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화 〉 성물(3)
* * *
등잔 밑이 어둡다.
이 속담은 바티칸에서 별로 통용되는 소문은 아니다.
바티칸에 있는 이들은 성격이나 성향 등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통용되는 것이 있다.
신을 믿는다.
신은 전지전능하다.
게임 내의 행적을 보면 그다지 전지전능하지 않지만, 그들이 믿는 신은 전지하다.
그렇기에 자신의 행적은 신이 항상 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즉, 대부분이 하나같이 성실하다는 뜻이다.
신도들은 정말 쓸데없이 성실하다. 그래서 이 테러를 위한 대계가 그만큼 미뤄진 것이지만.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니.”
도시의 정경이 한눈에 보이는 산 위.
엘도르가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바티칸 성당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곳. 성당으로 부터 30km 바깥에 있는 마인들의 아지트.
‘30km면 정말 멀리 있는 거 아닌가.’
나는 말을 하는 대신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등잔 밑이 어두웠군요.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다니. 용사님의 얼굴을 볼 낮이 없군요.”
“……우선 빨리 마인들을 소탕하죠.”
“예. 벌써 해충들의 냄새가 코끝을 스쳐서 기분이 불쾌하네요.”
내가 말해도 우습지만, 엘도르는 이곳에 마인이 있음을 확신했다.
아마도 그녀가 지닌 특성 때문일 테지.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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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엘도르
근력 : 42
민첩 : 40
체력 : 35
마력 : 40
고유능력 : 영광의 검(S+)
특성 : 성인의 옥체(S+), 심판자(S), 악즉참(S), 고위 신관(A+), 마기감지(B+) 외 5종.
훌륭한 능력치 들이다. 절제의 검은 마(?)를 처단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어서, 저 능력치들이 마인과 대치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점은 가히 공포스럽다.
‘……근데 생각보다 해볼 만 한데.’
성유물을 사용한다고 해도, 나한테는 기린검이나 실피드의 증표 등이 있다.
“용사님.”
“네?”
“실례지만 제가 먼저 앞장서도 되겠습니까?”
엘도르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기감지라는 특성이 있는 엘도르이니 만큼, 그녀가 앞장서서 나서는 게 마인들을 소탕하는 게 더 효율적일 테니까.
“우선 이 근처에 있는 쥐새끼들을 한 번에 소탕 하지요.”
엘도르가 한쪽을 응시하며 말했다.
나도 고개를 돌렸다. 아까부터 불쾌한 마기가 넘실거리는 한쪽으로.
산 중턱.
그곳에서 마인 셋이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스릉.
엘도르가 지체없이 검을 뽑았다. 황금빛이 넘실거리는 검신. 마를 대적하는 검, 성검.
그것을 뽑고 바로 도약했다.
콰득.
도약한 엘도르는 한순간에 마인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이런 씨발! 목 수집가가……!”
서겅.
무어라 말을 중얼거리던 마인의 목이 날아올랐다.
마인 하나는 한 발짝 늦게, 반응했다. 그 느린 반응은 마인의 목을 앗아갔다. 마인의 목이 하나 더 날아갔다.
가장 빠르게 뒤로 도망치는 마인은 마인 두 명이 도망치는 사이, 한순간에 100m 뒤로 도망갔다. 지식 열람으로 보니 도망치는 데 굉장히 유용한 고유 능력이 있다.
‘엘도르 혼자였으면 놓쳤을수도 있겠군.’
저 마인의 불행은 내가 있다는 것이다.
콰득.
나는 바로 바로 마인의 머리를 잡고서 땅에 처박았다.
“크아아아악!”
마인이 비명을 지르자, 몸속의 마기가 뿜어졌다. 그것이 한순간에 안개가 되더니 한쪽으로 빠르게 쏘아졌다.
‘귀찮은 능력인데.’
몸속의 뇌신을 돌린다. 뇌혼. 뇌신이 반응하며 모든 시야가 느릿하게 흘러갔다.
도약.
한 번의 도약으로 도망친 안개를 향해 쏘아졌다. 아공간에서 꺼낸 기린검을 꺼냈다. 벼락으로 벼린 푸른색의 검신이 보랏빛의 뇌광을 뿜었다.
안개로 변했던 마인이 다시 인간으로 변하면서 입을 열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내가 왜?”
마인의 물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검을 휘둘렀다.
마인이 회피했다. 팔 한쪽이 허공으로 튀었다.
“저, 저는 마인들이 협박해서 가, 강제로 마인이 된 케이스입니다! 한 번만 살려주시면, 절대, 절대로 사회 밖으로 나오지 않고 산속에서 평생 숨어지내겠습니다!”
마인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래서 네놈들은 인간을 죽이지 않았는가?”
어느새 다가온 엘도르가 마인에게 물었다.
“그, 그렇습니다!.”
“거짓이군.”
엘도르가 조소했다. 엘도르가 가진 심판자의 효능이었다. 마에 대한 존재를 집행하는데에 있어서,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는 능력.
“인간은 인간이기에 존엄하다. 그러나 너희는 그 존엄성을 해쳤으니, 인간보다 못한 존재들이지.”
엘도르가 검을 위로 들었다. 황금빛의 검신이 반짝였다.
“자신의 즐거움으로 남의 안위에 해를 끼쳤으니, 목숨으로 갚아도 부족하다, 버러지들. 버러지들이 감히 인간인척 하지 말라.”
서걱.
엘도르는 망설임 없이 성검을 휘둘렀다. 나는 어느새 재가 되어버린 마인을 바라봤다. 동정의 여지는 없다.
강제로 마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바티칸에서는 마인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법이 있다.
‘다만 격이 굉장히 낮아지게 되는 문제가 있지.’
예를 들어서 내가 마인이 되었다고 치면, 상격인 내가 중격보다 못하는 정도가 되어 버리는 거니까.
“죄송합니다. 추한 꼴을 보였군요.”
엘도르가 나한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마인에 대한 감정이 격해지면 말이 좀 험해질 수도 있지.
“다행히도 용사님이 계셔서 바로 마인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용사님이 안 계셔서 놓쳤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졌겠지요.”
……그거였나?
“……아무튼 저희 둘이 흩어져서 마인들을 격파하지요.”
“좋습니다. 용사님도 버러지 같은 해충들이랑 같은 공기를 마시기 싫으시군요. 그럼 저는 저쪽으로 가겠습니다.”
엘도르가 도시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저는 반대쪽으로 가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강자가 나타나면 바로 힘을 드러내는 것으로 하죠.”
“과연 용사님이시군요. 언제 어느 때든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시다니.”
준비성이 철저하십니다.
라며 나를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봤다.
‘여기에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서.’
오만의 용.
그리고 폭식의 벌레.
그 둘이 합작품을 벌여서 바티칸을 테러하는 사건이다. 뭐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최대한으로 치면 상격.’
최상격은 나서지 않는다.
최상격 정도 되는 사람들이라면 온갖 고유능력이나 특성들로 그들을 감시한다.
혹시 몰라서 이곳에 오기 전에 최상격들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왔다.
‘그리고 여차하면 겸손하는 자도 있고.’
아마 최상격 정도의 마인이라면 겸손하는 자가 감지할 거다.
“그러면 나중에 뵙겠습니다.”
“예.”
엘도르가 건물 쪽으로 향했다. 나는 미리 눈으로 눈여겨본 건물로 향했다.
폐공장.
이곳에서 마기가 넘치는 게 보였다.
폐공장 안으로 들어오니 더 확실하게 느껴진다. 사방에서 마기를 품은 인간들이 잔뜩 있다.
“뭐야, 형씨. 여긴 출입 금지 지역인데?”
지식 열람을 통해 번역한다.
건들거리는 양아치 A.
느껴지는 마기로 보니 강한남의 절반 정도다.
“여기에 또 양아치들 왔나? 형님이 손봐줄……오.”
안에서 기어나오는 양아치 B가 나를 보더니 환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여자였어? 정말 예쁘게 생겼네.”
……더 들어줄 가치가 없겠군.
쾅!
주먹으로 얼굴을 내리쳤다. 양아치 B가 찌그러지며 안쪽으로 날라갔다. 그리고 몸이 잿더미가 되어 흩날렸다.
“이, 이런 씨발! 너, 여기에 누가 있는지 알고 우리를……!”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벽에 처박았다.
쾅!
양아치 A도 재가 되어 흩날렸다.
“습격! 습격이다!”
“바티칸이 쳐들어왔나!?”
“바티칸의 인물이 아니야! 처음 보는 녀석인데?”
일부러 소리를 크게 낸 것이 주효했는지 사방에서 양아치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다.
나는 느긋하게 걸으며 마법을 준비했다. 이놈들에게 검을 휘두르는 것은 사치다.
“이런 씨발! 마기가 뇌까지 침범했냐? 제정신으로 한놈이 이곳에 느긋하게 들어오겠냐고?! 상대는 존나 강한놈이다!”
가장 강한 기운을 가진 놈이 말했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서는 강한남의 두 배 정도.
몸속의 뇌신이 마나를 보급한다. 손안에서 마법이 만들어진다.
체인 라이트닝.
보랏빛의 번개가 그물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며 양아치들을 태웠다.
“끄아아아악!”
강한남의 두 배 정도 강한 놈이 비명을 지르며 혼절했다.
그러자 마인들의 눈에 공포와 두려움이 담겼다.
……그러나 도망치지 않았다. 왜지?
거기까지 생각에 닿자 감각이 경고를 보냈다.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이다.
나는 바로 기린검을 빼내며 주변을 경계했다.
“오랜만인데, 너무 날을 세우는 게 아닌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나저나……안 본 사이에 정말 강해졌구나. 본녀의 성장 속도도 말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는데, 너는 그런 본녀보다 더 말이 안 되는 속도로 강해지는구나.”
피처럼 붉은 눈동자가 반달로 휘며 나를 직시했다.
우웅─!
몸속에 자리잡은 뇌신이 울부짖었다. 몸속 경맥의 뇌기가 퍼지면서 한곳으로 모였다.
일월천뢰검
일식(??)무위의 검
태양으로 벼린 번개가 주변을 잠식한다. 붉은빛을 띠는 보랏빛의 번개. 그것이 한점의 힘으로 응축되어 휘둘러졌다.
그에 맞서는 것은 흑빛의 검이었다. 묵색의 검신을 감싼 흑색의 검강.
쩌어어어어어어엉─────!!
주위의 공간이 찢어발겨 지는 듯한 경파가 주변에 퍼졌다.
“이런 씨발! 다들 도망쳐!”
“모두 밖으로 튀어! 상격들이 제대로 부딪친다고 구경하는 새끼들도 데려가! 안에 있는 놈들은 모두 뒤진다!”
반경 30m 내외.
한 번 부딪친 결과로 대부분의 마인이 터져나가자 마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나는 무심한 눈으로 내 검을 받아낸 상대를 봤다.
희열이 번뜩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중년인. 머리카락은 산발이며, 수염은 덥수룩하게 자랐다. 외모에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은 몰꼴.
……누가 튀어나와도 이상할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이 남자가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흐하하하! 소교주! 당신의 말이 맞았군! 정말 재밌어!”
검마.
기교 하나로 상격 중에서도 최상격에 달하는 남자.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한 노력으로 검에 미쳐버린 남자.
마인은 아니지만, 검을 수련하기 위해서 정과 마를 오가며, 결국 어떤 사건 때문에 빌런으로 지정된 남자다.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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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남궁검령
근력 : 42
민첩 : 45
체력 : 43
마력 : 32
고유능력 : 검의 명인(A+)
특성 : 명경지수·극(S+), 초감각·극(S), 수라마검(S) 외 5종.
‘한 명이라면 몰라도 두 명은 안 된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도 엘도르가 내 기운을 느꼈는지 이쪽으로 오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싸울까말까 고민했다. 싸우게 된다면 검마는 내가 맡아야 한다. 검마는 마인이 아니라서 엘도르가 우위를 잡을 구석이 없다.
‘오히려 검마가 엘도르를 죽일 수 있어.’
하지만 혈마와 붙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주술과 무공으로 상격에 올랐지만, 주술은 신성주문에 제법 먹힌다. 혈마의 주술이 피에 근원을 뒀기 때문이다.
“최연소 상격이라는 소문이 들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상상 이상이군. 대부분은 상격에 들자마자 이렇게 강하지 않거든. 그리고 오만하기도 하고.”
“본녀가 장담하지 않았는가? 본녀가 힘을 다 발휘하지 못했을 때라고는 하지만 중격에 본녀를 몰아붙였던 남자다.”
“확실히 그럴만하군.”
검마가 나를 주시하며 말했다.
말이나 표정과는 다르게 검마는 한없이 냉정했다. 명경지수·극의 특성이다. 습격도 힘들다. 초감각·극은 불가해한 감각보다는 못하지만, 그와 비견되는 S등급이다.
“용사님 제가 왔습니다!”
절제의 검이 성검을 뽑아들며 참전했다. 그리고 상대를 확인하자마자 눈이 바로 가라앉았다.
“검마에다가 혈마……호락호락한 상대들이 아니군요.”
“네. 제가 검마를 맡겠습니다. 혈마를 맡아주십시오.”
아공간에서 나는 달의 돌을 꺼내 들었다.
일전에 선유라에게서 받은 달의 돌. 섬에서 관리자가 나타나 싱겁게 끝났기에 킵 해뒀다.
우웅.
돌에서 달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내 몸에 새겨진 일월의 힘이 반응했다.
여기에 오버로드.
몸을 부하시키면서 근력에 능력치를 더 한다. 지식열람. 허공에서 주홍색의 눈이 뜨여지면서 한가지의 특성을 복사했다.
천영의 꽃.
달의 힘과 음의 힘이 극대화된다.
여기에 태극지체가 가진 조화의 마력이 섞이면서 힘이 균형 있게 어우러진다.
쩌저저저적──!
힘의 여파로 주변이 얼어붙는다. 검마의 안색이 바뀌었다. 다급한 표정으로 나에게 돌진했다.
“놈!”
묵색의 검강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그러나 내가 더 빠르다.
하늘마저 얼려버릴 듯한 냉기.
일월천뢰검(?月?雪?)
월식(月?)
영천(氷?)의 리.
이윽고 모든것이 얼어붙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