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화 〉 이시우(8)
* * *
다행히도 윤채린은 금방 정신을 차렸다.
“아?”
“괜찮아?”
내가 말하기엔 뭣하지만, 순간 윤채린이 어디 잘못된 게 아닐까하는 걱정이 강하게 들었다.
“와, 미친. 방금 도대체 뭐지.”
“괜찮아?”
“어, 어, 음. 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윤채린이 그렇게 말하면서 내 가슴팍에 머리를 기댔다. 뭐가 좋은지 실실 웃으면서.
“아, 이렇게 있으니까 좋다. 근데 방금 전 것은 뭔가 뭔가였어.”
“그래?”
“응, 막 눈앞에서 별이 튀어나오면서 너무 좋아서 기절했다고 해야 되나. 하.”
윤채린이 잠깐 나를 힐끔 올려다보더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상상만 해 와서 그런가. 생각보다 훨씬 더 기분이 좋았어.”
“기절할 만큼?”
“……어.”
윤채린이 내 품에 있는 채로 얼굴을 조금 붉힌 채 말했다. 그리고는 나를 잠깐 보다가 입맞춤.
쪽.
“왜?”
“그냥 좋아서.”
나는 문득 윤채린이 계속 말을 열심히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 설마.”
“아, 지금 만지지 말아줘. 엄청 민감해졌다고!”
윤채린이 부끄러워하며 소리쳤다.
“그, 그니까 일단. 내, 내가 자지라도 빨아줄 테니까, 좀만. 좀만, 기다려줘라.”
“그거 말고.”
“응?”
나는 윤채린을 껴안았다. 은은한 꽃향기가 풍겼다.
“……이것도 뭐, 나쁘지는 않네.”
윤채린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이제 괜찮아 졌어. 마저 하자.”
“괜찮아?”
“응, 괜찮아. 그리고 너 지금 쌓여있자나.”
그 대사는 조금 그런데.
“그리고 그 뭐냐.”
윤채린이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짓고는.
“정액이 내 자궁안에 있으면 뭔가, 묘하게 안심이 된다고 해야되나.”
“…….”
“아, 그런 변태 같은 눈으로 보지 말고!”
윤채린이 다리를 벌렸다.
“아무튼 허접자지로 열심히 박아보든가.”
윤채린이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나는 참지 않았다.
“꺅.”
윤채린을 침대에 눕히자 고저 없는 장난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나를 바라봤다. 히죽웃으면서.
자연스럽게 보지를 자지에다가 조준했다. 그리고는 삽입. 찔걱소리가 들리면서.
“흐읍.”
윤채린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더 넣어도 돼?”
“다 넣어도, 흡, 이 천마 님이 다 받아 주…흐아아아아아앙♡”
윤채린의 허세에 나는 끝까지 넣었다. 그러자 윤채린이 눈을 뒤집었다.
……설마 또 기절한 거야?
는 아니었다.
“야, 이 미……나쁜놈아! 그렇다고 진짜로 다 넣냐!”
“오, 어떻게 버텼어.”
“사람이 기절할 뻔했는데, 어떻게 버텼어? 그야 내가 직접 창시한 천마섹스신공으로 버티긴 했는데.”
그건 또 뭔데.
“아무튼 시우, 너 오늘 뒤졌다.”
윤채린이 나를 밀치면서 자세를 바꿨다. 나와 앉아서 마주 보는 자세로.
나랑 마주한 채, 야릇한 눈으로 나를 보다가 내 입술에 입을 맞추면서.
찌걱찌걱찌걱.
허리를 흔들었다.
“하앗, 아……더, 더 키스해줘. 츄릅, 하아♡”
윤채린이 내 허리를 다리로 감싸며 허리를 흔들었다. 나도 박자를 맞추면서 허리를 튕겼다.
문득 이상한 욕구가 생겼다. 키스마크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윤채린의 새하얀 목덜미에 입을 살짝 대고는.
찔걱찔걱찔걱.
“히이이잇♡ 자, 잠깐 이거 뭐, 뭐야.”
“키스마크. 네가 내꺼라고 남겨봤어.”
“하, 어이없네. 네가 내꺼지.”
윤채린이 그렇게 말하며 내 어깨에 입을 가져가고는 살짝 깨물면서 강하게 빨았다.
쪼옥.
찔걱찔걱.
“나 슬슬 갈 것 같은데.”
내가 말하자 윤채린이 다리로 내 허리를 꽉하고 감쌌다.
“안에 싸. 안에 안 싸면 죽는다.”
협박성 가득한 말에 나는 사정감을 해방했다.
뷰르르릇! 뷰릇! 뷰르르릇…….
“흐으으으읏♡”
윤채린이 몸을 떨면서 한참을 여운을 만끽했다.
***
요정족들은 기본적으로 ‘개인’보다는 종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간족과는 다른 극단적인 종족이다.
예를 들어 한 요정족에게 목숨을 걸고 정찰을 하라고 하면, 그 요정족은 정말 목숨을 걸고 정찰을 한다. 개개인의 성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은 그렇다.
그러나……요정족에게도 한가지 종족보다 자신을 우선시하게 되는 것이 있다.
“요정왕의 은총이라고 하죠.”
후룩.
민트티를 마시면서 한 요정족이 중얼거렸다.
전대 요정왕은 속된말로 조금 부실했다. 아니, 많이 부실했다. 그는 헬레나라는 존재를 겨우겨우 감당했으니까. 그렇기에 다른 요정족들이 은총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요정왕인 이시우는 달랐다. 티타니아를 홀로 ‘감당’한데다가 다른 여자들도 있다. 기본적으로 어마어마한 정력을 가졌다는 소리다.
세계수 안.
원형의 탁자. 그곳에서 수십 명의 요정족들이 모여 있었다.
요정족이 자랑하는 최강의 무력부대 십삼 월의 단장과 부단장, 그리고 세계수를 관리하거나 정화를 위해서 모습을 숨기고 있었던 요정족의 장로들.
그리고 그 상석에서 그란데힐이 앉아 있었다.
“요정왕 님은 실제로 어떤가요, 그란데힐 님?”
무력 하나로 따진다면 가장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십삼월의 단장이 그란데힐에게 존칭을 하며 물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녀는 이러한 존칭을 받을 수 없다.
그녀가 이런 존칭을 받는 이유는 단 하나. 이시우가 그녀를 신뢰한다는 것과 가장 가까이에서 그를 보필한다는 위치 하나였다.
“요정왕 님은…….”
그란데힐은 이시우에 대해서 생각했다.
이시우의 정력은 어느 정도인가 묻는다면 그란데힐도 정확하게는 몰랐다. 상격에 오르고 어느 시점에서 어지간한 여자들이 다 덤벼도 홀로 이길 수 있는 시점까지 올라왔다.
단, 티타니아는 빼고.
그러나 그것을 말하기에는 중대한 결점이 하나 있다. 그 상황이 세계수 근처에서 벌어진 정사라는 것이 바로 문제다.
‘이시우 님도 세계수의 마나를 받지만.’
문제는 티타니아는 9세기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세계수의 백업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르겠다는 대답은 좋지 않다. 요정족이 대부분 정치를 등한시하는 곳이지만, 이곳은 요정족의 수뇌부.
다들 정치를 어느정도 겪었기에 바로 ‘아, 그란데힐 님은 사실 요정왕 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군요.’라는 소문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견해라는 것을 우선 말씀드리고 싶군요.”
“개인적인 견해라 하심은?”
“요정왕 님의 정력은 어마어마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여기에 있는 모든 분에게 은총을 하사하실 정도로 말이죠.”
“허업……!”
“그런…….”
여기저기서 경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란데힐은 조금 두려워졌다.
이시우는 자신의 사람을 아낀다. 자신이 정한 울타리가 있다면, 그곳에 넘어온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따뜻하게 대한다. 그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냉정하고.
그리고 그 울타리는 굉장히 넓으면서도 좁다. 지금 여자도 감당하기 힘들어서 별로 늘리고 싶어하지 않은 이시우는 아마 여자를 더 늘리고 싶지 않아 했다.
‘자리가 한정적이군요.’
그리고 원하는 요정족들은 많았다. 아주 많았다.
그란데힐이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요정족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러고 보니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걸 말이죠?”
“옛 북한에 지도자가 자기를 위해서 어떤 집단을 만들었다는 사실을요.”
“집단……이요?”
“예. 그들은 평소에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그리지만, 지도자가 부르면 그의 총애를 받기 위한 집단이 있었다고 하는군요. 비록 러시아와 중국의 은밀한 압박에 폐지되었기에 전설같은 소문이지만.”
“……좋은 의견이군요.”
***
“어, 어때?”
윤채린이 나를 보면서 물었다.
발목 위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베이지색의 드레스.
어딘가 파인 부분이 없는, 아름답다나 우아하다라는 점에 곳에 집중한 드레스였다.
“괜찮아. 예뻐.”
“넌 아무거나 입어도 예쁘다고 하잖아.”
“그렇지만 네가 예쁜걸 어떻게 해.”
“……하, 이시우 진짜.”
윤채린은 입꼬리를 올린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날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럼 지금 집에 네 동생 있는 거지?”
“응.”
“이하나라고 했던가. 걔 엄청 귀엽던데.”
“그래?”
“어. 걔 엄청 웃겨. 막 시우, 너 흉보려고 하는데 정작 흉은 제대로 못 보고, 칭찬하면 자기가 흥분해서 시우, 네가 좋아하는 거나 장점 같은 거 막, 말하고.”
“그랬구나.”
동생 얘기를 하니 어느새, 집근처로 왔다.
“근데 선물 진짜 이런 걸로 괜찮아?”
윤채린이 화분하고 꽃을 들면서 말했다.
“응, 괜찮아. 어제는 지아가 과일 바구니를 가져와서.”
“……흐응.”
묘하게 차가운 어투였다.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윤채린의 표정을 살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걸 순서대로 하는게 맞기는 한데, 그러면 여자들 사이에서 경쟁이 너무 심해져서.
‘한 번에 다 소개해줄 수도 없고.’
그래도 부모님이 자기 아들 아내가 어떤지 지켜보는 자리다. 한번에 소개하는 건 좀 그렇다.
‘아니,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우리는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니 또 여동생이 보였다.
“……또 여자. 근데 이번에는 은하왕자님 언니시네요.”
“은하 왕자님?”
“승하 별명이야.”
진짜 오그라드네.
나는 문득 이하나를 보다가 반응이 궁금해져서 말했다.
“승하, 여잔데.”
“네?”
“승하 진짜 여자야.”
내 말에 윤채린이 답했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뭐……라고?”
원숭이가 휘청거렸다.
“왜 그러지.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
“내……내 우상이 사실 여자였다니…….”
이하나가 눈물을 글썽거리다가 이내 다시 바뀌었다.
“아니, 여자면 오히려 더 좋지 않나?”
말도 안 되는 말을 짓거리면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