도 못 벌어서 조그마한 곳에서 고생만 했는데!
왠지 그 보상을 지금 받는 기분이다. 그리고 아직은 의심받고 있지만 내 연금술사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은 기분이 든다.
이거 정말 마음에 드는군. 거기에 더 끝내주는 건 2층까지 있다는 거. 나는 2층도 구경하려고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많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에서 상당한 양의 마력이 느껴졌다.
"이 상자는?"
"그것들은 마석이네."
"마……. 석?"
상자를 열어보니 푸른색의 돌멩이가 보였다. 이게 마석인가. 신기하네. 나는 상자 속을 뒤지며 마석 중 가장 마력이 강한 마석을 꺼냈다.
동시에 나는 너무 놀라 그대로 굳어 버렸다. 씨발! 이게 왜 여기서 느껴진단 말인가! 순간 너무 놀라 직접적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허허허, 젊은 아이가 처음 보는 마석에 많이 놀란 모양이구나. 그 마석은 연금술과 마법 사용, 마도구 제작에 사용되는 유용한 촉매란다."
그런 건 알고 있다. 품고 있는 마력과 성질, 그리고 날 놀라게 한 힘이라면 촉매로서 더할 나위 없겠지. 근데 내가 놀란 건 그런 거 때문이 아니다.
'진정하자, 그리고 우선 저 늙은이부터 쫓아내자."
애써 경악과 놀람의 표정을 숨기며 마법사를 보았다. 마법사는 버릇인지 자꾸 수염을 쓰다듬으며 귀여운 손주 보듯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우욱!'
늙은이에게 저딴 시선을 받다니. 순간 속이 울렁거려 표정이 깨질 뻔했다. 최대한 역겨움을 억누르자.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키며 마법사에게 말했다.
"마법사님. 이제부터 저는 천천히 공방을 둘러볼 생각이니 나가주실 수 있으신가요?"
"허허허허! 후배 마법사가 열정이 넘치는구나! 그래, 마법사에게 사색의 시간이란 중요한 거지. 나중에 너와 마법에 관한 걸 이야기 하도록 하고 이 늙은이는 사라져주마."
호탕하게 웃은 늙은이는 눈치는 있는지 공방에서 나가주었다. 나는 그제서야 안도했다.
"후우, 그러면 본격적으로 이걸 확인해볼까."
방금 꺼낸 마석을 꼼꼼히 확인하고, 다른 마석도 꺼내며 관찰했다.
그때마다 내가 마석에서 느낀 건 두가지. 하나는 마력. 또 다른 하나는 아주 미약하지만, 분명히 경험한 적 있는 초월적이고 강렬한 힘.
바로 창세신의 권능이다.
"미친...."
순간 너무 놀라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세계를 멸할 악신. 세계를 먹어치운 포식자. 다른 세계를 침략하는 초월자.
그외 기타등등, 온갖 괴물들괴 치고박고 싸워왔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더 놀랍다.
"미궁의 몬스터가 지닌 마석에 창세신의 권능이라니! 이 뭔..."
물론 완벽한 권능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랫동안 권능의 주인과 떨어져 있던 권능이 시간이 지나 점점 흩어졌고 그게 깃든거라 보는 게 맞을 거다.
그만큼 마석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매우 약하다. 물론 힘 자체는 매우 강했지만 나는 창세신의 권능을 직접 본적이 있기에 알아챌수 있었다.
진짜배기 권능이 비하면 이건 발톱의 때만큼도 못하다.
다만 문제는 이게 왜 몬스터의 마석에 깃들어 있냐는 거다. 인공적으로 넣었다고 하기엔 힘의 분포와 마석의 마력과의 균형이 완벽하다.
던전에서 태어나는 몬스터의 마석에 이렇게 완벽하게 깃들려면 던전을 창세신의 힘으로 지어야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던전 지하에 창세신의 권능을 써서 막아야 할 만큼 강대한 존재가 있다. 그리고 던전은 그 존재에게 인류가 다가가는 것을 막고자 세워진 것이다…. 맞아?"
어제 밤에 모습을 드러낸 창세신에게 물었다. 내 물음에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던 창세신이 상태창을 거쳐 나타났다.
[창세신님의 현생 한 줄 평:그건 나만의 비밀이야. 알아서 생각하고 맞춰봐]
창세신은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이미 반쯤 내 말이 맞으리라 확신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잠든 거지? 묵시록의 붉은 용? 불의 거신 수르트? 티폰? 디스트로이어? 뭔진 모르지만 그건 엄청 위험할 거다.
여차하면 창세 신의 가호를 써서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니 몸이 달아오른다.
"하, 하하하! 이거 기대되는데!"
[창세신님의 현생 한 줄 평:변태쉑. 깡으로 강해져서 그런지 이제는 아예 강적과의 사투를 즐기는 마조의 최고 경지에 다다랐구나!]
"개소리하지 말고 닥쳐."
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확실히 강해질 대로 강해진 나이기에 이런 위험한 적을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난 변태가 아니다.
그렇다고 당장 쳐들어가지도 않을 거다. 조금은 즐기면서 정보를 모으고, 아래에 있는 게 깨어날 때까지 힘을 기르자.
과연 이번에는 내가 창세신의 가호를 쓰게 만들지 기대된다.
[창세신님의 현생 한 줄 평:저번 생처럼 안 쓰다가 뒤지지 말고 위험하면 그냥 쓰길 추천]
창세신의 말은 무시했다.
"그러면 어떻게 힘을 키울까."
일단 최대란 강해질 거다. 이를 위해서는 평범한 방법으로는 안 돼. 빠르면서도 안전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게 고민하려니 내 사고는 금방 마석으로 향했다.
창세신의 권능이 미약하게 담긴 마석. 만약에 마석 속의 권능과 마력을 온전하게 흡수한다면?
보통은 불가능하지만 나는 가능하다. 나에게는 창세신의 가호가 있으니깐.
"창세신의 힘은 더 큰 창세신의 힘에 먹히는 법이지."
나는 일시적으로 창세신의 힘을 아주 조금 켰다. 몸에서 스멀스멀 튀어나오려는 성스러운 힘을 억누르며 입에 마석을 하나 털어 넣고 꿀꺽 삼켰다.
"오, 오오오...!"
체내에 들어오자마자 마석의 힘은 흡수되고 마석은 내 위장에 들어갔다. 내 예상대로다. 그리고 미약하지만 신체 능력도 상승한 것 같고, 마력량도 방금보다 많이 늘었다.
"씨바! 이거 존나 개꿀이네!"
나는 마석을 더 꺼내 삼켰다. 점점 상승하는 마력에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기연 같은걸로 강해지는 주인공의 기분을 이제나마 알수 있었다. 이걸로 나는 빠르게 강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