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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182화 (182/298)

〈 182화 〉 상승(4)

* * *

윤채린과 잡담을 하고 교실에 들어왔다. 교실에 들어서자 한순간 시선이 내 쪽으로 쏠렸다.

학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와, 뭐냐. 쟤 눈동자 색 바뀌었네?”

내 외형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가 하면.

“쟤가 5일이나 빠졌는데, 얻은 게 있겠지. 근데 보라색이면 번개 아니냐? 와, 쟤 번개 안 그래도 까다로워졌는데, 더 까다로워졌어?”

허탈하게 웃는 학생도 보였다.

나는 내 자리로 향하다가 이지아와 눈이 마주쳤다. 가슴을 책상 위로 올려서 강조했다. 눈이 마주치자, 이지아가 나긋하게 웃었다.

“시우, 또 강해졌네? 이러다 곧 상격이 되는 거 아니야?”

나는 대답해주는 대신 작게 웃었다.

상격은 이미 올랐다. 나는 요정들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럼 저는 얼마나 강할까요?

­요정왕 님의 육체는 그리 강하지 않아요. 굉장히 감각이 날카로우시고 빠르시기는 하지만…….

­근데 이상하단 말이죠. 왜 카니에가 한방에…….

­아마 요정왕님의 공격력은 상격 중에서도…….

나는 상념을 끊었다. 임나연이 헤실헤실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냥~오랜만에 봐서. 기분이 좋네.”

실없긴.

나는 의자에 앉으면서 무공을 점검했다. 뇌령신공에 있는 무공은 그 자체로도 뛰어난 무공이지만 나한테 맞지 않는다.

몸에 품은 뇌신으로 뇌신지체를 얻어야 하지만, 나는 태극지체를 얻었다.

무공을 내 몸에 맞게 개조한다. 우스운 이야기다. 나는 이 세계로 이동한 지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은 문외한이니까.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야.’

지식열람과 천수.

저 두 가지를 혼합하면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젯밤 공들여서 하나의 무공을 만들었다. 아직 미완의 무공이라 이것저것 단점이 붙어있지만…….

드르륵.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앞에 문이 열렸다. 강한자 교수가 교탁으로 향했다.

아주 잠시 한종우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대련을 해보려고 한다.”

“대련이요?”

대련의 요지는 간단하다.

학생들끼리 보호막 마법을 걸어둔 채, 서로 대련해서 보호막 마법을 누가 더 빨리 부수는가로 대결한다.

이 대련은 변수가 많다.

보호막 마법이 걸려 있는 데다가, 한종우가 가진 마갑같은 경우는 보호막 위에 걸리기 때문에 마갑을 부수고 보호막도 부숴야 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 대련에서 가장 특혜를 받는 건 한종우다.

‘윤채린도 귀찮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좋다.

내 힘이 현재 어디까지인지는 미지수다. 요정족들은 내가 요정왕이다보니 립서비스를 한 것일 수도 있고.

윤채린하고 겨뤄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실습, 대련에서는 이미 내가 어떤 학생과 겨룰지에 대해 다 짜두었다. 그리고 학생들의 요구도 어느 정도 반영했지.”

강한자가 묘한 눈으로 나와 한종우를 바라보았다.

설마 나랑 싸워보고 싶단 건가.

착.

강한자가 칠판에 벽보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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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하vs윤채린

은수아vs임나연

이지아vs김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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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우vs이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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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우가 있는 자리를 보니 한종우도 나를 노려 보고 있었다.

재밌게 됐네.

“그럼 바로 대련실로 향하겠다. 모두 일어나도록.”

새롭게 만든 무공을 수련할 샌드백이 알아서 왔다.

***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강한 학생이 누구일까? 라고 묻는다면 답은 나온다.

“윤채린이지.”

비록 이시우에게 졌다지만, 윤채린은 강하다. 오만한 자존심 때문에 닥돌하고 패배하는 광경이 많아서 그렇지, 전투에 필요한 요소들을 볼 때, 윤채린은 가장 안정적이면서 강하다.

하지만 누가 상대하기 까다롭냐고 묻냐면 그건 바로 한종우다.

“한종우는 좀 그렇지.”

그의 성정이나 배경을 제외한 실력만을 따져서, 학생들은 그러한 추론에 도달했다.

윤채린이나 윤승하, 은수아나 이시우는 모두 약점이 있다.

“윤채린은 자존심, 윤승하는 전위의 문제. 그리고 은수아는 마력이, 이시우는 방어력이.”

다들 강한 상대다. 하지만 아예 이길 수 없지는 않다.

윤채린은 팀끼리 연합해서 잡을 수 있고, 윤승하도 어떻게든 된다. 이시우는 그 특유의 미친 속도 때문에 도주를 작정하면 잡을 수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커버가 된다.

“하지만 한종우는 좀…….”

위의 네 학생을 제외한다고 하면, 학생들은 조를 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들 성적에 의해서 뒤통수를 치거나 하니까.

저 위의 네 명의 학생이 비정상적으로 강하지만, 학생들의 평균 수준도 높다.

하지만 한종우는 그게 안 된다. 한종우는 자신의 길드의 한 자리씩을 약속했고, 그것으로 반의 애들을 꼬드겼다.

그것이 바로 한종우 패거리.

단체도 단체지만, 한종우의 능력도 골치가 아프다. 한종우가 가진 고유 능력, 마갑.

거기에 한종우는 자신의 몸에 잠들어 있는, 용의 인자를 개화시켰다.

그 결과 마갑은 용린(?)이라는 힘을 갖게 되었고, 그 용갑의 방어력은.

“윤채린도 뚫기 힘든 걸 우리가 어떻게 뚫어.”

가히 성벽이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임나연이 가진 천영의 꽃을 견디는 저항력. 그리고 성벽을 두른듯한 방어력.

그 두 가지가 합쳐진 한종우는 최고의 전위다. 방어력의 상승은 곧 공격력의 상승으로 이루어진다.

한종우 패거리는 위의 네 학생만이 없을 때, 학생들 사이에서 악몽이나 다름이 없다.

1학년 중 가장 강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한종우와 가장 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이시우의 대결은 어찌 보면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흥미진진한 눈으로 둘의 대결을 바라봤다. 이시우가 워낙 말도 안 되게 빠르게 강해져서 그렇지, 한종우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조만간 사강이 아니라 임나연, 이지아, 한종우를 껴서 칠강이나 김하린을 낀 팔강이 될 거라고 할 정도로.

뚜벅.

한종우가 대련장으로 걸어 나왔다. 두둑­. 손과 목을 꺾으며 등장한다.

이시우는 반면에 차분하게 등장했다. 무표정하게, 한종우 정도는 아무런 동요도 없다는 듯.

한종우는 정면을 응시했다. 이시우가 무표정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한종우에게 이시우라는 존재는 복잡한 존재다. 처음에는 임나연이랑 같이 어울리는 게 거슬렸다.

그래서 그는 평소에 하던 대로 그를 짓밟으려고 했다. 주제도 모르는 평민. 그것이 이시우에 대한 한종우의 인식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폭발하듯이 성장하더니 어느새 자신을 이겼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랬다.

이시우는 자신을 이기고, 어느 순간부터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계속해서 성장한다.

그래서.

한종우는 일부러 강한자 교수에게 부탁했다. 다음에 대련이 있다면, 이시우와 한번 붙어보고 싶다고.

한종우는 강해졌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는 반년 전의 한종우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래서 한종우는 이시우에게 감사한다.

자신은 강해졌다. 이시우라는 존재에게 자극을 받은 뒤로.

“규칙은 알지? 보호막이 먼저 깨진 쪽이 패배하는 거다. 시작은 내가 시작이라고 하면 시작한다.”

“네.”

“예.”

“그럼 준비해라. 셋.”

마력을 끓어 올렸다. 끼긱­마갑이 한종우의 마력에 호응한다. 이시우는 무표정하게 자신을 보고 있었다.

“둘.”

한종우는 웃었다. 저 얼굴에 한 방 먹여주고 싶었다. 끼이익­마력이 부풀어 오른다.

“시작!”

철컥.

마갑이 전개된다. 용을 닮은 비늘이 한종우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이시우가 움직였다.

하지만 늦었다!

아무리 이시우의 공격이라 할지라도, 한종우는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마갑에 자신이 있다.

이시우는 어느새 조용하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

한종우의 경계를 뚫고, 그의 사선에서 이시우는 검을 빼 들고 있었다.

순간 전신이 오싹했다.

뭐지.

방금 도대체 뭐가 일어난 거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허깨비처럼.

한종우가 이시우를 인식했을 때는 그는 어느새 자신이 세워 둔 경계를 뚫었다. 이시우가 시꺼멓게 물든 손으로 조용하게 검을 뽑고 있다.

지잉─.

검이, 보랏빛의 뇌광을 뿜고 있었다. 그러나 한종우는 그게 평범한 뇌광이 아님을 직감했다.

태양.

마치 그것으로 벼린듯한 벼락이, 이질적인 뇌광이 이시우의 검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태양의 힘으로 벼린 뇌신의 검기.

일월천뢰검

일식(??)­무위(無)의 검

쩌어어어어엉!!

검에 둘린 경파가 휘둘러진다. 끼기기기긱!! 한종우가 자랑하는 용린을 두른 마갑이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주인의 마력을 빨아먹었다. 굳건하게 핀 용의 마력이 한종우를 감쌌다.

“커헉!”

마갑이 찢긴다.

태양의 마나로 벼린 벼락이 그의 마갑을 뚫고, 둘린 방어막을 뚫었다.

강한자가 한종우를 보호하기 위해서 마력을 뿜었다. 내장된 아티팩트가 한종우를 보호하기 위해서 마력을 뿜었다.

쿵!

한종우가 벽에 처박혔다. 그 주위로 둥그런 원이 그를 보호하듯 있었다. 대련장에 걸린 만약을 대비한 보호 마법.

히어로 아카데미 측에서도 저게 발동될 리가 있나?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걸린 마법이, 처음으로 발동되었다.

“……이시우 승! 강한남! 당장 양호실에서 교수님을 불러와라!”

강한자가 빠르게 학생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는 떨리는 눈으로 이시우를 바라봤다.

일검.

용린을 두른 한종우의 마갑이, 고작 일 검에 찢겼다.

‘설마, 진짜로 상격에 올랐다고?’

강한자가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이시우를 바라봤다.

***

손을 쥐었다가 폈다.

조금 전 일격으로 소모한 마나도 마나지만, 반발력이 더 컸다. 손아귀가 찢어지고, 손이 덜덜 떨렸다.

마갑을 뚫은 영향도 있고, 태양으로 벼린 뇌신이 그만큼 내 몸을 좀먹고 있다는 증거였다.

‘상상 이상인데.’

이건 필살기 급이다.

사용하기 직전에 오버로드로 근력을 늘리고, 천수를 사용하고, 가면으로 근력을 조금 올렸다.

한종우의 마갑은 저 지경에 오른 순간 물리적인 방어력은 성벽에 비견되고, 저항력은 어지간한 상급의 마법도 막는다고 하였으니까.

‘상격들에게 휘둘러도 통하겠군.’

막을 수 있는 건 신념의 방패 정도나 삼왕 휘하에 존재하는 상격일거다. 마인 중에서 떠오르는 건 우선 혈마와 검마 정도.

나는 손을 바라봤다.

태양의 마력이 건물을 넘어서 나에게 전해진다. 찢어진 손바닥이 어느새 아물어 가고 있었다.

나는 확신했다.

일월은 성행위를 제외한, 전투용으로 쓴다고 해도 최상위권에 있어도 모자람이 없다고.

어제 요정족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립서비스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나를 너무 낮게 봤나.

­아마 요정왕 님의 공격력은 상격 중에서도 최상위권이실 겁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입을 벌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윤채린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운이 좋았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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