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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174화 (174/298)

〈 174화 〉 활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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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니아가 생각하기에는 그란데힐은 굉장히 공정했다.

그란데힐이 요정의 오른팔이라고 불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온 것은 그러한 성향이 컸다.

요정족은 기본적으로 종족에 대한 정이 많아 일족에 엮인 문제가 아니면 대충대충 하는 경향이 강했다.

­세계수의 정기 정도면 되지 않을까.

티타니아가 운을 떼면서 한 말이었다.

세계수의 정기.

여의천주라 불리는 신의 음료 넥타르. 넥타르가 완전함을 준다면 세계수의 정기는 어마어마한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동시에 세계수의 축복이라는 특성마저도 부여한다.

넥타르와 동등하기 그지없는 영약이다. 다만, 용왕이 넥타르를 꺼낸 것은 다른 삼왕과는 별로 안면이 없으니, 자신과 좀 친해달라는 의미에서 화끈하게 투자한 것이었다.

그리고 티타니아는 괜한 자존심에 세계수의 정기를 부른 것이고.

­여왕님.

­응?

­시우 님은 나태의 산양을 토벌하고, 다른 삼왕 분들의 제안을 다 거절하셨습니다.

­으응. 그렇지? 에니스하고 하메르의 제안을 다 거절했다고 들었으니까.

­그렇다면 저희 쪽에서도 그 보답으로 무언가를 해줘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큰맘 먹고 세계수의 정기를 꺼낸 건데?

­시우님께서 실망하고, 다른 삼왕에게 간다면, 그때 울고불고 땅을 치면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아니, 세계수의 정기 정도면 S급 영약인데? 이거 하나면 나라 단위에서 싸움이 터질 정도의 영약이야?

­세계수의 나뭇가지. 그리고 열매까지 얹으시죠.

­그, 그렇게나?

­넥타르로 육체를 조정하고, 정기로 그릇을 만들고, 선악과로 강화하면 완벽하지 않습니까?

­데, 데힐. 너, 서, 설마 남편이라고 지금 편드는 거니?

­여왕님, 저를 못 믿으시는 겁니까?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하는 저입니다.

­미, 믿지. 그, 그런데 정기에 선악과까지 얹고, 나뭇가지라니. 그, 그건 너무 과하잖아.

­어차피 상격하고 거래하기 위해서 준비해둔 물건 아닙니까? 차라리 이시우 님을 끌어들이고 완전히 상격으로 올리면 되는 문제입니다.

­아니, 그 문제랑 이건 좀 다르지 않니?

­어째서 다릅니까?

­그야…….

­어차피 밀어줄 거, 아예 확 밀어주는 겁니다. 그리고 얘네는 우리가 찜했다고, 미리 말하는 것이지요.

­……그건 그래.

­그러니까 선악과랑 세계수의 정기, 나뭇가지를 같이.

­그래도 그건 너무 과해! 선악과는 빼고, 나뭇가지랑 세계수의 정기만! 자칫하다가 이시우가 영약에 의존하면 안 되니까.

­그럼 세계수의 정기와 나뭇가지로 하겠습니다.

마치 이것이면 만족하겠다며 물러나는 그란데힐이 떠올랐다.

티타니아는 회상을 멈추고, 그란데힐에게 눈짓을 했다.

그란데힐이 아공간에서 나무상자 두 개와 나뭇가지 하나를 꺼내었다.

이시우의 눈빛이 달라졌다. 거의 황홀하기 그지없는 표정.

설마­하는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티타니아는 뿌듯한 눈으로 이시우를 바라보았다. 상상 이상의 반응이었다.

무엇을해도 무심한 표정을 짓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진짜……이걸 다 주시는 거예요?”

이시우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티타니아는 뿌듯하게 웃었다.

그란데힐 역시 이시우를 보며 웃었다.

“물론이다. 너는 그만한 노고를 하였다. 그리고 불가능한 업적을 이루었지. 이건 우리가 주는 상이란다.”

티타니아는 여상하게 말했다.

***

내 전용 부실에 테이블 위.

나는 떨리는 눈으로 티타니아에게 받은 아이템들을 바라보았다.

우선, 여의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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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천주

신의 음료라 불리는 영약이다. 복용 시, 사용자를 완전하게 만들어준다는 소문이 있다.

­복용 시, 신체가 완전해진다.

­복용 시, 특성 「불로」를 획득.

­복용 시, 마력 대 증가.

­복용 시, 30 이하의 능력치 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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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좋은 능력들밖에 없다. 능력치가 증가하는 것도 증가하는 것이지만, 다른 능력치들에 눈이 더 간다. 특성 불로는 육체의 노화를 막아준다.

여기서 보면 별 장점이 없을 것 같지만, 불로의 특성은 이게 끝이 아니다. 항상 최적의 컨디션을 만들어 준다.

신체가 완전해진다.

이것도 장점이다. 모든 스텟이 일정해지며 육체가 굳건해진다. 외공을 극한으로 단련한 육체처럼 변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인간의 육체를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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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의 구슬

거대한 힘이 담겨있다.

­사용자가 한 번 죽게 되면 시간을 10초 뒤로 되돌린다.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어디론가 순간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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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말하자면 여벌의 목숨이 하나 생긴다.

그리고 여벌의 목숨으로도 상황 모면이 안 된다면 에니스가 마련해둔 거처로 튈 수 있기도 하고.

나는 공상의 구슬을 품속에 넣었다. 만약에,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적을 만나게 된다면, 그때 아공간에서 바로 꺼낼 수 없으니까.

나는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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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의 정기

­복용 시, 체력 대 증가.

­복용 시, 대지의 활기를 얻는다.

­복용 시, 목(?) 속성의 지배력, 저항력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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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의 정기는 가장 부족한 활력을 증강해준다.

예상으로는 천수가 없어도 윤채린이나 윤승하를 끼고 여자를 한 명 더 껴도 천수를 활성화하지 않고 보내버릴 수 있는 정력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대지의 활기는 내가 땅에 디디는 것으로도 마력이나 활력 따위를 보급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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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의 나뭇가지

­복용 시, 마력 대 증가.

­복용 시, 특성,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획득.

­복용 시, 30 이하의 능력치 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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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세계수의 나뭇가지」는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다룰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다만, 나뭇가지는 영약임과 동시에 재료로도 쓰일 수 있다. 이 나뭇가지를 이용한다면 신살??의 무기를 얻는 것도 꿈은 아니다.

여기까지 와서 문제가 하나 있다.

문제는 바로 영약을 모두 한 번에 섭취할 수 없다는 것.

최소로 줄여도 달에 한번 밖에 복용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 하나만 복용해도 상격에 올라갈 수 있어.’

상격.

그것도 완전한 상격에 오를 수 있다.

상격에 오르면 그때부터 권능 비슷 한 것들을 다룰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뇌신을 육체에 체화시켜서 상시 뇌혼 상태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심기체의 합일을 이룬다면 유아독존도 진화할 테고.

‘우선은 그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우선 아공간에 넣었다.

공간 한쪽이 일렁거리며 메이드 복을 입은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잿빛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그란데힐이 평소에 입는 메이드복이 아니라 야시시한 복장을 하고 왔다.

짧은 프릴 스커트에 그 위에 코르셋을 착용했고, 검은색 스타킹을 신은 프렌치 한 메이드 복.

나는 그란데힐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그란데힐이 내 쪽으로 푹 안겼다.

“고마워.”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세계수의 정기에 대해서 떠올렸다. 값어치라면 여의천주와 비슷한 값어치다. 아마 처음에 티타니아가 주려고 할 보상이었겠지.

목(?) 속성의 능력치는 귀하다. 전투에 그리 강한 속성은 아니지만, 생활 부분에서 유용하다.

간단한 예로 영약 같은 것들을 다운그레이드시켜서 재배한다던가 할 수 있으니까.

나는 그란데힐의 허리에 두른 손을 아래로 내렸다.

“흐응♥”

팬티 위를 만지자 젖은 그란데힐의 팬티가 내 손을 반겼다.

“뭐야, 왜 이리 젖었어.”

“……그게, 시우님이 이곳으로 오라고 문자를 보내셨을 때부터.”

그란데힐이 몸을 엉켜오며 말했다. 나를 향해 입술을 내밀었다. 키스하고 싶다는 듯이.

츄읍. 츕.

입을 맞추자 그란데힐의 혀가 엉켜왔다. 동시에 내 몸에 그란데힐이 내 목에 손을 둘렀다.

열정적으로 나에게 엉켜왔다.

***

깊숙한 동굴 속.

한 여인이 두 눈을 감고 정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우웅.

여인의 머리 위에 검은색의 왕관이 나타났다.

“……드디어 때가 도래하나.”

그것을 느끼며 여인은 눈을 떴다. 몸을 일으켰다. 불쾌한 손님이 왔다. 하지만 여인은 마침 기분이 좋았다. 불쾌한 손님을 웃으면서 마주할 수 있을 만큼.

“…오랜만입니다.”

정장차림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인의 눈동자는 특이했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오드아이. ­김은정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여인은 김은정을 바라보았다.

김은정은 천천히 허리를 폈다. 여인이 보였다. 검은색의,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보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

김은정은 여인의 얼굴을 살폈다.

여인의 얼굴은 눈에 익었다. 지금 히어로 아카데미에서 가장 활약하고 있는 두 자매는 그녀를 빼닮았다.

이연아.

현재, 회귀자와 그의 동료 대부분이 실종되거나 죽은 지금, 어쩌면 인간 중에서 가장 강할지도 모르는 여인.

“무슨 일이지?”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피식­.

이연아는 김은정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옆에 의자에 나른하게 앉았다. 김은정은 천천히 얼굴을 살폈다.

예전에 보았던 윤채린과 윤승하. 그 둘의 얼굴을 닮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얼굴도 보였다.

그녀에게서 굉장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흐음.”

이연아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나른하게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저 자그마한 행동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왔다. 자신은 분명 남자를 좋아하는데, 이연아에게 끌렸다. 자연스럽게 사람을 매혹하는 힘이었다. 자신은 최상격일진데.

“뭐, 좋아. 다만 아직은 때가 아니야. 나는 아직 전면으로 나설 수 없는 몸이라서.”

“……아직 입니까?”

“어. 뭐, 조만간이지만.”

이연아는 그 말을 끝으로 대화하기 싫다는 듯, 눈을 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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