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시작의 이야기
포근한 감각. 머릿속에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있는 어색한 기억. 이런이런, 이번에는 빙의인가. 몸에 힘을 주며 눈을 떴다.
처음보는 천장이 눈에 보인다. 몸을 뒤척이니 내가 누워있는 곳이 침대임을 알 수 있었다.
머릿속은 여러 기억과 정보로 뒤죽박죽이었고, 나는 익숙하게 눈을 감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빙의는 또 오랜만이네.
우선 내가 쓸 이 몸의 이름은 유진이고 나이는 16살. 저 멀리 제국의 구석탱이 시골 출신.
지금은 모든 국민이 받는 적성 검사를 받고 모험가가 되기 위해서 던전 도시로 상경한 상태란다. 거기에 친구라는 연놈들과 같이 왔구나.
"이름은 에반, 아리스, 유벨. 남자 1명에 여자 2명이고, 남자 쪽은 미남, 여자 쪽도 미녀네."
보통 다른 세계로 넘어가면 주인공 근처에 떨어지니 에반이 주인공일 거다.
그리고 아리스와 유벨은 히로인이겠지. 둘 다 에반을 좋아하고 아리스는 아예 에반과 사귀고 있으니깐. 그 외의 기억에 따르면 이 세계의 문화나 상식은 다른 세계의 판타지와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이 세계엔 거대한 던전이 존재하고 던전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 이를 통해 모험가라는 직업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길드라는 무력 집단이 존재하며, 초거대 길드는 하나의 국가와 맞먹는다 한다. (당연하지만 이 초거대 길드는 대부분 국가의 지원을 받거나, 아예 국가에서 창설했다.)
던전 내부에는 무한히 몬스터가 리젠되어 마석과 몬스터의 부산물을 얻을 수 있다. 즉, 던전 하나만 얻어도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던전은 총 3개. 각각 제국, 엘프와 요정들의 나라인 아발론, 수인들의 왕국인 아마존에 존재한다.
나는 여기까지 기억을 정리한 뒤 이번에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대국적인 정보와 상식을 알아본 거고, 이쯤했으면 이제 ‘나’라는 인물에 관한 걸 알아봐야지.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에 배치된 거울을 보았다. 으레 판타지 세계가 그러하듯 이 세계도 중세와 비슷하나 달랐다. 눈 앞에 있는 커다랗고 질 좋은 거울이 그 증거.
거울에는 거친 피부와 짝눈. 못생긴 얼굴이다. 씨발, 꽝이네. 하필이면 이런 얼굴이냐. 그나마 몸에 잠재된 마력은 많았다.
불만이 잔뜩 솟아났지만 그런다고 몸이 바뀔 일이 없기에 다른 쪽으로 사고를 돌리기로 했다.
"던전이라. 일단 이건 기억해두기로 하고, 이제 일상적인 부분을 살펴볼까."
그리하여 이 몸의 기억을 파본 결과 나온 결론은 간단했다.
"이 새끼 찌질이네."
거울을 바라보니 못생긴 얼굴이 보인다. 이제는 내 몸이고, 내 인생이지만 너무 찌질하다.
마물의 침략으로 남자의 숫자가 팍 줄어든 마을. 그렇기에 여자들은 잘생긴 주인공인 에반만 중요시하고 실제로 몇몇 여자는 에반과 관계를 맺기도 했다. 그 중에는 유진의 어머니도 있었다.
유진은 그걸 알고 에반에게 질투를 불태우지만 체격도 좋고, 힘도 센 에반에게 차마 뭘 하지는 못하고 이상한 소설이나 읽으며 망상이나 해댔다.
더 최악인 건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에반을 좋아하는 유벨에게 찝쩍거리다 거하게 차이기까지 했고, 이게 마을에 퍼져 은근히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기도 했단다.
"쯧. 하필이면 걸려도 이런 몸이 걸리냐."
객관적으로 내 몸은 쓰레기다. 잘생기지도 않았다. 오히려 못생긴 편이지. 그렇다고 몸이 잘 단련되지도 않았다. 이 새끼는 자기가 강해져서 여자가 달라붙는 망상도 했으면서 왜 단련도 안 한 거야.
이제는 사라진 유진에게 들리지 않을 항의를 해봤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 보았다.
"끄으응… 역시 빙의는 어색해. 능력 제한도 그렇고."
아직 적응이 덜 된 건지 어색하게 움직이는 몸. 오히려 잘됐어. 이런 상태면 마개조하기 더 쉬우니깐.
"이게 내 몸이 된 이상 지금 같은 삶을 살 수는 없지. 이왕이면 유벨 년도 따먹고."
빙의한 몸의 원주인의 넋도 기릴 겸 유벨 년은 반드시 따먹으리라. 그리 다짐하며 딱딱한 목재 바닥에 명상을 하듯 앉았다.
개인적으로 여자를 따먹긴 하지만 내 본 목표는 주인공 지원. 언제나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는 주인공을 도우려면 돈과 무력은 필수지.
특히, 유진과 아리스나 에반과의 관계는 평범하나 유벨과 유진의 관계는 최악. 마을, 유진의 어머니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런 관계로는 주인공을 서포트하기 애매하다.
'그렇다면 내가 할 건 간단하지.'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빙의 직후 급격하게 실력을 키우고 사실은 힘을 감추고 있었다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이른바 힘숨찐 작전. 성공하면 나에 대한 인식도 확 바꿀 수 있고, 갑자기 실력이 상승하고 성격에 변화가 생겨도 납득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는 힘을 숨겼지만 내일 적성 검사 때 실력을 들어낸다. 이 설정으로 가면 되겠어."
적성 검사는 국가 규모로 인재를 찾기 위한 행사. 길드도 이때 사람을 뽑아가니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면 주인공인 에반 곁에 있기도 수월할 거다.
뭐, 이것도 어느 정도 힘을 얻어야 가능하겠지만.
"그러면 작업을 시작해볼까. 내 몸의 마개조를!"
그 전에 앞으로를 생각하고 정해야 한다. 기를 쓸지, 마력을 쓸지를….
'기를 선택하면 마력을 버리고, 마력을 고르면 기를 버려야 한다.'
서로 상반되는 힘은 하나의 몸에 거둘 수 없다. 그리고 장단점도 뚜렷하다. 마력은 어디에서나 통용되며 다루기 쉽다. 그리고 범용성 또한 뛰어나다.
기는 마력에 비해 다루는 것과 범용성은 떨어지지만 순수한 에너지로서는 강력하다. 둘 중 뭐가 더 좋을지 고민하다가 내일 있을 적성 검사를 생각해 마력을 선택했다.
판타지 세계인 이상 앞으로 배울 마법 같은 기술을 다루기 위해서는 마력이 필수고, 몸에 잠재된 마력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판타지 세계고, 적성 검사의 중요 검사 중 하나가 마력에 대한 재능이니 마력이 좋겠지.'
적성 검사의 주요 검사는 3개. 하나는 육체 검사, 다른 하나는 능력 검사, 마지막 하나는 마력검사다.
육체 검사는 육체의 재능을 측정하는 것. 이른바 육체가 성장할 수 있는 한계치를 표시한다.
능력 검사는 신의 축복을 확인하는 것. 그 수가 많지 않지만 사람 중엔 신의 축복을 받아 특수한 힘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평범하게는 마력량이 늘어나거나 육체가 튼튼해지고, 마법에 사용되는 마력량이 줄기도하고, 다른 경우에는 몸 자체가 단단해지거나 미래 예지가 가능해지는 등, 축복을 주는 신에 따라 여러가지 능력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면 내가 가진 권능을 능력이라 하면 되겠지. 결정을 내리고 움직였다.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호흡을 시작했다.
이 몸이 지닌 재능은 꽤 쓸만하다. 단련되지 않아 조금도 개화되지 않았지만 내가 가공하면 달라지지.
"하아… 후웁!!!"
숨을 들이 마셨다가 반복적으로 내쉬었다. 전신의 근육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 호흡은 마력 능력치를 키우는 특수한 호흡인 마력 호흡의 일종으로, 전투를 겪으며 내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몸을 내 의지에 맞추자 들숨과 날숨. 근육이 덜덜 떨리며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이 호흡은 몸 구석구석의 근육을 자극시키며 육체를 한 단계 강화시키고, 체내의 마력을 안정시키며 단전에 축적시킨다. 그리고 마력을 쌓을 수록 육체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상위의 존재로 승화하는 기술.
이 세계에서도 마력을 다룰 수 있는 게 소수이며 마력을 다룰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 극소수에게만 전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 내가 하는 호흡의 가치는 어마어마하겠지. 그만큼 효과도 훌륭해서 마력 능력을 키우는데 유용하다.
"스읍… 후우~"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을 몇시간 동안 반복하고 있으려니 서서히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후우우…."
우둑! 우두둑!
전신의 뼈가 다시 맞춰지는 느낌과 함께 체내에 뜨거운 무언가가 쌓인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몸은 무너지려 한다. 단련되지 않은 몸으로는 이것도 한계군. 그러면 본격적으로 시작할까.
나는 호흡을 지속하며 몸에 쌓여가는 마력을 의도적으로 폭주시켰다. 주변의 마력이 나에게 호응하며 몸에 쏠리기 시작했다. 곧 방 안에는 작은 마력 폭풍이 일었고, 몸이 부서져 가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내 영혼 속 능력을 발동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얻은 능력은 많고, 다음 세계로 넘어갈 때마다 랜덤으로 하나의 능력이 내 영혼 속에 보관되어 다음 생에도 쓸 수 있게 된다.
지금 사용할 능력은 2개. 나머지는 차차 활성화시켜야지. 우선 탑에서 얻은 마력 친화력, 그리고 초능력이 보편화된 세계에서 얻은 초능력인 육체 강화를 활성화시켰다.
영혼에서 무언가가 딸깍, 켜지는 감각과 함께 능력이 활성화되었다.
마력 친화력에 주변 마력이 나에게 반응했고, 몸에 제대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몇 년에 걸쳐 그릇을 형성하고 쌓아야 할 마력이 순식간에 내 몸을 가득 채웠다.
무너져가던 육체를 육체 강화로 고정한다. 결국 육체 강화에 의해 강제로 잡혀 무너지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재생과 붕괴를 반복했다.
콰득! 콰지직!
'씨발, 존나 아프네!'
골격이 바뀌고, 뼈가 다시 맞춰졌다. 이 상태에서 몸이 붕괴되어 근육이 녹아내린다. 이를 몇 번 반복하니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몸이 전체적으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피부가 새롭게 형성되고, 뼈가 단단하게 바뀌었다. 세포 단위로 일어나는 변화에 육체 강화 능력이 필사적으로 몸의 붕괴를 막아냈다.
이거 오늘 밤은 악몽 확정이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작업을 착수했다.
흡사 환골탈태와 같은 형상이 연이어 이어지며 내 몸을 변화시켰다. 당연히 더럽게 아팠다.
실시간으로 이 과정을 겪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참고 견뎠다. 몇 시간 후. 작업이 끝났다. 다시 태어난 기분. 자리에서 일어나 내 몸을 보았다.
거기엔 상당한 미남이 있었다. 과거의 인상이 꽤 남아있지만 백이면 백, 미남이라 부를 얼굴.
'이것도 황금률의 영향인가?'
얼굴을 쓰다듬다가 팔뚝을 만져보았다. 근육으로 꽉 차있군. 아랫도리도 무척이나 묵직하다. 전체적인 몸의 변화가 엄청났다.
"몸이 가벼워졌어. 그리고 단단해."
상의를 들쳐보니 선명한 복근과 뽀송뽀송한 피부가 보인다. 몸 곳곳에는 탱탱한 근육이 만져진다. 단전 부근에 생성된 마력로에는 상당한 양의 마력이 쌓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려나. 이세계의 실력자를 본 적이 없어 어떤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지닌 마력과 신체능력은 이 나이 대에 맞지 않는 건 분명해. 실력자들이 보기엔 내가 엄청난 천재로 보이겠지. 뭐, 나 이외에도 이 세계의 실력자나 천재는 많겠지만.
그리고 천재하면 당연히 주인공이지!
'이번 주인공은 얼마나 재능이 뛰어나려나.'
보통 주인공은 재능이 뛰어나다. 개인차가 있어서 재능이 없고 기연으로 강해지는 애들도 있지만 그런 운도 주인공의 재능. 그리고 주인공의 재능이 뛰어날수록 내가 편해진다.
그런 애들은 내가 플랜 같은 걸 짜지 않아도 알아서 잘 먹고, 잘 크니깐.
"근데 얘는 어떤지 기억만으로는 뭐라 판단하긴 힘들겠어. 나중에 저녁 먹을 때 직접 봐야 알겠네."
그리 생각하며 벽에 걸린 거울을 보았다. 방금 전의 못생긴 편이었던 얼굴과는 달리 이목구비도 그렇고, 몸의 전체적인 골격도 좋은 쪽으로 바뀌어서 얼굴도 잘 생겨졌다.
엄청난 미남 수준은 아니지만 훈남형 얼굴은 된다고 할까.
만족스럽게 얼굴을 만져봤다. 이거면 여자 따먹기도 수월할 듯하다. 찌질이에 못생긴 놈에게 빙의해서 생긴 불안함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황금률은 과연 제 할 일을 잘했다. 이렇게나 잘생겨지다니. 차오르는 자신감에 씨익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기억상 친구들과 저녁에 만나기로 했으니 돈도 벌고, 여자도 꼬실 겸.
초보 시절이라면 세계와 주인공을 위해 달렸을 거다. 기득권과 부딪혀가며 주인공을 위한 권리와 권한을 얻고, 얻어낸 것들을 이용해 주인공을 지원했겠지. 근데 지금은 아니다.
경험을 충분히 쌓은 고인물이니깐. 느긋하게 움직여야지. 죽은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아직 에반의 주인공 활동이 시작되지 않은 것 같은니 지금은 놀아도 되겠지, 돈도 벌고.
다만 내 얼굴이 전과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바뀐 상황에서 밖으로 나가는 도중 친구들과 마주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았다.
"유진~ 이제야 일어났어?"
조금의 위화감이 느껴지지만 잘 아는 목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병을 든 채 얼굴이 새빨간 에반이 있었다. 꿀꺽, 꿀꺽. 병나발 채로 술을 들이켜며 에반은 웃었다.
아리스와 유벨은 도서관에 갔고, 아리스와 유벨이 없는 사이 에반은 오늘 처음 만난 이쁘장한 여자한테 유혹당해 넘어갔다.
그래서 옆방에서 떡이나 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기억에 따르면 에반이 몸을 섞는 걸 유진도 몇 번 봤으니 동정도 아니겠다.
여자랑 몸을 섞은데 스스럼이 없어보였다.
근데 왜 여기 있지? 설마 떡을 치지 않은건가? 하지만 에반의 몸에서는 비릿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일단 떡을 치긴 했나 보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에반의 친구, 유진을 연기했다.
"에반. 너 왜 그래? 설마 술 마신거야!?"
"방금 전에 만났던 여성 분이 좋았다고 주더라. 거절하는 것도 실례라 받았는데 맛있다."
…이새끼가? 내 앞에서 자랑하니?
하여간 얘는 여친도 있고 성격도 좋은 편이면서 왜 여자면 보면 넘어가는 건지. 나중에 여자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어. 당장 아리스와 유벨이 에반의 행실을 알게 되도 문제일 테고.
예전에 주인공이 히로인들을 냅두고 바람을 피우다가 걸렸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진짜… 으으으! 특히 아리스는 혼전 순결을 따르려고 하기도 했던 등(에반의 강요에 결국 섹스를 했지만), 일편단심의 소녀라고 기억하고 있다. 에반의 행동을 알게 되면 격분하리라.
"어쩔 수 없지. 에반, 따라와."
에반을 업고 방으로 왔다. 일단 얘 꼬라지를 보니 회귀자나 빙의자, 환생자 같지는 않네.
나는 에반의 술을 빼앗고 몸 이곳 저곳을 만져보았다. 에반은 술에 취한 탓인지 얼굴이 달라진 나를 여전히 유진으로 인식하며 침대에 누운 채 헤롱거린다.
이틈에 몸을 구석구석 만져본 결과. 일단 얘 재능은 꽝이다.
단련도 안 되어있고, 단련하기엔 부적합한 몸이다. 너무 연약해. 거기에 마력을 이용해 확인해보니 마력적 재능도 별로였다.
'이러면 곤란한데… 설마 장르가 복수물 같은 건가?'
주인공에게는 언제나 클리셰가 존재하고, 클리셰가 적용될 때가 많다.
지금으로 봤을 때 에반은 내일 적성 검사에서 개쪽을 당하고, 오해가 생겨 애들이랑 헤어져 복수를 다짐한다… 같은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그쪽으로 간다면 나는 악역 역할이려나."
나는 주인공을 도와야한다. 다만 무조건 조력자나 조연 같은 식으로 주인공을 도울 필요는 없다.
흑막의 형태로 주인공을 이용해도 되고, 보스로서 주인공과 싸워 강해지게 만든 뒤 토벌 당해도 된다.
반대로 주인공의 것을 전부 빼앗아 주인공 대신 보스를 물리쳐도 된다.
이건 기연 같은 게 대부분 주인공 전용이라 힘들지만… 내 능력으로 그 정도는 커버할 수 있다.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건, 나는 주인공이라고 무조건 중요시하지 않고 여차하면 주인공의 것을 전부 강탈한 뒤 내가 주인공처럼 나서기도 한다는 거다.
그리 생각하며 나는 내일을 생각했다. 내 예상대로 된다면 주인공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겠지.
이렇게 재능이 없다면 기연을 통해 강해질 테니깐. 친하게 지내면 기연을 빼먹거나 기연 떡고물을 챙길 수도 있을 거야.
물론 나는 기연이 없어도 강해질 자신이 있지만, 기연 같은 건 챙겨둘수록 좋은 거다.
'그러면 역시 돈이 필요해.'
주인공을 챙겨준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방법이 돈을 챙겨주는 거지. 나는 에반을 침대 눕히고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