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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187화 (187/298)

〈 187화 〉 섬(3)

* * *

“손질은 이걸로 끝.”

파이어 덕을 해체했다.

가죽하고 털은 가장 중요한 침대로 만들었다.

마법으로 털을 다 빼고 물로 씻고, 바람으로 빠르게 말리고, 염동마법으로 물기를 짜고.

침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 시간 좀 넘었다.

마법은 공격 마법을 제외하면 아직 약한 부분이라서.

고기하고 간은 따로 보관한다.

‘소스는….’

지식열람으로 간단하게 만든다. 이 근처에서 만들 수 있는 건 머스타드 소스랑 와사비 소스다.

이 섬에서 자라는 허브랑 꿀을 조합하면 만들 수 있다.

프라이 팬은 바위를 대신한다.

근처에 큰 바위를 마법으로 자르고 세척하고 손질해서 프라이팬처럼 만들었다.

지글지글.

그 위에 올라가서 익고 있는 오리고기와 간.

나무를 마법으로 가공해서 만든 일회용 젓가락을 비비니, 감각권에 내 쪽으로 오는 한 명이 포착되었다.

“천마 윤채린님이시다! 당장 내 포인트를 줄 테니까 고기를……!”

“…….”

야생의 윤채린이 나타났다.

싸움이라도 격하게 한 듯, 윤채린의 몸에는 흙먼지나 그런 것들이 붙어 있었다.

“헉, 이시우!”

윤채린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시선은 오리고기로 향했다.

“……나 한입만. 포인트 줄게.”

“조원은 어디갔냐.”

나는 윤채린하고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젓가락으로 오리고기 두 점을 소스에 푹 찍어서 윤채린에게 주니 윤채린이 냠­하고 받아먹었다.

“우물우물. 내 조는 세 명인데 한 놈은 탈락하고, 다른 한 애는 다른 조랑 붙어먹더라.”

“그래?”

다른 조랑 붙어먹는 것도 가능하다. 조는 어디까지나 임시로 붙은 조이니까.

“와, 이거 존맛. 나 더 주라.”

“응. 아~해봐.”

“아~.”

윤채린이 입을 벌렸다. 나는 젓가락으로 고기를 몇 점 더 집었다.

“이번에 저거 초록색 소스로.”

“와사비 소스인데 괜찮아?”

“응.”

나는 와사비 소스를 찍어서 윤채린에게 줬다.

“근데 너 어떻게 여기서 이렇게 잘 해먹냐.”

“근처에 약초를 배합해서 소스를 만들었지. 이런 짐승형 괴수들이 나오는 섬은 이런 게 많이 나오거든.”

“그래? 왜 난 모르겠지.”

그야 나는 지식열람으로 충동할 수 있으니까.

“밥 먹을래?”

“밥도 있어?”

“어. 아까 식량창고 털었는데, 밥도 있더라. 근데 전투식량이야.”

“……그거 맛없는 거 아냐?”

“아냐. 맛은 있어.”

실제로 진짜 맛은 있다.

이곳은 전생과는 다르게 전투 식량을 진짜 해먹어야 하는 데가 많아서.

다만, 내가 먹기가 싫을 뿐이다.

“……근데 이건 뭐냐. 민트초코 비빔밥?”

“뭔데 그런 게 있어?”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윤채린이 든 민트초코 비빔밥을 바라봤다. 내가 민트초코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저건 선 넘었지.

“입맛 버렸어. 나 오리고기나 먹을래. 아~.”

윤채린이 입을 벌렸다. 설마 계속해서 먹여달라는 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젓가락으로 오리고기를 입에 넣어줬다.

“헤헤, 맛있다. 아, 저거 오리 간이야? 나도 저거 하나만.”

“안돼.”

“왜?”

“저건 파이어 덕의 간이야.”

“파이어 덕의 간? 그게……아하.”

윤채린이 히죽 하고 웃었다.

“이시우. 사실 나 포인트 별로 없다?”

“뭐?”

“사실 애들이랑 한바탕 하느라 괴수를 한 마리밖에 못 잡아서.”

윤채린이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야.”

­알아알아. 지금 교관들이 둘러보는 거지?

윤채린이 전음으로 내게 목소리를 전했다.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기라도 하다간 눈치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서.

­그래도 포인트는 진짜로 얼마 없어. 사실 나중에 도와줘서 주려고 했는데.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할래?

“…….”

­맛있는 걸 잔뜩 먹었으니까, 다른 쪽 입으로도 잔뜩 먹고 싶은데. 마법이면 되지?

“…….”

­너도 하고 싶지?

윤채린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야, 지금 시험 중이야!

나는 마법으로 전음을 보내서 말했다.

­하자고!

­시험 중이라니까?

­섹스하고 싶어! 안 하면 당장 애들한테 달려가서 너랑 나 사귄다고 말한다?

­…….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윤채린에게 나쁜 짓을 했다는 자각은 있다. 다른 여자들을 포기 못 한다고 했으면서 사귄 거니까.

똑같이 사랑은 못해도, 그래도 최소한 같은 시간을 투자하겠다고 약속도 했고.

근데 그걸 이렇게 협박성으로 써먹는다고……?

­오케이?

­……콜.

내가 끄덕이자 윤채린이 히죽하고 웃었다.

“웃지 마.”

“오케이.”

그러곤 다시 히죽히죽하고 웃었다.

***

다음 날 아침.

조금 껄끄럽기는 했지만, 오리로 만든 침대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흐아암, 쫀아.”

“쫀아?”

“좋은 아침이라고.”

윤채린이 마른 세수를 하며 웃었다.

야외에서 잤건만 피부는 우유처럼 하얗다. 머리는 떡지지 않고 찰랑거리는 금발. 홍옥빛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자 반달로 휘었다.

“촉촉하지?”

“응.”

­어제 얼굴에 네가 뿌린 정액으로 세수해서 그런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윤채린이 말했다.

“아, 근데 침대 어카냐.”

“청소하면 되지.”

딱.

손가락을 튕기자 침대 위에 묻었던 정액이나 윤채린의 애액등을 물로 한번 세척하고 염동력으로 물기를 쫙 빼냈다. 가죽이라서 물이 묻으면 상할 수 있으니까.

“침대는 안 불편했어?”

“좀 껄끄러운 게 있기는 한데, 그래도 야외에서 자는 거 생각하면 엄청 좋았는데.”

윤채린이 침대를 손바닥을 팡팡 치며 말했다.

“오늘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왜?”

“이 누님이 우리 남편 먹여 살리려면 열심히 괴수를 잡아야지.”

“오늘은 안 날뛰게?”

“오늘 하루는 시우의 씨앗을 받아서, 조신한 윤채린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

조신한 윤채린이라.

이렇게 안 어울리면서 어울리는 단어가 있나. 윤채린이 조신해질려면 아직 5년은 멀었다.

‘어쩌면 못 볼지도 모르고.’

나로 인한 나비효과 때문이다.

“……아침 먹을 거야?”

“응, 먹어야지. 근데 어제 남은 걸로만 먹게?”

“어제 그렇게 짜냈는데, 그거론 부족하지. 내가 근처에서 아무거나 잡아올까?”

“아냐. 어제 물 빼면서 물고기 좀 잡아놨어.”

나는 텐트 입구쪽으로 향했다.

여러가지 보존마법들을 걸어놓은 바위 프라이팬과 나무 식기들을 꺼냈다.

어제 먹다 남은 오리고기와 소금같은 효과를 내는 허브를 잘게 찢어서 물고기 위에 뿌렸다.

그리고 불꽃 마법을 사용해서 굽는다. 이럴 때 비염이 있으면 편할 텐데.

“먹어볼래?”

“응. 먹여줘.”

젓가락으로 물고기 살점을 잘라서 먹여줬다. 후후. 불면서 윤채린이 냠­하고 물고기를 먹었다.

“이러니까 우리 신혼부부 같지 않냐.”

그렇게 말하며 윤채린이 오리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소스를 찍고는 나에게 줬다.

“자, 아~.”

“……아.”

“짜식 부끄러워하긴.”

윤채린이 흐뭇하게 웃으면서 내 입에 고기를 집어넣었다.

“오늘은 어떻게 할 거야?”

“오늘은 좀 지켜보려고. 아니면 이 누나랑 같이 다닐래?”

윤채린이 은근한 시선을 나에게 보냈다. 그 시선에는 불길 같은 투쟁심은 없다. 핑크빛의 시선이다. 단지 나랑 같이 있고 싶다는 시선.

그러면 좋겠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 던전을 공략할 생각이다. 그곳에 윤채린을 데려가면 전력이 되겠지만.

‘문지기가 너무 수상해.’

문지기는 수상쩍다.

언급이 별로 안 되어있고, 그 유저는 치트키를 이용해서 죽일 정도니까 최소한 상격인 내가 드잡이를 하고 잡아야겠지. 유아독존도 위급하면 바로 쓸 생각이고. 요정왕의 장막까지 쓸 생각이다.

‘그리고 어쩌면.’

어쩌면 내가 생각한 그 인물이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확신은 못하지만, 그 인물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게되면 틀림없이.

“뭘 그리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어?”

윤채린이 의아한 말투로 내게 물었다.

“아냐. 오늘 잠깐 둘러볼 대가 있거든.”

“그래?”

쿨한척하지만 아쉬워하는 것이 목소리에 있었다.

“응. 포인트도 겸사겸사 벌 겸.”

­요정족 쪽에서 이 섬에 있는 혹시 모를 위협을 제거해달라 해서.

“그래? 그럼 여기서 계속해서 있을 거야?”

­그럼 내일은 나랑 같이 다니는 거다?

“응.”

­그러자.

나는 윤채린을 든든하게 먹인 다음 보냈다.

거짓말. 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요정왕이다. 내가 히어로 아카데미의 학생들을 위해서 움직이는 거니까.

그리고 이 섬에서 진짜 위험할 수 있는 문지기를 제거하는 것이니 틀린 것도 아니다.

던전을 건들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워낙에 수상하니 미리 처리해야지.

혹시 몰라서 텐트쪽에 방어마법 몇 개를 만들어놓고 나는 아래로 내려갔다.

‘찾았다.’

아래지역으로 내려가니 절벽이 보였다. 절벽이라고는 해도 10m 높이의 크기. 떨어져도 학생들이라면 목숨에 크게 위험하지 않을 높이다.

벽에는 이끼 같은 것들이 있었다. 염동마법으로 이끼를 치우니 내가 주저앉아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좁은 통로가 보였다.

염동 마법을 이용해 내 몸을 우겨서 안쪽으로 들어가니 통로가 서서히 넓어지기 시작했다. 종국에는 성인이 2~3명 들어가도 괜찮을 넓이로 바뀌었다.

‘어두운데.’

하늘을 굽어보는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마나가 어둡다. 여기에 거주하는 존재가 마나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강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상대는 높은 확률로 내가 꺼려야 하는 인물이며, 반드시 죽여야 하는 인물임을 가리킨다.

가면을 썼다.

공간 장악을 모방한 가면.

아공간에서 물건을 꺼냈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요정왕의 장막을 두르고, 기린검을 꺼냈다. 실피드의 증표는 착용하고 샛별의 영광은 염동 마법으로 띄웠다.

바람의 흐름이 명확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강대한 존재도 한 명.

끼익.

공동.

100m는 넘을 것 같은 거대한 공동속에서 10m 남짓한 거대한 석상이 보였다.

석상의 눈 부분이 푸르게 빛났다.

여덟 개의 팔이 달린 석상이 나를 바라봤다.

[이곳은 ■■■의 시험관. 침입자, 그대는 내가 내는 시험을 맞추겠나?]

게임에서 나오는 대사였다.

여기에서 거절을 누르면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며 입구는 사라진다.

승낙을 누르면 석상이 내는 시련을 통과하면 보상이 주어지고.

그런데 석상의 반응이 이상했다. 푸르게 빛나는 빛이 붉은색으로 변한다.

­위험. 무신의 잔재 확인. 상대의 능력 확인. 상격. 위험도 최상. 배재에 들어갑니다.

입을 비죽였다. 무신의 잔재를 확인하고 위험도를 올린 다라.

나는 기린검을 들어 올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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