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6화 〉 섬(2)
* * *
[트윈 스펠을 모방한 가면 Lv.2]
좋아.
이걸로 트윈 스펠도 레벨이 올랐다.
“……자기. 너무 절륜한 거 아니야?”
푸른색의 눈동자가 나를 흘겼다.
“그래서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근데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를 정도로 행복해서.”
선유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금발이 찰랑거렸다.
나 혼자서는 절대 감당 못할 것 같은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선유라는 붉은색 속옷을 입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가치가 있는 물건이야?”
선유라가 내 손에 든 은색으로 빛나는 돌을 가리켰다.
“어. 가치로 치면 내가 준 것보다 더 좋지.”
고개를 끄덕이며 물약 5병을 선유라에게 넘겼다. 천수로 만든 마력 증강의 물약이었다.
“이게? 그냥 좀 예쁘기만 한 돌 같은데. 뭐, 어차피 우리는 못쓰는 물건이니까. 마에스트로에게 물약 몇 개를 더 공급받는 게 이득이지.”
“……마에스트로?”
“자기 별명이야. 연금술에 굉장한 재주가 있는 연금술사라고 이쪽 업계에 소문 쫙 퍼졌는데. 상아탑의 후계자가 그렇게 부르고 다니더라고. 몰랐어?”
수아야…….
“근데 자기. 그렇게 쌌는데, 또 커졌어?”
“……생리현상이라.”
내가 어물쩍 답하자 선유라가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액이 가득 찬 콘돔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숫자는 15개.
“……좀 많이 하긴 했네.”
“좀이 아닌데.”
선유라가 나를 흘깃 보고는 미안한 어투로 말했다.
“자기께 너무 커서, 자기꺼 받아준 내 보지가 너무 부어서 더는 안 될 것 같은데.”
“괜찮아.”
나는 선유라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달의 돌을 아공간 팔찌에 넣었다.
이제 곧 기말고사라 슬슬 준비도 해야한다.
"그럼 난 갈게."
"자기, 차는 있어?"
"……."
"내가 태워줄게. 슬슬 밥 탐인데 밥도 먹을래? 내가 근처에 괜찮은 레스토랑 알고 있는데."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
필기 시험이 끝나고 기말고사 실기가 진행되었다.
내가 상격이 되었음에도, 기말고사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다른 애들이 너무 기죽을 정도로만 하지 말고.”
강한남이 조용히 나에게 말했다.
물론 나도 적당히 할 생각이다. 섬 공략도 있고.
“적당히 하면 되는 거죠?”
“……살살도 되나?”
나는 대답하는 대신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공간 팔찌는 모두 반납하라!”
배가 출항하자마자 소지품 검사가 시작되었다. 다섯 명에 달하는 교수들이 학생들의 소지품을 검사했다.
“여기요.”
“……확인했다.”
나는 아공간 팔찌를 벗어서 교수에게 주었다.
내 소지품은 강철 검 하나밖에 없다.
교수가 나를 유심하게 보다가 통과. 라고 말했다. 나는 안쪽으로 걸어갔다.
‘역시 중격 정도에게는 들키지 않네.’
내 소지품을 검사한 교수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는 아공간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그란데힐의 능력, 공간장악.
그것을 이용하여 아공간을 하나 만들고, 그곳에 요정왕의 장막과 태양의 돌, 달의 돌을 넣어두었다.
오히려 이건 그란데힐이 추천했다. 요정들이 감시를 철저하게 하긴 했지만, 만약에 마인들이 침입하면 나라도 살라고.
‘정 안되면 요정왕의 힘을 쓰면 되니까.’
조금 긴장된다.
던전에 있는 문지기는 까다롭다. 이맘때쯤에 윤채린이나 윤승하로도 클리어가 힘들다.
내가 플레이했던 윤승하는 온갖 기연들을 독식해서 이맘때쯤, 상격에 올랐음에도 문지기에게 졌다.
“다들 준비해라! 곧 시험이 시작된다!”
교수들이 크게 외치자 애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30분 뒤에 시험이 시작된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10명이 한 조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성적에 따라 1명, 3명, 5명, 이렇게 나눌 것이다.”
한 명이라는 말에 내 쪽으로 시선이 몰렸다.
“이번 시험을 위해서 특별하게 제작된 팔찌가 있다. 시험 방식은 섬에 사는 짐승형 괴수를 잡아서 포인트를 습득하여, 포인트의 숫자로 성적을 나눌 것이다. 괴수의 강함에 따라 점수가 따로 표기될 것이다. 그리고 이 팔찌에는 너희가 잡은 괴수에 따라 점수가 들어간다. 그리고 학생들끼리는 점수를 교환할 수도, 빼앗을 수도 있다.”
교수들이 계속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학생들은 괴수를 잡아서 포인트를 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이 자신을 습격하면 그 포인트를 빼앗기는 식이다.
교수 한 명이 검은색의 팔찌를 높이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섬 중앙에는 교수들이 안전지대를 설치했다. 만약 이 팔찌를 학생들에게 뺏기면 자동으로 안전지대로 이동시키는 마법이 있다. 여차하면 쉴드 마법도 내장되어 있다. 단, 쉴드 마법을 사용할 경우, 자동으로 안전지대로 이동하고 시험에는 탈락 처리되니 그렇게 알도록.”
설명이 끝나자 다들 긴장감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자자, 다들 주목!”
송라희가 손뼉을 치며 말하자 학생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한다. 시작 위치는 모두 무작위다. 배는 섬에 정박하지 않고, 요정족들이 준비해준 나뭇잎 배를 타고 간다.”
송라희가 설명하자 다른 교수가 조원들을 짜기 시작했다.
“강한남, 김우진, 제인…….”
열명씩 조를 짜며 나뭇잎으로 만들어진 배를 타고 섬으로 향했다.
“윤승하, 아야네, 이지아.”
마지막 조까지 완성되자 나 혼자만 남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애들 적당히 기죽이고.”
“적당히 할게요, 적당히.”
강한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에 올라탔다. 요정족의 비법으로 만들어진 나뭇잎 배는 빨랐다. 순식간에 섬에 도착했다.
육지에 내린 다음 나는 섬을 둘러봤다. 눈으로 한쪽을 응시하니 마력의 패턴이 이상한 곳이 보였다.
저기가 던전이군.
“야, 저기 누가 혼자 있…시, 시우야?”
한쪽을 보고 있자니, 다른 학생이 보였다. 그 학생의 무리도.
“야, 튀어!”
한 학생이 외치자, 학생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도망쳤다.
왠지모르게 강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마치 학기 초반이 지나고 윤채린이 날뛰기 시작할 때가 떠올랐다.
“…….”
설마.
아니겠지.
***
나는 바로 던전으로 향했다.
라는 일은 없다.
어차피 7일간 이곳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던전을 탐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하루.
그 하루를 빼더라도 6일간 이곳에서 생활할 거니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잠잘 공간하고 식량이다.
나는 근처에 가장 높은 나무 하나를 잡아서 꼭대기로 올라갔다.
위에 있으니 많은 것들이 보인다. 예를 들어 윤채린이 날뛰고 있다던가. 윤승하가 죽일 듯이 임나연을 노린다든가. 임나연도 윤승하를 죽일 듯이 노린다든가.
‘윤승하랑 임나연이 상성이 별로 안 좋네.’
저 둘이랑은 같이 붙어 다니면 안 되겠다.
“휘유. 역시 여기에 식량이 있었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곧장 자세를 낮추고 인기척을 숨겼다.
염색을 해서인지 탁한 금발. 정한서가 휘파람을 불며 식량 상자를 바라보고 있다.
그 외에 조원으로 보이는 3명. 조를 나눈 건가.
나는 눈으로 다른 곳을 훑었다. 300M 정도 거리에 얼굴만 아는 조가 보였다.
“애들아. 빨리빨리 식량 털고 가자. 야, 김유진! 식량 절반만 덜어가.”
“왜?”
“그래야 다른 애들이 적당히 쫓아오지.”
“텐트 물자는 어떻게 하지? 하나뿐인데.”
“텐트는 가져가자. 대신 식량은 덜 가져가고.”
정한서가 시키자 애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정리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만약 내가 없었다면.
나는 나무 위에서 바로 내려갔다.
착.
식량을 털고 있는 학생 뒤로.
“사방으로 빨리 도망쳐!”
정한서가 공포영화에서 나오는 귀신을 본 표정으로 소리치고는 도망쳤다.
내가 귀신인가. 나는 재빨리 학생 한 명의 목을 내리쳐서 기절시켰다.
“이건가.”
남학생의 팔에는 뭉툭한 검은색 팔찌가 있었는데, 그걸 확인하니 0P라는 글자가 나왔다.
이런 꽝인가.
팔찌를 빼내자 남학생의 몸에 쉴드가 생기며, 빛이 번쩍거렸다. 순간이동 마법이다.
나는 한쪽 손으로 텐트 물자를 들고, 식량을 사 분의 일 정도만 챙겼다.
대부분이 전투식량 비스무리한 것들이라 참치통조림이나 고기 통조림 위주로.
‘이러면 생각보다 눈에 너무 띄는데.’
10인을 기준으로 한 조로 잡아서인지 텐트 물자가 많이 크다.
딱.
손가락을 튕기자 물건들이 둥실 거리며 떠다닌다. 부유마법과 염동마법.
그리고 검을 뽑아들었다.
없을 거로 생각하지만, 혹시나 식량을 노리고 나를 노리는 애들이 있거나 괴수들이 있으니까.
비염도 부르고 싶지만, 비염은 아직도 진화하고 있다. 나중에 오게 되면 훌륭한 전력이 될 테지.
‘오.’
그렇게 생각하니 전방에 두 개의 조가 내 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총 15명인 조.
검에서 뇌광을 뽑았다.
“봐봐, 여기 식량하고 텐트물자가 든 상자 여기에 있…….”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일행을 안내하는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소년의 표정이 멍했다가 정신이 들었는지 사색이 되고.
“히익, 이, 이시우다! 도, 도망쳐!”
누군가 외치자마자 15명의 학생이 사방으로 도망쳤다.
아니, 내가 윤채린이냐고.
***
내 텐트물자와 식량을 가로채려던 학생 10명을 제압하고 텐트를 칠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쯤이 좋으려나.’
던전에서 500M 떨어진 곳. 던전에 혹시 누가 들어가나 지켜볼 수 있고, 근처에 강이 흐르고 있으니, 식수를 얻기가 수월해서 나는 이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장소는 습격당하기 매우 좋은 장소다. 하지만 지금은 애들이 한 번에 덤비지 않는 이상 질 자신이 없어서.
‘밤이면 한 번에 덤벼도 해볼 만 할 것 같은데.’
임나연이 가진 천영의 꽃.
그것과 달의 힘을 개화시켜서 싸우면 현재 내가 가질 수 있는 두 번째로 강한 상태가 된다.
첫번째로 강해지는 시간은 맞추기가 너무 까다로워서 어지간하면 논외로 쳐야 하고.
‘물론 대외적으로 내 힘은 태양의 힘이라서 쓸 수는 없지만.’
잡다한 생각을 하다가 눈에 보이는 짐승형 괴수가 보였다.
약 2M의 크기를 가진 오리가 눈에 보였다.
일명 파이어 덕.
땅에사는 오리 형태의 괴수. 입에서 불을 뿜을 수 있어, C급 판정을 받은 괴수다. 등장하면 100가구 정도 되는 마을을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괴수.
하지만 보기가 힘들다.
육질은 부드럽고, 그 자체로도 풍미가 뛰어나서 진미로 꼽힌다. 는 대외적인 이야기고. 사실 파이어 덕의 간은 정력을 굉장히 늘려준다.
어느 정도냐면 영약 취급을 받을 정도로.
도약.
자세를 낮추고 돌진했다. 검에서 뇌광이 솟구쳤다. 보랏빛의 번개와 태양의 마나가 융화되면서.
입을 벌리려는 파이어 덕의 목을 그대로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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