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화 〉길드에서의 이야기 (16/198)



〈 16화 〉길드에서의 이야기

나무로 만든 단검과 표창을 찬 그들은 모여있던 사람들을 공격했고, 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꺄악!?"

"우왁! 갑자기 이게 무슨..!"

"피해! 피하라고!"

대다수는 맞설 생각도 못 한 채 밀리기만 하고 있다. 그나마 몇몇이 대항해보고 있지만, 이들조차 거의 밀리기만 하고 몇 명만이 대등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야말로 절망스러운 상황에 절로 흥이 올랐다.

"과연, 이런 테스트였나!"

익숙한 테스트다. 신입의 실력과 임기응변, 위기 대처 능력을 시험하는 데는 그야말로 최고의 방법이기에 나는 여러 세계에서 같은 방식의 테스트를 거쳤었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능숙하게 대처한다. 나는 뒤의 아리스와 유벨을 보고 말했다.

"너네는 내 뒤에서 필요할 때만 도와."

"잠깐 유진아!? 뭐 하려는 거야!"

"아리스 누나, 뭘 하긴! 당연히 저 난장판에 한 손 거들러 가야지!"

"뭐! 미쳤어? 저렇게 많은 사람이 뒤엉켰는데 거기에 가겠다고!?"

"유벨, 난 멀쩡하단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사람 숫자가 아니라 개인의 실력이지!"

아리스와 유벨에게 말하고 시선을 돌려 앞을 보았다.  그리고 창을 들어 가까이에 있던 검은 타이즈를 향해 휘둘렀다.

"뭣!"

선빵을 당할 줄 몰랐는지 당황한 목소리를 들으니 텐션이 올라가는 기분이다.

빠각!

찌른 곳은 머리.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머리가 뒤로 꺾이며 넘어갔다. 하지만 홀은 넓고, 적은 아직 많았다.

나는 가까이 다가오는 타이즈들을 보며 양손으로 창대의 중간 부분을 잡고 휘둘렀다.

부웅-!

강대한 힘이 실린 스윙에 검은 타이즈가 몸을 뒤로 물리며 창을 피하려는 순간 창대의 뒤쪽을 잡아 순간적으로 길이를 늘였다.

퍼억!

"크헉!"

타이즈의 옆구리를 가격한 창, 하지만 아직 많다. 나는 창을 거두고 뒤로 창대를 들어 올려 뒤에서 찔러 들어오는 창을 막아냈다.

"역시…. 암살자나 닌자 같은 건 아니구나."

미숙한 몸놀림과 기척이 그대로 느껴지는 움직임. 저들의 움직임은 사람이 아닌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특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동작은 커서 빈틈을 찌를 구석이 많았다. 대충 그들의 기교를 보자면 이제 막 전투에 익숙해진 초보자 수준이고, 병장기를 부딪치는 싸움에 미숙한 게 전문적인 암살자의 움직임은 결코 아니었다.

그리 평가한 나는 창을 앞으로 들어 올리며 한 바퀴 회전, 뒤에 있던 타이즈의 머리를 창날로 후려치자 타이즈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엎어졌다.

나는 머리를 치면서 그 반발로 앞쪽으로 튕기는 힘으로 창을 바로 잡고 앞을 향해 허리를 돌리며 왼손으로 창을 깊게 찔렀다.

다가오던 타이즈가 이를 막자 창을 아래로 내리며 회전, 상대의 무기를 손에서 걷어내고 목덜미를 찔렀다.

"다들 경험이 무지 부족하네."

사람을 상대해 본 경험이 적어서 사람을 죽이는 기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게 나무라 그렇지 진짜 창이라면 벌써 몇몇은 죽었으리라.

모험가는 다들 이런 건가, 아니면 이 사람들이 아직 약한 건가.

나는 그리 생각하며 단검을 휘두르는 남자에 맞추어 창대를 앞에서 잡았다. 이걸로 리치를 줄이고 그대로 가슴을 찔렀다.

그 탓에 움직임이 무너진 타이즈, 나는 창대를 뒤로 많이 물린 상태에서 허리를 돌려 창대를 앞으로 내밀며 타이즈의 미간을 후려쳤다.

콰직!

"끄아악!"

타이즈가 미간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창이 이래서 좋다니깐!"

창은 창대 어디를 잡느냐에 따라 사정거리가 달라지고 애초에 길기에 검으로는 불가능한 여러 변화무쌍한 기술이 가능하다.

덤으로 어떤 병장기 외 맞붙든 간에 길다는 특징으로 이점을 챙길 수 있다. 내가 다수를 상대로 잘 버티고 있는 이유도 긴 창의 특성으로 멀리서부터 공격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좀 더 해보자고."

이쯤이면 테스트로 선보이기에 충분하지만 이럴 때 학살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없지.

나는 창과 자세를 고쳐잡았다. 내가 타이즈를 2명이나 해치우자 어그로가 끌렸는지 타이즈 두 명이 나에게 일제히 표창을 던졌다. 나는 좌우로 창을 회전시켜서 표창을 튕겨냈다.

그리고 타이즈들을 보며 손을 까딱였다.

"이런 거로는 날 이길 수 없어. 제대로 덤벼보라고!"

나는 이 상황이 즐거웠다. 아마 지금의 나는 웃고 있을 것이다.

내 도발에 모든 타이즈들과 단상 위의 남자가 나를 지켜본다. 남자의 얼굴이 흥미로 물드는 동시에 타이즈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외쳤다.

"...저놈부터 처리한다! 다들 달려들어! 설마 아직 C 랭크도 아닌 애송이에게 계속 질 생각은 아니겠지."

'동시에 달려드는 건가! 바보 같은 생각이군!'

호흡을 다지며 정신을 집중했다. 오감이 예민해지는 느낌과 함께 달려드는 수십 명의 타이즈를 보며 왼쪽 발을 앞으로 내밀어 하체를 단단히 고정했다.

그 틈은 찰나에 불과하나 타이즈들도 보통은 아니라는 건지 그 틈에 검을 쑤시려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의 움직임은 느리고 미숙했다.

검을 창대를 비스듬히 세우는 것으로 흘려내고 창대를 고쳐잡아 찔렀다.

"커억!"

타이즈를 찌르고 허공으로 나가는 창.

"지금이다! 제압해라!"

누군가의 손이 나를 잡으려 한다. 허나 손이 닿기 직전 몸을 회전 시켜 뒤로 물렸다. 동시에 창이 다른 타이즈를 찌르며 회수됐다.

그 상태에서 타이즈가 반응하기 전에 다시 찌른다.

이것은 내가 오랜 시간 동안 발전시킨 기술 중 하나다. 다수를 상대할 때 한 대도 맞지 않으면서 즉각적으로 회피하고, 동시에 공격하는 카운터 기술이다.

절대적으로 강한 존재와 싸워왔기에 단 한 번도 적의 공격에 닿지 않기 위해 창술과 보법이 이런 쪽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명, 두 명. 계속해서 타이즈가 쓰러졌다. 어느샌가 전장은 나 대 모든 타이즈들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뒤에서 눈치나 보던 둘에게 말했다.

"얘들아. 뒤에서 창 몇 개만 던져봐라."

"어…. 어? 아, 알았어! 유벨! 같이 뒤져보자!"

뒤늦게 반응한 아리스가 유벨과 함께 나무 무기들 사이에서 나무창을 꺼내 나한테 던졌다.

나는 나무창을 받아들고 한발을 앞으로 내밀고 상대를 조준했다. 투창용 창은 아니지만 투창하는 데는 문제없다. 목표은 대장으로 보이는 타이즈.

나는 마력으로 전신을 강화하고 창에도 넉넉하게 마력을 넣었다. 대장 타이즈는 꽤 강한 것 같으니 이 정도는 해야겠지!

"한발 간다!!"

놓고 이거 던지겠다 광고했는데 맞겠어, 그런 생각으로 나는 온 체중을 실어서 창을 던졌다.

콰앙-!

강력한 완력에 창이 강하게 날아가고 창에 넣은 마력이 창의 운동 에너지를 증폭시키며 더욱 폭발적인 속도를 냈다.

"무슨....!"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날아온 창에 타이즈가 뒤늦게 반응해 피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빠악!

대장 타이즈의 얼굴에 정확히 박힌 투창은 마력을 폭발시키며 타이즈의 얼굴에 박힌 채로 뒤로 날아갔다. 타이즈도 창의 힘에 함께 뒤로 날아가 버렸다.

콰앙, 콰직! 콰과광!

홈의 바닥을 부수며 타이즈가 날아갔다. 그가 멈춘 것은 한참을 구른 뒤였고, 바닥에 빨간 피가 흘러내렸다.

"아, 힘이랑 거리 조절 실수했다."

너무 강하게 날려버린 모양인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도 최소한의 힘 조절은 했으니깐 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정도면 조금 다친 정도가 다겠지."

"저, 저기…. 유진아? 이거 심한 거 아니니?"

"심하기는 무슨! 이 정도면 충분하게 된 거지!"

피를 흘리며 조용해진 대장의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으니 유벨이 내 멱살을 잡아챘다.

"뭐가 됐다는 거야! 아무리 봐도 너무 심하잖아! 죽일 생각으로 그런 거야!? 첫날부터 사람을 죽이려고! 너 때문에 우리까지 찍히면 어쩔 건데!"

"설마 이거 한 방에 죽겠어?"

"저기 피 흐르는 거 안보이냐!"

원래 싸우다 보면 피도 흘리고 하는 거지. 너무 과한 반응이다.

"우왓! 대, 대장님!"

"다들 대장님 좀 챙겨! 저기 피 흐르고 있잖아! 빨리 지혈 좀 해봐!"

유벨이 시끄러운 상황을 돌아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는 저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유벨의 시선을 애써서 피했다.

"피하지 마! 이쪽을 보라고! 대체 뭔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 거야! 이 일 때문에 쫓겨나면 어떡할 건데!"

"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그보다는 테스트도 끝났겠다 라피드 씨나 찾아볼까?"

이건 테스트였고, 나는 테스트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으니 한 명을 크게 다치게 했다고 해서 문제가 돼지는 않을 테고, 테스트가 끝났으니 잠깐 떠난 라피드를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나를 향해 타이즈들 사이가 활짝 열렸다. 마치 모세의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 쩌억 갈라진 사람들 사이에서 단상에 서 있던 남성이 기품 있는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험상궂은 얼굴 탓에 보기에는 무뢰배 같은데 행동은 영~ 딴판이라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나저나 저 얼굴로 귀족 같은 몸놀림이라니..."

아무리 봐도 내 예상대로 귀족 같다. 그렇기에 나는 미리 예를 차리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남자가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더니 내 실력을 칭찬했다.

"이리도 뛰어난 창술이라니, 훌륭하다. 게다가 이 테스트가 일어날걸 예상하고 가장 먼저 무기를 챙겼지. 원래는 추후 이야기를 나눠야겠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조차 없겠어! 이번 테스트 1등은 너다!"

"감사합니다."

간부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당황하지 않고 예의를 차렸다. 귀족이라면 겉멋을 잔뜩 챙길 것이다. 내 예상대로 남자는 내 공손한 태도와 예의 바른 게 마음에 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분주한 홀에서 외쳤다.

"테스트는 종료다! 다친 자는 의무실로 데려가고, 멀쩡한 자는 모여라!"

"예!"

남자의 말에 사방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와 다친 사람을 부축했다. 방금의 테스트로 홀에는 피가 튀고, 부상자가 가득했다. 그런데 남자의 말 한마디에 사람들이 부상자를 옮기고, 피를 닦으면서 홀이 다시 깨끗해졌다.

홀에 남은 건 방금의 테스트에서 다치지 않고 멀쩡히 버틴 자들이다. 이들 중에는 유벨이나 아리스처럼 누군가의 도움으로 버틴 자도 있었고, 순수한 무력으로 싸우며 버틴 자도 있었다.

남자는 이들을 돌아보았다. 초재생으로 사실상 체력이 무한한 나나, 뒤에서 가만히 있기만 했던 아리스, 유벨을 제외하고 다들 지친듯한 눈치다.

남자는 그들을 한 번씩 본 뒤 본론을 꺼냈다.

"너희는 이제부터 수습조 A에 배치한다! 앞으로 한 달간 너희는 집중적으로 훈련을 거칠 것이다!"

남자의 말에 상처 없이 남아있던 자들이 침을 삼켰다. 남자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한 달 후 수습조의 순위가 정해진다. 실력이 뛰어난 자들은 최대 B 랭크로 시작하겠지만 나머지는 떨거지들은 E 랭크를 하사받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도록!"

"네!"

우렁찬 수습들의 외침.

"그전에 전사 계열과 마법 계열을 나누겠다! 전사 계열은 오른쪽으로, 마법사 계열은 왼쪽으로 모이도록!"

오른쪽과 왼쪽에 덩치 큰 전사로 보이는 사내와 마법 지팡이를 든 남자 마법사가 나타났다.

"전사는 이곳으로 모이도록!"

"마법사는 이곳에!"

그들의 말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빠르게 갈라졌다. 그중 내가 눈여겨본 도끼를 쓰던 수인은 오른쪽으로 갔고, 활을 쓰던 엘프는 왼쪽으로 갔다.

아리스와 유벨도 불안한 표정으로 천천히 오른쪽과 왼쪽으로 갈라졌다.

그나마 아리스는 나와 함께 할 것이기에 나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벨도 이번만큼은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이런 타지에서는 지인이 최고지.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아는 사람이 있는 것 만큼 마음 놓이는 일도 없다.

"그러면 저는 가보겠습니다."

나는 남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 아리스의 뒤를 따라 오른쪽에 섰다.

그렇게 사람들은 금방 두 개 조로 나누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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