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길드에 가입하는 이야기
"으으으..."
오늘도 언제나처럼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어제 밤새도록 해대서 그런지 노곤하고 찌뿌둥하다. 나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허리를 비틀니 몸이 뻑뻑해서 잘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몸이 굳은 모양이다. 나는 적당하게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내 침대 옆자리에는 어제 섹스를 했던 그녀가 누워 있었다. 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언제 일어났냐?"
"흐음, 네가 일어나기 몇 분 전 정도? 그보다 배고프지 않아? 어제 종일 힘썼잖아.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고."
"딱히. 그 정도로 힘들진 않아."
피곤하긴 하지만 나에게는 초재생 능력이 있다. 초재생 능력은 단순히 상처를 회복하는 것을 넘어서 몸의 피로까지 회복 시켜 언제나 만전의 상태를 유지한다.
그렇기에 이 정도 피로는 나한테 별거 아니다.
"나는 이제 가본다."
"잘 가렴. 네가 원하는 바를 이루길 빌어줄게."
"그래, 방 빌려줘서 고마웠고 다음에 시간 나면 보자고."
바닥에 떨궜던 옷을 주워 입고 밖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밖은 이제 막 해가 뜨고 있었다.
'애들은 먼저 갔으려나?'
어제 골드를 주고 떠나긴 했는데 장비를 잘 구했을지 걱정이다. 뭐, 알아서 잘했겠지. 나는 그렇게 믿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공기에 번쩍 정신이 드는 것 같다. 따뜻한 방에 있을 때는 좋았는데. 푸념과 함께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마시며 밖으로 나가려니 문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내 이름은 레베카야.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이름으로 불러줘."
레베카, 레베카라…. 나는 그녀의 이름을 머릿속에 기억해놨다. 일단 이걸로 섹파 한 명을 구했다. 어제 일을 생각하니 다시 자지가 단단해지려 하는 걸 참았다.
아리스와 유벨을 따먹을 기회가 아직 없으니 당분간은 물 뺄 일 있으면 자주 가야겠다.
"그나저나 길드 입성인가..."
어제 받은 황금 배지와 내가 직접 만든 창을 꺼냈다. 나는 황금 길드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다른 두 명은 어찌 될지 모르겠다.
이왕이면 따먹을 기회를 얻게 같은 길드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같은 길드에만 들어가면 작업은 금방 할 수 있는데...'
아리스와 유벨이 아무리 에반을 좋아해도 시골 소녀. 그런 소녀들을 꾀어서 따먹는 건 일도 아니다. 먹고 버리는 게 아니라 섹스 파트너로 삼는 것이기에 평소보다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말이다.
그리 생각하며 신전을 향해 걸었다. 어제 신전으로 가면서 길을 기억해 놨기에 복잡한 도시에서 길을 헤매지 않고 금방 신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신전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역시나 거대한 크기였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어제 우리의 능력을 측정해준 사제가 나에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나를 보고 허겁지겁 달려온 사제는 거칠게 숨을 내쉬더니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뭐지? 하고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을 보니 그곳에 에반과 아리스, 유벨이 모여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기에 친구분이 모여계시니 함께 가시죠!"
사제의 인도에 따라 애들한테 갔다. 애들은 어제와는 명백히 달라져 있었다. 내가 준 금화로 장비를 잘 마련한 건지 질 좋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다만 에반한테 돈을 몰아준 건지 에반은 완전 무장에 가깝게 방어구를 끼고 있었지만 아리스는 가죽 갑옷 안에 얕은 체인 갑옷을 덧입은 게 전부였다.
그래, 여기까지는 괜찮다. 아리스의 갑옷은 길드 후원으로 구하면 되니깐. 진짜 문제는 무기에 있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저걸 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혹시 모르기에 에반이 들고 있는 거대한 무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에반, 그거 뭐냐?"
"이거? 보다시피 대검인데? 어때 멋지지 않아?"
에반이 내 질문의 대답이랍시고 거대한 대검을 들어 보이며 헤실헤실 웃는다. 그 모습에 순간 쌍욕이 나올 뻔했다.
'이 미친 새끼가!'
대검은 검 중에서도 가장 다루기 어려운 무기다. 예전부터 대검을 다뤄왔다면 모를까 한 번도 검을 다뤄본 적이 없으면서 대검을 사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아니지. 설마 아무 생각도 없이 저걸 샀겠어? 최소한 다루는 방법을 묻거나 했겠지.'
"에반. 저 검 어떻게 쓰는지는 알지? 보통 대검은 마력의 사용 여부에 따라 다루는 방식이 달라지잖아."
"음? 그냥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면 되는 거 아니야? 무거운 대검이니깐."
에반은 대검을 올렸다가 아래로 내렸다. 그러다가 대검의 무게에 도중에 멈추지 못하고 몸을 비틀거렸다.
'...틀렸어, 이 자식 아무런 생각도 없이 산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초보자면 다루기 쉬운 롱소드나 살 것이지 왜 대검을 샀는지 모르지만 에반에 대한 내 평가는 다시 한번 내려갔다.
결국, 에반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문제점을 알지 못했고, 나는 그냥 침묵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 사제가 황금 배지를 확인하고 우리를 신전 내부로 들였다.
신전 내부는 우리가 봤던 것보다 더 넓었는데 사제는 그중 동그란 원형의 광장 구역으로 인도했다.
"여기로 오시죠."
"얘들아, 잘 따라와!"
사제의 말에 에반이 앞장서서 걸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에반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호오, 이 녀석들인가."
"이거 재미있겠는데."
그들은 우리를, 정확히는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시선에 긴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길드 스카우트인지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중 몇몇에게서 강력한 기세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단순한 길드 스카우트라고 하기에는 비정상적으로 강한 기운이다. 그중 녹색, 황금색, 회색 갑옷을 입은 자들이 내뿜는 기운은 차원이 달랐다.
그들은 명백히 길드의 높은 자들 같았다. 아마 간부쯤 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기세에 내가 긴장하는 사이 다른 애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제가 앞으로 나서며 모여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그러면 시작하기에 앞서 이분들을 짧게 소개해드리죠."
"잠깐!"
사제가 모여있는 사람들을 소개하려는데 누군가가 끼어들어 사제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명령했다.
"굳이 그럴 것 없네. 우리들을 소개하기보다는 이 신인들의 실력을 보고 싶군. 그리고 저 소년은 관심 없네."
그들이 에반을 가리키며 말했다. 에반이 멍한 표정을 짓고 사제가 에반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신가요, 그렇다면 바로 넘어가야죠."
반말해서 기분 나쁠 만도 하건만 사제는 별 말없이 넘어가며 에반을 구석탱이로 몰아넣었다.
이걸로 다 같이 길드 입성은 물 건너갔다. 아리스는 에반을 바라보며 울먹였다. 하지 만에 반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사제는 에반을 구석에 데려다 놓은 뒤 내 앞에 섰다. 곧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어제 넘겨드린 문서와 같이 이 소년이 저희 신전 역대 최고의 유망주중 한 명입니다. 이름은 유진이라고 하죠."
"안녕하세요. 유진이라고 합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에 길드 스카우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작은 대화가 내 귀에 들렸다.
"저 소년이 마력, 육체 랭크가 전부 S인!"
"거기에 벌써 마력을 다룰 줄 알고 뒷배도 없지. 그야말로 인재 중의 인재로군! 올해에는 오국 끼리의 인재 다툼이 심하겠어.
"저쪽의 엘프 쪽이나 수인 쪽은 인재가 3명이나 나와서 오국 중 최상위 3개 길드가 각자 한 명씩 데려갔다는데…. 우리 제국은 엄청난 인재가 나오긴 했지만, 그 수가 두 명 뿐이잖아."
"자네 소식이 느리구먼. 그뿐만 아니라 소년 이전의 인재인 소녀는 위대한 황제 폐하의 자녀라는군. 황금 길드에 들어가는 개 확정이지."
"허허, 그러면 저 소년을 얻기 위한 경쟁이 심하겠어."
그들의 대화에서 하나의 정보를 얻어냈다.
'소녀? 인재가 하나 더 있다고?'
자랑은 아니지만 내 재능은 명백히 규격 외다. 세계를 넘나들며 얻은 능력들과 능력이 없더라도 수많은 세계에서 쌓은 엄청난 경험이 있다.
이 경험들은 쌓이고 쌓여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특별한 시야를 가진 존재나 신들은 그런 나를 이렇게 부를 정도였다. [경험의 괴물]이라고 말이다.
내 육체 재능이 괜히 S 랭크로 나온 게 아니다.
그런데 그런 나랑 동일한 측정 기록이 나온 소녀가 있어? 그것도 황녀? 이거 황금 길드에 들어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황녀는 사골 우리듯 한 명은 꼭 있는 단골 히로인.
확실한 건 만나봐야 알겠지만, 그 소녀가 히로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는 자들을 보았다.
'황금 길드에 들어가려면 저들의 눈에 잘 들어야겠지!.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는 저 역전의 용사들에게.'
오국의 길드 스카우트, 아니, 내가 보기에는 그냥 길드 간부로 보이는 자들은 다른 스카우트 들과 달리 매서운 눈동자로 날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다.
마치 내 가치를 셈하려는 듯한 눈동자에 나는 그들에게 내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 내가 얼마나 강하며, 더 강해질지를.
그렇기에 나는 그들의 앞으로 나왔다.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고 나는 보란 듯이 손에서 번개를 일으킨다.
파지직!
강렬한 번개가 휘몰아치며 창의 형태로 뭉쳐졌다. 내 손에는 오늘 아침에도 휘두른 번개의 창이 잡혔다. 창을 손으로 잡아 빙그르르, 돌리다 몸을 약간 숙이며 창을 찌르기 위한 자세를 잡았다.
군더더기 없는 이미 완성된 무의 자세. 지금까지 침묵하던 그들의 입에서 감탄이 튀어나왔다.
"대단하군, 실로 대단해. 단순히 재능만 뛰어난 게 아니라 이미 자신만의 무를 완성했을 줄이야!"
"저 나이 때면 나는 동기들한테 두들겨 맞고 있었을 텐데!"
"그보다 저거 벼락 맞지? 축복으로 번개의 힘을 받은 건가! 이거 대박인데! 마법사도 아닌데 번개를 다루다니!"
"칭찬 감사드립니다."
감사 인사를 하며 그들을 살폈다.
간부로 추정되는 남자들은 서로 아는 사이인지 살갑게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나누었다.
뭐야, 다른 길드 소속 아니었나? 아니면 다른 길드라도 고위층은 서로 친한 건가?
봤을 때는 겉으로만 친한척 하는게 아니라 진짜 친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나에 대해 감탄은 하면서도 정작 날 스카우트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뭐지? 하고 의문을 느끼려는 찰나. 그들이 왜 그랬는지 금방 이해됐다.
아직까지도 별말 없던 나머지 사람들이 앞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그들은 각자 녹색, 황금색, 회색의 갑옷을 입은 남자들이었고 종족도 엘프, 인간, 늑대 수인으로 달랐다.
아마 오국 중 최상위 길드 소속일터. 그들은 길게 말하지 않았다.
"우리 황금 길드에 오도록. 그리하면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그대에게 최고의 지원을 약조하지."
황금 길드의 사내는 나에게 막대한 돈을 걸었다.
"저희 환상향 길드에 오신다면 요정과 정령의 정수를 알려드리죠. 당신이라면 번개의 정령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엘프 사내는 엘프와 요정의 전유물로 유명한 정령술을 나에게 권했다.
"그대가 진정한 전사라면 우리 펜리르 길드에 오는 걸 권하지. 우리는 그대에게 야생의 힘을 알려줄 것이고 그대는 실력과 힘만 있다면 우리 길드에 끝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다!"
늑대 수인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야생의 힘을 강조했다. 수인이 지닌 야생의 힘은 각 종족에게 깃든 축복이나 마찬가지. 확실히 탐나는 것이다.
'돈, 정령술, 야생의 힘이라...'
정령술과 야생의 힘이 탐나긴 하지만 내 선택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저는 황금 길드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나는 황금 길드를 골랐다. 내 말에 황금갑옷을 입은 사내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반면에 녹색 갑옷의 엘프와 회색 갑옷의 수인은 아깝다는 표정이었다.
"역시나 인간들의 관계는 은근히 끈끈하군요, 나름 정령술이라는 큰 미끼를 걸었는데 고민도 없이 황제의 길드를 선택할 줄이야."
"분하지만 저 녀석은 전사. 전사의 선택은 존중하는 것이 도리지."
호오~ 역시 최상위 길드인가. 솔직히 다른 길드와 사이가 나빠질 것도 각오 했던 게 괜한 걱정이었어. 그런데 아리스가 그런 날 붙잡으려 한다.
"잠깐! 유진아. 진짜로 갈 생각이야! 에반을 버리고?"
설마 아직도 길드 창설의 꿈을 버리지 못한 건가? 이거 현실일 직시 시켜 주든가 해야지. 나는 아리스 누나에게 번개의 창을 겨누며 말했다.
"아리스 누나. 잘 들어, 에반형은 재능이 없어 모험가를 할 수 없다고! 그런 상태에서 우리 4명이 길드를 만든들 무엇을 할 수 있는데! 내 목적은 위로 올라가는 거지 작은 길드에서 하하 호호 하면서 소꿉놀이나 하는 게 아니야!"
잔혹한 선고다. 아리스는 내 말에 반박조차 못한 채 굳어버렸다. 뒤에있던 에반은 재능이 없다는 말에 몸을 떨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유벨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의외의 말을 꺼냈다.
"저도, 저도 황금 길드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 말에 나는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