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3화 〉 고속 등반
* * *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듯한 장소였다.
사방은 관중석으로 둘러 쌓여있었다. 관중은 없지만.
흐흐…….
마인이 음침하게 웃었다.
이곳은 내 고유 능력이다. 신성한 콜로세움이지. 이곳에서 모든 마법이나 이능 따위는 쓸 수 없다!
자신만만하게 웃는 마인.
이시우는 가볍게 손을 폈다.
‘확실히 마나가 잘 안 움직이기는 하네.’
마법은 자신의 마나와 자연에 있는 마나를 섞어서 발동한다.
무인이 자신의 내면에 키운 기를 이용해서 무위를 발휘한다면, 마법사는 자연에 있는 마나를 이용하기에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하지만 고개가 갸웃거리기는 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마법을 쓸 수 있을 텐데.
‘유아독존도 작동되고.’
무슨 능력이 신성로마제국 같은 놈이었다.
자, 절망에 떨면서……푸헉!
말하는게 너무 길어서 하급 마법 화염구를 하나 날려줬다.
어떻게 마법을……?
떨리는 목소리로 마인이 말했다. 이시우는 마인을 무심한 눈으로 보고는 마법을 연달아 사용했다.
화염구, 풍인, 뇌인, 수구.
보랏빛의 화염구와 바람과 번개의 칼날, 물의 구체가 빠르게 마인에게 날아갔다. 마인은 그것을 팔을 들어 한 번에 쳐 내었다.
크윽!
마인이 신음했다. 마법이 예상을 웃도는 위력들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위력을 가지고 있는 거지? 여기는 콜로세움인데.
그 생각이 끝나기 직전, 이시우가 마인의 앞에 달려드는 것을 보았다.
왜? 라고 생각하기 직전.
콰아아앙!
이시우의 주먹이 마인의 머리에 틀어박혔다.
‘흠, 이 정돈가.’
위력이 만족스럽지가 않다. 이시우는 마인의 얼굴을 손으로 잡고.
우드득.
그대로 목을 꺾었다.
그러자 마인의 몸이 재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징표 같은 아이템이 나타났다.
탑에서 마인을 잡았다는 증거. 이걸 여러 개 모아서 가면, 그것으로 특별한 특성이나 아이템, 스킬등을 얻을 수 있다.
‘아이템은 없군.’
이시우는 염동력을 이용해서 징표를 아공간 내부에 있는 상자에 넣었다.
그러자 이곳을 이루는 공간이 빛의 가루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밝게 웃는 아야네였다. 샤오메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맞아주었고.
그리고 일본인 A나 이연아도 태연했다.
그녀들은 여차하면 내가 원래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당연한 반응이지만.
“돌아…온 건가?”
“네.”
“어떻게……?”
어떻게 이겼느냐는 듯한 말투에 이시우는 최대한 덤덤하게 말했다.
“제가 무예에도 조예가 조금 있어서.”
“……조금이라고? 그 마인은 분명 중상격일텐데…….”
어이없어하는 윤승인. 이시우는 설명을 하려다가 멈췄다.
허공에서 시스템창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마인과의 조우!]
여러분은 이 세계를 마에 타락시켜서 지배하려는 이들과 조우했습니다.
이들은 아직 첨병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첨병이라기엔 너무나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서 이들이 나타났다는 것을 제국에 알리세요!
보상 : 선의 인물 측에 대한 친밀도.
퀘스트 창이 떴다.
‘위협이라.’
“이러면 돌아가야 하는 거지?”
이채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일단 보고를 해야 되니까요. 지금 돌아갈까요?”
숲에서 물러나, 마을로 돌아왔다.
길드에 마인이 있다고 알려서 포인트를 벌은 다음, 일행을 불러 모았다.
샤오메이랑, 아야네, 정수기.
이시우는 인원을 보고는 말했다.
“등반자 상점에서 낙윤의 혈통이란게 있는데, 그거 괜찮더라.”
“……낙윤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나?”
“어.”
정수기가 어처구니없어 하며 말했다.
“낙윤이 뭔가요?”
“낙윤(?)은 신적인 존재가 죄를 짓고 인간의 격을 지니게 된 존재를 말해. 그리고 이 특성을 얻게 되면 상위 등급의 특성을 랜덤하게 하나 얻을 수 있지.”
“……근데 드는 포인트는 500p…….”
샤오메이가 상점을 뒤져보고는 당황한 눈초리를 했다.
“엄청…엄청 괜찮네요.”
샤오메이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괜찮은 거다. 이시우는 아야네를 봤다. 정수기야 저걸 쓸 수 없지만, 아야네는 미지수였다.
아야네의 몸에도 신혈이 흐르고 있으니까.
“…….”
아야네가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야네?”
“네? 아, 상점에서 살 수 없다는 문구가 떠서요.”
“상점에서?”
“네. 이미 신의 혈통을 가지고 있어서, 특성을 갖게 되면, 제 몸에서 신혈이 반응해서 죽을 수 있다는 경고라서…….”
이시우는 아야네의 특성 중 하나를 떠올렸다. 일본의 삼신 중 하나의 피를 옅게나마 잇고 있다.
그러나 그 신력은 아야네의 몸이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커서, 평소에는 몸이 자연스레 그것을 봉인하기 위해서, 아야네의 힘 태반은 그것을 억제하기 위해서 쓰이고 있다는 설정이다.
‘근데 그래 봤자.’
신혈각성 아야네라는 형태가 있지만, 아야네는 그래도 전력의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상격 끝자락에서 성장이 멈추고는 했다.
‘다른 조연들보다 키우기도 힘든데, 주연이나 조연들보다 손이 훨씬 많이 가고, 정작 본인의 잠재력도 뛰어나지 않아서…….’
키우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여기는 성장의 탑.
여기라면 아야네도 최상격에 도달하지 않을까.
이시우는 아야네를 보면서 고민에 잠겼다.
***
샤오메이는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그러다가 복도에서 은발에 붉은 눈을 가진 13세 즈음으로 보이는 아이가 보였다.
‘정숙한 처녀…….’
마수왕이라 불리는 이보다 강하다고 했다. 지금은 비록 힘을 회복하지 못하고, 이시우의 능력과 상극이라지만, 이곳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존재가 누구냐 하면, 샤오메이는 무조건 이 존재를 꼽을 것이다.
‘너무 위험한데.’
보통이라면 샤오메이는 뜯어말렸을 거다. 아니, 아무리 비범하더라도 그 마수왕과 동급인 이 존재를 어떻게 기른다는 발상을 할 수 있을까.
이시우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샤오메이는 이시우를 오랫동안 관찰했다. 그의 물주를 자처하면서, 많은 돈을 들이면서 샤오메이는 이시우의 비범함을 일부 알아낼 수 있었다.
이시우는 너무 많은 정보를 안다.
그리고 인류는 그와 비슷한 인간에게 이미 한 번 세계를 구원받았다.
아마도.
이시우의 정체는 회귀자나 그에 비견되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혹은 예지의 능력을 지녔다거나.
“흐음.”
정숙한 처녀가 샤오메이를 봤다. 샤오메이는 평소와 같이 웃으면서, 정숙한 처녀를 봤다.
“왜 그러신가요?”
“너, 이시우에게 관심이 있지?”
직설적인 물음.
그 물음에 샤오메이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샤오메이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샤오메이라는 존재가 이런 식의 간보기에는 이골이 난 덕분이었다.
“재미없긴.”
“무슨 이야기 하세요?”
완벽한 한국어로 아야네가 그 둘 사이에 끼었다.
“재밌는 이야기. 내 주인에 취향에 대해 말하고 있었어.”
“시우 씨의 취향이요?”
“음, 그렇지. 등반자의 상점에서 몰래 구매한 물건이 있거든. 상대방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기호나, 성적인 취향까지 알아낼 수 있는 물건을 말이야.”
“……그런 것도 있어요?”
“아, 그러고 보니 등반자 상점에 그런 도구가 있기는 했었어요. 만능 돋보기였나? 그러고보니 최면 어플같은 것도 있던데.”
“……아야네?”
샤오메이는 당황하며 아야네를 봤지만, 아야네는 싱글벙글 웃기만 하고 있었다.
샤오메이는 얕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저는 못 들은 것으로 할게요.”
“재미없긴.”
샤오메이는 방을 나섰다.
그리고 문을 여는 척하면서 등반자 상점에서 몰래 구매한, 도청장치를 붙여 두었다.
샤샥하고 벽에 붙은 뒤, 샤오메이는 둘의 이야기를 몰래 엿들었다.
“그런데 최면 어플을 주인에게 쓰게?”
“음, 처음에는 그럴까 했는데, 오늘 시우 씨 무력을 보니, 그건 별로 좋은 생각 같지는 않더라고요.”
“좋은 생각이야. 주인은 애초에 그런 방식의 능력은 모조리 통하지 않거든.”
“그래요?”
아야네는 잠깐 고민을 하고는 말했다.
“그럼 이런 건 어때요?”
“이런 거?”
“예를 들어, 어떤 방식으로든 시우씨가 저한테 최면어플을 쓰게 하는 거죠.”
“그래서?”
이설화가 흥미진진한 눈동자로 아야네를 봤다.
“그럼 거기서 끝이에요.”
“끝이라고? 어떻게?”
“그때, 저는 최면에 걸린 척을 하고, 확하고 이시우씨를 덮치는 거죠. 이시우 씨라면 아마 어어? 하시다가 결국 저를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샤오메이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유리코니 이연아니, 이채아니 하는 것들보다 아야네가 가장 위험한 경쟁자라고.
“요즘 인간들은 무섭구나…….”
“……뭐, 농담이에요. 실제로 성공할 리 없을 것 같으니까요. 생각보다 시우 씨, 엄청 철벽이거든요.”
아야네의 중얼거림의 샤오메이는 동의했다.
무덤덤한것 같지만, 조금 친해지면, 엄청 잘 대해준다.
그러면서도 항상 일정한 선을 긋는다.
아야네가 보기에는 그 선안에 들어간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란데힐 정도일까.’
아야네는 유리코에서 보았던 눈빛을 떠올렸다. 마치 신을 대하는 듯한 눈빛.
그러나 그 눈빛도 그란데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탑.
성장의 탑에 낯선 인물이 들어왔다.
“흐음, 여긴가.”
이연아는 탑을 구경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 온 것은 단순한 호기심.
그리고 혹시 모를, 이시우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래 봬도 탑의 끝을 보고 등반을 끝낸 사람 중 하나이니까.
‘이시우 씨에게 다른 말이 없는 걸 보면, 아무것도 없을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이곳에서 손가락을 빨면서 이시우를 기다리는 것보다 좋지 않을까해서 이연아는 이곳에 방문했다.
만약에 들어갈 수 있다면 더 좋고.
[등반자 확인]
귀하는 이미 탑의 정상을 본 플레이어로서, 제약 없이 탑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어머.”
이것을 보자마자 이연아는 생각했다.
탑 바깥에서 당한 것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겠다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