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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276화 (276/298)

탑에 들어가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곳에서 더는 성장하기 힘들 것 같다. 내 수준이 너무 높고, 이곳에 남은 재화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탑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장소이기에 거기서라면 힌트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걸리는 것이 있다.

오만한 용과 마왕. 그 둘이 치고 들어온다면, 내가 탑에 들어가 있을 동안 지구를 지킬 사람이 없다.

삼왕이 있다고는 하지만, 삼왕도 현재 전력이 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하메르랑 에니스, 티타니아가 사이좋게 임신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한번에 셋이나?”

조금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경사기는 했다.

시간이 충분하다는 가정 하에는 말이다.

“미안하게 되었다. 관련 마법을 걸었는데 한번에 세 명이나 임신할줄은……. 최소한 나라도 참았어야 했는데.”

“아니, 아니다. 본녀랑 에니스가 부추긴 탓이 컸지……용족은 아이를 한 번 낳기 위해서는 최소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허족도 마찬가지야. 음, 이건 좀 많이 곤란한데.”

머리가 조금 아팠다.

에니스, 티타니아, 하메르. 모두 곤혹스러워하고 당황스러워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택하여 임신하려고 한다.

“원래대로라면……가장 먼저 임신한 사람을 제외하고 아이를 없애자고 생각했는데.”

“하지 않아. 아니 한다고 해도 할 사람은 없을걸.”

에니스가 답지 않게 조금 차갑게 말했다.

“우선 진정하시죠. 먼저 아이를 포기할 사람은……없겠죠?”

“임신한다는 감각은 처음이지만……이 아이는 포기할 수가 없군.”

“종족의 장으로 생각해도 무리야. 이 아이는 분명 나를 뒤이어 종족 전체를 이끌 존재야. 체내에서 미약하지만, 공허의 힘을 품고 있거든.”

“저도 마찬가지예요.”

“본녀도다.”

셋이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그럼 세명 전부 임신한 거면, 다들 아예 이쪽으로 오는게 어때요?”

“요정족에 몸을 맡기라는 소리인가?”

“음, 우리가 터전을 옮기면 여러가지 귀찮기는 한데……우리 아이보다는 중요하지 않지~.”

에니스가 방긋-웃고는 내 옆에 팔짱을 끼었다.

“그래서 요정왕. 아이의 이름은 생각했어? 네가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나는 요정왕이 우리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면 좋겠는데.”

“부군. 나도 그대가 우리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면 좋겠다.”

“……본녀도 마찬가지다. 아직 본녀는 그대가 본녀의 뿔을 잡고 막, 함부로 다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그대가 이름을 지어주면, 더, 더 만져도 된다.”

“이름은 나중에.”

이름을 지금 아무렇게나 지을 수는 없다.

내 첫 아이들이기도 하니, 의미 있는 걸로 지어줘야지.

“그럼 우선 그란데힐.”

“네.”

나는 그란데힐에게 이것저것 지시했다. 아무래도 티타니아는 이런데에 약한 부분이 있기도 하고, 내가 지시하는 게 정확하기 때문이다.

지시사항을 들으며 조용히 찾잔에 차를 따르던 그란데힐이 이상을 보였다.

“웁!”

헛구역질을 했다.

……설마?

티타니아가 헛구역질을 하는 그란데힐을 잠시 살폈다. 그러다가 헛웃음을 지었다.

“……첫 번째는 데힐이었나.”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아니, 이 경우에는 우리가 고양이인가?”

“어쨌든, 본녀는 바로 패룡단을 부르도록 하겠다. 당분간 이곳에 신세를 좀 져야 될 것 같군.”

“나도~. 아, 혹시 요정왕 하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 임신했다고 하지만, 우리 정도면 임신을 한 정도로 섹스하는 데에 영향을 주지 않거든.”

“하고 싶어지면.”

“……부군이 성욕을 참다니.”

조용히 경악하는 티타니아와 어딘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란데힐이 있었다.

그런게 아니다.

내가 지닌 성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변강쇠가 진화해서 이렇게 된 것일 뿐인데…….

***

이것저것 토의를 한 뒤. 밖으로 나가는 길에 엘도르가 보였다.

“아, 용사님. 찾고 있었습니다.”

“응? 날?”

“네. 여신님의 신탁이 왔습니다.”

“신탁?”

나는 의아해했다.

엘도르는 여신이 직접 만든 신검이기는 해도, 보통 여신이란 존재는 겸손한 자를 통해서 신탁을 내리고는 한다.

이유는 짐작이 간다. 겸손한 자는 바티칸의 얼굴이고, 가장 강한 무력을 상징하니까.

그런데 조금 찝찝한 게 하나 있었다. 그 이야기를 엘도르에게 하니까, 굉장히 뭔가 걸리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서.

“네, 신탁입니다. 아마도. 마왕은 당분간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마왕이?”

나는 당황스러워했다. 마왕은 오히려 지금 움직이기에 적기일 텐데.

“네, 다만, 다음에 마왕이 나타나게 된다면 정말로 위험하니, 굉장히 조심하셔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어딘가 걸리는 얼굴로 엘도르가 말했다.

“다만……여신님 께서는 이렇게 위험하다고 강조한 적은 처음이셔서, 걱정되는군요.”

“그래?”

“네. 보통은 인간에게 달라붙는 기생충이나, 새하얀 도화지에 묻은 얼룩 같은 존재들이라고 보통 표현하시는데…….”

“…….”

엘도르가 마인과 대적할 때 나온 험한말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튼 용사님. 신탁의 내용이 조금 심상치 않습니다.”

“그런것 같네.”

엘드로와 키스를 하고 오늘도 일을 열심히 하란 의미에서 엉덩이를 토닥거리고 보내준 다음.

나는 마왕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마왕이 자리를 비운 다라.

무슨 수를 쓰려고 그러지?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부상했다.

마왕이 가진 능력과 특성들을 조합하면서, 원영신을 가진 이시우가 마왕이랑 한 이야기를 떠올려봤다.

그곳에서의 나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 세상을 떠나고 싶어 했던 것 같았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닌가.’

그의 눈에 보였던 감정은 증오였다. 세상 전체를 싫어하는 마인의 눈과 비슷할 정도였으니까.

문득 그가 다루는 시간 축을 걷는 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한 유저가 커뮤니티에 써두었던 하나의 망상이 떠올랐다.

마신이라 불린 존재는 마왕이 아니냐 했던 말이.

보통은 윤승하가 정신(Ex)을 각성하지 않고 마왕을 깨지만, 이따금 유저들은 스피드 런이니 뭐니 해서 초반에 극도로 강해지는 경우가 몇 있다.

그리고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대적불가의 마신이 나타난다.

그래서 마왕은 윤승하와의 정면승부를 피하고, 시간축을 걷는 자의 능력으로 평행세계의 자신과 융합하여, 마신이 되었다는 의견이었다.

‘마왕은 그 정도로 강해질 수 없어.’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의견은 부정하고 있다. 마왕이 그정도로 강해졌다면, 이시우와 굳이 거래할 필요는 없었을 거다.

다만, 그 의견은 일리가 있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실행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고.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되면.

‘얼마나 강해지는 거지……?’

마왕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강하지 않다.

순수한 무력은 최강의 생명체라 불리는 아포리아보다 한 단계 낮으며, 윤승하나 윤채린이 고유능력을 각성이라도 하는 날엔 그대로 샌드백 행이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둘 모이게 되면, 그는 상상 이상의 강함을 가지리라.

‘당장 마왕의 전력이 2배만 된다 치더라도.’

내가 이길 확률은 높아 봐야 50%.

그리고 그 이상이라면.

‘상상조차 하기 싫어지는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했다. 마왕은 나에 대해서 아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최소한 왕관으로 얻는 이시우의 과거만큼의 마왕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거기서 내가 마왕을 쓰러트렸다면, 그 수는 더욱 줄어들 테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욱 암담해진다. 최악의 수가 이정도라지만, 생각에 잠길수록 마왕이 이 수를 택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움직이지 못할 테니까.’

결국에는 내가 강해져야 한다.

윤승하나 윤채린을 훈련시켜 각성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게 과연 방법일까.’

이것저것 고민이 많아졌다.

***

다음 날.

나는 모두를 불러놓고 한가지 말을 했다.

“탑에 좀 갔다가 올게.”

내 말에 다른 사람들은 알겠다고 했다. 아쉬워하는 얼굴이었지만, 어제 엘도르의 신탁을 들어서인지 반대는 하지 않았다.

“한동안은 마왕의 침략에 대비하는 게 좋겠지. 그리고……우리 용족의 수치인 그 여자도.”

하메르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마왕은 움직이지 않겠지만, 문제는 그 용인가~. 걔는 답이 살짝 없어 보이는데.”

나도 동의한다.

용의 반려라는 스킬을 얻지 못했으면, 생각보다 더 훨씬 고전해야 됐었을지도 모른다.

‘비염이 아직 신염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이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그럼 탑에 지금 바로 가는 것인가?”

“아니, 잠깐 어디 좀 들렀다가 올 데가 있어서.”

“들를 대가 있나?”

하메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허, 하메르. 우리는 요정왕의 정부가 아니라고. 요정왕도 여자가 많을 텐데, 그런데에 신경을 쓰면 안되지. 물론, 질투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군.”

에니스의 말에 하메르가 풀이 죽은 표정을 했다.

“……그런 건 아니야. 잠시 들를 대는 다른 곳에 있어. 거기만 들르면 바로 탑으로 향할 것 같은데.”

“그런 거라면 상관없지. 혹시 필요한 능력같은거 있어?”

“아니, 없어. 금방 끝내고 올거라서.”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섰다.

꽤 많은 고민을 했다. 전투에도 유용한 분신이라던가, 내 여벌의 목숨을 챙길 수 있는 악마의 깃털 같은 특성이 꽤 끌렸지만.

지금의 내 상태에서 가장 빠르게 강해지는 방법은 하나였다.

■■■라 불리는 특성의 강화.

여러가지 조건이 붙지만, 제한적으로 랭크를 일시적으로 상승시키는 랭크 업.

그것을 얻으러 갈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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