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시작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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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시작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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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시작의 이야기
'뭘 살까….'
성의 없이 아무거나 고를 생각은 없다.
진열대를 둘러보며 뭘 고를지 생각했다. 달달한 사탕부터 초코가 박힌 초코 쿠키. 그리고 초콜릿이 보였다.
특히 아름다운 꽃이나 멋진 검 모양으로 세공된 초콜릿은 보기에도 좋고 맛있어 보였다.
가격이 10 실버로 비싸긴 하지만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물건이야. 나는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 상자를 2개 꺼냈다.
"이걸로 주세요."
"네에, 20 실버입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골드를 꺼내 점원에게 건넸다. 점원은 부자 동네라 골드를 많이 본 건지 능숙하게 금화를 받고선 실버가 잔뜩 담긴 가죽 주머니에서 80 실버를 꺼냈다.
금화를 쓰니깐 거스름 돈으로 실버가 많이 생기네. 근데 금화가 담긴 주머니에 80 실버까지 담기엔 주머니가 너무 작다.
나는 점원이 실버를 꺼낸 가죽 주머니도 구매할 생각으로 계산대에 있는 사이즈가 큰 가죽 주머니를 가리켰다.
"이 가죽 주머니는 얼마인가요. 마침 실버를 담을 주머니가 부족했는데, 하나 사죠."
점원은 80 실버를 가죽 주머니에 담아내게 건네주었다. 묵직한 감각의 주머니를 받고 셈을 치르려고 하는데 점원이 웃으며 사양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은근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나도 점원을 자세히 보았다. 히로인보다 조금 아래인 미모와 풍만한 가슴이 돋보인다. 나는 씨익 웃으며 점원을 대했다.
이 여자는 지금 나한테 작업을 걸고 있다. 역시 잘생긴 외모야! 바로 이런 여자가 걸리네, 실로 만족스러웠다.
"후후. 이건 서비스로 드릴게요. 그리 비싼 것도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감사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공짜로 받기엔 좀 그렇네요."
"그리 신경 쓸 거 없는데…. 상냥하시네요. 그러면 이렇게 할까요. 나중에 6시쯤에 제가 가게를 닫으니 그때 같이 저녁이라도 먹는 건 어떤가요? 보아하니 이 도시에는 온 지 얼마 안 되신 것 같은데 제가 좋은 곳 소개해 드릴게요."
오, 이 가게가 본인 거였나.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가게다. 아마 이 여자는 상당히 부유하겠지. 그래서 나한테 가죽 주머니를 넘기며 작업을 거는 걸 테고.
저런 여자는 자주 봤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기에 결혼하지 않고 주로 원나잇을 보내는 여자들.
그런 여자들은 음란하고, 겉으로 드러난 내숭도 금방 사라져서 섹스하기 편하다. 이 여자의 외모나 몸매도 마음에 든다. 나는 섹스를 하고 싶다.
"그러면야 저야 좋죠.
"어머, 기뻐라! 그러면 내일 저녁에 이 가게 앞에서 뵙죠! 아니다, 혹시 당신이 머무는 여관 위치라도 알려주실래요?"
"아, 저는 저쪽 짙푸른 여관에서 머물고 있어요."
"짙푸른 여관이라. 내일 안 오시면 제가 찾아갈 거예요."
여자는 애교를 부리듯 말했지만 난 그녀가 진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장 그녀의 눈에는 짙은 성욕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날 잡아먹을 것 같은 요부의 눈. 이 여자는 즐길 줄 아는 여자다.
그리고 그런 적극적인 여자는 아주 좋지. 나는 점원과 저녁 약속을 잡고 가죽 주머니를 공짜로 얻었다. 저녁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으니 내일 만나야겠네.
나는 내일 저녁에 있을 일을 생각하며 웃었다.
그리고 구매한 과자를 적당한 장소에서 인벤토리를 열어 넣어두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 도시에 세워진 도서관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건물로 그 시초는 던전을 여행하던 자들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그걸 엮어 정리하는 장소에서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는 쌓여가고, 던전 부근은 도시로 발전을 거듭했다. 또한, 던전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쫓아 상인과 마법사들이 몰려들며 정보는 더욱더 빠르게 쌓였고 이를 정리하는 김에 아예 거대한 도서관을 지었다고 한다.
이 던전도시의 행정을 맡는 게 제국의 국가 길드인 황금 길드이기에 가능한 돈 지랄 이었다.
'그래도 책과 정보가 많으니 가볼 만한 가치는 있어.'
당장 유벨과 아리스만 하더라도 도서관에 간 이유가 적성검사에 대해 알아보고, 길드에 가입하는 방법과 길드를 창설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였다.
근데 유진은 그런 아리스와 유벨을 보고는 쓸데없는 짓 한다고 비웃었지. 단련을 한 적도 없으면서 막연히 '나는 엄청난 재능과 힘을 가졌겠지' 같은 망상이나 해대면서. 바보 같은 짓이야.
도대체 뭘 근거로 자신에게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여긴 건지는 둘째치고, 무슨 생각으로 정보를 찾아볼 생각도 안 한 거지?
도서관 이용료는 한 달에 1 실버라는 엄청나게 적은 금액. 막 도시로 상경한 우리에겐 비싸긴 하지만 앞으로 여기에서 지낼 생각이라면 도서관은 최고의 정보원이다.
단 1 실버만으로 던전 구조에 대한 것부터 시작해서 몬스터에 대한 세세한 정보까지 전부 얻을 수 있다.
나도 오늘 하루는 도서관에 신세 질 계획이기에 대략 어떤 정보부터 찾아볼지 생각했다. 그 사이 도서관에 도착했다.
고개를 위로 올리니 거대한 나무 건물이 보였다. 여기가 바로 도서관…!
그 크기에 감탄하며 중앙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문에 비치는 내 얼굴에 만족스럽게 도서관에 들어섰다.
도서관 안에는 커다란 카운터와 안경을 쓴 수수한 인상의 여성 직원이 있었다. 여성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황금 도서관입니다."
황금 도서관? 황금 길드에서 세워서 황금 도서관인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도서관 직원에게 1 실버를 건넸다. 직원은 실버를 받아들고는 서류를 건네주었다.
"한 달 이용 금액 1 실버 받았고, 처음 이용 시에는 서류를 작성해주셔야 합니다."
거참, 귀찮지만 도서관을 쓰려면 어쩔 수 없지. 서류를 받아들고 작성했다. 이름과 나이를 필두로 현대에서는 개인 정보로 분류되는 것을 적은 뒤 직원에게 넘겨주었다.
"이제 됐죠? 저 들어갑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얼굴이 붉어지는 직원. 그래, 미남이 좋긴 좋지. 만족스럽게 직원의 인사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인벤토리에서 초콜릿을 꺼내고 향긋한 향기를 즐기며 아리스와 유벨을 찾았다. 어디 있을까.
시선을 돌리니 유진의 기억 속 익숙한 갈색 머리와 붉은 머리가 보였다. 찾았군. 저 멀리 둘이 앉아 책을 보는 게 보인다.
'역시 독보적인 미모야.'
아리스는 갈색 장발에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풍만한 몸매에 상냥해 보이는 인상의 미녀였다. 아름답군. 특히 풍만한 가슴은 눈대중으로 봤을 때 F컵은 돼 보였다.
반면 유벨은 아리스와 달리 가슴이 빈약했다. A컵 정도 되어 보이는 가슴. 하지만 그녀 또한 훌륭한 미녀였다.
그녀는 불같은 성격처럼 붉은 머리카락을 가졌다.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은 기가 드쎄 보인다. 실제로 그녀의 성격은 불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따뜻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한테는 뜨겁지.
저런 여자한테는 얼싸를 해줘야 하는데…. 저 드쎈 얼굴이 내 정액으로 더럽혀져 일그러지는 것을 생각하니 자지가 단단해진다. 둘 다 개성 넘치는 미녀다
저런 미녀들에게 사랑받는 에반이 조금 부럽구나. 뭐. 내가 뺏어 먹을 거지만. 나는 절로 음심이 드는 것을 참으며 태연한 표정으로 다가갔다.
지금 나는 힘을 숨기다 드러내고 있다, 내 진짜 성격은 유진과 다르다. 이걸 떠올리며 둘 사이에 초콜릿 박스를 툭! 하고 놓았다.
둘의 미모에 여러 사내의 시선이 모여있던 상황에서 미남인 내가 가세하자 여자들의 시선도 끌리는 게 느껴진다. 기분 좋지만 이제 가려야지. 얼른 가면을 써 얼굴을 가린 채 싱긋 웃으며 말했다.
"먹으라고 과자 좀 사 왔다."
봉지를 뜯어 초콜릿을 꺼내니 아리스와 유벨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유벨의 옆에 앉았고, 유벨의 얼굴이 단숨에 사나워졌다. 아리스는 내 얼굴을 보고는 어리둥절해 했다. 귀엽네.
"유진아. 얼굴이 뭔가 달라진 것 같아."
"그래? 뭐가 달라진 것 같은데?"
"뭐랄까…. 에반이랑 비슷해진 기분이야!"
아리스가 두 손을 짝 붙이고는 웃었다. 환한 미소에 가득 담긴 진심. 아무래도 빙의 전의 유진과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근데 외모가 확 바뀌었는데 얘네는 어떻게 알아보는 거지? 오랫동안 함께 지낸 친우라서 그런 건가. 아니면 내 생각보다 외모의 변화가 크지 않은 건가?
"으음, 역시 유진이랑 비슷한데 달라. 뭐랄까 더 듬직하고 믿음이 가는 것 같아."
그건 아닌가 보네. 손뼉을 치며 배시시 웃으며 아리스는 연신 내 외모를 칭찬했다.
"칭찬 고마워."
기억대로 아리스는 너무나도 순수하고 착했다. 그렇기에 그녀를 더럽히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
그 사이 유벨은 자기가 읽던 책을 덮고선 날 바라보며 쏘아붙이듯 말했다.
"여긴 왜 왔냐? 너는 여기에 올 필요 없다며. 아니면 또 아리스 언니한테 달라붙으러 왔냐?"
"유벨! 유진이한테 왜 그래! 유진아, 잘 왔어. 우리 같이 책 읽자."
"아리스 언니! 우리만으로 충분하잖아! 쟤는 그냥 가라고 해! 방해만 된다고!"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명백한 혐오. 유진과의 기억을 생각하면 얘가 이러는 것도 당연한데, 기분 나쁘네. 나는 비꼬는 어조로 그녀의 말을 받아쳤다.
"내가 필요 없다고 한 거야 당연히 농담이지. 내가 설마 정보의 중요성도 모르겠어?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일 줄 모르네. 그리고 나도 읽을 거 있어서 온 거거든."
"….뭐?"
오오, 당황한다. 원래의 유진이라면 쟤가 저러는 것 만으로 쫄아서 설설 기었겠지만 난 아니거든. 유벨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고. 챙겨온 초콜릿을 개봉했다. 딱 봐도 고급이라는 티가 팍팍나는 초콜릿에 유벨의 두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너, 너… 너! 이거 어디서 났어! 네가 돈이 어디 있다고 이런걸!"
"돈은 내가 알아서 구했지."
"설마 훔친 건…."
"훔쳤다는 소리는 하지 마라. 이 도시가 얼마나 보안이 잘되는지는 네가 더 잘 알잖아."
나는 초콜릿을 하나 까먹으며 말했다. 이거 달콤한 게 맛있네.
'그나저나 얼마나 믿음이 없길래 반응이 저러지?'
방금까지만 해도 내 편을 들어주던 아리스도 이번만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유진… 우리 돈은 대부분 내가 보관하고 있잖아. 이런 비싼 걸 살 돈을 어디서 구한 거야?"
그랬나? 기억 속을 뒤져보니 그런 기억이 있긴 하다. 그나저나 아리스도 유진을 좋게만 보지는 않는구나. 유벨처럼 노골적인 의심은 아니나 명백히 내가 사 온 초콜릿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얘가 인망이 없긴 하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일부로 뭔가 있다는 느낌을 줘야지. 나는 웃으며 다른 초콜릿을 꺼내 먹으며 말했다.
"내 능력껏 잘 구했지."
이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몇 개의 책을 꺼내 나도 그녀들 옆에서 독서를 했다. 책에는 여러가지 유용한 정보, 몬스터나 던전에 관한 것과 연금술에 관한 것, 광물에 관한 것이 있었다.
한참 정신 없이 읽고 있으니 아리스와 유벨은 달콤한 초콜릿에 향기에 빠져 결국 초콜릿을 하나, 둘 빼먹었고, 그 맛에 반해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어 치웠다. 선물 잘 고른 것 같네.
뿌듯해하니 유벨과 아리스의 묘한 시선이 느껴진다. 아주 조금이지만 유벨의 시선에서 적의가 사라진듯한 기분. 좋은 수확을 얻었어.
만족하며 독서에 집중했다. 그동안 둘을 힐끔힐끔 봤는데, 아무래도 평가를 수정해야겠다.
'설마하니 정보를 찾겠다고 해놓고 원하는 정보의 책을 찾지도 못할 줄이야.'
저 둘은 길드에 관한 것과 적성검사에 관한 걸 알겠다고 책을 몇 권 뽑았는데 그게 전부 [길드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나 [적성검사의 기원은!?] 같은 책으로 두껍기만 하고 정작 원하는 정보는 구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나름대로 계획은 세웠는데 그 계획을 실천할 능력이 부족하다니. 나는 헛수고를 하는 둘의 평가를 조금 하향 조정했다.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 정도가 매우 얇음.
그 후 둘에게서 이것저것 말도 걸고 개인적으로 책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이 되고 아리스와 유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들아. 이제 숙소에 돌아가서 밥 먹자. 에반도 많이 배고플 거야."
"뭐야, 언니. 너무 에반 오빠만 챙기는 거 아니야?"
"그야 에반은 내 남자친구인 걸."
아리스가 에반의 이름에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유벨도 에반을 언급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허허, 나한테는 그렇게나 적의를 보이며 욕하더니. 유벨의 온도 차가 많이 나는군.
저게 유벨과 유진의 관계라는 거겠지.
아리스와 유벨은 에반 이야기로 웃으며 여관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 둘의 뒤를 따라갔다.
여관으로 돌아가는 동안 별 사건은 생기지 않았다. 거참, 주인공인 에반이 있었다면 어떤 남자가 찝쩍거리거나 하는 이벤트가 있었을 텐데.
아쉬움에 혀를 찼다.
잠시 후 도착한 여관에는 에반이 저녁을 시킨 건지 식사가 놓인 식탁 위에 앉아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직도 숙취가 남아있는지 이마를 꾹꾹 누르는 에반. 다행히 아리스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얼굴에 술기운이 보였다.
그러게 술 좀 작작 처먹지. 나는 에반의 옆에 앉아 에반이 실수할 때마다 보조했다. 히로인들을 따먹는 것과 달리 주인공 서포트는 제대로 한다고.
'주인공이 영~ 아니다 싶으면 버릴 거지만.'
그런 생각과는 달리 겉으로는 동생처럼 행동하며 에반을 도왔다.
식사로 나온 건 꽤 정성 들여 만든 티가 나는 스프와 바게트 비슷한 빵. 양념으로 맛있게 버무린 고기였는데 꽤 맛있다.
이 집, 음식이 제대로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원래 방에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시작하는 지점인 적성검사의 날. 긴장감을 품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