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라의 발표가 끝나고, 주변이 흥분으로 휩싸였다.
‘아.’
난 그제서야 이 세계에 대해 깨달았다. 이 세계는 남자의 정력이 굉장히 약했다.
다른 이들의 말을 들으면 2~3번만 해도 정력가라고 칭해지는 세계.
‘근데 아무리 그래도 상아탑주가 돼서…….’
어이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이해하겠다. 그런데 상아탑주는 공식으로 부인이 없었는데, 최근에 만든 건가.
“……음, 정력제…….”
이지아가 곤란한 어투로 말했다. 타오나 정한서를 보니 저 둘도 흥분하고 있었다.
“시우에게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쓸모있는게 아니네.”
“……쓸모가 없다고? 정력제인데? 시우는 특히 여자도 많아서 더 필요하지 않아?”
“오히려 여자들이 시우를 못 버티는데?”
정한서의 말에 이지아가 답했다.
이지아의 말에 잠깐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야……?”
나는 선유라가 들고 있는 알약을 바라봤다. 무언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생명의 마나……?’
알약에서 느껴지는 마나는 생명의 마나였다. 도대체 어떻게 선유라가 저걸 손에 넣었을까.
세계수는 나와 티타니아에게만 저 마력을 선물했다. 오베론에게 저 마력을 준적이 있지만, 그는 마왕과 협력하여 스스로 생명의 마나를 버렸다.
최악의 경우에는 가문내에서 요정족을 납치하고 그것으로 실험하고 있다지만, 요정족들은 그란데힐이 모두 관리하고 있다.
‘어디서 세계수와 관련된 걸 얻었나?’
……그러나 세계수와 관련된 물건을 얻었다고 해서 저렇게 쓸모없는 걸 만드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잠깐 주위를 둘러봤다. 여자들과 남자들 모두가 대단한 발명품이니,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느니 하고 있었다.
‘상상이상으로 여기 남자들 성기능이 안 좋은 건가.’
모르겠다.
세계수와 관련된 물건을 얻었다고 해도 그걸 정력제로 만들만큼 가치가…….
‘어?’
문득 선유라와 마지막으로 만났을때가 떠올랐다. 설마, 저거…….
‘아니겠지?’
아니어야만했다.
*
발표가 끝난 후.
선유라가 내 쪽으로 왔다.
“……발표 잘 봤어요.”
“자기, 나, 어, 어땠어?”
“그것보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나는 침을 삼켰다.
설마. 아니겠지. 라는 생각들이 스쳤지만, 점점 더 확신에 가까워졌다.
선유라가 가장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니까.
“저 알약 설마…….”
“…….”
선유라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다소곳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자기가 짐작한 게 맞을 거야.”
나는 황망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했는데, 그게 진짜라고?
“미, 미안. 먼저 말하려고 했었는데 가주님이 급하게 발표해버려서. 문자 몇 개 보냈었는데 못 봤어?”
“……내가 톡을 잘 안 봐서.”
내 잘못이 어느정도 있기는 하다.
더 정확하게는, 모르는 사람들이나 나를 유혹해서 한 몫 잡으려는 여자들에게서 오는 톡이 너무 많이 있다.
당연히 나와 관계를 맺은 애들도 있지만, 어디서 내 번호가 새었는지 그 여자들 말고 다른 데서도 많이 온다.
내 팬이라면서 재벌집 딸이라던가 연예인이나, 배우등도 있었고, 영웅들도 많았다.
그래서 중간에 핸드폰을 따로 만들고 여자들에게만 따로 번호를 줬다.
다만, 선유라는 그 과정에서 까먹었을 뿐.
“그, 그래도 자기가 저것을 만드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해줬잖아. 가주님이 이미 발표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힘이 엄청나거든? 나도 염치란 게 있는 사람이니까, 저걸 만든 사람은 자기 명의로 했는데.”
“근데 아까부터 자꾸 누구 자기라는 거에요? 설마 우리 시우?”
선유라의 말을 이지아가 끊으며 말했다. 얼굴은 싱글거리며 웃고 있었는데, 그게 더 무서웠다.
“……친하면 그럴 수 있지. 자기는 그냥 호칭이야.”
“흐음.”
이지아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간을 보듯이 선유라를 봤다.
“그런데 시우가 큰 공헌을 해줬다는 것은 무슨 말이에요.”
“지아야.”
“응?”
나는 지아의 어깨를 붙잡았다. 여기서는 듣고 싶지 않았다. 못해도 최소한, 우리 셋만 있는 공간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데.
“맞네. 여기는 대화하기 좋은 장소는 아니니까, 혹시 이 근처에 아는 장소 있어? 다른 곳에서 대화해도 여기 있는 마법사들이라면 어떻게든 알아낼것 같은데.”
선유라의 말에 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봤다. 남자들의 눈이 심상치가 않았다. 여자들의 눈도 심상치가 않다.
“……하긴, 보통은 남자는 여자 한 명도 감당하기 어려워하니까, 저게 정상이려나.”
“그런가?”
“응, 우리 시우는 다르지만.”
이지아가 밝게 웃으며 내 오른쪽 팔에 팔짱을 끼웠다. 그런데 가슴이 너무 큰 나머지 내 팔이 가슴에 묻힌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부럽다.”
“……사실 나 가슴큰게 좋았을지도 모르겠군.”
정한서와 타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선유라를 바라봤다.
“내 손 잡아.”
“헉, 설마 나도 허락해 주려고?”
“……아니, 텔레포트 마법을 쓰려고.”
원래대로라면 텔레포트 마법 쓰는 데에 접촉은 필요 없지만, 마력이 너무 무식하게 많아졌다.
막말로 초월경에 이른 마법사가 며칠에서 몇 달가량 만드는 궁극마법을 여러 개를 쏴야 마나가 바닥을 드러낼 지경.
마나가 무한정에 가깝다고 해도 반드시 좋지는 않다.
술식에 정확한 마나를 공급해야 하는데, 천수를 최대 출력으로 올려도 그게 쉽지 않을 정도로 마나가 차고 넘친다.
“그럼 간다.”
선유라의 손을 잡고, 나는 텔레포트를 이용했다. 중간에 상아탑주가 급하게 표정을 바꾸며, 무언가 마법을 쓰려고 했다.
가볍게 마력을 방출해서 차단.
정말 단순무식한 수지만, 마나가 넘쳐나는 나는 이렇게 해도 상관없다.
번쩍.
텔레포트로 집 근처로 이동했다.
집 근처의 부지는 모조리 사뒀다.
대부분의 목적은 원활한 성행위를 위해 상황극을 만들기 위해서. 그래서 방음도 확실하다.
“들어와.”
나와 이지아는 근처에 있는 집 하나를 열고 들어갔다. 내가 따로 쓸지 몰라서 미리 만들어둔 곳이다.
집으로 들어오고 나는 안으로 들어가서 선유라에게 안내했다.
“마실 거 줄까?”
이지아가 선유라에게 물었다. 선유라가 녹차를 달라 했고, 나는 물을 말했다.
나는 선유라를 바라봤다.
저 알약.
저기에는 분명 나와 관련된 물건이 있다.
‘불가능한건 아니지.’
일전에.
작년 히어로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상격에 들었었고, 그와 동시에 세계수에게 선택받아 요정왕이 되었다.
생명의 마나를 얻고 일월의 각인을 얻었을 때다. 그리고 그때 생명의 마나를 얻은 내 육체를 주체하지 못했고.
그대로 선유라와 관계를 맺었다.
‘씨발.’
나는 인상을 썼다.
암만 생각해도 저걸 남자들 입에 들어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알약 판매 중지해.”
“자, 자기야?”
어지간하면.
나는 나와 관계를 맺은 여자들이 해달라는 것은 들어줄려고 한다.
근데 이건 아니지.
내 정액이 남자들 입에 들어간다고? 진짜 지랄하지 마.
“내, 내가 자, 자기한테 말 안 한 게 자, 잘못이긴 한데, 그, 그래서 저작권을 주고 판권만 우리가 조금 할려고 했던건데…….”
“그런 문제가 아니야.”
내 기분이 굉장히 더럽다는 거다.
그란데힐이 부탁해도-그란데힐이 그걸 허락할 리가 없겠지만-진지하게 고민할까 말까 한 문제다.
“워, 원하는 건, 우리 가문하고 내, 내가 줄 수 있는 건 자기한테 다 줄게.”
선유라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의미심장한 어투였다.
“……미안한데 원하는 게 없는데.”
돈?
당장 내 돈만 해도 정말 많다. 거기다가 나는 요정왕이기도 하다.
당장 요정족들을 시켜서 아티팩트 몇개를 만들어 팔면 막말로 돈을 갈퀴로 모을 수 있다.
정 안되면 하메르나 에니스에게 빌려도 되고.
장비?
나를 제외하면 인간 마법사들 중에서 가장 강한 건 상아탑주다.
그런데 그 상아탑주는 육탄전을 즐기는 하메르나 아포리아보다 마법 실력이 달린다.
당장 에니스에게 부탁만 해주면 몇개를 뚝딱 만들어서 주니 이것도 문제가 안 된다.
권력 역시 마찬가지.
지금 협회는 마왕을 잡은 업적으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세상에 흩뿌리고 있다. 그리고 그 협회는 어느새 이연아가 홀랑 먹어버렸다.
김은정과 권력을 양분하고 있기는 하지만, 영웅이나 마인들은 협회의 주인을 이연아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이연아와 김은정은 나에게 굉장히 협조적이다.
‘진짜 얻고 싶은게 없네.’
내가 도대체 뭐가 부족하지?
여자? 많다. 정말 많다. 그 여자들은 심지어 사회에서 굉장히 권력이 있고, 돈도 많고, 무력도 강하다.
무엇보다 예쁘고 나에게 헌신적이다.
“그, 그래도 정력제가 있으면 자, 자기도…….”
선유라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말을 멈췄다. 아마 나랑 마지막에 관계를 맺을 때, 제발 그만 하라며 애원했던 것이 떠오르지 않을까.
“근데 그거 결국 생명의 마나만 필요한 거 아니야?”
이지아가 나에게 잔을 주었다. 그리고 공손하게 물을 따르며 말했다.
그렇네.
너무 충격적인 일이라, 나도 모르게 흥분했다.
“그리고 시우 정액을 이용하는 건 반대야. 내가 먹기에도 부족한데.”
“머, 먹어?”
선유라가 당황함에도 이지아는 내 왼쪽에 앉으며 머리를 어깨에 기대었다.
“응, 시우꺼 정말 맛있는데, 못 먹어봤어?”
이지아가 생글생글 웃었다. 그 어조는 굉장히 평탄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시우가 성장하니까 맛있게 변하더라.”
의미심장한 어조로 이지아가 말을 이었다.
“유라는 하고 싶지 않아?”
“어? 어, 당연히 나도 자기랑 하고 싶기는 한데…….”
“나는 시우가 괜찮다면 유라도 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시우는 어때?”
이지아가 은근슬쩍 내 팔에 가슴을 끼우고 은은한 어조로 말했다.
***
이지아는 생각했다.
이시우를 좋아하는 여자가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거라고.
다행이라 해야 할지, 불행하다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시우의 정력은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불안하기는 한데.’
그래서 다른 여자를 들이는 것을 다른 여자들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시우의 욕구도 왕성하다.
마왕을 잡았으니, 진짜 자신들도 커버하지 못할 여자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시우가 족족 넘어가지는 않지만, 흔들릴 위험도 있다.
그리고 혹시, 혹시나 약간의 불장난으로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었는데, 그 여자가 아이를 가지면?
그래서 여자들끼리 입을 이미 맞춰놨다.
만약, 이시우가 관심을 보일만 한 여자가 생긴다면 일단 지켜보기로.
그리고 샅샅이 조사해서 만약 조금의 흠이라도 있으면, 그걸 말하고 처리할지 안 할지를 정리하자고.
‘선유라 정도면 괜찮아.’
선유라 정도면 괜찮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지아라는 인물이 호의를 보인다면 선유라도 호의를 보여야 한다.
세력.
세력을 만들어야 했다.
자신은 부족하다.
이시우가 좋아할만한 말랑한 몸을 만들었지만, 나이에 비하자면 성취는 굉장히 뛰어나지만, 다른 여자들이 너무 강하다.
그렇다면 여자를 늘리면서, 자신과 함께할 세력을 만들자.
그렇게하면 다른 여자들이 하루를 차지할 때, 자신은 같이 관계를 맺으면서 하루 이상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김하린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이시우에게 덮치게 했었다.
이런게 바로 윈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