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285화 (285/298)

주변이 적막했다.

공기가 내려앉았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에서 조금 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모를 사람은 없다.

“저 나이에 초월경이라고…?”

“한 나라에 한두 명이 나올법한 천재가 생사결을 100번 겪어도 도달하지 못할 경지를 고작 아카데미 학생이 도달했다고?”

나를 보는 시선들이 느껴진다.

흥미로운 시선이 하나, 나머지는 대부분 경악 어린 표정이거나 불가해(不可解)한 괴물을 보는 표정들이었다.

‘나쁘지는 않네.’

나는 신성력을 끄집어내 아수라를 치료해 줬다.

“신성력 마저 다루는 건가.”

“마법도 쓴다고 들었다. 하나만 익히기 힘든 공부를 최소 세 개나…….”

어느정도 치료를 하자 아수라가 정신을 차리려는 기색이 느껴졌다.

아수라가 눈을 떴다.

“……맙소사, 이 경지에 이르고 한방에 쓰러질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는데.”

그리고는 나를 잠깐 보더니,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내가 실력을 인정 못 한다고 했었지? 그 말 취소하겠다. 한국은 정말 무서운 전력을 숨기고 있었군.”

아수라는 멋쩍게 웃으면서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

화해의 제스처에 나도 아수라의 손을 잡았다.

“혹시나 해서 묻는 말이지만, 이시우가 마왕 타격 부대에 있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더 있나?”

김은정의 말에 좌중이 침묵으로 가득 찼다.

“없는 것으로 알겠다. 그럼 마물 토벌 조 명단을 발표하겠다.”

김은정은 차례대로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래 봤자 우리 조를 제외한 전부가 마물 토벌과 관련된 조다.

나는 혹시 쓸만한 특성이 있는 사람이 없나 사람들을 훑다가 구석 끄트머리에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별 네 개가 달린 남자들이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있었다.

하긴, 그럴만했다.

이곳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 마왕을 죽이기 위한 논의를 하는 장소. 이 장소에 끄트머리에 있다는 것만 해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사람들뿐이었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다. 의견이 있는 사람은 있나?”

의견은 없었다.

협회에서 영웅들을 면면히 분석해서 나눈 팀은 사적인 감정을 끼워 넣지 않았다.

만약 잘못해서 책을 잡히면 바로 마인으로 오해받는 것도 있었고, 마인과 거래를 했던 이들은 이연아가 한번 물갈이를 싹 했기 때문이다.

“그럼 작전 시작은 내일 오후 2시로 하겠다. 다들 컨디션 관리를 잘하도록.”

김은정의 말을 끝으로 해산했다.

나는 재빠르게 바깥으로 나갔다. 왜냐하면, 영웅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작전 시작은 내일 오후 2시지만, 우리는 저녁에 바로 움직였다.

“만일을 대비하는 거지. 이곳에 집결한 영웅들의 수만 천여 명이 넘는다. 마인과 거래를 하지 않은 영웅들이 있겠지만, 그들 모두가 입이 무겁다고는 할 수 없지. 어디선가 작전이 샐 수 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상아탑에서 탑주가 환상 마법을 걸고 빠져나왔다.

그리고 단숨에 워프게이트 앞으로 향했다.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탁한 공기가 느껴졌다.

우리는 한쪽을 바라봤다. 시야 한쪽에 성채가 보였다.

마왕이 거주하는 마왕성.

“……팔자도 좋군. 마물의 왕따위가 성을 짓고 살다니.”

“잡담은 그만.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한다. 다들 조를 짜고, 이동하도록.”

워프 게이트는 혹시나 마왕이 사용할 수 있을까 봐, 전방에는 영웅들이 항시 배치되어 있으며,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워프 게이트를 바로 부술 수 있는 설정 등이 있었다.

“저희는 저희가 알아서 움직일게요.”

“그래.”

내가 말하자 김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이걸 부숴라.”

김은정이 흑요석이 박힌 목걸이를 하나 건넸다.

그녀가 가진 힘은 뇌광.

번개가 있다면 마력이 허용하는 거리는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다.

그녀가 가진 힘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살아서 봬요.”

“그래, 너도 살아서 보자.”

김은정이 희미하게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왕 타격 조로 향했다.

아포리아와 삼왕, 이연아.

여기에 정숙한 처녀와 콜렉터의 세계에 들어있는 영웅들.

보기만해도 든든했다.

“가자.”

우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왕에게 향하는 길은 위험하다.

이곳은 마왕의 터전으로 유명하다. 마물들도 마물들이지만, 마왕이 세계와 공명해서 마물들을 일시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위험했다.

‘마냥 위험한 것도 아닌가.’

아파트 10층 크기를 가진 거대한 소인간이 보였다.

미노타우르스.

마기에 물든 미노타우르스가 포효했다.

“우오오오오────────!!”

거기서 느껴지는 힘은 강대했다. 낮게 쳐줘도 최상격에 일각. 이 세계는 신화와 관련되는 순간 낮게 잡아도 상격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다.

그러나 이곳에 모인 전력은 전부 초월경.

-내가 가지.

괴력난신의 영웅, 이철주가 움직였다.

-흐읍!

주먹을 뻗었다. 그의 주먹에 무언가가 깃든다. 이해불가한 괴력. 괴력난신. 능히 산을 힘으로 뽑아 올릴 괴력이 온전히 뻗어 나갔다.

그에 맞서는 미노타우르스가 한 행동은 간단했다. 몸을 젖히고 도끼를 휘둘렀다.

콰아아앙!

주먹과 도끼가 부딪친다. 그 결과는 주먹의 압도적인 승. 도끼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산산이 조각나며, 힘을 잃지 않고, 미노타우르스의 배를 관통했다.

끼이익-그 때, 무언가 응축되는 소리가 들리면서, 하늘 위에서 마기가 쏟아졌다.

그 대상은 미노타우르스.

모든것이 검게 물든다. 검은색의 뿔이 악마의 뿔처럼 자라고, 등 뒤에는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발록.

그림자의 힘이 담긴 채찍을 들고 불꽃의 힘이 담긴 도끼가 보였다.

-핫, 진짜 가지가지 하는군.

나는 발록을 봤다.

느껴지는 힘은 방금 전보다 못해도 3배 이상.

‘무슨 수작이지?’

노골적인 느낌이다.

시간을 끌기 위한 수.

그러나 당황스러울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고, 우리가 부상을 입더라도 자신에게 다가가기 원하는 느낌.

“아포리아. 마왕이 시간을 벌 절도의 계획이 있을까?”

“……모르겠군. 그 놈이 가진 것들은 하나같이 이상하다. 마치 범인이 생존을 위해 한 수, 한 수를 비장의 무기처럼 모아놓은 느낌이다.”

그 말대로, 마왕은 비장의 수가 너무 많다.

그리고 나도 마왕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 마왕은 무언가를 빌미로, 자신과 거래했다.

그것도 평행세계…아니, 전 회차의 이시우와.

시간이 오래 걸릴 능력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면서 세계를 열었다.

‘상대의 강함이 미지수다.’

여신과 아포리아가 말했다.

마왕은 지금까지의 마왕과는 다르다고. 여기서 내가 가진 패를 굳이 꺼낼 필요는 없다.

나는 혁월을 꺼냈다.

“네가 상대해라. 발록을 잡으면 우리 쪽으로 오고.”

-핫.

혁월은 아직도 불안하다. 여러가지 안전장치로 옭아 매었지만, 저 녀석쯤 되면, 안전장치를 빠져나가는 꼼수는 수십 개는 가지고 있을 터.

그렇다면 여기서 버리고 가는 것이 맞다.

혁월을 버리고, 우리는 마왕성으로 향했다.

발록에게 힘을 쏟은 탓인지, 나름 순조롭게 마왕에게 당도할 수 있었다.

“여기다.”

아포리아가 성 앞에서 말했다.

나는 성을 쳐다봤다.

아포리아가 말하지 않더라도 느끼고 있었다. 이곳에 마왕이 있는 것을.

성에는 어마어마한 마기가 치솟고 있었다.

“……맙소사. 도대체 뭘 한 거지?”

“어마어마한 착오다. 그동안 마왕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압도적인 힘으로 지구를 멸망시키기 위함이었던가.”

모두가 절망했다.

아포리아가 입을 질끈 깨물고는 나를 바라봤다.

“아직도 그대로인가?”

“……응. 마왕을 물리쳐서 행복하게 살자. 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은데.”

침이 절로 삼켜졌다.

마왕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그래도 아직은 할만 한 것 같아.”

나는 성자를 바라봤다. 아직 쓰지 않은 그 힘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혼원체의 힘과 혼원체로 바뀌면서 얻은 능력치들도 있다.

여기에 삼왕과 이연아도 있고, 13익의 인물 중 2명이 있다.

“가자.”

성 안으로 들어오자 끈적한 마기가 공간을 휘감았다.

점점 안으로 들어갈수록, 마기는 더욱 농밀해졌다.

그리고 안쪽 끝에, 문이 하나 있었다. 그 문 틈새로 자신의 마기를 주체 못하는 듯, 말도 안 되는 마기가 느껴졌다.

끼익-.

문이 저절로 열렸다. 시야 끝에는 마왕이 왕좌에 앉아서 나른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감정.’

마왕의 상태창이 망막으로 떠올랐다.

나는 당황했다.

마왕의 힘이 생각보다 더 강해서.

……마왕의 능력치는 이랬다.

이름 : 아락셀

근력 : 99

민첩 : 99

체력 : 99

마력 : 99

고유능력 : 절대공명(Ex)

특성 : 일백벌계의 폭군(S++), 세계를 증오하는 자(S++), 마를 이끄는 폭풍(S+), 마왕의 혈통(A++) 외 45개.

“환영한다, 용사들.”

마왕이 팔을 두 팔로 뻗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여기가 바로 너희의 종착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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