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8화 〉 이연아(2)
* * *
미국은 강하다.
비록 영웅의 절대적인 강함을 상징하는 격은 한국에 밀리고, 숫자는 중국에 밀리지만, 그럼에도 미국은 강하다.
다르게 말하자면 한국보다 영웅의 숫자가 많고, 중국보다 영웅의 격이 높으며, 수없이 많은 자본으로 압도적인 마도공학 무기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수많은 이종족들이 미국인들과 어느새 동화되었고.
강한 육체를 가진 수인족과 태어나자마자 이능을 각성하는 사이오닉 등의 이종족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들과 동화한 미국인들.
가장 큰 전력은 용족이지만, 용족을 제외하고도 용왕의 눈으로 봐도 꽤 쓸만한 존재들이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이다.
그런 미국은 랭킹 제도가 있다.
수많은 ‘영웅’들을 각기 특성에 따라 랭킹을 매기는 랭킹 제도.
무력 순으로 따지자면 25위의 위치한 에이든 잭슨은 강했다. 상격에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으며 곧, 최상격을 바라볼지도 모른다고 평해지는 인물.
그리고 그는 지금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고작 이 정도인가.”
실망어린 목소리로.
“어째서……어째서 영웅인 당신이……!”
절망어린 목소리로 에이든이 중얼거렸다. 그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귀자의 동료이자 그의 오른팔이라 불리던 무신이 왜 마에 타락했는가.
“미국에서 25위라고 해봤자, 무신님의 사도인 무월 님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그의 사도인 무월과 적월. 적월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무신 님이 신경을 쓰는 이시우라는 존재도, 무월 님에 비할바는 아니지요.”
“……그래. 무월에 비할바는 아니지.”
혁월은 고개를 들었다.
달이 빛나고 있다. 만월.
“곧 때가 도래한다. 그릇은 점점 완성되어가고 있다.”
“그릇……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그리고 내가 그 그릇을 취하는 순간.”
초월경의 너머. 일찍이 회귀자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원영신.
그리하면 그때는 영원을 꿈꾸는 자와 대적불가의 마신과 싸울 수 있을까.
혁월은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었다. 대적불가의 마신. 회귀자와 함께 본 그 존재는 과연 진실이었을까.
그저 자신의 영역에 내디뎠다는 이유로, 행성만 한 존재를 쥐잡듯이 잡았던 그 존재가 떠올랐다. 붉은빛의 눈으로 자신을 보았던.
푸른빛의 눈으로 자신을 보았던, 영원을 꿈꾸는 존재는…….
상념은 거기서 멈추었다. 이 근처에 인기척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에이든!”
“맙소사, 에이든이 저 모양으로…….”
“잠깐, 저기 선두에 있는 남자의 얼굴이 익숙한데…….”
미국 랭킹의 3위, 신의 방패라 불리는 이지스.
그리고 그를 따르는 길드원 35명.
“……무신?”
누군가 내뱉은 말.
그것으로 모든 이들이 동요했다.
“귀찮아졌군.”
혁월은 가볍게 팔을 뻗었다.
정권.
주먹을 내지르는 행위.
이지스는 반사적으로 방패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 모든 행위가 쓸모없다는 것을 이지스는 알고 있었다.
‘미친.’
주먹에 거대한 힘이 담겼다. 산맥마저도 갈갈이 찢어버릴 듯한 거력.
‘이게 인간이 낼 수 있는 힘인가……?’
마력이 비명을 지른다. 공간이 찌부러진다. 그저 상대방이 날리는 가벼운 정권일 뿐이지만, 그 힘에는 어지간한 도시 하나를 초토화할 힘이 깃들어 있었다.
‘신……이시어.’
정권이 이지스를 산산내기 직전.
이지스는 무신이 날뛸 미국에 안위를 걱정하며 신을 찾았다.
***
나는 내가 하반신 관리를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무슨 개소리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다.
‘우스운 말일지도 모르지만.’
이미 사귀고 있고, 부모님에게 소개한 여자만 열 명이 넘는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여자를 밝히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당장 팔만 뻗어도, 얻을 수 있는 여성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내가 진짜로 여자에만 미친 사람이었다면, 이미 요정족들로 하렘을 만들었을 것이다.
‘정말 삼천궁녀를 거느릴 수 있어…….’
농담이 아니다.
요정족은 인간족보다 외모가 월등하고, 요정왕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충성심을 발휘한다.
당장 십삼월의 단장만 하더라도 티타니아가 갖고 싶어하던 시계인 사계(四?)를 사비로 산 다음 나에게 진상하지 않았는가?
내 말로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히어로 아카데미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내 하렘으로 세울 수 있다.
‘음…….’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연아 정도의 여자라면 두 팔을 벌려서 환영할 수 있다.
고유 능력이 남의 특성을 빌리는 것과 비슷해서 내가 활용할 여지가 적다지만, 이연아는 한국에 있는 영웅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인간이다.
거기다가 외형은 어떤가.
팔 다리는 길쭉하고, 호리호리한 몸에 가슴은 크면서, 골반도 크다. 막말로 어떻게 이런 몸매가 유지되지, 싶을 정도로.
그럼에도,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고민하는 이유는.
‘이거 말해야 하는데.’
이미 여성진들은 합의를 봤다. 어차피 내가 여자를 늘려도 뭐라 할 수는 없으니, 최소한 꼬실 거면 말을 하라고.
그런데 이연아다.
윤채린과 윤승하로 자매 덮밥을 완성한 내가 모녀 덮밥을 노린다고 착각할 수 있다. 윤채린을 제외하면 내 부모님이나 여자들은 이연아를 윤승하나 윤채린의 부모님으로 알고 있으니까.
“흐흥.”
이연아는 여전히 요망하게 웃고 있었다.
싱글싱글 웃으면서.
그래서 더 무서웠다.
“이야, 그래도 반응은 있네요.”
“……반응?”
“네, 탑에서 오빠는 정말 무반응이었거든요. 제가 유혹해도, 미안하지만 난 널 여자로 보지 않았다. 라던가, 너를 동생 같은 여자로 생각했다라던가. 무표정하게 말하더라고요.”
이연아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공기가 싸했다. 나는 이연아가 굉장히 화난 상태라는 것을 가면을 쓰지 않고서도 알 수 있었다.
탑에서 있던 이시우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설마 진짜 고자인 건가.
나는 괜스레 안쓰러워졌다.
“근데요, 그거 알아요?”
“어?”
“저, 방금 살짝 젖었어요.”
“…….”
“막 이래~. 라고 하고 싶은데.”
이연아의 눈이 희번뜩해졌다.
“그거 알아요? 저 60년 가까이 처녀로 지낸 거?”
“…….”
“진짜, 진짜 탑을 등반할 때, 성욕이 너무 강해져서 확 뗄까, 고민했는데, 그래도 그쪽이, 시우 오빠가 계속 떠올라서 그냥 참았거든요.”
“…….”
“근데 이제 더 참을 수 없어요. 마수왕 토벌 때, 진짜 오만한 용이랑 맞짱뜨다가, 황천길을 한번 건넜거든요. 그래서 그거 회복하니까, 성욕이 강해지더라고요. 생존본능이 막, 증가해서 자손을 남기고 싶어한다던데.”
이연아가 내 팔을 끌어안았다.
“안 될까요?”
물기 가득한 눈으로, 이연아가 나를 올려다보며 애원하듯이 말했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승낙 한 거죠?”
그러자 이연아의 표정이 바뀌었다. 마치 바로 전에까지의 것이 연기였다는 듯.
그리고는 문을 발로 열어서 안방으로 날 밀어 넣었다.
나는 조용히 침을 삼키며 준비를 했다.
그녀와 같은 경지에 있는 티타니아를 이미 상대해 봤기 때문이다. 티타니아에게 짜이느라 진짜 죽는 줄 알았지. 비록 세계수의 무한한 백업을 받고 있었다는 상대였지만.
‘괜찮……겠지?’
그래도 그때보다 내가 더 강해졌다.
그리고 그 만큼 세계수와 가까워졌다. 생명력을 멀리 있는 상태에서 공급받을 수 있다.
‘이연아는 처음이니까.’
성욕이 강할 거다. 티타니아는 9세기에 가까운 시간동안 처녀였지만, 인간의 나이로 계산하면 이연아와 비슷할 거다.
나는 이연아의 어깨를 붙잡았다.
“…….”
이연아가 대답없이 살포시 눈을 감았다. 키스해달라는 신호. 나는 조용히 입을 맞췄다.
쪽.
가벼운 입맞춤.
그런데 이연아의 표정이 이상했다. 굉장히 황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키스라는게, 그냥 무드 잡는 용인 줄 알았는데.”
“왜?”
“잘 모르겠네요, 좀 더 해요, 오빠.”
그리고는 내 목을 팔로 감싸더니.
쪽.
“아직도 모르겠어요.”
쪽.
“슬슬 알것 같기도 한데.”
쪽.
“……그냥 이대로만 있고 싶다.”
이연아가 방금의 키스를 끝으로 내 품에 폭 안겼다.
그렇게 있기를 한참.
“설마 뽀뽀로 끝내게?”
“설마요. 내가 견딘 세월이 얼마인데.”
이연아가 들뜬 숨을 쉬었다. 열기로 가득한 눈으로 나를 봤다.
“나, 지금까지 엄청 쌓인 거 알죠?”
갑자기 불안했다. 티타니아가 겹쳐 보여서.
“아마, 중간에 내가 폭주할지도 몰라요. 막, 막 시우 오빠를 겁탈하려고 할지도 몰라요.”
이연아가 조금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오만한 용한테 목숨을 걸고 싸웠으니까, 상으로, 상으로 한 번만 봐줘요.”
그리고 이연아가 내 옷을 벗기고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나를 침대에 밀어 넣었다.
"각오해요, 오빠."
***
“졔, 송해요옷, 허, 허접 보지가 깝쳐서! 흐아아아아아아앙♡”
……왜 이렇게 된 거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