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1화 〉 탐욕(3)
* * *
오베론은 약하다.
거악들 중에서 잠재성 하나만을 보자면, 그를 따라올 자가 없다.
그를 상징하는 능력은 탐욕.
탐욕의 마력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그것을 양분으로 자신의 성장을 강화한다.
그러나 오베론은 전투를 모른다.
마법은 쓸 줄 알지만, 마에 타락하면서 마기에 노출이 되어, 그는 흑마법을 배우는 데에 대부분 시간을 소모했다.
그러나 그는 강하다.
탐욕의 마나로 많은 이들의 시체를 삼킨, 그의 육체적 강함은 오만한 용 다음일 정도다.
날카로운 감각. 마수왕과 비견되는 근력. 바다를 연상시키는 방대한 마력. 그는 싸우는 방법은 모르지만, 그가 가진 육체의 힘은 강건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기에 오베론은 처음에 느끼지 못했다. 점점 섬뜩한 기분이 느껴진다.
이시우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보랏빛의 기운에서.
죽음을 느꼈다.
우우우우우웅───────!
죽음이 내려앉는다. 위에서 아래로 베는 단순한 행위.
그러나 오베론은 직감했다. 저 공격은 모든 것들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자신에게 닿으리란 것을.
곤충들이 자신에게 모인다. 오베론이 느낀 죽음을 곤충들이 느꼈다. 수천만의 곤충들이 자신의 앞을 에워쌌다.
파스스스스.
곤충들이 사라진다. 수천만의 숫자가 수백만의 숫자로. 수백만의 숫자가, 수십만의 숫자로.
기세가 줄었다. 그러나 죽음은 여전히 선명하게 오베론의 곁에 있었다.
안돼.
내 복수를 해줘. 인간을 멸망시켜.
검이 바뀐다. 하나의 검격이 무수히 많은 검격으로 분열한다.
그 속에서.
파직.
오베론은 자신의 안에 있던 무언가가 깨지는 것을 느꼈다.
***
요정여왕이 살해당하자, 당연히 요정족은 분노했다. 공허족이랑 용족도 다를 바 없었다. 자신의 뒤가 위험하다면 그들은 마왕을 칠 수 없으니까.
회귀자.
그리고 13인의 동료와 모든 나라, 그리고 세 종족이 힘을 합쳐 배신자를 색출했다.
그 과정에서, 요정여왕의 죽음에 관여한 자는 전부 다 처형했다.
현대에 와서 연좌제가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요정여왕을 따르던 일부 요정족들은 그들의 가문에게 불이익을 줬다. 용족, 공허족도 은연중에 그들에게 불이익을 줬다.
자연스레 그들의 눈치를 보는 나라들도 그들 가문에게 불이익을 줬다.
요정여왕의 죽음에 관련이 된 이들의 가문은 모두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역사서에서 배신자들의 일족이라 불리면서.
저 축제를 진행하는 것은 배신자의 일족의 후예가 자기 가문을 바꾸고, 명문가문으로 바꿨다.
‘저것도 쓰레기기는 한데.’
그러나 그것이 이 도시를 멸망시켜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요정왕은 그걸 모른다. 그가 미쳤기 때문이다. 헬레나의 망령이 그의 머리를 잠식하고, 모든 인간을 멸망시켜라라고 짓거리고 있겠지.
‘생각보다 더 쓸만한데.’
이시우는 공허를 바라봤다.
공허의 왕과 함께, 이시우는 자신의 힘을 다루기 위해 연습했다.
그리고 하루 뒤, 이시우는 훈련의 방식을 바꿨다.
힘을 다루는 것보다, 자신의 힘을 있는 그대로 내보내기 위해 훈련을 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왜냐하면.
‘공허의 힘이 너무 강해.’
공허는 그 자체로도 강했기 때문이다. 공허는 우주를 담은 힘. 그 공격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짙은 보랏빛이 그의 검에 머물렀다. 검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존재하는 것으로 시공간마저 뒤트는 힘.
위에서 아래로 베기.
가벼운 베기이건만 막대한 부담감이 느껴졌다. 천수를 극도로 활용했다. 출력을 최대치로 올린다.
이시우는 기교가 특출나다. 천의 재주를 가진 손이 그를 보조했다. 이시우의 손이 검게 물들었다.
오버로드·극.
민첩을 더했다. 감각이 예민해졌다. 조화의 마나가 손에 머물고, 파괴의 마나가 검에 머물렀다. 불가해한 감각이 기교에 더해진다.
한번에 베기.
그것이 기술이라는 형태와 합쳐져서 수십 가지의 검기가 되었다.
이시우는 시선을 돌렸다. 수십만의 벌레가 구체가 되어 알 형태로 바뀐 오베론을.
‘페이즈 2인가.’
잠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적색과 보라색, 초록빛과 무색이 부딪친다. 하늘에 있는 공간이 찢어진다.
저 넷의 싸움은 위험하다. 힘과 힘의 격돌.
아래를 보니 영웅들이 멍하니 그 광경을 구경하고 있다. 초월적인 싸움인 탓이다. 하나하나의 일격이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싸움.
벌레들과의 싸움이 중요한 게 아니다. 초월자들의 싸움에서는 초월자가 싸움에 개입하느냐 안 하느냐로 싸움의 승패가 갈린다.
이시우는 공허의 힘을 더 끌어냈다. 웅웅──사방으로 파동이 번져간다.
원래대로라면, 오베론을 감싼 알을 부술 방법은 없다.
마왕이 가진 고유 능력, 공명.
세계에 공명하여 세계의 힘을 끌어오는 그의 힘이 오베론을 도와서 오베론을 한 차원 더 높은 경지에 끌어주는 것이니까.
그것을 정면에서 깨부술 수 있는 존재는 Ex의 능력을 각성한 윤승하 뿐이다.
그러나 공허는 다르다. 공허는 그것을 무시하고 내부의 오베론에게 타격을 가한다.
공허가 뭉쳤다. 짙은 보랏빛이 검에 다시 한번 뭉쳤다.
벤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사용했다. 사용할 능력은 단절.
검신이 검게 변했다.
오버로드·극을 이용해 근력과 민첩에 더한다.
천수의 출력을 최대치로 올렸다.
천의 가면으로 능력치를 올린다.
태극 지체에서 마나를 뽑고 불가해한 감각으로 감각을 벼린다.
그리고 일검.
삭월?月
공허를 머금은 검기가 길게 찢어지며 아래로 내리쳤다.
공허가 알을 잠식한다. 무엇으로 때려도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알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크아아아아아아아악────!!!!
그 안에서 괴생물체가 튀어나왔다.
반은 어둠에 잠식된 곤충들로 이루어졌고. 나머지 반은 썩어 문드러진 육체를 가진, 생명체라기 부르기 뭣한 것이 튀어나왔다.
괴물이 오른팔을 휘둘렀다. 끼이이익─오른팔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한순간에 하늘에까지 닿을 듯이 커진 팔이 아래로 내려 찍힌다.
저 상태는 까다롭다.
안 그래도 강력하기 그지없는 스텟을 가진 오베론이 한층 더 강력해진 상태니까. 단순한 능력치 상으로는 오만한 용보다 더 강하다.
이시우는 웃었다. 검을 휘두른다. 공허를 담은 검이 휘둘러지자 수십 줄기의 검기가 팔을 휘몰아친다. 팔이 수천 조각으로 나뉘었다.
팔이 재생한다. 저 상태의 오베론은 심장을 가루로 만들고 머리를 가루로 만들어도 재생한다.
공허는 강력하기 그지없는 무기지만, 취약점이 있다. 너무 강한 재생력을 가진 상대로는 그 공격력이 부담이 된다. 자신에게 오는 부담이 심하기에.
그렇다면 그 전에 상대를 죽이면 그만이다.
광익.
이시우는 광익을 이용해서 오베론의 앞에 섰다.
콰아아앙!
크아아아악!
그리고 오베론을 걷어찼다. 도시에서 싸우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여러 개의 산이 있는 곳으로 전장을 옮겼다.
오베론이 날아간 곳을 향해 박차면서 광익을 키웠다. 공허의 힘을 담은 날개가 뒤에서 솟았다. 짙은 보랏빛의 날개가 수백 갈래로 갈라졌다.
여기서!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
오베론의 몸집이 커졌다. 작은 동산만 한 크기로.
광익이 날카롭게 오베론에게 파고들었다. 팔이 조각난다. 다리가 조각나고, 몸이 조각난다.
그 와중에 오베론이 반격했다. 입을 벌렸다. 거기에 마력이 밀집한다. 단순무식한 공격. 그러나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 공격이기도 했다.
수천 개의 마력 구체가 나에게 날아왔다. 하나하나가 상급마법을 일으킬 수 있는 마력의 탄들.
남은 공허를 가늠해봤다.
‘50% 정도인가.’
정면돌파를 하기에는 좋지 않다. 공허는 무한하지 않다. 이질적인 힘인지, 회복이 더뎠다.
어검의 가면을 썼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에서 고유 능력을 불러왔다.
임나연이 가진 고유 능력의 진화체.
인피니티.
후우우우우우웅!
문자 그대로 한계가 없는 마나가 몸속에서 솟았다. 어검을 사용했다. 그 수는 일만 자루에 달했다. 일만 자루의 어검과 수천 개의 마력구가 부딪쳤다.
■■의 특성을 사용했다. 샤오메이와 맺어진 평행차원의 이시우가 사용한 능력.
뇌신.
파지지직! 번개가 들끓는다. 수천 줄기의 번개가 오베론에 꽂혔다. 오베론의 신체가 번개에 녹는다. 평범한 번개가 아니라 신의 힘이 담겼기 때문이다.
동시에 번개를 응축했다. 여기에 공허를 더한다. 짙은 보랏빛의 번개의 창. 그것을 오베론에게 던졌다.
───────────────!!!!
소리조차 힘에 의해서 지워진다. 공허의 번개가 모든것을 지웠다. 주변의 산과 함께 오베론을 잡아먹었다.
“와우.”
이시우는 질린 눈으로 오베론을 향해 바라봤다. 번개가 연쇄작용을 일으키면서 끊임없이 폭발한다.
그 속에서.
오베론의 신체는 재생하고 있었다. 오베론이 가진 높은 스탯과 마왕이 가진 공명의 힘 덕분이었다.
‘이건 내가 아니라, 윤승하나 윤채린을 데려와야 할 것 같은데.’
저건 답이 좀 없어 보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