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바로 너희의 종착점이다.”
마왕이 말을 내뱉었다.
그것은 이미 하나의 선고나 다름이 없었다.
마왕이 가진 절대공명.
그것이 세계와 공명한다.
그것보다 반 호흡.
가장 빠르게 이시우가 반응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신격에 든 마왕에 대해서 몰랐다.
그러나 그가 모르는 마왕은 지금의 마왕일 뿐.
이시우는 한 때, 마왕을 최단 클리어 하기 위해서 그와 관련된 정보를 다 모았다.
이 세상에서 마왕 본인보다, 마왕에 대해 아는 것이 바로 이시우였다.
이시우가 통로를 활짝 열었다. 공허가 무너진 댐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쏟아졌다.
몸속에 잠든 힘을 개방한다.
생명의 마나, 신염, 뇌신들이 이시우라는 은하속에서 빛나는 행성같이 공전하며 힘을 북돋았다.
우우웅!
성의 천장 부분이 갈라진다.
그 위의 하늘.
그곳에서 마기의 폭풍우가 몰아쳤다.
절대공명.
그것이 세계와 반응해서, 이시우의 일행에게 종언을 고하고 있었다.
“이런……!”
“마왕을 공격해!”
당황하는 일행들을 향해 이시우가 외쳤다.
“성자님!”
-알겠습니다.
리버스.
모든것이 뒤바뀐다.
“허튼수작을!.”
-지금부터 모든 것들은 고정된다.
마왕이 선언했다.
절대공명의 힘을 이용해서 말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이미 세계의 법칙을 새롭게 만드는 것에 가까웠다.
세계가 그의 말에 반응했다.
종언을 고하는 마기는 세계로 환원되지 않았다. 그것은 살의를 가지며 문자 그대로 종언처럼 내려앉는다.
화아악.
구름같은 형태로 실체화한 마기가 내려 앉는다.
이시우는 여명을 들었다. 여명이 공허를 먹어치웠다. 짙은 보랏빛의 칼날이 솟았다.
실처럼 얇은.
그럼에도 마왕은 저것에게 가장 큰 위협을 느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가.’
그는 언제나 그랬다.
모든 회차에서 그는 언제나 마왕에게 위험한 존재였다.
대적불가의 마신과 영원한 꿈을 꾸는 존재를 제외했다면.
내려앉는 마기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공허의 칼날이 반월의 형태로 날아간다. 그것이 마기의 중심을 ‘끊어’버렸다.
마기가 방황한다. 마왕의 선언에도, 그것이 다시 세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공격들이 날아온다. 이연아가 주먹을 휘둘렀다. 에니스와 티타니아가 보조했다. 세계수가 티타니아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현신한다.
에니스의 손짓에 따라 수백 개의 상급 마법이 흩뿌려진다.
하메르가 용으로 화했다. 그녀의 입 주변에 마나 입자가 모인다.
주위의 온도가 올라간다.
화룡의 숨결.
입에서 방출된 불꽃의 섬광이 마왕에게 질주했다.
“귀찮구나.”
마왕은 다만 말했다.
세계가 마왕의 말에 동조했다.
우우우우웅!
그가 가진 특성이 절대공명을 강화했다.
세계를 증오하는 자, 마를 이끄는 폭풍.
세계를 증오하는 자.
세계를 증오하는 그의 의지에 반하는 존재를 용서하지 않았다.
마를 이끄는 폭풍
마왕성을 채운 농밀한 마기가 그를 감쌌다.
그리고.
-막아라.
그는 다만 말했다.
세계가 그의 말에 공명한다. 마기가 방패로 화한다. 화룡의 숨결을 막고, 에니스가 날린 수백 개의 상급 마법을 막았다.
-너는 거슬리는구나.
마왕이 티타니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기가 창으로 화했다. 족히 20m는 될법한 길이의 창이 티타니아에게 솟구쳤다.
-이거 살벌하구만.
한석우가 창을 휘둘렀다.
찌르기.
간단한 찌르기가 공간에 녹아내렸다. 수백 개의 파장이 쏘아진 마창을 공격했다. 만인지적. 한 번의 휘두름으로 그 공격을 복사한다.
콰아아아앙!
한석우의 공격이 마창을 막았다. 그럼에도 한석우는 눈을 찌푸렸다.
‘이거 안 좋은데.’
그는 조금 전 일격으로 마왕을 공격할 준비를 했다. 수백 개의 파장에 힘을 꽤 들이부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공격은 마왕에게 닿지 않았다.
이연아와 아포리아가 움직였다.
이연아가 주먹을 휘둘렀다. 마왕은 적임에도 감탄했다. 그녀의 공격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한 점의 흠도 없는 완전하고 무결한 주먹이 마왕에게 향했다. 아포리아가 위에서 아래로 흉포하게 주먹을 내리찍었다.
-오라. 나의 군세여.
그의 말에 마기가 솟구쳤다. 마왕성을 에워싼 마기가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인간의 형태로 화한 존재들.
그것들이 이연아와 아포리아에게 달라붙어서 그들의 공격을 막았다.
“헛수작을.”
“귀찮네.”
이연아와 아포리아는 한 걸음 물러났다.
그들은 초월경에 이룩했지만, 마왕이 수하로 부른 이들의 기세 만만치 않다.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이길 수 있지만, 마왕을 상대하면서 그들을 완전히 압도하지는 못한다.
-핫. 다들 꼴이 말이 아니구만.
한석우는 유쾌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유쾌하지 않았다.
마기가 갖춘 형채.
그것은 한 때 그의 동료였으니까.
“이시우, 너만 동료를 쓸 줄 아는가?”
마왕의 말에, 그 말을 무시하며 이시우는 웃었다.
“성자님 부탁합니다.”
-네, 다행이군요.
이시우의 말에 성자는 웃었다.
***
마왕은 시간 축을 걷는다.
그 일은 회귀자가 있던 시간대.
그리고 윤승하와 윤채린이 반복하는 시간 속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추측은 맞았다. 마왕은 이 성자에 대해서 몰랐다.
‘그러면 죽어야지.’
성자는 그 시간축에 속하지 않았다.
그는 마왕이 봉인된 후에, 스스로를 희생하여, 마물들로부터 사람을 구원했다.
리버스.
그리고 딜레마.
그리고 다른 능력이 하나 더 있지만, 지금의 성자는 공허로 유지되어 있는 몸이다.
‘아쉽네.’
그 능력이 있다면 마왕을 더 쉽게 잡을 수 있는데.
하지만 그 능력은 공허로 화한 성자는 쓸 수 없다. 그렇다면 저 두 가지 만으로 쓰러트리면 된다.
리버스는 마왕에게 막혔다.
그렇기에 마왕은 지금 안심하고 있다.
나는 통로를 열어젖혔다. 성자의 어깨에 공허를 보급했다.
공허가 들끓는다
-리버스.
그리고 모든것이 반전한다. 대부분의 공허가 사라졌다. 순간, 탈력감이 덮쳤지만, 나는 웃을 수 있었다.
마왕이 만든 수하들이, 다시 사라지기 시작했다. 주변에 들끓는 마기들이 ‘마나’로 화하여 다시 세계를 구성하기 시작한다.
“……뭐?”
마왕은 일순 당황했다. 그러나 대응은 빨랐다.
-모든것은 원상태로 돌아간다.
마왕의 선언에 다시 모든것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딜레마.
성자가 능력을 발동했다. 순간의 탈력감이 공허가 사라짐에 따라 탈력감이 더 심해졌다.
그러나 결과는 좋았다.
모든것이 되돌아가려는 순간, 마왕의 수하들만은 재로 바뀌어 사라졌으니까.
‘안 쓰는 건가?’
나는 의아해하며 마왕을 봤다. 마왕에게는 상대의 능력을 강제하는 힘이 있다.
그것이라면 리버스나 딜레마──저 능력 중 하나를 봉인할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어쨌든 나는 세계를 열어서 성자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원영신을 발동했다.
우우우웅!
파동이 주변을 휩쓸며, 육체가 영혼으로 화한다.
여명을 들었다.
그리고 도약.
한순간에 몸이 솟구친다. 목표는 마왕. 여명을 휘둘렀다.
마왕이 반격한다.
그저 단순한 손짓. 그렇지만 깔끔한 일격.
특징이 없는 공격이지만, 무진장에 가까운 마기를 두른 손짓은 그 자체로도 압도적인 폭력이었다.
쩌어어어어어엉!
공간이 붕괴한다. 마기를 두른 손짓으로 압박한다.
‘돌겠네.’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공허를 휘감은 여명은 마기를 가르며 마왕의 공격을 막고 있다.
그러나 스치는 압력만으로 찌부러질 것 같았다.
압도적인 스텟의 차이. 검과 주먹을 마주하는 것으로도 몸이 덜덜 떨리고 있다.
‘무슨 수를 써서든 지금, 여기서 죽여야 한다.’
시간이 점점 가면 갈수록 아락셀은 자신의 능력에 익숙해질 것이다.
공허의 통로를 활짝 열었다. 공허가 검기로 피어올랐다.
얼굴에 피어나는 감정은 당혹.
공허의 검기가 마왕의 마기를 잡아먹는다.
마기라는 힘을 가르며, 마왕에게 도달하기 시작한다.
다른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모두가 달려들었다.
아포리아가 하늘에서 아래로, 이연아가 등 뒤를 점한다.
티타니아가 세계수에 동조하며 부정한 기운을 불사르고, 정화한다.
이철주가 아래에서 위로 공격했다. 한석우는 빈 공 간을 모조리 창격으로 매웠다.
-정말로 짜증나게 구는구나!
마왕이 일갈했다.
마기가 넘실거린다.
한없이 응축되고, 그것이 동조했다.
-천리天理.
-지금부터 이곳은 나의 영역이다.
사특함을 몰아내는 것들이 모조리 마기에 집어 삼켜진다.
동시에 이곳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뒤바뀐다.
절대영역.
마치 티타니아가 세계수의 힘을 끌어온 것처럼 말이다.
나는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났다.
-현현.
-나의 부하들아 모습을 드러내라.
마왕의 말에 땅에서부터 마기가 솟아오른다. 온갖 종류의 마수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계를 열었다.
우리가 마왕을 이길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숫자의 폭력.
마왕의 손이 편해져서는 안 된다. 한 명이 쓰러지는 순간 도미노처럼 쓰러질 테니까.
“성자님.”
-리버스.
모든것이 뒤돌아간다.
되돌아가기 직전, 마왕이 선언했다.
“선언한다. 지금부터 이 장소에서 너는 능력을 쓰지 못한다.”
일백벌계의 폭군.
상대의 능력을 강제하는 용도다.
‘지금 쓰는 건가.’
나는 마왕에 대한 능력들을 떠올렸다. 처음에 리버스를 썼을 때, 당황했었다.
마왕이 지금까지 한 행동들.
한 가지 정답이 유출되었다.
‘능력이 너무 강해져서,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혹은 능력을 너무 과신해서 오만해졌다.
어처구니가 없는 답이다.
그러나 이것이라면, 지금까지의 행동들이 다 이해가 간다.
나는 공간을 박찼다. 영혼으로 화한 육체와 혼원체.
그 두 가지 덕분에 나는 공간을 박차서 마왕에게 돌진했다.
공허를 검에 두르고 검 두 개를 교차하듯이 휘둘렀다.
-너는 나에게 도달할 수 없다.
마왕이 선언했다. 내 몸이 영문모를 힘이 작용한다. 그러나 원영신은 공허의 힘으로 만든 육체──.
혼원체에 있는 회색의 마력이 반응한다. 영문모를 힘을 약화시키고, 약화된 힘은 공허의 힘으로 끊어버렸다.
“무슨…….”
마왕이 당황해 하며 팔을 교차해서 내 공격을 막으려고 했다.
쩌어어어어어어어엉!
공간을 우그러트리며, 여명과 레바테인이 마왕의 양팔을 베어냈다.
“노오오오옴!”
마왕이 한 행동은 간단했다.
마기를 무진장에 가까운 숫자로 응집해서 임시적인 팔을 만들어, 나를 후려쳤다.
‘데미지는 좀 있나.’
원영신.
공허로 응집된 내 육체는 어지간한 힘 따위는 모조리 씹어먹는다.
그러나 하늘을 뒤덮을 수 있는 마기를 팔 하나로 응집해서 후려친 마왕의 마기가 문제였다.
육체가 추락한다. 마왕성의 지하 깊은 곳까지.
콰앙!
얼마나 아래로 떨어진거지. 착지하자마자 바로 위로 고개를 돌리다가 감각이 나를 붙잡았다.
고개를 돌렸다.
벽면.
그 너머에 무언가가 있다.
우웅.
검은색의 왕관이 내 머리 위에 씌워졌다.
나는 홀린 듯이 벽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벽을 부쉈다.
벽 안에는 시체들이 있었다. 정확하게 15개의 시체가.
시체들의 모습은 익숙했다.
키나 분위기 같은 것들이 전부 다르지만, 그 원형은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것은 전부 이시우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