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8화 〉 이시우(3)
* * *
‘왜 알게 되었지?’
이상했다.
나는 뉴스란을 살펴봤다.
마수왕 토벌전은 정말 중요한 토벌이었다.
협회에서도 온갖 미끼를 협상으로 걸어서 다른 영웅들이 협력하게 하였다. 캠페인이라면서 이상한 영상을 촬영하려고 하지 않는 한…….
‘이걸 영상으로 올렸다고?’
나는 어처구니 없어 하면서 영상을 바라봤다. 튜브 사이트에서 이미 조회수는 천만 단위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나는 영상을 들어가서 한번 쭉 봤다. 다행히도 내가 공격당하면서 삼왕이 나타나는 장면은 잘려서 없었다. 댓글을 보니, 이것에 관한 이야기도 없어 보였고.
와, ㅁㅊ. 이시우 존나 멋있네.
일본이 자랑하는 검성이 검을 한수 가르쳐준wwwwwwww검성이 도게자하면서 문하생으로 들어가야하는wwwwwwwww
무림의 대 남궁세가의 비기를 이은 이시우! 자랑스럽다!
ㄴ제발 중국놈들 좀 꺼지면 안 됨?
ㄴ공허족 때문에 중화사상 많이 줄기는 했는데, 저기는 저런 놈들 은근 많음.
ㄴㅋㅋㅋㅋㅋ저게 준 거라고?ㅋㅋㅋㅋㅋ
‘문제는…….’
몇몇 사이트에서는 이미 나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었다.
[100m의 거대한 마수를 일격으로 끝낸 이시우, 그가 강해진 비결에는 이것에 있다.]
썸네일은 마수 앞에서 내가 무심하게 검을 뽑으며 딴 곳을 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나는 동영상을 봤다.
그런데 이상했다.
마수를 벤 시점에서 내가 나오고.
이시우가 왜 이렇게 강해졌는 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Mc의 말을 끝으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교육을 자랑하는 히어로 아카데미라던가, 협회가 어마어마한 도움을 줬다던가 하는 내용들 뿐이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 걱정한 내가 바보스러웠다.
휴대폰을 끈 다음 나는 내 몸 상태를 점검했다.
천수로 세밀하게 몸을 살폈다. 그러나 놀랍게도 내 몸에는 부상이라 부를만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황혼식종언이 생각보다 몸에 무리가 안 간 것은 아니다. 마수왕에게 일격을 날렸을 때, 나는 순간 내 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격통을 느꼈으니까.
그 상처가 고작 이틀 만에 다 나을 리가 없다.
다른 이들이 치료해준 거라고 쳐도, 너무 완벽하게 치료가 되었다. 마치 시간이라도 되돌린 것처럼.
‘그렇다면 역시 유아독존인가.’
시간을 되돌린듯한 육체.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유아독존. 그런데 유아독존은 황혼식종언을 사용할 때, 썼는데.
상태창.
▼
이름 : 이시우
근력 : 43
민첩 : 44
체력 : 43
마력 : 43
고유능력 : 천상천하 유아독존(Ex)
특성 : 지식 열람(S+), 천수(S+), 천의 가면(S+), 하늘을 굽어보는 눈(S), 불가해한 감각(S), 오버로드(S), 태극지체(S), 변강쇠(A+), 성검의 주인(A), 견습 신관(B)
능력치가 조금 소소하게 더 올랐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완전히 균등해지기 시작할 거다.
‘그리고…….’
고유 능력이 바뀌었다. 유아독존에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유아독존 자체로도, 특성이나 전투방법을 맞추면 남부러울 것이 없는 고유 능력이다. 그렇지만, 이 고유 능력의 진정한 힘은 바로 진화했을 때,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한다.
평행세계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어떤 ‘가능성’으로부터 생겨난 무수한 분기점을 잡고, 그것을 끄집어내서 자신의 힘으로 삼는 능력. 이 능력으로 김시연은 최후의 최후까지 마왕에게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한 번 실험해 보고 싶은데.’
문득 궁금해졌다.
평행세계의 이시우가 왜 한 명의 여자를 택했는지, 그 평행세계의 이시우는 천의 가면이나 천수, 지식열람이라는 특성이 있는지.
다만 여기서는 안된다.
밖에는 당장 요정족들이 대기하고 있고, 아직 내가 건강하다는 걸 모르는 여자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일단 톡에 있는 여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30초가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다들 바쁜 건가.
이지아시우야, 일어났어????
마침, 이지아한테서 문자가 왔다.
ㅇㅇ 지금 일어났어. 몸은 어때? 괜찮아?
이지아ㅇㅇ, 괜찮아. 나보다는 시우, 네가 문제지ㅠㅠㅠㅠㅠ어디 아픈 데는 없어?ㅠㅠㅠㅠㅠㅠㅠ
몸은 이상 없어. 어디 아픈데도 없고. 다른 애들은 어때?
이지아다들 괜찮아! 마수왕을 잡고, 다들 뿔뿔이 흩어진 마수들을 찾아다니고 있어서. 그리고 그때 나타났던 마인도 삼왕님들이 퇴치했고.
마인이라면 오만한 용을 말하는 건가. 이지아의 반응을 보니 누구 하나 크게 다친 사람이 없어 보인다.
다행인 일이었다.
나는 침대 위에서 일어났다. 몸이 가볍다. 문을 열자, 수많은 요정족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메이드복을 입은 채.
‘그란데힐이 시켰나.’
그래도 눈은 즐거워서 좋기는 했다.
“요정왕 님, 일어나셨군요!”
주홍빛의 머리가 인상적인 여자가 말했다.
“응, 그란데힐은?”
“그란데힐 님은 현재 부재중이십니다. 이번 전투에서 협회와 요정족의 의견을 조율하는데에 조금 의견 충돌이 있어서.”
“충돌?”
“예, 삼왕께서 이번에 마수왕의 시체를 이시우 님에게 주고 싶어 합니다. 그것과 관련된 문제로 시간이 조금 끌려서.”
마수왕의 시체.
그건 혹했다. 나태는 내 일격이 너무 강한 나머지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었다. 그러나 마수왕의 시체는 다르다.
“시체는 어떤데?”
“시체는 굉장히 멀쩡합니다. 아쉽게도 마수왕이 축소된 크기에서 죽어서, 많은 양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
“네, 협회에서도 시체 자체는 순수히 넘겨 주실 겁니다. 마수왕 토벌에 가장 큰 공적을 세우신 삼왕 세 분이랑, 이연아님이 원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그들이 다른 목적 때문에 시간을 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여튼 인간들이란.”
요정이 분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도 인간인데.
말을 하고 나서 그걸 깨달았는지 눈앞에 있는 요정족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무, 물론 요정왕님은 다릅니다. 인간족이 아니라 요정들의 왕이시니까요!”
“그래. 그러면 그란데힐 대신해서 방 청소 좀 가끔 해줘.”
“요정왕 님의 거처는 저, 저희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습니다.”
“누가 그랬는데.”
“저, 전대 요정왕께서 만든 규칙입니다.”
귀찮은 규칙이네.
“난 그런 거 싫어하니 문을 노크하든가 하면, 문제 없어. 혹시 모르니까 다른 손님 오면 내가 나오기 전에는 오지 말고.”
“아, 은총 때문이군요! 그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항상 요정족들이 손님이 오시면 먼저 철저히 확인합니다. 그리고 혹시 요정왕님께서 위험하시면 세계수에서 자체적으로 경고가 들어와, 언제든지 대기하고 있습니다.”
내 사생활 이대로 괜찮은 걸까.
“대기한다는 말은 무슨 소리야?”
“저희 요정족이 자랑하는 십삼월이라 불리는 무력대가 항시 대기한다는 소리입니다. 물론, 외부 전력이 빠져나갈 때마다, 대기하는 인원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최소 5개의 무력대가 존재합니다.”
“그 무력대는 내가 움직일 수 있나?”
“넵!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요정이 크게 답했다.
“그럼 지금 이곳에 머물고 있는 무력대는 몇 개가 있지?”
“2월, 4월, 6월, 7월, 8월, 12월이 있습니다!”
꽤 골고루 있다.
“그럼 모두 출정준비 하라고 해.”
“지, 지금 말입니까?”
“어.”
나는 일전에 정숙의 처녀가 갇힌 곳에 어떤 장치를 해놓았다.
기본적으로 상대가 침입했을 때, 내 쪽으로 신호가 오게 하는 물건.
그리고 상대가 조금 귀찮게 입구쪽에 천수로 설치한 함정들. 또 만약을 대비해서 추적을 할 수 있게 만든 장치도 있다.
그리고 지금 내 핸드폰에서 신호가 시끄럽게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빨리 모이라고 해.”
***
던전 안.
그곳에는 이미 손님이 찾아온 듯한 흔적이 있었다.
입구부터, 내가 열심히 만들어 놓은 함정들이 망가져서 널브러져 있었다.
“여기는 대체…….”
“쯧, 놓쳤나.”
나는 널브러진 화살들을 바라봤다.
함정을 파훼하기 위해서 검으로 쳐냈거나, 무언가에 의한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가루로 변해 있었다.
‘혈마와……검마인가?’
그런데 검로??가 눈에 익었다. 일전에 바티칸에 들렀을 때, 싸웠던 검마의 검.
검마는 그 때 죽었다.
가능성이 있는 건 혈마가 주술로 그를 되살렸다는 것이 있기는 한데.
‘그건 대가를 많이 지급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당분간 혈마가 움직이기 힘들 거다.
“요, 요정왕 님? 여기는 어떤 곳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정숙의 처녀가 봉인된 곳이야.”
“맙소사, 여기에 그 치녀가 봉인되어 있을 줄은!”
“입구가 망가져 있는데, 설마 그 치녀가 봉인에서 풀려난 건가?!”
요정족들이 경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숙의 처녀.
그녀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그녀는 몽마의 주인이다.
몽마.
꿈을 먹는 요정족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타락을 하게 되면서 생겨난 종족이다.
마에 타락하는 만큼 빛 속성에 특히나 약해지지만, 그만한 대가가 있다. 신체가 강력해지고, 다른 마족들보다 마기를 더 잘 느낄 수 있게 된다.
모습은 흉측해진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그 덕택일까. 꿈속에서 몽마는 한없이 아름다워진다.
나는 장막에서 위치를 추적하는 아티팩트랑 기계를 확인해 봤지만, 역시 감지되는 것은 없다. 하긴, 기감이 높은 그 두 사람이라면 기계든 아티팩트든 문제없이 찾아낼 수 있겠지.
“일단 들어가 보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안쪽은 다 헤집어져 있었다.
‘전부 회피한 것은 아닌가.’
장치 중 하나.
마지막에 윤승하랑 파마의 마녀, 송라희에게 부탁해서 만든 추적 술식이 그들을 희미하게 잡았다.
‘그래도 하나는 건졌군.’
나는 술식 장치를 들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요정족들을 해산시켰다.
“이, 이대로 해산 합니까?”
“어. 그리고 나도 만날 사람이 있고.”
내 말에 요정족들이 잠자코 다른 곳으로 향했다. 나는 던전을 나오고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이곳에서 이지아와 만나기로 약속했다.
낮익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이지아가 보였다.
푸른색의 몸에 착 달라붙는 오프 숄더 드레스. 흰색 모자와 마스크를 썼지만, 저 가슴은 흔치 않다.
“시우야!”
이지아가 손을 흔들면서 내 쪽으로 왔다.
이지아를 보자마자,
유아독존이 반응했다. 검은색의 왕관이 불길한 빛을 뿜으면서. 한 장면을 보여줬다.
검은색의 로브를 두른 내가 이지아를 바라봤다.
어때, 어울려?
응, 우리 시우 엄청 어울린다.
나긋나긋하게 웃는 이지아가 보였다. 그리고 한 장면이 지나갔다.
평화롭게 웃으며, 한집에 사는 나와 이지아.
그리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혁월에 손에 죽은 나와 이지아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을 걸었을 때, 조금은 비상식적이었던 광경들.
어쩌면, 그녀들은 지금 보여주는 광경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