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0화 〉 마법사가 근력을 숨김
* * *
나는 은수아를 찾아갔다.
은수아에게 향하는 와중에, 여러가지 말들이 들렸다.
“와, 그 한종우가 학생회장을 놓쳤다고?”
“너, 어디서 산골에서 살다 왔니? 한종우가 대단하기는 한데, 이번 2학년 선배들은 좀 말이 안돼서…….”
라는 이야기와.
“이하나라는 애 알아? 걔, 이시우 여동생이라던데.”
“이하나만 잡으면 팔자 피겠네~.”
“야, 야, 너 아무 데서 그런 소리 하면 뒤진다. 이시우가 학생회장이랑 사귀고 있대.”
“뭐, 진짜?”
라는 이야기라거나.
생각보다 이하나가 애들한테 관심받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것도 아닌가.’
문득 이지아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평소에 대부분의 일에 무덤덤한 편인데, 이하나와 있으면 감정 표현이 진해진다고.
그래서 애들이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게 아닌가 싶다.
아님 말고.
걷다니 어느새 복도 끝이 보였다.
안쪽을 눈으로 투시해서 바라보니, 은수아는 무언가에 열중하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온갖 공식들이 적혀 있는 종이들이 수백 장을 이루고 있었다.
‘업적 때문인가.’
상아탑은 각 마법사의 특징에 따라 색깔을 지정한다.
그 색은 무지개색들이며, 사원소의 계통과 그 이외의 삼계통을 뜻한다.
빨강은 불꽃, 노랑은 흙과 번개, 초록은 바람, 파랑은 물과 얼음.
주홍색은 결계를 담당하며, 남색은 소환(??)을 담당한다. 보라색은 파마(??).
‘그게 끝이 아니지.’
그리고 상아탑에서 공식적으로 자리가 없는 흰색과 흑색이 존재한다.
흰색은 이론 분야다.
마법사들이라는 족속들은 재능이 희귀하여 그 숫자가 적은 데다가 자존심이 높고, 스스로 선택받은 사람들이라 생각하며, 전부 마법 이론에 한평생을 바친 사람들이라 그들에게 인정받기라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그리고 50년 전, 마법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 때문에 그 색의 커트라인은 더더욱 높아졌고.
흑색은 무력이다.
그러나 이 색은 영원토록 공석일 것이다. 왜냐하면 상아탑의 가장 큰 치부이기 때문이다. 마인으로 타락해, 한 나라를 전복시키고, 수십, 수백만 단위의 인간을 인체실험에 갈아버렸던 인물이기 때문에.
드륵.
인기척을 내며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은수아는 논문을 완성하는 것에 집중 중인지 내 쪽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엄청 집중하나 보네.’
나는 은수아의 맞은편에 앉아서, 논문을 바라봤다.
나는 논문을 지식열람으로 연결하면서 바라봤다.
‘대충 공간 계열 마법에 관한 이론인데.’
공간마법은 굉장히 까다롭다.
공간과 관련된 고유 능력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공간 계통에 손도 못 대는 게 일반적이니까.
은수아가 지금 작성하고 있는 것은, 다른 마법사들도 공간 마법에 조금이라도 더 쉽게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게임이랑은 다른데.’
그래도 상관은 없다.
내게는 지식 열람이 있으니까.
나는 근처에 있는 종이와 펜을 염동력으로 가지고 와, 계산식이 틀린 부분이나, 이론이 잘못된 부분 등을 골라서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이거 생각보다 많은데…….’
전체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낮은 비율로 오류가 있었지만, 양 자체가 많아서 오류가 많았다.
나는 지식 열람을 이용해서 최대한 간략화 한 다음에 종이에 적었다. 그래도 분량이 많아서 한 페이지를 가득 채웠다.
“헉, 시우야! 언제 왔어?”
“좀 됐지.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도와주고 있었어.”
“그래?”
은수아가 잠깐 고민하다가, 종이를 획 치웠다.
“그럼 놀러 가자. 이건 나중에 해도 되니까.”
“그것보다 훈련할래?”
“훈련?”
은수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응. 내가 칠색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은수아가 내 말을 듣고는, 말했다.
“그럼 상아탑에서 할래? 거기 내 전용 수련장이 있는데, 거기가 영감이 특별히 만든 공간이라 칠색을 써도, 괜찮은 곳이라서.”
“그래, 그럼 거기로 가자.”
***
“그러니까 칠색으로 방어구를 만들고, 그것으로 무기를 만든다고?”
은수아는 잠깐 고민했다. 칠색으로 방어구를 만든 적이 있기는 하다. 새로운 모습이라고 기분에 들떠서, 혈마라고 불린 이와 싸웠던 적이 있다.
하지만 칠색을 방어구로 만들어서 쓰는 것은 심각한 마력부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시우는…….’
이시우는 회귀자다.
그렇기에 미래의 지식을 기반으로, 미래에서 성장한 자신의 힘으로 이렇게까지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이시우의 말이 맞을 거다.
“그냥 그렇게 하면 마나 소모가 너무 심하니까, 칠색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하자.”
“칠색을 구현?”
은수아는 이시우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칠색은 빨, 주, 노, 초, 파, 남, 보의 색깔에 따라 다른 능력을 갖추지.”
칠색으로 만든 검은, 그 능력들을 모조리 고정하고, 반전시키며, 흐르게 하고, 상생하게 하며, 변동하고, 왜곡하고, 부정시킨다.
이렇게 하면 극단적인 마나소모와 사용자에게 커다란 부담을 준다. 그만큼 위력 하나는 절륜해지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강해져서 문제지.”
이시우가 말했다.
칠색은 쓸데없이 너무 강하다고.
공격력이 강하면, 좋다. 그러나 그로 인한 부담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데…….”
이시우의 말은 칠색을 점으로 구현하고, 그것을 옷처럼 입는다. 그리고 라피스 라줄리를 활용해서, 칠색에서 상성이 좋은 남색과 파랑색, 보라색으로 검을 만든다.
색깔마다 장신구를 만들고 옷을 만든다는 발상에서 은수아는 이시우가 그림을 그린 것을 봤다.
그러다가 은수아는 당황했다.
“이거 마법소녀 의상 아니야?”
“어, 그렇지…….”
은수아는 잠깐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이시우의 취향이 마법소녀라니.
“마, 마법 소녀는 아, 아무래도 내 나이에는 조금…….”
은수아가 곤란해하며 말하자.
이시우는 말문이 막혔다.
칠색으로 마법소녀 처럼 다루는 것은, 은수아가 직접 고안한 방법이다. 은수아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자기가 이런 부끄러운 의상을 직접 입으면서 다닌다는 것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하지만 은수아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그치만, 시우의 취향, 이니까, 내, 내가 참아 볼게.”
“…….”
이시우는 멍한 표정으로 은수아를 바라봤다.
다만, 이시우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교류회는 5월 중순에 할 것 같습니다.
그란데힐의 말이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일 넘게 남아있다.
‘그동안 강해져야지.’
나는 계획을 세웠다.
낙윤의 혈통에서 얻은 신염을 키운다. 그리고 마도 황제의 특성을 키운다.
그리고 그 방법을 가장 효율 좋게 하는 방법은 탑을 향하는 것이다.
‘슬슬 가야 할 때가 됐고.’
시간을 꽤 지체했다. 시간이 꽤 흘렀다면,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가고 있겠지.
더 지체했다가는 유아독존으로 강제로 묶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탑으로 향했다.
탑으로 향하고 싶다고 염원했다. 그러자 귀에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탑으로 입장하시겠습니까?]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빛이 화악!하고 퍼지더니 내 몸이 어디론가 이동하는 감각과 함께.
“오셨나이까, 어머님의 분신이시어.”
탑에 도착했다.
***
탑과 현실세계의 시간은 조금 다르게 흐른다.
잠깐 숨을 골랐을 시간이었는데, 이곳에서는 벌써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말은 슬슬 다른 이들이 탑을 등반하기 시작했다는 소리다.
“상점 오픈”
[등반자 상점]
특성 상점
고유능력 강화
장비 상점
소모품
특수 아이템
등반자 상점에는 정말 다양한 능력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중에서 나한테 가장 괜찮다고 생각되는 물건이 하나 있다.
[제약 해금 물약 1,000p]
감정.
[제약 해금 물약]
제약된 능력치나 특성 중 하나를 해금할 수 있다.
능력치를 택할 때, 10%의 능력치를 해금할 수 있다.
특성을 택할 때,1개의 특성을 해금할 수 있다.
능력치, 특성 중에서 제약 당한 것을 하나 풀 수 있는 물약이다. 물론 능력을 선택해서 모든 능력이 풀리지 않는다.
‘특성도 꽤 잠겨있지만.’
그래도 나는 주요 특성은 다 살아있는 편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특수 아이템에서 강화석을 샀다.
‘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된다면, 대박이다. 안되면, 안될 뿐이고. 나는 강화석을 이용해서 물약을 강화했다.
[제약 해금 물약+1]
제약된 능력치나 특성 중 하나를 해금할 수 있다.
능력치를 택할 때,10%의 능력치를 해금할 수 있다.
특성을 택할 때,2개의 특성을 해금할 수 있다.
‘오…….’
성공했다.
나는 강화석을 최대한 샀다. 아쉽게도 상점에서 살 수 있는 강화석은 5개가 끝이라서 5강까지밖에 못했지만.
[제약 해금 물약+5]
제약된 능력치나 특성 중 하나를 해금할 수 있다.
능력치를 택할 때,30%의 능력치를 해금할 수 있다.
특성을 택할 때,6개의 특성을 해금할 수 있다.
‘남은 포인트는 5천인가.’
생각보다 많이 남았다.
나는 물약을 마시고 능력치를 택했다.
‘상태창.’
▼
이름 : 이시우
근력 : 21(48)
민첩 : 21(48)
체력 : 19(48)
마력 : 26(48)
고유능력 : 천상천하 유아독존(Ex)
특성 : 지식 열람(S+), 천수(S+), 천의 가면(S+), 하늘을 굽어보는 눈(S), 태극지체(S), ■■(E)
‘음…….’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하다. 다른 것보다 체력이 낮은 게 너무 컸다. 유아독존을 제외하면, 내 전투는 대부분 몸에 부하를 주고 하는 전투가 대부분이기에.
‘하다못해 오버 로드라도 있었으면.’
제대로 된 마법사의 행세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못해도 마력이 30을 넘을 테니까.
“힘을 회복하셨군요……!”
요정족의 족장이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느 정도는. 내가 맡겨놓은 일들은 어떻게 되었지?”
“예, 어머님의 화신께서 주신 세계수의 나뭇가지로 요정족의 통합은 성공했습니다.”
“벌써?”
나는 당황했다.
너무 빠른게 아닌가? 한 달이라고는 짧은 시간에 모든 요정족들이 모일 수가 있나?
“모두 어머님의 화신이 남기신 증표로, 설득 자체는 했습니다마는, 이곳에 장소가 부족해서, 혹은 최전방을 맡은 임무같은 이유로 대부분은 모일 수 없습니다.”
“임무?”
“예, 마왕이 부리는 수하, 마수들을 저지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지.
나는 족장에게 이것저것 명령한 다음, 훈련소로 향했다.
“이봐, 빵즈.”
창을 어깨에 걸친 채, 중국인 한명이 내쪽으로 오는게 보였다.
“그동안 잘 지냈나 보다? 얼굴이 환한 걸 보니……컥.”
퍽.
귀찮은 시비라서 상대해주기 싫어, 돌맹이로 이마를 때려 제압한 다음, 나는 훈련소를 훑었다. 일본인 A랑 샤오메이, 아야네가 보이지 않았다. 정수기랑 히어로 아카데미 인원도.
‘등반중인가.’
그럼 나도 위로 올라가야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