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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206화 (206/298)

〈 206화 〉 협회

* * *

티타니아에게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나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이유는 하나.

내 육체가 영약을 완전하게 흡수했기 때문이다. 즉, 영약을 하나 더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슬슬 먹어도 될 것 같은데.’

나는 황금으로 빛나는 잔과 나뭇가지 하나를 바라봤다. 황금잔 안에는 보랏빛의 액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여의천주(????).

서방에서는 넥타르라 불리는 물건.

그리고 세계수의 나뭇가지. 섭취할 수도 있고, 무기나 방어구 따위로 가공할 수도 있다.

나태를 잡는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용왕, 하메르와 티타니아가 준 최상등급의 영약이다.

‘여의천주의 효능은 완전함이지.’

인간의 육체를 보다 완전하게 만들어준다. 가장 낮은 능력치가 가장 높은 능력치를 따라가게 만들어주며, 육체나 정신력 중 하나가 높다면, 다른 한쪽의 성장치를 가속해준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육체나 정신 중 한쪽이 뛰어나거나 육체 능력치 중 하나가 뛰어난 이들에게 능력치 뻥튀기 전용인 영약이다.

‘세계수의 나뭇가지는 마력의 증가랑 특성 열람.’

세계수의 나뭇가지의 등급이 S+였던걸로 기억한다. 소소하게 정말 괜찮은 특성이다.

세계수의 나뭇가지로 공격도 방어도 가능한데다가 가장 좋은 점은 세계수의 힘을 어느 정도 쓸 수 있다.

‘재배 관련 특성이나 고유 능력이 있는 애를 골라 먹인 다음 영약들을 만들었었지.’

상격 부터는 효율이 없지만, 중격만해도 성능이 엄청난 영약들을 위주로 재배했다.

그러나 지금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나는 요정왕이 되어서 세계수의 힘을 어느정도 끌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여의천주를 먼저 먹어야겠어.’

나는 황금색 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여의천주를 입에 흘러 넣었다.

달짝지근한 액체가 몸속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나는 조용히 앉아서 몸을 관조했다.

화악─!

심장 부근에서 자색과 주홍의 빛이 넘실거렸다.

음양체로 이루어진 색과는 다른, 태양과 달이 뜨고 저무는 황혼과 여명이 섞인듯한 기운.

파직!

단전이라고 칭해지는 부근에서 뇌신이 반응했다. 뇌신이 여의천주에 반응하며 여의천주의 기운을 흡수한다.

우웅­!

동시에 검은색의 왕관이 내 머리 위에 쓰였다.

유아독존.

유아독존이 여의천주의 기운에 감응한다.

특성같은 것은 없지만, 능력치 증가에 가장 강한 영약인 탓일까. 너무 강맹한 기운이 특성들이랑 무공에도 영향을 끼쳤다.

여의천주의 내용물이 몸 전체를 감쌌다. 뼈에 속속히 깃들며, 근육에 깃들었다.

뚜득.

뼈가 뒤틀린다. 나는 치미는 고통에도 조용히 몸을 관조했다.

유아독존이 나를 명경지수의 상태에 이르게 했다. 고통이 느껴지지만, 마치 남의 일과도 같이 느껴진다.

여의천주의 기운이 몸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 전신의 근육부터, 뼈, 혈맥까지.

“후우.”

숨을 들이쉬면서 몸을 일으켰다.

이거 상상 이상으로 효과가 좋은데.

‘……상태창.’

이름 : 이시우

근력 : 40

민첩 : 40

체력 : 40

마력 : 40

고유능력 : 유아독존

특성 : 지식열람(S+), 천수(S+), 천의 가면(S), 하늘을 굽어보는 눈(S), 불가해한 감각(S), 오버로드(S), 태극지체(S), 변강쇠(A+), 성검의 주인(A­), 견습 신관(B­)

‘미쳤군.’

민첩이 1 낮아졌다.

대신에 근력하고 마력이 전부 7 이상 올랐다.

이렇게 되면 계획을 조금 수정해도 되겠다.

그전에 일단,

‘……협회에 출근부터 해야겠군.’

갑자기 기분이 우울해졌다.

***

화요일.

히어로 아카데미는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식은 어제 간략하게 끝났다.

나는 방학 동안 협회에 잠깐 일하는 것으로 협의를 봤다.

‘……출근.’

일어나자마자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왜 출근을 해야 되지. 통장에 잠든 돈은 백억이 넘는데.

……피곤하지 않지만, 왠지 가기가 싫었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옷장에 걸어둔 정장을 꺼냈다. 하얀 셔츠에 검은색 슬랙스.

대충 굴러다니는 양말을 주워입고 손을 튕겨서 마법을 발동했다. 염동마법과 물 마법을 결합한 샤워 마법.

그리고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는 향긋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오, 역시 남자는 정장이지. 아들 오늘따라 멋있네~.”

엄마가 칭찬했다.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곤, 식탁에 앉으며 토스트 하나를 집었다.

“올~그럴듯한데~.”

원숭이가 나를 보며 히죽­웃었다. 기분 나쁘게.

“오늘부터 협회에 간다고?”

“네. 협회에서 일 좀 배워보려고요.”

“협회는 좋지. 협회가 설립된 지 지난 30년간, 부정부패도 거의 없으니까.”

협회는 30년이 지난 지금, 꽤 많이 썩었다. 하지만 이걸 말할 수 없는 노릇. 아버지의 말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협회는 근데 월급 짜지 않아?”

“돈은 길드가 더 많이 주긴 하는데…….”

나는 말끝을 흐렸다.

부모님한테는 적당히 연금술을 배워서 어느정도 돈을 벌었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통장에 백억이 있는 정도로 벌었을 줄은 모르시니까.

‘말씀드리기는 해야 하는데.’

부모님에게 돈을 쓰는 것은 아깝지 않다. 다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날파리 같은 존재들이 문제일 뿐.

“그러고 보니 엄빠는 어디 길드라고 했지?”

“……얘 좀 봐. 엄마가 그렇게 얘기했는데. 리그라고 말했잖니.”

나는 조용히 토스트를 집어 먹었다. 원래 원숭이는 지능이 좋지 않다.

“잘 먹었습니다. 그럼 저 먼저 출근할게요.”

“그래~우리 아들 파이팅!”

“올 때 메로나!”

원숭이의 말을 무시하며 나는 출근했다.

우웅!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이지아가 문자를 보냈다.

이지아 : 시우야, 지금 나 가고 있는데 협회에 같이 갈래?

이지아 : 혹시 다른 애들이랑 올 거 아니면, 나랑 같이 가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협회에는 나만 가는 것이 아니었다.

방학을 맞이한 지금, 여러가지 이유로 길드나 협회에 들어가서 미리 눈도장을 찍으려는 학생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번 1학년은 관계자들 사이에서 물건들이 많다고 평이 좋다. 길드에서도 이번 1학년들을 차지하려고 치고박고 경쟁하고 있고.

‘이지아는 의외인데.’

이지아는 마도명가의 딸이다.

아마 마도명가하고 기밀한 관계를 유지중인, 임나연이 속해있는 임가가 만든 리그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임나연과 친분도 있고.’

어쨌든 이지아의 말이 꽤 혹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시선이 너무 쏠린다. 택시를 타자니 뭔가 돈이 너무 아깝기도 하고.

‘사실 택시 따위에 돈 아까워하면 안 되기는 하는데.’

나는 이지아에게 같이 가자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톡을 쭉 봤다.

대충 협회에 오는 인물들은 윤승하랑 이지아. 그리고 김하린.

‘김하린은 길드를 택할 줄 알았는데.’

명예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성격 때문이다.

임나연은 임가의 외동딸이니 리그 관리를 위해서 당연히 협회에 올 수 없고, 은수아도 오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상아탑에서 후계 수업을 병행하며 상아탑 관리를 해야 되기에 오지 못했다.

윤채린은 이미 계약에 꽁꽁 묶여서 갈 수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하긴, 윤채린은 초반에 천마의 유산을 모으겠다고 빚을 지고 시작하니까.

“시우야!”

아파트 단지 입구로 나가니, 이지아가 보였다. 리무진 안에서 손을 흔들면서.

“안녕, 좋은 아침이네.”

이지아에게 인사하면서 리무진에 올라탔다.

이지아는 깔끔하게 흰색 블라우스에 치마를 입었다. 단아한 옷차림인데 가슴 크기 때문에 단아하게 보이지 않았다.

“시우야, 협회에서 요즘 시민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캠페인 같은 것을 하는 걸 알아?”

“캠페인?”

“응, 방송 같은 것을 송출해서 빌런들을 잡거나 자연 발생한 게이트나 괴수들을 퇴치한다고 하더라고.”

“……그래?”

이거 왠지 귀찮아 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이지아랑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협회 건물에 도착했다. 이지아가 조금 아쉬운 얼굴을 하며 차에서 내렸다.

“일이 끝나면 연락해주십시오, 아가씨.”

“네.”

운전 기사가 고개를 숙이고는 어디론가 향했다.

협회 안으로 들어가니,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윤승하랑 김하린이 보였다.

윤승하는 가볍게 청바지를 입고, 그 위에 검은색 니트에 갈색 코트를 걸쳤다.

김하린은 시스루 복장이었다. 시스루복에 검은색에 치마, 그리고 단화를 신은 복장.

그리고 그들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김은정과 한가인이 보였다.

“오, 꼬맹이.”

새하얀 야구모자에 검은색 스키니진. 그 위에 푸른색의 후드티를 입은 김은정이 나를 보며 반가워했다.

“꼬맹이, 이제는 애송이라고도 못 부르겠군. 일신우일신 수준이 아닌데? 볼때마다 격이 오르다니.”

헛웃음을 지으며 김은정이 말했다.

“신입신입! 오랜만이야!”

김은정 팀에서 소환사인, 한가인이 나를 유난히 반가워했다.

"근데 우리 신입, 벌써 상격이야?"

근처로 다가온 한가인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 애들은 모두 신입 친구? 아니면 여자친구?"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한가인이 물었다. 이지아와 김하린을 가리키면서.

나는 대답하지 않고 김은정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웬일이세요?"

"우리 신입 맞이하러 왔지~우리 은정 언니가 신입을 엄청 보고…악!"

김은정이 한가인의 입을 막고는 말했다.

"그것보다는 일이 들어와서 그렇다. 근처에서 괴수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들어왔거든."

"아, 은정 언니. 이번에 캠페인 하는 거 안 잊으셨죠?"

"……물론이다. 그러기 위해서 널 데려가는 거니까."

"캠페인이요?"

윤승하가 되물었다.

"응, 요즘들어서 빌런들이 활개치고 괴수들의 자연발생 빈도가 늘어서 말이야. 높으신 분들이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일종의 방송같은 걸로 빌런들이나 괴수들을 잡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거든. 그래서 내가 신입들에게 선배의 위엄을 보여주고자, 나섰지."

한가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신입, 빨리 가자. 아, 맞다, 신입아. 너 방송에 나가도 괜찮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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