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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246화 (246/298)

〈 246화 〉 귀환

* * *

“뭐, 뭐야. 어, 어떻게 초, 초반부터 그, 그런 힘을…….”

인상 나쁜 여자, 일본인 A가 말했다.

“히, 힘을 수, 숨기고 있었어? 서, 설마 내, 내가 스스로 반성하게 하기 위, 위해서?”

뭔 소리지.

나는 이상한 소리를 짓거리는 일본인 A를 무시하며 이연아를 봤다.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연아. 이렇게 보니까 귀여웠다.

나는 잠깐 저 둘을 보다가 알림창을 훑었다.

위대한 업적이라면서 나에게 15,000p가 들어왔다. 그리고 재밌는 물건도 들어왔다.

[귀환 티켓]

[등반자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언제든지 현실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이건 완전히 차별이었다.

멋대로 납치한 주제에 자신의 자유로 입장한 존재는 현실로 복귀할 수 있다­라.

‘이상한데.’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둑해진 공간. 이곳에 온 지 어느새 9시간이 흘렀다. 12시간 안에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야 책잡힐 일이 없다.

“잠시만.”

빠르게 아래로 내려갔다.

유아독존이 허락한 시간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장막에 바로 시체를 넣은 다음, 위로 올라왔다.

이연아와 일본인 A의 허리를 잡고는.

“꺅!”

마법을 발동한다. 물리력에 강한 방어막을 주위에 쳤다.

그리고 뇌혼.

보랏빛의 번개가 점멸한다. 그리고 도약.

한 순간에 몸이 솟구친다.

‘……30초 정도 남았나.’

유아독존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다. 별로 많은 시간이 아니다. 나는 유아독존의 다른 능력을 사용했다.

분기점.

김은정의 ‘뇌광’을 꺼내왔다. 파직. 번개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그 번개를 따라 내 몸이 번개와 위치를 맞바꿨다.

그렇게 이동하기를 10초. 나는 빠르게 유아독존을 풀었다. 반쯤 혼절한 일본인 A와 나를 경계하는 눈빛이 더욱 짙어진 이연아.

“이, 이 멀리까지 와서, 저, 저희를 어, 어쩔 셈이죠? 서, 설마 살인멸구…….”

“돌아온 거에요.”

나는 이연아에게 말하고는 아공간을 뒤졌다.

경계심이 높아졌으니, 맛있는 걸로 꼬셔야지. 자고로 이런 중세시대에서, 맛있는 걸 먹으면 자연스레 풀릴 수밖에 없다.

“음, 이야기하자면 좀 길어질 것 같은데.”

나는 일본인 A를 바라봤다.

“그쪽도 초코바 먹을래요?”

“초, 초코바이요?”

일본인A의 눈이 반짝거렸다.

초코바 몇개와 사탕을 건네주자 이연아가 얌전히 손을 가져가서 냠­하고 물었다. 일본인 A는 황홀한 표정으로 사랑에 빠질듯이 초코바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럼 어디서부터 이야기 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나는 그냥 전부 말하기로 했다. 일본인 A가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저 정도야 맹약을 몇 개 걸면 문제없는 수준이 될 테니까.

"……그래서 제가 이곳으로 오게 된 경위입니다."

"잠깐, 잠깐. 그러니까 내가 미래의 다, 당신과 인연이 있어서, 이곳으로 오게 된 거라고요?"

"네."

"그, 그리고 채아한테 그렇게 잘 해준 이유가 관심이 있던게 아니라……."

"그분들이 제 연인의 부모님이라서."

"하아."

이연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래서 저희랑 그, 그렇게 차이가 났던 거군요."

"네, 한국인들은 전문 교육을 받았으니까요."

나는 일본인 A를 바라봤다.

"그쪽, 일본인 그룹에 힘 좀 쓰시죠?"

"네? 네, 이, 일단 제, 제가 리더이니까……."

나는 잠깐 고민했다. 여기서 섣불리 일본인 A를 도와줬다가는 일본인 A가 왕따를 당할지도 모른다.

내가 없는 곳이나, 내가 약해 보인다고 무시했던 이들이다. 이건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봐도 좋겠지.

'재능이 있으니 어떻게라도 써보고 싶은데.'

나는 일본인 A의 스텟창을 훑었다.

재능이 없다면, 이곳에 오지도,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시간에 0.1 강한남 정도의 무력을 가질 수 없으니까.

"그럼 연아씨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제가요?"

조금 꺼림칙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네, 대신 제가 좋은 거 많이 드릴게요."

나는 초콜릿하고 여러 가지 과자들을 꺼냈다.

"저 한테 맡겨만 주세요."

쉽네, 쉬워.

***

샤오메이가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누워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하반신 쪽에는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어나써여?”

아야네가 내 하반신 쪽에서 물고 있었다.

‘뭐지……?’

나는 아직 이 둘을 공략하지 않았다. 저 둘의 호감도는 이미 채웠지만, 결정적인 계기랄 것도 없었고.

“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에요!”

옆에서 이연아가 얼굴을 붉히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 설마 지금 우, 우리를 어떻게 해보려고……?”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채아가 있었다는 것이다.

“네놈! 채아에게까지 마수를……!”

난입하는 장인어른.

그리고 아야네가 물고 있는 아래쪽에서 감각이 느껴지면서.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뭔 꿈이지.

나는 침대 주변을 바라봤다. 근처에서 정수기가 널브러진 채 누워 있었다.

유아독존을 사용하고 정수기가 옆에 있어서인가.

‘……아니, 그건 아니다.’

단언할 수 있다.

정수기의 능력은 유아독존에 속한다. 그녀의 능력은 나에게 통한다 안 통한다 수준이 아니다. 그냥 나는 그녀의 능력에 면역인 수준이다.

‘그냥 개꿈인가.’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근처에 있는 메이드를 통해서 아야네와 샤오메이를 불렀다.

잠시의 시간 뒤.

“부르셨나여?”

“무슨 일이에요?”

샤오메이랑 아야네가 내 방으로 왔다.

“잠깐 집에 좀 갔다가 오려고.”

“집이여?”

아야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탑은 한 번 들어오면 못 나간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샤오메이가 의문스러운 말을 했다.

“응, 그런 줄 알았는데, 집에 갔다 올 수 있는 물건을 얻어서 말이야. 그래서 혹시 현실에 뭐 필요한 물건이 있거나 하면 같이 갔다 와도 돼서.”

“그럼 져는 여기에서 훈려늘 하고 있을게요!”

아야네가 기합을 넣으며 말했다.

나는 지식열람으로 슬쩍 아야네의 스텟창을 봤다. 확연하게 오른 능력. 그리고 특성도 하나 풀려있었다.

“여기에서 수려나니까, 바깥보다 훨씬 빠르게 강해져서여.”

“저도 남을게요. 저도 마음 같아서는 밖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있지만……여기에서 적당히 수련하고, 제 특성을 갈고닦아야 할 것 같거든요.”

나는 아야네와 샤오메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탑은 노력하는 만큼 강해질 수 있는 장소다. 마치 게임과도 같다고 해야 되나. 능력치를 제한한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제약을 풀고, 강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니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시킬까요?”

아야네가 조금 곤란한 어투로 중얼거렸다.

“여기에서는 현실에서 물품이 별로 통용되지 않으니, 과자로 왕족을 매수한다든가?”

샤오메이가 아야네의 말에 답했다.

어처구니 없는 말이지만, 일리 있기는 하다. 이곳에서 나오는 디저트라고 해봤자, 과일이 대부분.

과자같은 현대 문물이 응축된 제품을 보면 눈이 돌아갈지도 모른다.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한 게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물론, 나는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된다.

***

“밖에 나갔다가 오시겠다는 건가요?”

의아한 얼굴로 엘프의 족장이 물었다.

이곳에서의 요정족은 좀 특이했다. 세계수를 떠받들지만, 각각의 종족을 따라 족장이라 불린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존재는, 요정족 내에서 가장 큰 종족을 이른 대족장.

나는 말하는 대신 세계수의 마나를 흩뿌렸다.

순간 대족장의 얼굴이 멍해지더니, 바로 무릎을 꿇었다.

“어머니의 마나……미천한 존재가 감히 어머니의 화신을 뵙습니다.”

“그래. 너희를 위해서 내가 왔다.”

나는 아공간에 박혀있던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하나 꺼냈다.

“……이건…….”

일찍이, 나태의 산양을 토벌했을 때, 티타니아에게서 얻은 물건.

세계수의 가지를 영약으로 섭취하거나 무기에 쓰는 것도 좋지만, 세계수의 영역을 이곳으로 늘리고, 요정족을 강화한다.

‘이것도 나쁘지 않아.’

결국 돌고 돌아 내가 강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너희에게 하사하는 물건이다. 세계수의 나뭇가지지. 이것을 들고, 세계수를 심어 종족을 통합하라.”

“제 목숨이 끊어지더라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쿵!

대족장이 머리를 크게 바닥에 부딪쳤다.

“그리고 이곳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들, 나와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존재들을 보살펴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공간에서 가방을 하나 꺼냈다. 아티팩트들이 담긴 물건.

“이것으로 요정족들을 무장하라. 무력행위가 필요하다면 허용하겠지만, 최대한 요정족들을 많이 모으라.”

“네! 화신님의 말씀, 뼈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방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티켓을 찢었다.

파앗!

빛이 점멸하며 내 몸이 부유하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머릿속의 티켓의 사용법이 떠올랐다. 내 몸이 아카데미로 이동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파앗!

빛이 일어났다.

‘제대로 온 건가.’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히어로 아카데미의 교정. 나는 잠깐 주먹을 폈다가 쥐었다. 힘이 되돌아왔다.

“어, 어……?”

“이시우 님! 이시우 님이다!”

누군가가 소리치자 이쪽으로 시선이 확 끌리는 것을 느꼈다.

귀찮아 질 것 같아서 하늘로 도약. 그리고 실피드의 증표로 발판을 만들면서 티타니아에게 향했다.

“오셨군요.”

그러나 티타니아의 집무실에는 그란데힐만 있었다.

“티타니아는?”

“다른 분들이랑 회담하기 위해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그래?”

“그런데 빨리 오셨군요. 한 한 달가량은 못 오실 거라 하셨는데.”

“응. 생각보다 빨리 오게 됐어. 근데 데힐, 만약 다른 요정들이 요정족에 편입되면 어떨까?”

“다른 요정족 말씀이십니까? 탑 안쪽에 있었습니까?”

“응.”

“요정족은 숫자가 느는 것 자체가 이득입니다. 공허족이나 용족에 비해 그 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인간이나 수인족들에 비하면 적은 축에 속하니까요. 그리고 요정족들은 이시우 님만 계신다면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군.”

그란데힐이 조금 무서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즉, 그란데힐의 말은 내가 좀 더 짜내라는 뜻이었다.

“아, 맞다. 데힐, 내가 조금 이상한 꿈을 꿨는데.”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 화제를 전환했다.

“이상한 꿈 말씀이십니까?”

그런데 그란데힐의 표정이 심각했다.

“혹시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 꿈이 예지몽일 수도 있습니다.”

“……예지몽?”

“요정왕과 요정여왕에게 마나를 공급해주는 세계수는 일종의 신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바티칸에 있는 천신, 마인들이 섬기는 마왕……그것들과 같은 동격에 있는 세계수와의 연결이 가장 강한 것이 이시우 님과 티타니아 님이니까요.”

그란데힐이 숨을 골랐다.

“인간의 시선으로 보자면 요정왕과 요정 여왕은 일종의 신과 가장 가까운 대신관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이시우 님은 여러모로 특별하니까요.”

하지만 그 설명을 들으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 샤오메이나 아야네, 거기다가 이연아까지는 어떻게 인정하겠다고 해도, 이채아는…….

‘내 장모님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개꿈이 분명했다.

……개꿈이어야만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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