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252화 (252/298)

〈 252화 〉 마법사가 근력을 숨김(3)

* * *

“전부 합쳐서 300p 되겠습니다.”

사서로 보이는 인물이 말했다. 책 한 권에 대충 50p인가. 비싼 감이 있지만, 7권이 전부 스킬북인것을 고려하면 전부 거저먹었다.

‘고작 7권밖에 못 얻었지만.’

5층짜리 도서관을 뒤져도 나온 것은 7권이 끝이었다.

아니, 이 경우에는 오히려 7권이나 얻은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데 그건……?”

샤오메이가 탐욕스러운 눈으로 책을 살폈다. 샤오메이의 고유 능력인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물건의 값어치를 안 것이겠지.

“스킬북. 이건 경비병을 소환할 수 있는 소환식이야.”

“어머, 져 주시는 거에요?”

“그동안 많이 고생했잖아.”

“……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샤오메이가 부채를 촥­펴고 얼굴을 가렸다. 홍조가 옅게 띄워서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나는 나머지를 요정왕의 장막에 넣어두고는 일본인 A를 바라봤다.

일본인 A가 나를 바라봤다. 불안한 기색으로. 혹시 내가 무언가를 잘못하지 않았나­하는 눈빛이었다.

이외였다.

오히려 탐욕스러운 눈으로 샤오메이나 나를 바라볼 줄 알았는데.

천의 가면으로 살펴도 부정적인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

‘바뀐 건가.’

나를 앞장서서 괴롭히려고 했던 이가,오히려 나한테 충성을 보이고 있었다.

“너도 받아.”

나는 장막에서 충의의 갑옷을 하나 주었다.

“네, 저, 저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어.”

“그, 그치만 저는 이, 이시우 님을 괴롭혔는걸요.”

괴롭혔다라. 귀찮게 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 헛짓만 안 하겠다고 맹세하면 괜찮아. 제약을 거는 조건으로.”

“제약이요……?”

“응, 마법적인 제약.”

정숙한 처녀 정도 급이라면 맹세나, 제약을 피해 갈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본인 A의 수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할게요! 무조건, 무조건 할게요!”

일본인 A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래?”

나는 일본인 A의 배 위에 손가락을 찔렀다.

“읏…….”

일본인 A가 얼굴을 붉혔다. 민감한 몸인가? 하긴 육체쪽을 다루는 사람들은 감각을 활성화하는 부작용으로 몸이 민감한 쪽이 많다.

“가만히 있어.”

“네, 네!”

나는 배에 생명의 마나를 흘려 넣었다. 생명의 마나가 흘러들어 가서 일본인 A의 몸에 고리 하나를 만들었다.

초록빛의 고리가 이내 일본인 A의 몸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것은 제약이다. 언제든 이 고리는 네 몸속에 머무를 것이고, 내 의지대로 터트릴 수 있지.”

기한은 한정적이다.

사실 이것보다는 마법으로 옭아매는 것이 맞다. 생명의 마나로 만든 이 고리는 사용자의 육체적 성장을 돕는 성질이 있으니까.

‘그래도 잘 성장하기만 한다면 뭐.’

솔직히 말해서.

얘가 아무리 큰다고 해도 내 위협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이럴때는 베푸는 게 좋겠지.

“아…….”

손가락을 떼자, 무언가 아쉬운 듯이 내 손가락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일본인 A는 천천히, 마치 소중한 것을 대하듯이 배를 쓰다듬었다.

***

3층.

우리는 빠르게 숲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멤버의 구성원은, 나와 아야네, 샤오메이, 윤승인과 이채아, 한남훈과 이연아와 일본인 A. 그리고 펫쯤으로 인식되는 정수기.

‘대인원이네.’

이렇게 우르르 몰려다닌 적이 별로 없어서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마법에다가 치유까지 가능하다고?”

한남훈이 수상쩍은 눈초리로 나를 바라봤다.

“신관하고, 마법사 역할을 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텐데…….”

윤승인도 마찬가지였다.

백문이 불여일견.

몸속에서 신성력을 끄집어냈다. 그러자 손아귀에서 신성한 힘이 솟구쳤다.

“어떻게, 마나와 신성력을……?”

“내 특성이야.”

“와, 대단하다.”

이채아가 감탄하듯이 말했다.

“혹시 나도 배울 수 있을까? 나도 마법이 주특기인데 회복 쪽에 관심이 좀 많아서.”

“……등반자 상점에 있는 상품입니다. 듀얼 코어라고, 이걸 사면, 다른 두 종류의 힘도 쉽게 다룰 수 있습니다."

“너, 뭐야?!”

이채아의 말에 친절하게 말해주자, 한남훈이 나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손가락을 분질러 버릴까.

이연아가 묘한 표정으로 나와 이채아를 바라봤다.

이곳에 나가기 전에, 나는 이연아에게는 따로 말해 두었다. 이채아는 사실 내 연인의 장모님이고, 이연아는 내 연인을 키워줬다고.

“괜찮은 거 맞아요?”

이연아가 내 옆에 와서 내 귀에 속삭였다.

“윤승인이 그쪽을 심상치 않게 바라보는데.”

“……그건 좀 마음이 아픈데.”

나는 윤승인에게도 나름 잘 대해줬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눈에서 이상한 것들이 보였다. 검은색의 마력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놈들.

마인이었다.

‘대부분이 하급……한놈은 상격을 바라보는 중격.’

아무리 하늘을 굽어보는 눈이 마력을 통찰하는 데에 있어서 사기라고는 하지만, 저건 너무 심했다.

스스로의 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사방에 퍼트리고 있었다. 이제 막 마인이 되었다는 증거다.

“정지.”

내가 말하자 일행이 멈췄다.

“전방 500m 앞에 마인들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

“마인들? 마기에 타락한 그 개자식들을 말하는 거에요?”

이연아가 격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채아나 윤승인, 한남훈도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러고보니 저들은 과거의 세대에 있던 존재들이다. 이제 막 마왕이 죽고, 마인들이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시대.

다르게 말하자면, 저들은 커오면서 마왕의 이름으로 사방에서 활개치는 마인들을 보면서 커왔다는 거다.

“어. 수는 15명.”

“여기에서 그게 다 구분이 된다고? 숲 속인데?”

“제가 눈이 좀 좋아서요. 1명이 중급에다가 나머지는 전부 하급인데. 어떻게 할까요?”

윤승인의 말에 나는 윤승인에게 되물었다.

“……네가 결정해라.”

“그럼 제가 먼저 큰 마법을 준비하겠습니다.”

“선두는 돌진하기 가장 좋은 윤승인 씨와 한남훈. 아야네는 그 뒤에서 적을 봐주고, 정수기…….”

나는 잠깐 일본인 A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얘 이름도 몰랐네. 재빠르게 지식열람으로 이름을 찾은 뒤 말했다.

“유리코는 샤오메이와 함께 후방을 봐줘.”

“네.”

내 명령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다가 정수기가 멈칫했다.

“……설마 본녀를 아직도 정수기라고 생각했던 거냐.”

충격받은 표정으로 나를 보는 정수기.

“그럴리가. 이설화. 기억하고 있지. 그럼 바로 준비하자.”

나는 중급마법을 준비했다. 나 혼자서 쓸어버리면 마음은 편하지만, 다른 이들도 성장해야 되니까.

100m 앞.

마인들이 100m 앞까지 오자, 일행들의 기세가 날카롭게 바뀌었다.

90m 앞.

마인들도 우리들을 눈치챘다.

“뭐지?”

“무기를 들고 있다. 적이다!”

“크헤헤, 오랜만에 보는 여자들이군!”

“남자들은 모두 겁탈하고, 여자들은 죽여……쿠엑!”

마지막 대사를 친 놈의 대사가 역겨워서 마법을 날렸다.

뇌염검.

번개와 불꽃으로 이루어진 복합 마법이 마인의 복부를 꿰뚫고 마인을 재로 만들었다.

“놈들은 마인이야! 모두 단단히 정신 차려!”

윤승인이 검을 들고 뛰쳐나가면서 말했다. 그러자 한남훈과 아야네가 앞으로 뛰쳐나갔다.

샤오메이는 갑옷 차림의 경비병을 소환했고, 이연아는 마인 세 명과 드잡이를 하고 있었다.

내가 이제부터 할 일은 간단했다. 눈이 돌아간 윤승인이나 한남훈에게 향하는 마인들을 염동력으로 적당히 견제하고.

중상급의 마인을 상대하는 것.

콰앙!

아야네와 한남훈 윤승인이 한 마인에게 달려 들었다.

마인은 흉포하게 마기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도리어 셋을 압박하고 있었다.

‘아직은 힘든가.’

나는 마법을 준비했다. 의지를 갖추자, 사방에서 마나가 마법식을 만든다.

그 때 마인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경계어린 눈빛. 그리고 결단한 눈빛이었다.

­네놈만은 죽이겠다!

마인을 중심으로 빛이 터졌다. 그리고 내 몸이 어디론가 이동하는 부유감이 느껴졌다.

***

검은색의 빛이 터지자, 윤승인은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혹시 모를 마기 폭발같은 능력을 대비해서다.

‘보통 무식하게 때려 박지는 않지만…….’

승리가 우리쪽으로 기울었기에, 마인이 무리했음이 분명했다.

폭발로 인한 흙먼지가 가라앉고.

그 속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도주한건가.”

윤승인은 이를 악물었다. 마인놈들은 대게이랬다. 자기 목숨이 조금만 위험해도, 부하들을 버리고, 훗날을 도모한다. 윤승인은 주변의 마인들을 향해 검을 들고 뛰었다.

그리고 5분이 지나고.

세 명의 마인을 제외하면 모두 죽어 재가 되었다.

"큰일났어요! 이시우 씨가 갑자기 빛에 휩쌓여서 사라졌어요!"

"뭣?"

“크흐흐…….”

마인이 웃음을 흘렸다.

“왜 웃는 거지?”

“곧 이다. 곧 우리의 두목이 너희 마법사를 죽이고 올 시간이다!”

“뭐……?”

그러고보니 이시우가 안보였다. 자신의 여자친구인 이채아에게 공손하게 대했던 눈에 거슬리던 남자가.

“마법사를 어떻게 한 거지?”

윤승인의 물음에 마인이 즐거운 듯이 웃었다.

“너희들의 마법사는 이제 끝이다. 왜냐하면 너희들의 마법사를 데려간 두목의 고유능력 때문이지!”

“고유 능력이라고?”

“신성한 콜로세움이란 능력이다. 그곳에서는 오로지, 자신의 무력만을 휘두를 수 있지! 쿨럭!”

윤승인과 이채아는 순간 말을 잃었다. 마법사로서 최악의 조건이지 않은가.

분명, 이시우는 본신의 무력으로도 강했지만, 이건 위험하지 않나?

중격의 마인이라고 했지만, 직접 싸워본 결과, 놈은 고작 그정도가 아니었다.

“크흐흐. 그러니까, 네놈들이 그토록 소중하게 아낀, 마법사는 이제 죽은 목숨이다 이거다. 길동무로서 나쁘지 않군. 큭큭큭, 얌전히 이곳에서 절망하고 있어라!”

즐거운듯이 웃는 마인.

그 마인을 보며 샤오메이와 아야네는,

정말로 가만히 있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