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화 〉 Re: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여행인줄 알았지만, 나 혼자 힘을 숨김(3)
* * *
철검 하나는 샤오메이에게 넘겼다. 호신술이 특기라지만, 무기는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서.
“시우씨는……?”
“저는 마법사 역할이에요.”
“네?”
천의 가면을 꺼냈다. 마도의 업.
‘마력이 2니까……귀찮군.’
윤승하가 가진 재능도 좋지만, 마력이 한없이 후달리는 지금은 이지아가 더 좋다.
마도의 업.
역천의 마력을 가진 이 힘은 마력을 폭주시킨다.
“후우.”
숨을 들이쉬고 술식을 짜아 올린다. 마력이 폭주하듯이 날뛴다. 이지아가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까지, 마법을 쓸 수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
‘마도의 업은 술식을 따로 짜야 해.’
지금까지 있었던, 마법을 모조리 뒤엎는다. 술식을 짜아올리는 방식, 발현하는 방법 그 모든 것이 다르다.
그러나 그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순간 발현되는 마법은 평범한 마법식보다 마나를 적게 먹고, 위력은 아득하게 웃돈다.
마도의 업은 마나의 폭주를 기반으로 둔 능력이다. 그렇기에 마도의 업을 지닌 존재의 마법 난이도는 올라간다.
머릿속에 지식들이 샘솟는다. 이지아를 만나면서, 무신에게 치명상을 입혔던, 이시우의 지식.
보통의 마법사라면 이 조건을 가지고 마법을 발현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내가 가진 특전인 칠색과 마도의 업, 마도황제는 그것을 보완할 수 있으니까.
‘상태창…….”
▼
이름 : 이시우
근력 : 2(46)
민첩 : 2(46)
체력 : 2(46)
마력 : 2(47)
고유능력 : 천상천하 유아독존(Ex)
특성 : 지식 열람(S+), 천수(S+), 천의 가면(S+), 하늘을 굽어보는 눈(S), 태극지체(S), 마도황제(E)
■■칸이 바뀌었다. 마도황제라는 이름으로.
마나가 들끓는다. 몸속의 혈관을 탄 마력들이 당장이라도 포화할 듯이 몸속에서 포효하고 있다.
웃기게도.
이 마나들은 모두 내 통제에 따르고 있다. 모든 재주에 보정을 가하는 천수. 그리고 모든 마나에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는 마도황제의 힘이었다.
마나가 7개의 점을 그린다.
가장 기초적인 마법, 풍인. 바람의 칼날이 날카롭게 솟는다. 그 크기는 50cm.
그러나 이것을 그대로 고블린에게 날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분열.
바람의 칼날이 분열된다. 7개의 날카로운 칼날로.
‘여기에 자동추적같은 마법을 덕지덕지 바르고 싶은데.’
아쉽지만 마나가 없다. 완전히 바닥나버렸다. 풍인 일곱 개가 갑옷을 입은 고블린들을 향해 쏘아졌다.
콰득.
바람의 칼날이 목을 꿰뚫었다. 고블린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다만 쓰러질 뿐이었다.
키에에엑!
크룩크룩!
그러나 고블린은 많았다. 몽둥이 따위를 들고 있어서 우리는 위험하지 않았지만, 다른 학생들이 문제였다.
“저, 저리가 이 괴물!”
“괴, 괴물이 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다들 내 뒤로 물러나도록!”
마나가 드러서지 못한 옛 학생그룹에서 난리가 나자, 한남훈이 앞으로 나왔다.
고블린 한마리가 몽둥이를 휘두르자 그 몽둥이에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크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뭐하는 거지. 설마 제약 당한 것을 모르나?
어쩃든 한남훈의 비명 때문에 다들 당황했다. 그래도 이연아랑 날카로워 보이는 소년이 나서서 고블린들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이연아는 길쭉한 팔다리를 뻗으면서 걷어차거나 거리 조절로 하나씩 차근하게 쓰러트렸고, 날카로워 보이는 소년은 어디서 주웠는지 모를 나뭇가지로 차근차근 쓰러트렸다.
그리고 약 30마리의 고블린을 잡은 다음.
일행은 모두 휴식을 취했다. 아야네는 무릎을 꿇으며 숨을 들이 내쉬고 있었고, 정수기는 샤오메이를 끌고 가서 고블린을 구속하고, 환상마법을 걸고 있었다.
‘이 틈에…….’
나는 배낭에서 약간의 식량들을 꺼내서 아야네랑 샤오메이, 정수기에서 나눠줬다.
다른 쪽을 훑어보니 한남훈은 주먹을 부여잡으며 끙끙거리고 있었고, 날카로워 보이는 소년은 앉은 채로 체력을 비축하고 있었다.
이쪽을 경계하면서.
“……예상보다 제약되는 능력이 더 심한데. 한남훈이 단순무식……강건한 육체가 몽둥이를 뚫지 못했어.”
이연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마라, 연아. 너는 내가 지켜줄 테니까.”
한남훈이라고 말한 소년이 이연아를 바라보며 느끼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연아는 미간을 잠깐 찌푸리다가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쪽 분들은 누구세요? 배지를 보니 2학년생이신 것 같은데…….”
마치 너희는 본적 없다는 듯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튜토리얼의 클리어를 확인했습니다]
[1분 후, 대기실에서 24시간의 휴식을 취한, 다음 튜토리얼인 수련의 장소로 향하게 됩니다]
처음 탑에 등반했을 때와는 달리, 감정 없는 기계적인 음성이 들렸다.
“저희도 히어로 아카데미의 학생입니다. 2학년이고…….”
거기까지 말하자 더 경계 어린 표정으로 나를 봤다.
꽤 신기했다. 처음 만남 때부터 호감 어린 눈빛이었는데.
“뭐, 있다가 다시 뵙죠.”
나는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빛이 점멸하며 우리는 다른 공간으로 향했다.
***
개인 대기실.
등반자라고 칭해지는 존재들이 가지는 개인 공간이다.
이곳은 주인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 그리고 이 개인 대기실은 각 층을 돌파할 때마다 올 수 있지만, 어떤 층을 돌파하면 임시 휴게소로 쓸 수 있으니 여러 가지 휴식 물품들을 갖추는 게 좋다라고 이연아가 말했다.
[놀라운 마법으로 고블린을 섬멸했습니다!]
[고블린 30마리 중, 정예 고블린 7마리를 쓰러트린 결과 업적 포인트 100p 획득!]
‘100p라.’
괜찮았다. 이정도면 견습 신관의 제약을 풀 수 있을 정도로.
“100p를 이용해서 특성 하나를 풀고 싶은데 괜찮나요?”
[가능합니다. 제약을 풀겠습니까?]
따스한, 신령스러운 음성이 들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성력이 다시 조그맣게 생겼다.
[제약을 풀었습니다]
나는 신성력을 이용해서 피로 회복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빛이 번쩍! 하고 마법이 발현되며 마법을 사용한 피로가 어느정도 회복됨을 느꼈다.
‘그럼 이제 마나를 늘려볼까.’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아공간 장막에서 회색 가방을 꺼냈다. 그란데힐이 생필품 목록으로 준 것이지만, 훈련 기구 몇 개가 들어있었다.
중력 마법이 걸린 아령들이나 마정석이 품은 마나에 따라 마나가 집약되는 유물과 아티팩트 등이.
탑에서 스텟을 올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련. 끝없는 수련으로 스텟을 올릴 수 있다. 다시 스텟을 되찾는 것이니, 그 속도는 상당히 가파를 거다.
‘이걸 또 해야 된다니.’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적에도 쳐다도 안 봤던 5kg짜리 아령을 보고는 나는 한숨을 쉬었다.
***
밥을 먹고, 수련하고, 잠을 자고, 심법을 단련하여 마나를 다시 올리고.
그 과정을 끝내니, 모든 스텟이 1 올라서 3이 되었다. 그리고 24시간이 끝나 있었다.
[1분 후, 다음 튜토리얼인 수련의 장소로 향하게 됩니다. 준비해주십시오]
알림과 동시에 나는 준비를 했다.
[다음 튜토리얼로 진입합니다]
빛무리가 번쩍거리고.
“환영하네 용사들이여.”
늙고 노쇠한 왕이 맞이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옛 중세시대의 성을 연상시키는 내부 공간. 왕좌로 보이는 곳은 늙은 왕이 금관을 두르고 있었고, 그 옆에는 왕과 마찬가지로 금관을 두르고 있는 요정족과 앳된 여자가 있었다.
‘늙은 왕이 제국의 황제고, 요정족이 지금 흩어진 요정족을 이끌고 있는 가장 큰 부족의 장. 여자는 마도왕국을 이끌고 있는 여자라고 했었지.’
이연아가 준 정보를 다시금 되새겼다.
“헉! 뭐야!”
“또, 또 고블린하고 싸워야 되는 거야? 이젠 싫어!”
웅성거림이 커졌다. 내 근처로 인기척이 생겼다. 샤오메이랑 아야네, 정수기가 내 쪽으로 왔다.
“힘을 어느정도 찾았어?”
“……아직 멀었다. 나는 이것저것 제약이 더 걸려 있어서.”
하긴.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재능있는 학생들을 모조리 납치하는 존재가 마왕을 가만히 내버려둘 리는 없다.
“용사님들이어!”
금관을 쓴, 마도왕국의 여자가 일어서서 우리를 환영했다.
그대들은 천신께서 내려주신, 용사님 들이십니다! 죄송하지만, 부디 우리들을 위해서 이 세계에서 싸워주지 않겠습니까?라는 말을 시작으로 장황한 연설이 시작되었다. 약 10분 정도 지났을까. 그들이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갈 방법은 있나요?”
“죄송하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를 시작으로 여러가지 질문이 있었지만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이곳은 수련의 장소이다. 이곳에서 수련하면 능력치가 더욱 빨리 오른다.
이곳에서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약 한 달. 그 안에 기본적인 전투 방법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어디로 갈지 선택할 수 있는데, 제국하고 요정족이 머무르는 부족, 마도왕국이 존재한다. 선택한 곳은 그대들에게 든든한 뒷 배경이 될것이다.
였다.
“먼저 용사인 그대들은 전투로 피곤했을 테니, 오늘 하루의 일정은 비었다. 오늘 하루는 푹 쉬도록.”
이것을 기점으로 메이드 복을 입은 여성들이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집사복을 입은 남자들이 여성들에게 다가갔고.
우리 일행도 슬슬 배정할 숙소로 돌아가자고 이야기가 나올 무렵, 정수기가 품에서 휴대전화기를 꺼내면서 말했다.
“그리고 네가 부탁했던 것, 드디어 완성했다.”
“최면 어플 말인가?”
정수기의 말에 나는 반색했다.
뭔가 팔각모를 쓴 이미지가 떠오르는 그 어플의 개조를 드디어 완성한 건가.
“……최면 어플이요?”
샤오메이랑 아야네가 내쪽으로 오면서 물었다.
순간적으로 샤오메이랑 아야네의 눈이 번뜩였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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