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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171화 (171/298)

〈 171화 〉 활동

* * *

이시우는 빠르게 상황을 살폈다.

이해할 수가 없는, 불가해의 감각이 한순간에 모든 상황을 살폈다.

상황은 꽤 아찔했다.

자신을 향해 짓이겨오는 광익이나 이지아의 마법. 그리고 주위의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천영의 꽃. 그리고 아야네의 단절을 두른 검기.

이 모든 걸 한 번에 방어하는 건 힘들다. 거기다가 윤채린도 도와주려면 한종우도 쓰러트려야 되고.

‘쯧.’

속으로 혀를 찼다.

윤채린하고 윤승하가 고전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지아가 ‘마도의 업’을 개화하는 게 원작보다 빨랐다. 그래서 이지아의 마법은 원작보다 훨씬 강력하다. 아야네가 보였다. 임나연에게 링크를 받아 마나를 잔뜩 받은 아야네는 귀찮다.

‘마나’가 허락하는 내에 ‘개념’조차도 잘라버리는 강력한 능력이기에.

내가 줬지만, ‘천영의 꽃’ 역시 힘들다. 마나 조차도 얼려버리는 얼음의 꽃은 강한 냉기 내성이 있더라도 마주치기 버거워한다.

하늘마저 얼려버리는 영원의 꽃.

그렇기에 천영(?氷).

저것은 임나연의 능력이 인피니티로 진화하는 순간 빛을 발한다.

극 후반에 이른 임나연은 몇 가지의 조건을 둔다면 거악과 정면승부를 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이시우는 몸 속의 뇌령을 움직였다.

뇌혼.

보랏빛의 번개가 점멸한다. 뇌령이 온몸의 신경을 내달렸다. 시간이 길쭉하게 늘어진다. 이시우는 뇌광염익을 휘둘렀다.

하늘을 굽어보는 눈이 모든 공격의 마나 패턴을 파악한다.

불가해한 감각이 나를 도왔다. 이시우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향하는 모든 약점을 파악했다.

그러나.

‘천영의 꽃은 못 막아.’

저건 막을 수 없다. 임나연이 작정하고 마나를 투입한 거라.

공간장악으로 위치를 옮길 수도 없다. 저것은 공간마저 얼리는 꽃이기에.

이지아의 마법도 껄끄럽다. 이지아의 마나는 ‘폭주’한다. 이미 한 번 전개된 마법은 이지아도 제어가 안된다.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대마법사라고 불리는 이들도 이지아의 마법은 파훼가 힘들기에.

‘너무 열심히 키웠나.’

순간 후회가 되었다.

물론 순간일 뿐이다. 저들은 투자하면 항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선’ 성향의 인물들이다. 성적으로 아주 조금 이상할 뿐이지.

뇌광염익의 한쪽 날개가 잘게 찢어졌다. 김하린의 광익을 모조리 튕겨내며 동시에 나는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 보랏빛의 뇌광이 솟구쳤다.

아야네의 ‘단절’을 막는 방법은 무식하다. 아야네의 마나가 허락하는 것 이상의 공격을 가하는 것. 그러나 이런 단순무식한 방법은 필연적으로 나에게 부담이 된다.

오버로드.

그리고 천수.

몸에 부하를 주고, 능력치로 치환한다. 능력치를 치환할 것은 근력. 근력에 능력치를 더 했다. 뇌광이 가속을 더 했다. 천수가 힘을 흘리지 않고, 그대로 전달한다.

그리고 강격.

쩌어어어엉──!!

검격이 부딪쳤다. 공간이 찢기는듯한 소리가 일며 아야네가 크게 물러났다. 안색이 창백했다. 마나가 모자란 증거였다. 그러나 나도 손해가 심했다. 손이 얼얼했다. 조금 전 일격으로 마나를 꽤 썼는데.

완성되기 직전인 천영의 꽃.

그리고 이지아의 마법이 도달하기 직전이었다.

“흡!”

윤채린이 기합을 내질렀다. 보이지는 않지만, 불가해한 감각이 말한다. 한종우의 손에서 풀려났다고.

동시에. 윤승하쪽에서도 반응이 왔다. 윤채린을 구하기 위해서 억지로 소환한 정령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그만큼 애들에게 부담이 갔다는 이야기니까.

이시우는 몸에 기갑을 둘렀다.

파지직.

보랏빛의 뇌광이 얼키설키 엮였다. 천영의 꽃과 이지아의 마법은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한다. 천영의 꽃을 이용한다고.

이시우는 크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

유아독존.

어느샌가 이시우의 머리 위에 나타난 검은색의 왕관이 불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유아독존의 능력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고정’이다.

그렇기에 온갖 정신계 능력에는 정신이 고정되어 있기에 흔들리지 않으며, 나는 어떤 때라도 쉽게 당황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 정신력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유아독존의 진화 형태인 천상천하 유아독존일 때도 마찬가지이다.

평행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명의 ‘나’로 부 터 온갖 가능성을 끌어오기에 이 세상에 오롯이 나만이 존귀할지니.

우웅─!

유아독존은 가장 최고의 상태인 나를 불러온다.

시간을 되돌린다. 라는 개념보다 좀 더 상위적이다.

능력을 발동하기 이전에, 가장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육체. 그리고 가장 고양된 정신을 불러온다.

이따금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무엇을 해도 되는 날이.

평소에는 될 것 같지 않던 것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되는 날의 나였다.

활짝.

허공에서 주홍빛의 눈이 열렸다. 지식 열람. 나는 재빠르게 특성을 골랐다. 천영의 꽃. 그리고 동시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우웅─!

검은색의 왕관이 진동하였다.

동시에 한 송이의 꽃이 피었다.

영원히 얼어붙는 꽃.

마지막 한 잎이 생성되면서 완연한 꽃의 자태를 드리웠다. 그 속에서 폭발적인 냉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영원한 겨울을 보겠다는 듯이.

나는 저기에 하나만을 더 하였다.

하늘색의 꽃에 보랏빛의 꽃잎이 피었다.

쩌저저저저저적─!

주변의 모든 것을 얼려버린다. 사람, 물체, 마법, 심지어 공간과 시간마저도. 영원한 겨울을 상징하는 꽃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것을 얼리기 시작했다.

일종의 폭주 상태다.

임나연이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천영의 꽃이 통제에 벗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저 상태의 천영의 꽃은 나도 제어할 수 없다. 애초에 폭주시키는 것에 내 대부분의 힘을 다 써서.

왕관이 진동하였다.

냉기가 몸에 침범하려고 하자, 검은색의 빛이 냉기를 지웠다. 아니, 정확하게는 육체를 고정한 것이다. 냉기는 침범하려고 하고.

‘마나가 조금 모자란 데.’

마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꽤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었다. 대해의 마나를 얻은 뒤. 그리고 그 후에 광익을 얻으면서 이렇게 까지 마나가 바닥난 적은 거의 없었는데.

쩌저저적─!

냉기가 침범한다. 검은색의 빛을 천영의 꽃이 얼리고 있었다. 유아독존을 발동한다. 육체가 시간을 되돌리듯, 돌아간다.

마나가 돌아왔다. 육체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러나 냉기가 침범하는 시간은 더 빨라지고 있다. 생각보다 폭주하는 힘이 컸다. 임나연이 게임보다 훨씬 잘 커서 그런가. 혹은 대해의 마나가 진화하는 과정이어서 그런가.

‘좋지 않은데.’

뭐가 되었든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이미 학생들의 절반이 배리어가 튀어나와서 그들을 보호하고 있었으니까.

최소로 잡아도 20점이었다.

임나연의 힘으로 잡았지만, 내 힘도 추가되어서 어떻게 계산해야 될지는 모르겠다.

순간적으로 윤채린이나 윤승하에게 갈려는 시선을 멈추며 앞을 바라봤다. 아까 전, 강한남 파티 4명을 잡으면서 얻은 득점이 4개. 다시 말하자면 4p였다.

나는 주변을 훑었다. 몸이 재빠른 애 중 일부는 재빨리 영역권에서 탈출하려고 하고 있었고, 눈치가 빠른 이들은 주변의 학생들을 챙기며 도망가고 있었다.

나는 공간 장악을 다시 한번 발동했다. 허공에 먹물을 쏟은 듯, 먹물 같은 것이 퍼졌다. 그러나 그것은 이내 쩌적­하고 천영의 꽃에 얼어버렸다.

“…….”

천영의 꽃은 모든 것을 얼린다.

그것이 설사 시간이라 할지라도──.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나, 이대로 탈락하는 거야?

***

휘유.

붉은색의 여인, 용왕은 휘파람을 불었다.

“저것들 한 놈, 한 놈이 다 물건인데?”

“근데 괜찮겠어?”

보랏빛의 소녀, 에니스의 물음에 티타니아는 고민했다.

저들의 수준은 아무리 낮게 봐도 학생들의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은수아랑 이시우, 윤승하랑 윤채린은 학교 최강이라 불리는 3학년 학생회장이 온다고 하여도 승리를 확신할 수 없을 만큼.

“안 그래도 준비하고 있는 게 있기는 한데.”

“협회랑 협업해서 보내려고?”

“네, 그러려고요. 실전 경험도 필요하니까요.”

킥­하고 웃으며 말하는 에니스의 말에 티타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전 경험을 협회에서 쌓고, 배움은 아카데미에서 한다.

일전에 마왕을 잡기 위해서 전투를 나섰던 십삼월들도 이시우에게 크게 호감을 느끼고 있어서, 교수를 구하는 것은 별로 문제가 없다.

요정 여왕인 자신이 해도 된다. 아니, 오히려 주변에서는 자신이 이시우를 가르치는 것을 희망한다. 하지만 티타니아는 얼마 전, 이시우가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제 취향은 오히려 요정 여왕님에 가까운데.

에니스에게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던 이시우의 말이 떠올랐다.

화끈.

순간적으로 얼굴이 화끈해졌다. 물론, 티타니아가 이시우에게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시우와 티타니아의 나이 차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요정족이 보통 인간의 5배 가까이 산다고 하지만, 티타니아와 이시우의 나이는 40배 이상. 티타니아는 그냥, 그냥 부끄러운 것 뿐이다. 그리고 아직 내가 꽤 통하는구나. 하는 느낌도 있고.

티타니아는 흠­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웹툰을 보는 척하면서 힐끔­하고는 그란데힐을 바라봤다. 그란데힐이 묵묵하게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란데힐의 반려가 이시우라고 했었지.

갑자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이상형을 나라고 했으면서 반려는 그란데힐이다.

그란데힐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녀는 어리고, 총명하고, 요정 여왕이라 불리는 자신보다 약간, 아주 약간 더 똑 부러지는 당찬 여인이니까.

‘설마 간을 보는 건…….’

아닐 거다. 사람 보는 눈에는 나름의 자신이 있는 티타니아다.

이시우는 흔한 바람둥이와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 나이 또래만큼 성욕은 있지만, 성실하게 자신을 단련하면서 그것을 제어하고 있으니까.

“으흠. 그러고 보니 데힐.”

“네, 여왕님.”

“무녀에 관한 문제는 어떻게 되었죠?”

봉관의 무녀, 사나에는 이번 나태의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 머물게 되었다.

‘좀 껄끄럽기는 한데.’

봉관의 무녀는 뭐라고 해야 될까.

사람으로 보자면 안쓰러울 때가 많았다. 상격에 이른 영웅인지라, 육체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텐데 퀭하게 보이는 것 같은 눈동자라거나. 상격쯤 되면 자기 스스로 확신이 있을 텐데도 묘하게 자신감이 없다.

거기다가 느닷없이 이시우를 보며 몰래 히죽­거리며 변태같이 웃는다거나. 정작 그런 주제에 이시우가 말을 걸면 말을 엄청나게 더듬으면서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아카데미에서 거주하기로 확정되었습니다. 요정족의 마나를 체화하면 상승의 경지가 보일 것 같다며, 본인이 굉장히 원하고 있어서 우선 교수동에 자리를 내었습니다.”

‘설마.’

티타니아는 그란데힐의 말에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히가미 사나에의 나이가 39세라고 들었는데.

더하기보다는 이시우의 나이에 2를 곱하면 나오는 숫자.

‘설마.’

요즘 들어서 젊은이들 사이에는 연상연하 커플이 많다고 들었다.

사실 그 이면에는 젊었을 때, 결혼 시기를 놓친 영웅들이 상승의 경지에 오르며 젊은 남자들을 낚아채서 뉴스에는 그렇게 뜨는 것이지만.

‘설마.’

그러고 보니 히가미 사나에는 이시우의 팬이라고 했다. 문화제 때 이시우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했나.

튜브 동영상만 보면서 히죽­하고 웃는 사나에의 모습이 너무 선명하게 그려졌다.

“여왕님.”

“응?”

그란데힐의 말에 티타니아는 상념에 깨어났다. 아무리 그래도 40세를 바라보는 나이인데 자기보다 족히 절반을 살아온 남자를 노릴 리가.

“히가미 사나에님이 넌지시 말했습니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정말로 만일이지만, 티타니아 님이 괜찮으시면 교수를 해도 된다고…….”

“안돼!”

티타니아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사나에는 겉모습은 좀 그렇지만, 그래도 남자들이 환장하는 가슴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커다란 가슴을. 이시우도 남자다. 성욕이 있지만, 그것을 단련으로 풀고 있을 뿐, 확실한 남자다.

혹여나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그란데힐로부터 이시우를 빼앗으면 그날부터 지옥이 시작된다. 왜냐하면 히어로 아카데미의 업무 대부분은 그란데힐을 거쳐 가기 때문이다. 요정 여왕인 자신은 생각보다 업무가 어색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란데힐이 미친다? 마왕이 날뛰는 것보다 더 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란데힐이라도 반려를 빼앗기면 미쳐버릴지도 모르기에.

티타니아는 속으로 결심했다.

자신의 부하인 그란데힐을 위해서, 이시우가 사나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도와줘야겠다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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