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남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수 많은 영웅이 있었다. 히어로 아카데미의 종착점.
‘맙소사, 저건 원탁의 기사들…….’
원탁.
영국에 있는 무력 집단이다. 원탁에 입단하려면 최소 조건이 중상격인 영국 최강의 집단이며, 영국의 자존심.
최근에 있던 붉은 용 사건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지탄을 받았지만, 강한남이 생각하기에는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묵시록의 붉은 용이라 불리는 그것은 괴물이라 불리기에 마땅한 것이었다.
그들 뿐만 아니었다.
프랑스의 12기사. 중국의 무림맹, 일본의 검성을 위시한 무력집단 야타가라스, 인도의 천룡팔부 집단 등.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집단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한국은 그중에서도 유달리 튀었다.
협회에서 최대 전력이라 칭해지는 멸망의 번개, 김은정.
그리고 김은정 옆에서 살짝살짝 웃는 장신의 여성-이연아라 불리는 여자가 나타나자 주위에서 놀라는 반응이 일었다.
“맙소사, 이연아가 나온다고?”
“최강의 귀환자가 왔다면, 할 만하겠군.”
“그러고 보니 이번 마왕 토벌전에 13익의 영웅도 참가한다고 하더군.”
“13익이?”
강한남은 귀에 집중했다.
회귀자의 13명의 동료. 그들은 회귀자가 마왕에게 패배하고, 그들 대부분은 종적을 감추었다.
한 명쯤은 남을만했지만, 그들 모두가 잠적해서 세간에는 정보가 거의 풀리지 않은 이들.
“그렇다는군. 무신, 혁월부터 시작해서 괴력난신의 이철주, 만인지적의 한석우가 참가한다는군.”
“전설이 셋이나…….”
마왕 토벌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전설도 고작 셋. 이연아란 존재가 회귀자와 맘먹는다고 해도, 마왕을 이길 수 있나?”
“무엇보다 저쪽에는 붉은 용이 있다. 고작 이런 전력으로 이길 수 있나?”
부정적인 감정들.
강한남도 그들의 말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보호받아 마땅하였지만, 히어로 아카데미는 그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중격에들어갈 인재나 그 이상의 인재들은 모두 소집했다.
1학년 중에서는 바티칸에서 온 릴리의 소녀나 장미의 왕자등이 참가했고, 2학년 중에는 정말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임나연, 한종우, 김하린, 은수아부터 시작해서, 윤승하와 윤채린도 참가했다.
‘씁, 참여하면 인생 활짝 피는 건데.’
강한남은 고민했다.
그러나 점점 참여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1학년 학기 초.
이시우를 괴롭힌 주범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시우는 그럴 낌새가 보이지 않았지만, 만약 마주쳐서 이시우가 그것을 트집 잡으면?
끝이었다.
자신이 이제 곧 중격을 본다고 하지만, 차이가 너무 났다.
인류의 희망이라 불리며, 자신과 같은 나이인데 최상격에 진입한 이시우라면 자기 한 명쯤 끝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강한남은 한가지 속셈을 더 더했다.
옆을 쳐다보았다.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들이내쉬는 아야네가 보였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장신구로 틀어올린 머리카락.
정확한 경지는 잘 모르겠다.
샤오메이와 함께 사라진 채, 어느새 모습을 드러냈더니 몇 단계는 껑충 뛰어올랐다.
‘사촌 형이 깝치지 말라 했었지.’
강한자가 비교한 대상이 은수아였다.
그러나 강한남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꽤 컸다고 생각한다.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줘서 반하게 하는 건 다른 이야기지.’
그리고 아야네는 한국 국적을 얻고 싶어했었다.
한국은 국적 취득이 굉장히 까다롭기에 결혼 국적이 실로 현실적이었다.
어느새 상상속에서 아야네와 손주까지 본 강한남.
그러다가 보았다.
이시우가 어디선가 나른한 표정으로 등장하자 그 옆에서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그를 보는 아야네를.
‘…….’
강한남은 다만 한숨을 내쉬었다.
***
전 세계의 영웅들을 모아놓고 마왕한테 도전한다.
그림 자체는 괜찮지만, 지금 바로 시도할 수는 없었다.
영웅들을 성향이 맞는 이들끼리 배치해야 되고, 그 과정에서 마인들을 걸러낸다든가 등의 일이 남아 있다.
‘내가 안 해서 정말 다행이다.’
물론 이걸 그란데힐이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공허족이나 용족은 물론 여러 종족이 같이 협업하는 케이스다.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 집단은 많았다.
그 중에서 협회와 바티칸이었는데, 협회가 결국 바티칸을 밀어내고, 자리를 잡았다.
가장 갈려나가는 건 협회다.
나는 영웅들을 바라본 다음 시선을 돌렸다.
단상 위.
그곳에는 윤채린이 엄숙한 표정으로 있었다. 윤승하는 평소와 같은 나른한 표정으로 있었고.
‘슬슬 생길 때가 되었는데.’
한 달 주기로 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능력.
평행차원의 이시우의 능력이 필요했다.
랜덤성이 짙은 능력이지만, 그래도 평행세계의 ‘나’라는 특이점은 내가 실망할만 한 능력을 주지 않았다.
주체가 나라서 그런가.
그래서 더욱 기대되었다.
이 세계의 주인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인 윤승하와 윤채린의 곁에 있던 나는 어떤 능력을 소유했을까-하는 기대가.
그런 기대를 하고 윤승하를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윤승하가 헤실-눈웃음을 흘리고는 입모양으로 말했다.
-하고 싶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멈칫했다. 지금은 분위기가 좋지 않다.
영웅들이 많다.
이 말은 온갖 이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윤승하가 남자일 확률을 들킬 수 있다.
패널티를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 있지만, 아직은 좀 불안했다.
거절을 표시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목표는 수련장.
남은 시간이 얼마 없지만, 조금이라도 힘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수련장으로 향하는 길.
김은정과 만났다.
“음? 꼬맹이. 수련장에 가는 것이냐?”
“네. 남은 시간에 힘을 좀 점검 해보려고요.”
“좋은 마음가짐이다.”
김은정이 음-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그러자 유아독존이 반응했다.
내 머리위로 검은색의 왕관이 나타나더니 시야가 뒤바뀌었다.
*
‘이런.’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뭐, 나쁘지는 않다.
윤승하나 윤채린과 함께 한 내가 강할 거라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무조건은 아니다.
어쩌면 그 둘을 보조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능력을 서포팅에 할당했을지도 모를 일.
그리고 여자가 많은 내가 무조건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라.’
나는 당황했다.
김은정의 시야 아래에 내가 팔굽혀 펴기를 하고 있었다.
김은정이 된 시점에서 나랑 그녀가 연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내 모습이 이상했다.
‘15살?’
잘 쳐줘도 15살로 보이는 내가 보였다.
신체를 작게 하는 특성들이 떠올랐다.
‘다섯 개의 성흔, 성백의 가운, 천리의 날개.’
특성들을 떠올리다가 묘한 느낌에 나는 김은정을 봤다.
‘…….’
김은정이 15살로 보이는 나를 보면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볼에 홍조를 띤 채로.
*
충격적인 장면을 본 뒤일까.
김은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상해지려는 것을 참았다.
그리고 천천히 내가 얻은 힘에 대해서 생각했다.
‘음.’
얻은 힘은 개기일식의 황혼.
개기일식의 황혼의 능력은 간단하다.
상대의 힘을 봉인하는 종류의 능력이다.
애매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나쁜 것은 아닌데, 원영신이 있어서 굳이 이걸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랭크가 오른 것에 만족해야 하나.’
나는 김은정을 뒤로하고 수련장으로 향했다.
수련장에서 개기일식의 황혼의 힘을 몇 번 써봤지만, 역시 애매하다.
능력 자체는 좋은데 원영신을 대신할만한 게 아니라는 느낌.
아쉬움을 뒤로하고 훈련에 매진했다.
세계를 열어서 혁월을 불렀다.
혁월이 세계에 속하는 순간, 여러가지 제약으로 그는 내게 순순히 협력하게 하였다.
그리고 나는 혁월과 영웅들, 이연아와 함께 검을 다듬었다.
아포리아와 대련을 하거나, 요정족들을 시켜서 내가 알고 있는 던전에서 좋은 아이템이나, 특성을 주는 단들을 얻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
“다들 작전은 다 숙지했나?”
김은정이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작전은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호주에 있는 마왕을 타격하기 위한 부대.
둘째는 호주에 있는 마왕의 수하들을 타격하기 위한 부대로 말이다.
내가 속해 있는 조는 당연히 마왕을 타격하기 위한 부대.
이 부대는 인원이 정말 적다.
이연아와 나, 그리고 아포리아. 그리고 삼왕.
원래대로라면 엘도르도 참전하려 했으나, 아포리아가 막았다.
지금 마왕은 너무 강해서 신성력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후방으로 배치했다.
삼왕은 모두 임신했지만, 그래도 아직 초기인데다가, 혹시 모를 사태를 위해서 동행한다.
“그런데 마왕 타격 부대에 저 애송이가 있어도 괜찮습니까?”
김은정의 말에 누군가 손을 들고는 말했다.
갈색빛의 피부를 가진 인도인이었다.
‘천룡팔부인가.’
인도쪽에 대표적인 무력 집단이다.
구성 인원은 8명. 스스로 ‘신’이라 칭하는 주제에 최상격을 넘어서는 이는 두 명 뿐이다.
그리고 지금 입을 비죽이며 손을 든 사람이 바로 최상격에서 13위에 있는 아수라라 불리는 남자.
“이시우 말인가?”
“네, 암만 봐도 허우대 멀쩡한 거 빼면, 너무 약해 보여서요. 느껴지는 힘도 그렇게 쌔지 않고.”
“흐음.”
김은정이 나를 바라봤다.
김은정도 내 힘에 대해서는 어느정도인지 모른다.
대부분의 영웅도 그렇다. 내가 전력을 꼭꼭 숨겨놔서.
그나마 알아볼 사람들은 미국에 있던 영웅들이나 영국에서 아포리아가 깽판을 칠 때 있던 영웅들인데, 그들 대부분은 죽거나, 나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연아의 강력한 추천이 있기 때문에 내가 여기에 있는 거지.
“실력 증명을 하면 되나요?”
“뭐, 그렇지.”
호전적인 미소를 보이는 아수라를 향해서 한 걸음 내디뎠다.
내 몸이 아수라의 진척까지 도달했다. 내 속도에 놀란 아수라가 무언가 반격을 하려 하지만.
은하가 증폭한다.
콰득.
압도적인 힘으로 공간채로 아수라의 반격을 짓눌렀다.
콰아아아앙!
아수라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었다. 주변에서 놀란 감정들이 느껴졌다.
“뭐, 이정도는 합니다.”
아수라에게 말했지만, 아수라는 기절해 있었다.
이런. 너무 쌔게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