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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176화 (176/298)

〈 176화 〉 활동(6)

* * *

공간장악의 가면을 이용해서 김하린을 보낼 수 있지만, 그건 또 위험하다.

공간계열은 마나에 민감한 이라면 무방비 사태여도 크게 주의를 기할 수 있으니까.

‘음.’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나는 가면을 썼다. 가면 중에 가장 많이 쓰는 평온의 가면. 강제적으로 음심이 사라지며 명정한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왜…?”

“아, 김하린 학생에게 말할 게 있어서요.”

송라희가 조금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

“그게……이번에 송라희 교수님이 이능에 대해 연구를 하려고 하는데 하린이의 광익이 필요해서.”

“아, 그런 거군요.”

“근데 시우도 괜찮지 않나요. 시우도 광익이 있는데.”

“…….”

송라희가 팔짱을 끼며 싫다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송라희가 빌런이라던가, 악 성향의 인물은 아니다. 다만, 나처럼 굉장히 잘 생긴 남자에게 크게 상처를 입어서 저러는 것일 뿐.

거기다가 아카데미에서 떠도는 소문도 있다.

아주 은밀하게 나오는 이야기 들인데, 내가 여자를 갈아치우고 다닌다는 이야기다. 여자들이 나를 쓰는 것 같기는 한데.

“제가 도와드릴까요?”

“……네.”

송라희가 잠깐 고민하고는 말했다. 나는 달력을 힐끔 봤다. 슬슬 색깔을 다시 정하는 시기가 왔다.

상아탑은 매 2년 단위로 색깔을 정한다.

이번에 송라희를 도와준다면 자색은 굳건할 것이다.

다른 자색의 후보가 굉장히 강해서 송라희가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여기서 주인공과 송라희가 힘을 합치고 논문을 제출해서 송라희를 공략하는 스토리가 있다. 다만, 도와주지 않아도 송라희는 자색을 굳건하게 지킨다.

“그럼 다음 주에 시간 될까요? 이번 주는 제가 좀 바빠서.”

“…….”

송라희가 조금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다. 바로 도와주고 싶지만, 지금 김하린이 밑에서 내 자지를 빨고 있어서 일어설 수 없다.

주말에는 블랙 마켓에 가기로 약속을 잡았고.

"이번 주는 안될까요? 제가 시간이 좀 촉박해서."

이번 주는 조금 힘든데.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토요일에는 마켓에 가야 한다. 일요일에는 약속이 있다. 일전에 바티칸에서 약속으로 내주기로 한 성물이 있다. 그래서 이번 주 일요일 날 영약을 먹어서 경지를 올릴 생각이었다.

상격으로 올라가는 일이라 천천히 영약을 섭취해야 했다. 그란데힐에게 수업 몇개 빼먹어도 괜찮을것 같기는 한데.

"힘든가요?"

송라희가 내쪽으로 오며 말했다.

나는 당황했다.

송라희는 파마의 업적으로 색의 위계를 얻었다.

그런만큼 그녀는 상대적으로 무력이 약하다. 아슬아슬하게 턱걸이인 중격의 영웅이니까.

감각도 낮고, 마나에 대한 감응력도 상격만큼 뛰어나지 않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감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면 김하린을 눈치챌 확률이 굉장히 높아지는데. 나는 가면을 썼다. 꾀병의 가면. 표정을 바꾸고 아픈 척을 참는 것을 연기한다.

“음?"

아주 미약하게 창백함을 유지했다. 송라희가 내쪽으로 와야 눈치챌 수 있을만큼 말이다.

"시우 학생? 괜찮으세요? 안색이 좀 이상한데?”

“시우야 괜찮아?”

송라희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옆에 있는 김호동이 호들갑을 떨었다.

"……괜찮아요. 사실 얼마 전, 티타니아 님이 단독으로 내린 비밀 임무를 끝내고 와서, 내상을 좀 입었거든요.”

“그럼 당장 양호실로…!”

호들갑 떠는 김호동을 제지했다.

“사실 제 능력 중 하나 때문에 치료를 못 받거든요.”

“아.”

송라희가 작게 탄성했다.

능력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페널티가 없고, 무난한 능력이 있는가 하면, 윤채린처럼 자아를 망각할 위험을 갖춘 능력 대신 하이 리턴이 돌아온다 처럼.

그리고 나는 원래대로라면 회귀자의 동료 중 한명이 가지고 있는 능력, 삼라만상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상대의 동의를 얻고, 일정량의 능력치를 대가로 상대의 능력을 교환하는 식의 능력.

세상 만물의 현상을 구현하는 능력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섹스를 해야 한다는 대가가 있지만, 천의 가면은 별다른 페널티 없이, 남의 능력을 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능력은 사실 사기에 가깝다.

‘상대의 동의도 필요 없고.’

아니, 섹스를 하는 시점에서 동의인가. 그건 좀 고민이 된다. 선유라가 가진 트윈 스펠은 아직도 잘 써먹고 있으니까.

어쨌든 지금 급한 건 어떻게 해서든 저 둘을 돌려보내는 것이다.

“자세한 건 말씀 드리긴 좀 그런데……아무튼 그래서, 죄송하지만, 비밀로 해주실 수 있나요?”

“……아니, 그건 당연하지. 오히려 말해줘서 미안해. 다음 주에 해도 괜찮아?”

송라희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나야말로 미안하다. 지금 김하린이 책상 아래에 숨어 있어서,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으니까.

“그럼 이만 가볼게. 몸조리 잘해~.”

“혹시 뭐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고. 나도 어느 정도 대가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송라희와 김호동을 보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도 안들켰네."

“그러게. 그런데 중간에 내 자지는 왜 문거야?”

“시우의 자지가 추워보여서 좀 뎁혀봤지.”

김하린이 조금 어색하게 말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흐옹오오오오옷♥ 쟤성, 쟤성해요오오오오옷♥”

정확하게 378번.

약 한 시간 동안 김하린이 가버린 횟수였다.

***

블랙 마켓.

은 물건만을 팔지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노예를 취급한다는 뜻은 아니다.

옛날에 이종족을 노예로 삼으려다가 삼왕에게 가족까지 멸해버리는 잔혹한 손속을 보고, 그들은 이종족을 노예로 잡으려고 한다면 오히려 마인들에게 척살 당할 정도니까.

블랙 마켓은 대부분의 것을 판다.

영약부터 시작해서 제조법, 무공, 마법서, 성물부터 시작해서 괴물과 마물까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블랙마켓은 ‘노예’를 제외하면 모든 것을 판다.

‘슬슬 마인들에게 표적이 되니 위험할 것 같은데.’

그래서 봉관의 무녀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했다. 샤오메이도 오고, 그녀의 동생인 리 타오도 아카데미에서나 전투력 측정기지, 바깥에서 오면 일절을 자랑하는 영웅이다.

아키 역시 마찬가지.

그녀가 가진 고유능력인 서약과 제약으로 공격력은 일절이라고 불릴 정도다.

게임에서는 윤채린으로 하면 천상의 마라는 능력 덕분에 생각 없이 들려도 되지만, 윤승하는 어느정도 주의를 필요로 한다.

남다윤에게 연락할까 고민했다.

남다윤이라면 내가 권유하면, 무조건 올 테니까. 윤승하와 같이 화해섹스를 한 뒤로, 그녀는 내게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남다윤과 동행하게 된다면, 남다윤에게 앙심을 품은 마인들이 너무 많아, 배보다 배꼽이 커지게 될 테지.

‘아이템들이 무작위라서, 잘못하면 꽝일 수도 있지만.’

마켓에는 일정한 패턴이란 게 없다. 문자 그대로 확률로 여러가지 아이템들이 출시된다.

다만, 어지간하면 꽝일 확률이 없다. 나는 꽤 운이 좋아서 100번을 들리면 1~2번 정도 꽝이 나오는 수준이니까.

나는 머릿속으로 미래의 일을 계산하면서 느긋하게 입구를 지켜보다가 당황했다.

입구 안에서 사자의 가면을 쓴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무복차림의 남자였다. 강건해 보이는 육체. 아니, 저 육체는 강건함 같은 것을 넘었다. 흡사 신병이기를 연상케 하였다.

신이 깃든 육체.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삼켰다.

천의 가면을 발동했다. 가면은 있다. 블랙 마켓은 위험하기에 가면 같은 것은 필수이다. 여기서 더 원한 관계가 많은 사람이라면 육체까지 어느정도 변형한다.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막심한 후회가 되었다. 저 남자라면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한눈에 알아 볼 거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왜 저 사람이 여기에 있지? 아직 저 사람은 활동하기 전일 텐데.

“음?”

내 시선을 느낀 걸까. 가면을 쓴 남성이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내쪽을 향해서.

두근.

심장이 쿵쾅거렸다. 가면을 쓴 남성의 시선이 내게 머물렀다. 한 2초쯤.

순간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내가 너무 당황해서 2초나 쳐다보았다. 위험하다. 어떻게 하지? 당장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탈출할 방법이 있을까?

공간장악은 소용없다. 모든 마나를 끌어모아도 그 범위는 5km밖에 되지 않는다. 뇌혼을 쓰고 도망친다? 어림없는 소리다. 무공의 창시자만큼 그 무공이 가진 단점을 모를 리가 없으니. 뇌혼을 쓴 나는 초속 백 미터는 이동할 수 있지만, 그것을 영원히 유지할 수 없다. 지속시간이 짧다. 더군다나 속도도 상대한테 뒤처진다.

2초.

짧다고 말하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은 누군가에게 굉장히 긴 시간이다. 그리고 저 사내라면 그 2초도 안 되는 시간에 나를 수백 번 죽이는 것쯤은 눈감고도 가능할 거다.

전원 초월경이나, 그 근처에 머물렀던 이들.

그들을 모두 규합한 회귀자는 그들과 함께 삼왕과 힘을 모으고 마왕을 봉인했다.

그러나.

그들 중 모두가 마왕을 적대해서 마왕을 공격한 것이 아니다.

회귀자가 가진 고유 능력, 컬렉터.

그것은 물건만을 수집한다는 뜻을 가지지 않는다.

일종의 개념, 현상도 회귀자는 ‘수집’하며 자신의 능력으로 만든 하나의 세계에 편입시킨다.

그것이 설사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내 눈앞에.

“……꽤 흥미로운 육체군.”

무신, 혁월.

마에 투신한 인류의 배반자.

김은정의 사부이자, 훗날 자기 손으로 그녀를 죽인, 무에 미친 남자가 나를 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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