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0화 〉 티타니아
* * *
협회에서 마인을 잡은 다음, 우리는 이지아가 머물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호텔?”
“응. 집에 있는 건 거북해서. 한 지붕 아래에 같이 있다는 것 자체로도 혐오스러운 존재가 둘이나 있거든.”
이지아가 드물게 경멸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지아의 사촌 오빠랑 친언니가 성격이 많이 더러웠지. 사촌 오빠란 존재는 이지아를 음험한 눈으로 봤었다고 했고.
“……혼내줄까?”
“응? 아니야, 됐어.”
이지아가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내 복수는 만족스럽고 깔끔하게 끝냈거든.”
하긴, 이지아도 한 성깔 했다. 평소에는 나긋나긋하게 받아줘서 그렇지.
“호텔이면 오랜만에 셋이서 할래……?”
“셋이서 하자고?”
“난 상관없어.”
윤승하가 말했다.
“그럼 같이 할까? 나 시우 자지 빨고 싶은데.”
김하린이 혀로 입가를 핥으며 고혹적인 표정을 지었다.
“나도 상관 없어. 그리고 시우 정액도 못 먹은 지 오래 되었고.”
이지아가 우울하게 말했다.
내 정액을 못 먹는 게 우울한 건가.
“다들 저녁 안 먹었지? 여기 호텔 음식들 진짜 맛있는데 같이 먹을래? 중식, 한식, 일식, 양식 다 선택할 수 있어. 호텔 요리사들이 알아서 조리해서 오는 방식인데.”
“시우는 배고파?”
윤승하가 음란한 눈을 한 채로 나를 바라봤다. 푸른색의 눈동자가 하트를 그린 채.
다른 쪽을 보니 먹는 걸 좋아하는 이지아도 그랬고, 김하린도 도도한 척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굶주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없는 것 같다.
“피자 먹고 싶은데.”
“그럼 피자 시키고 먼저 가 있을까?”
이지아가 나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팔에 가슴을 끼운 채로.
“어떤 피자 먹을래? 먼저 시켜 놓고 먹자.”
“난 하와이안 피자.”
윤승하가 말했다.
“그런 걸 먹어?”
“하와이안 피자도 맛있지.”
김하린이 어이없는 말투를 하자, 내가 말했다.
내가 좋은 선택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니 이지아와 김하린이 당황한 표정을 했다.
“음……하와이안 피자? 하와이안 피자도 맛있지. 원래 외국에서 과일을 구워 먹는다고 하니까.”
“……나도 그 말 하려고 했어. 하와이안 피자, 맛있지, 응.”
아무튼 우리는 순조롭게 배달시킬 피자를 정했다.
“시우 요즘 진짜 많이 먹는구나.”
“어.”
여의천주의 부작용이었다.
효능에 비하면 부작용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그냥 먹는 것만 좀 챙겨서 열심히 먹어주면 된다.
‘그 양이 어지간한 성인의 10배 정도 되는 게 문제지만.’
우리는 이지아가 거주하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여기 엄청나게 비싼데 아니야?”
“응? 좀 비싸긴 해. 스위트 룸이라 하루에 천만 원 정도 빠져나가니까.”
호텔 내부로 들어오자 김하린이 묻자 이지아가 태연하게 답했다.
……이지아도 확실히 잘 살기는 해.
“빨리 호실로 들어가자.”
이지아가 팔짱을 끼며, 내 팔을 가슴에 묻고는 말했다.
김하린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 반대쪽 팔을 끌고 호실로 향했다.
뚜벅뚜벅.
……굉장히 빠르게.
뛰다시피 걸어간 이지아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는 버튼을 눌렀다.
“8층이야?”
“응. 평소에는 가까운 거리였는데, 오늘따라 좀 머네.”
요염하게 눈웃음치며 이지아가 말했다. 내 바지를 힐끔 보면서.
띵.
엘레베이터가 도착하자마자, 김하린과 이지아, 윤승하가 나를 재촉했다.
“빨리빨리.”
방에 들어서기도 전에 이지아가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 둘 풀었다.
윤승하는
“빨아봐.”
“응.”
김하린이 활기차게 말했다. 김하린이 익숙한 손길로 내 바지 지퍼를 내렸다.
“아.”
그리고는 몽롱한 얼굴로 내 자지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앙하고 입을 크게 벌렸다.
한 번에 뿌리까지, 삼켰다. 나는 나지막이 감탄했다. 20cm가 넘는데, 저걸 한번에 삼키다니.
츄읍, 츕, 쮸읍.
그리고 맛있다는 듯 쯉쯉 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가슴 만질래?”
이지아가 연둣빛 브레지어를 올리며 말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을 입가에 가져갔다.
그러자 이지아가 미소를 지었다.
“……가슴.”
윤승하가 조용히 중얼거리는 걸 나는 애써 무시했다.
“싸거가타?”
내가 움찔거리자 김하린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물어봤다. 참자면 참을 수 있지만, 굳이 참아야 하는 이유가 없었다.
“응.”
나는 참고 있던 사정감을 참았다.
뷰웃
“꿀꺽.”
사정감을 해방하자 이지아가 부럽다는 듯 김하린을 보며 침을 삼켰다.
“……맛있겠다.”
이지아의 중얼거림에 윤승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왜 저게 맛있다는 거지.
“하아, 시우 정액 진짜 진해. 엄청 맛있어.”
“……그럼 조금 전에 얘기했던 대로 처음은 나지?”
이지아가 눈웃음을 치며 내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그 아래에 김하린이 다리 사이로 들어가 불알을 핥았다.
“……가슴은 없는데, 보지라도 만질래? 나 엄청 축축해졌는데.”
윤승하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김석구는 호텔에서 알아주는 유능한 웨이터다.
‘다 내 고유 능력 때문이지만.’
그는 영웅으로 뛸 수는 없지만, 실생활에 매우 유용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점소이의 직감(C)이라는 능력.
손님이 원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굉장히 구체적이어서 김석구는 이 능력으로 호텔에서 가장 유능한 웨이터가 되었다.
“야, 석구야. 아까 여성 두 분 봤냐?”
“두 분이요? 아, 그 갈색머리 여성하고 분홍머리 여성?”
잊고싶어도 잊을 수 없었다. 김석구는 그런 여인들을 처음 봤으니까.
나긋나긋해보이는 가슴 큰 갈색머리의 여성.
그리고 도도해 보이는 표정을 한 분홍 머리의 여성.
“그 도도한 여자, 쩔지 않았냐. 원래 그런 애들이 밤일 할 때 앙앙거리는데.”
“너 또, 음담패설하고 있냐? 영웅분들은 들을 수 있으니까 좀 닥치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겠냐. 한 번만 더 들키면 진짜 자른다. 그리고 김석구! 805호실 손님이 음식 배달시켰다. 알지?”
“옙! 잘 갔다 드리고 오겠습니다!”
총괄매니저의 말에 김석구는 빠릿빠릿하게 답하고는 주문 목록을 확인했다.
805호실
포테이토 피자, 고르곤 졸라 피자, 불고기 피자…….
‘뭔 피자를 이리 많이 시켜.’
피자 종류만 해도 10종류가 넘는다.
김석구는 의아해했지만, 만들어진 피자를 들고, 방으로 향했다.
‘이지아 손님이라고 했나.’
이 방은 지배인이 특별히 관리하라고 신신당부한 곳이다. 굉장히 높으신 곳에서 온 자제분이라고.
김석구도 기억하고 있다.
무엇이든 받아줄 것 같은 압도적인 포옹력을 지닌 가슴 크기와 나긋나긋한 웃음.
그런 여인이 여자친구라면 참 좋을 텐데.
띵동.
벨을 눌렀다. 기다리기를 잠시, 1분이 지났음에도 , 인기척이 나지 않았다.
‘뭐지.’
이렇게 늦는 건 처음이었는데.
오늘따라 좀 늦었다.
달칵.
“주문하신 피자들을…….”
문이 열리자 입을 열려던 김석구는 멈칫했다.
갈색 머리가 흐드러져 있었다. 백옥같은 피부는 땀을 흘려서 야릇해 보였다.
피부는 홍조를 띠고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폼이 넓은 와이셔츠인데 가슴 때문에 허벅지 위가 보일 것 같은 아슬아슬한 모습.
‘씨발.’
김석구는 반사적으로 욕했다.
진한 밤꽃의 냄새가 났다.
그리고 입가에 묻은 꼬불거리는 털이 보였다.
“흐오오오오오옷♡”
“읏, 하앙, 간다간다간다아앗♡”
퍽퍽퍽퍽!
그리고 안쪽에서 섹스하고 있다는 듯, 확인시켜주듯이 신음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이지아가 김석구의 손에 든 피자들을 빼앗듯이 가져간 다음 말했다.
“나 없는 사이에 시우 정액 받지 말랬지! 또 김하린 너야!?”
신경질적인 목소리.
김석구는 살이 찌기 시작하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떠올리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
임무를 나가고, 가끔 한가인이 하는 캠페인을 빙자한 방송에 나가고, 무공을 수련하는 매일.
솔직하게 말해서 무료했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나는 가면 창을 힐끔 봤다.
[컬렉터를 모방한 가면 Lv. 0(55%)]
고유 능력을 모방하는데 꽤 진척이 있다는 점이 위안이었다.
그리고 묘한 직감도 들었다. 줄곧 잠을 자고 있던 비염이 곧 깨어날 것 같다고.
"신입, 오늘도 방송 고?"
한가인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편히 쉬고 싶어서.
"그래? 그럼 오늘은 유키나랑 같이 나가야겠다. 유키나, 가…어, 뭐지? 왜 긴급 방송을 하는 거야?”
한가인이 TV를 보다가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현재 중국과 북한이 마주한 백두산 지역에서 수많은 짐승형 괴수들이 출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수가 굉장히 비정상적으로 많아서 각국에서 현재 초인들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요?”
“그 수가 무려 삼만 이상이라고 합니다.”
“……삼만이요?”
리포터가 순간 말을 잊지 못했다.
“아래는 현장에 있던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입니다. 함께 보시죠.”
TV안의 화면이 전환된다.
땅 위에서 검은색의 물결이 치는 듯한 모습.
더 자세하게 보니 짐승형의 괴수들이 뭉쳐서 움직이고 있었다.
“……맙소사.”
옆에서 유키나가 경악했다.
나는 조용히 그것을 지켜봤다.
거악 중 하나.
분노하는 마수가 눈을 떴군.
나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기며 생각했다. 거악은 현재 레이드가 불가능하다. 거악 쪽에서 나를 친다면 요정족을 불러서, 바로 공허족이랑 용족들이랑 연계해서 바로 칠 수 있지만, 이것도 문제가 하나 있다.
내가 방어수단이 전혀 없다는 것.
최소한의 방비는 필요하다. 티타니아에게서 거의 강탈하다시피 한 방어구가 있지만, 마수의 일격을 막을 수 있는 확신조차 없다.
묵시록의 붉은 용을 상징하는 오만이나 무신으로 위엄을 떨치던 혁월에 비해 마수는 별거 아닌 것 같이 보이지만, 그래도 초월경에 이른 괴물이다.
'그리고 분노하는 마수에게 최적화된 일회용 도구도 필요하고.'
분노하는 마수에게 일회용이지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도구가 하나 있다. 던전도 별로 까다롭지 않으니, 날을 잡고서 바로 클리어해야겠다.
'그것보다 날짜가 확 줄었군.'
윤승하나 윤채린이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 탓인가.
거악들이 날뛰고 있는 빈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다. 원작대로라면 아직 거악들은 나설 때가 아닌데.
아무튼 거악은 등장했다.
그렇다면 방어와 관련된 능력이 필요하다.
'어쭙잖은 것보다는 확실한 한가지가 있지.'
동화.
사물과 동화될 수 있는 이 간단해 보이는 능력은 요정족이 쓰는 순간 간단해지지가 않아진다. 세계수와 동화하면서 세계수가 지닌 힘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뤄왔지만, 슬슬 시간이 되었다.
‘동화를 얻을 시간이.’
티타니아를 공략할 차례가 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