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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218화 (218/298)

〈 218화 〉 가면(3)

* * *

장 시안은 중국 소속의 헌터이다.

영웅보다는 격이 떨어지지만, 일반인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강한 존재.

영웅도 일반인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

그래도 어지간한 일반인보다는 돈을 많이 번다. 그 대가가 목숨 값이라는 게 문제기는 하지만.

‘오늘 근무도 제발 무사히 지나가기를.’

장 시안은 평소에 찾지 않은 신을 찾으며 기도했다.

그가 이곳으로 오게 된 경위는 하나였다. 백두산 근처에 거대한 마수 때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족히 일만은 넘는 압도적인 숫자.

그것으로 한국과 중국 양쪽에 비상사태로 이어졌다.

옛 북한에서 개발을 한창 진행중이던 한국은 북한쪽에서 온갖 영웅들을 모으고 있고, 중국 쪽에서도 공허족이 이끄는 병단과 중국의 영웅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마수들이 수천 마리가 모인 것은 정말 큰일이 맞다. 어지간한 나라라면 일주일도 안돼서 초토화할 어마어마한 전력이니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대체 왜 마왕이 나타난 거야.’

마수왕.

그는 시선을 올려서 백두산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백두산과 이곳의 거리는 50km가 넘는다. 그럼에도 마수왕이라 불리는 존재는 이곳에서 식별할 수 있었다.

산처럼 거대한 다리가 보였다. 그리고 저 멀리서 보이는 샛노란 눈동자도.

‘진짜로 미친 거 아니냐고.’

보기만해도 두려웠다. 저런 크기의 존재가 있을 수 있나?

공포에 떨며 마수왕을 바라보던 장 시안은 문득 눈이 마주친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샛노란 눈이 자신을 바라보면서 웃고 있었다. 마치 맹수가 맛있는 먹이를 바라보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비상, 비상, 비상! 마수왕이 움직인다! 목표는 중국! 지금 빨리 알려!”

마수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휘하의 마수들도.

“시안! 뭘 하고 멍하니 있는 거냐!”

장 시안은 멍하니 마수왕을 보고 있었다. 그의 사수인 남자는 이마를 찌푸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눈이 좋아서 마수의 움직임을 살필 수 있다. 그래서 그가 최전방쪽으로 차출된 거고. 비록, 무력은 나약하지만 헌터인지라 일반인보다 좋다.

화력계열 무기를 지급하면 1인분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

"이새끼, 정신 못차리고! 새끼...기열!"

제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장 시안의 어깨를 친 남자는 당황했다.

장 시안은 멍하니 있던 게 아니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선 채로 기절해 있었다. 안색은 새하얗고, 피부가 조금 전보다 노화된듯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남자는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마수왕이 보였다. 샛노랗게 웃고 있는 눈동자.

‘저 거리에서 장 시안을 기절시켰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어쩌면, 어쩌면 중국은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

끼익.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은 거대한 동공이 보였다. 동공 아래에는 한 인형이 보였다.

가면의 마수는 특이한 형태였다. 5m가 넘는 거대한 악마 형태의 마수.

인간의 체형을 가지고 있고, 박쥐의 날개, 꼬리를 가진 전형적인 악마의 형태를 가진 마수다. 그러나 생김새는 괴이했다. 수십 개의 가면이 몸에 덕지덕지 발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가면의 마수가 몸을 일으켰다. 나는 가면의 마수를 바라봤다. 머리 부분에 보라색의 낙인이 찍혀 있었다.

‘이미 종속된 건가.’

­왔구나, 침입자. 목적지가 너희의 종말인지도 모르고.

상격에 도달한 마수들은 이지를 찾기 시작한다.

념(?)이라는 형태로 고유 능력을 각성하는 예도 있다.

가면의 마수도 그렇게 언어를 정립한 모양이다.

‘근데 말투는 왜 저래?’

나는 우선 가면의 마수를 잡고 생각하기로 했다.

“비염.”

­오케이!

내가 말하자 비염이 바로 공격에 나섰다. 나는 재빨리 천수를 발동하며 천의 가면을 썼다. 처음의 상대를 알아보기 가장 쉬운 어검을 모방한 가면을.

둥실.

검이 아공간에서 나왔다.

그러자,

가면의 마수가 크게 경악해했다.

­……어떻게, 어떻게 가면을 쓴 거지?

나는 당황했다. 가면을 썼다는 걸 눈치챘는데, 가면의 마수는 마치 존재해서는 안 되는 생명을 본 듯한 모양새였다. 이런 반응은 처음인데. 가면에 대해서 뭔가 아는 건가?

­……어떻게 가면을 쓴거지?가면을 쓰는 존재는 이미 영원을 꿈꾸는 자에게 추방당했을 텐데?!

“무슨 소리냐?”

­……이제 보니 가면뿐만 아니구나. 서고의 주인이 가지는 힘과 검은 산양의 힘까지? 이건, 이건 불가능하다. 대적불가의 마신과 영원을 꿈꾸는 자는 외계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을 텐데……. 아니, 그 이전에 일개 존재따위가 서고의 주인이 가진 지식과 검은 산양의 힘과 가면을 동시에 가질 수 있을리가…….

가면의 마수가 혼란스러워하며 말했다. 대적불가의 마신은 나도 안다.

윤승하로 다회차 플레이하면서 진 엔딩에 나오는 보스.

영원을 꿈꾸는 존재는 윤채린으로 플레이하면 나오는 보스인가?

‘뭐가 되었든 우선 사로잡는다.’

나는 가면의 마수가 내가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정보를.

뇌혼.

몸속에 존재하는 뇌신이 번개를 일으켰다. 한순간에 몸속 구석구석을 누비며 번개가 몸을 자극한다.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갔다. 나는 몸에 번개를 두른 채 재빠르게 앞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것보다 가면의 마수가 더 빨랐다.

가면의 마수는 손을 크게 뻗은 다음,

콰득.

자신의 심장을 뽑아 버렸다.

­크, 흐흐, 가면의 사도여, 크흑, 너에게 종속될 바에는, 죽음을 택하겠다.

그리고 자신의 팔로 목을 내리쳤다. 목이 잘린 채로 일그러진 악마의 얼굴이 눈에 보였다.

“…….”

마수왕이 지닌 낙인은 받아들였는데, 나에게 종속되는 것은 거부하겠다? 이건 숫제 죽음조차도 안식이 될 수 없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차라리 죽음이 낫다는.

‘가면의 사도?’

머리가 복잡했다.

­계약자, 아까 마수가 한 말 뭔지 알아?

“……나도 모르겠다.”

나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혹시 비염, 넌 아는 거 있어?”

­나도 아는 게 없어.

나는 비염을 힐끔 바라봤다. 거짓말하는 기색은 없다. 애초에 나랑 계약한 정령은 저런 것을 숨길 수가 없다.

‘비염은 위계 높은 정령에게서 태어난 건데.’

어쩌면 정령왕이라 불리는 이들의 자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비염이 모른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는 이야기다.

나는 가면을 바라봤다.

섹스를 함으로써 상대의 고유 능력을 모방하는 가면.

솔직히 말해서 너무 사기라고 생각한다. 단점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주변의 사람을 홀리는 능력 정도니까.

‘다재다능한 것에 비하면 정말 약한 페널티지.’

이미 죽은 자들의 능력마저도 모방할 수 있고, 가면을 만들면 능력치도 올려준다.

천의 가면은 남의 재능을 모방한다. 그런데 그 모방하는 기준이 죽은 자와 산 자를 가리지 않는다. 소소하지만 다른 능력치도 부여하고.

“끄응.”

머리가 복잡했다. 지식열람으로 가면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고 싶어도 지식열람이 통하지 않았다.

그 때, 갑자기 가면의 마수가 이변을 일으켰다.

파스스스스­가면의 마수 근처에 있던 가면들이 갑자기 가루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것들이 조용히 나에게로 흡수되었다. 묘하게 내 힘을 강화해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상태창.’

나는 홀린 듯이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 이시우

근력 : 40

민첩 : 42

체력 : 40

마력 : 40

고유능력 : 유아독존

특성 : 지식열람(S+), 천수(S+), 천의 가면(S+), 하늘을 굽어보는 눈(S), 불가해한 감각(S), 오버로드(S), 태극지체(S), 변강쇠(A+), 성검의 주인(A­), 견습 신관(B­)

천의 가면 등급이 하나 올라서 S+로 변했다.

“…….”

평소라면 운이 좋았다니, 하겠지만.

지금은 묘하게 찝찝했다.

***

동굴 밖으로 나가자, 나는 굉장히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왜 그래요,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동굴의 입구 쪽에서 한 여성이 있었다. 야구 모자에 검은색의 소매 없는 티에 블랙 진을 입은 여성이 보였다.

이연아가 히죽­웃으면서 나를 봤다.

“마중하러 나왔어요. 지금 마수왕이 준동해서 협회에서 한국에 있는 모든 영웅은 당장 모집하라는 공지가 왔거든요.”

“…….”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라는 눈빛이네요. 뭐, 어떻게 알았냐 묻는다면 텔레파시? 혹은 연인의 감? 막 이래~.”

이연아가 눈을 싱글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너무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세요. 다~알 방법이 있으니까. 그것보다 시우 씨 편하라고 헬기까지 대기 시켜놨어요.”

“감사합니다.”

내가 감사를 표하자 이연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감사하면 데이트 이용권 어때요?”

“…….”

“농담~. 저 이래 봬도 유부녀거든요.”

야릇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이연아가 말했다.

“혹시 이번에 마수왕하고 싸우실 건가요?”

“헉, 지금 절 걱정해주시는 거에요?”

“……당연하죠. 지금 협회 내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신 분이신데.”

“아, 너무 오랜만이라서 놀랐어요. 이곳에 온 뒤로 걱정 받아본 게 처음이라. 뭐, 걱정 마세요. 저랑 마수왕은 상성이 정말 극악이거든요.”

“상성이요?”

“네, 어느 정도냐면, 마수왕이 지금보다 1.5배는 더 쌔져도 문제가 없다는 느낌?”

새하얀팔을 들어 올리며 이연아가 말했다.

“연약해 보여도 저 나름 세답니다. 아, 혹시 제가 다칠까봐 걱정해주신 거에요? 사실 저, 엄청 약해요. 집에 벌레가 있어도 막 손이 덜덜 떨리고 그래요. 시우 씨가 저 지켜주면 좋겠는데.”

히죽­웃으면서 내 옆으로 다가와 이연아가 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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