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9화 〉 가장 오만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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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나날이 이어졌다.
윤승하랑 윤채린의 훈련을 도와주면서, 이따금씩 엘도르와 성검의 동조를 올리고, 정숙한 처녀를 통해서 이연아와 의견을 조율해서 탑을 오르는 평범한 나날.
물론 그와중에 내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원영신을 얻었던 이시우는 마왕과 거래했다. 그 단편적인 상황에서 나는 많은것들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마왕의 능력은 대충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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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아락셀
근력 : 62
민첩 : 63
체력 : 65
마력 : 75
고유능력 : 절대공명(Ex)
특성 : 축을 걷게 된 존재(Ex), 일백벌계의 폭군(S), 세계를 증오하는 자(S), 마를 이끄는 폭풍(S), 마왕의 혈통(A+) 외 15개.
축을 걷게 된 존재.
저것이 마왕의 진정한 힘이다. 절대공명도 정말 좋은 능력에 속하지만,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축을 걷게 된 존재만큼은 아니다.
‘정작 마왕은 그 특성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는 원하지 않았지만, 그는 환생자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살아가게 되었다.
처음, 마왕의 스텟이 공개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흥분했었다.
마왕은 포스에 비해서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마왕이 약한것은 아니다. 온갖 특성으로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으며, 장기전으로 간다면 그 누구도 마왕을 쓰러트리기란 요원하다.
고유능력 정신과 마신만이 아니라면.
그래서 DLC같은 것으로 마왕의 상위호환인 몬스터가 따로 나오거나 숨겨진 루트에 다른 존재가 나올것이다. 라는 사실이 유저들 사이에서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대적불가의 마신과 영원한 꿈을 꾸는 자.
‘얼마나 강한거지?’
마왕은 이시우에 대해,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최악의 최악을 가정한다면 마왕의 무력은 상상을 초월할것이다.
‘공허 말고 다른 힘이 필요한데.’
예비 전력이 필요했다. 마왕을 흔들 수 있는 한 수.
‘유아독존의 새로운 능력인 평행 차원의 이시우로 능력을 얻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한데.’
이것의 발동방법을 전혀 모르겠다. 그냥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그 방법을 익힌다.
가면을 쓰며 훈련의 루트를 따라가던 어느 날.
[콜렉터를 모방한 가면 Lv. 1]
가면이 완성되었다.
***
콜렉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곳에 자신이 모은 개념, 현상, 인물등을 넣는다.
수집한다는 개념을 극대화하고, 자신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과거, 무신은 콜렉터에게 수집을 당해서, 인류 편에 싸웠었다.
마인 몇명이 떠올랐다. 일월의 각인을 가진 마녀도 괜찮고, 인형술을 이용해서 간이 장기를 만들어 사람을 살리는 의사도 떠올랐다.
‘우선 사용해볼까.’
나는 가면을 꺼내서 장착했다.
콜렉터의 가면을 쓰자마자 내 몸속에서 조그마한 공간이 생긴것을 느꼈다.
‘생각보다 넓은데.’
어지간한 운동장만했다. 회귀자, 신유진의 회고록에서는 처음에 자신에게 할당된것은 1평짜리 공간이라고 했었는데.
‘가진 힘에 따라 공간이 넓어지는 건가.’
이건 좋은 징조였다.
나는 시험삼아 아카데미에서 제작된 칼을 하나 집어 넣었다.
그리고 언제든지 꺼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럼 이제 그걸 해볼까.’
나는 천의 가면을 바라봤다.
천의 가면을 쓰면서, 나는 내게 종속된 영혼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기린.
기린의 가면을 꺼냈다. 그리고 이곳에 공허를 주입했다.
후우우우우우웅!
막대한 공허가 응축된다. 가면에서부터 기린의 몸체가 공허의 힘으로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가면은 사용자에게 영혼을 종속시킨다.
그래서 나는 이것으로 생전의 힘을 되찾게 힘을 불어넣고,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결과로는 그랬다.
끼익.
어둠에서 속성력들이 피어난다. 마치 드넓은 은하를 몸속에 새긴듯한 모습.
공허의 힘을 가진 기린이었다.
또, 또 나를 괴롭힐 셈이냐!
“설마. 나는 내 아래에 들어온 사람들은 잘 해주거든.”
나는 네놈의 밑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나는 조소했다.
이 상태로는 기린의 힘을 쓰기는 요원하다. 힘의 소모가 너무 크다.
통로를 이용해서 지속적으로 공허를 공급할 수 있지만, 이정도의 힘의 할당량이라면 차라리 내가 직접 공격하는게 효율이 훨씬 더 좋다.
나는 콜렉터의 가면에 내장되어 있는 공간을 열었다.
……이 힘은! 신유진 그놈의 힘을 네가 어떻게?
“다 방법이 있지.”
킬킬 웃으면서 나는 콜렉터의 공간에 기린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공허를 빨아들이는 힘이 차단된것을 깨달았다.
‘1차는 성공적인가.’
콜렉터의 세계에서 나는 기린을 꺼냈다. 그러자 기린의 모습이 나타났다.
공허를 품은 기린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얌전한 형태로.
‘공허는 소모하지 않는건가.’
천수로 기린을 면밀하게 살폈다. 공허의 힘이 미약하지만, 떨어지고 있었다.
‘공허를 한번 불어넣고, 불어넣은 공허가 떨어질때까지 유지되는 형식인가.’
콜렉터가 가진 세계.
그 세계는 다른 것들의 연결을 끊고, 자신의 세계로 편입시키는 능력 때문이었다.
‘이러면 여러가지를 시험해 볼 수 있겠는데.’
다만, 이렇게 된 가면들은 사용할 수 없다.
‘여자들의 능력을 모방한 가면을 사용하는 것도 일단 보류하고.’
저 가면은 아직도 석연찮은 점이 많다.
나는 기린과 같이 효과는 별로면서 본체의 힘이 강한 가면들을 선별했다.
‘……기린 빼고 없나.’
그렇다면 만들어야겠다.
나는 가면을 작성했다. 콜렉터를 만드느라 만들지 못한 가면은 많았다.
처음으로 만든 가면은 나태의 산양.
파직!
힘이 반발한다. 무언가의 힘에 의해 가면을 작성할 수 없었다.
그리고 느껴졌다.
무언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그 만.]
그것은 거대한 영언이었다.
하늘.
그보다 위에 있는 천상.
우주를 넘는다.
공허를 잇는 통로가 극한으로 활성화된다.
나는 어느새 원영신의 형태로 존재했었다.
온갖 가면들이 나에게 씌워진다. 마치 나를 보호하려는 듯이.
내 시야가 행성을 넘었다.
은하를 넘었다.
수 없이 많은 은하를 넘고, 나는 그것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짐작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무언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 의 아 이 는 허 할 수 없 다.]
눈이 나에게 향했다.
나는 그것의 본체를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것이 즐겁다는 듯이 웃고있음을 알 수 있었다.
행성의 위.
촉수로 만들어진것같은 의자 위에 한 여인이 있었다.
검은색의 드레스를 입고, 기다란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여인이.
거대한 존재감을 뿜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 대 하 고 있 겠 다.]
그리고 시선이 거둬졌다.
“허억, 헉.”
순간적으로 정신을 놓을 뻔했다.
[!@$^!$%@$#%^@!!@$]
가면창이 알 수 없는 언어로 채워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주저 앉았다.
그렇게 있기를 한참. 해가 뜰 때 공터에 있던 나는 해가 질때까지 멍하니 있었다.
“이게 뭔.”
허탈해하며 멍하니 있었다. 거악. 나태한 산양은 저 존재의 아이라고 했나. 그러고보니 거악들은 모두 외신이라 불리는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거악은 건들면 안되는 건가.’
나태라는 감정을 먹고 자라는 검은 산양.
세상의 마수를 지배하는 마수왕.
유아독존과 관련이 있는 정숙한 처녀.
대륙을 삼키는 질투하는 뱀.
종말을 알리는 묵시록의 붉은 용.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기존에 있던 거악들이다.
숨을 가다듬고, 가면을 작성했다. 천천히, 머릿속에 지식들을 떠올리면서.
10년 전, 세상을 멸망시키겠다면, 마인이 있었다.
15년 전, 세상을 구하겠다며, 스스로 희생한 성인이 있었다.
20년 전, 마왕에게 당한 상처로 죽은 유명한 영웅이 있었다. 회귀자에게 인정받아, 동료가 되었던 이가.
25년 전, 회귀자의 동료이자 세계를 들어올릴 힘을 가진 남자가 있었다.
[세계 멸시를 모방한 가면 Lv. 1]
[가장 낮은곳에 있는 성인을 모방한 가면 Lv. 1]
[만인지적을 모방한 가면 Lv. 1]
[괴력난신을 모방한 가면 Lv. 1]
이건 뭐지? 어째서 내가 다시 살아난 거지? 아니, 그딴건 상관없다. 세계를 멸망시키겠다!
……네크로맨서? 아니, 성인인 나를 그들이 어떻게 부활시킨것이지?
이 힘은 뭐냐. 재밌는 힘인데? 에니스가 말했던 공허와 가까운……아니, 이거 공허잖아?
너, 어떻게 우리를 부활시킨거지?
한번에 소환하니까 머리가 지끈거렸다. 공허도 한계까지 사용했다.
“마왕이 부활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목적을 말했다.
“당신들의 힘이 필요해서 제 힘으로 일시적으로 당신들을 부활시켰습니다. 만약 원하지 않고, 평온에 잠들고 싶다면, 당신들은 본래대로 돌아갈것입니다.”
……육신을 가지고 하는 거래인가요?
성인이 말했다.
“네. 마왕을 잡는다면, 당신들을 풀어주겠습니다. 대신 당신들은 마왕을 공격할 때, 도와주셔야 하는 조건입니다.”
찬성하지. 그 때, 이루지 못한 봉인. 내 손으로 이룬다면야.
……미안하지만, 나는 자신의 일은 자신의 일이고, 후손의 일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 나는 거절하지.
괴력난신을 가진 영웅이 찬성하고 만인지적을 가진 영웅이 거절했다.
저 역시 참가하겠습니다. 제 힘이 마왕을 죽이는데에 도움이 되고, 여신님께 힘이 된다면.
성인이 조용히 기도했다.
나도 찬성하마. 육체는 물론 유지해주겠지?
마인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마인은 거래 대상이 아니야.”
나는 세계를 열었다.
너 이 개새……!
그리고 마인을 집어 넣었다.
……그 힘은 신유진의 것인가?
“예. 그분은 혹시 모를 위협을 대비해서 자신의 고유 능력을 일종의 유산의 형태로 남겼습니다. 저는 그분의 의지를 이었고요.”
신유진은 그런것을 남기지 않았지만 어떤가. 그는 이미 죽은 몸이다. 공허를 이용해서 살릴수도 없고.
흠, 나쁘지는 않군. 신유진보다 강한 힘이 느껴진다.
아, 신유진의 힘이라. 그럼 좀 지켜보고 싶어지는데.
영웅 두명은 결국 찬성했다. 나는 그 둘을 세계에 편입시켰다.
저도 들어가겠습니다. 다만, 훗날에 마왕과의 결전 전에 바티칸에 들를 수 있을까요?
“예, 언제든지.”
나는 성인마저도 세계에 편입시켰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나는 한명을 더 넣으면 세계가 한계에 도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명은 정해져 있지.’
나는 가면을 작성했다.
다른 거악들은 안되지만, 이 녀석만은 된다. 외신의 아이도 아니고, 마인도 아닌, 일시적으로 자리를 채운 이 남자라면.
[천무를 모방한 가면 Lv. 1]
‘역시 되는군.’
바로 공허를 주입했다. 그러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부활했나? 나는 분명 이시우에게 죽었는데.
“안녕.”
나는 가볍게 인사했다.
얼마 전에 죽었던 따끈따끈한 인물, 혁월을 소환했다.
그리고 세계를 열었다.
이 힘은 신유진?! 그놈의 힘을 네가 어찌!
“이 힘을 알면 내가 다음에 어떻게 할지는 알고 있겠지?
신유진 네놈! 내 시선을 피해서 유물을 남겼는가!
나는 웃으면서 세계의 입구를 열었다.
"이제부터 넌 내 부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거부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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