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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168화 (168/298)

〈 168화 〉 보스공략

* * *

“광익은 다루기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시우면 금방 감을 잡을 수 있을 거야.”

김하린이 웃으며 말했다.

이시우는 차분한 눈동자로 김하린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이상하게 떨렸다.

이시우의 눈동자가 나에게 향하고, 이시우가 나만을 바라본다. 이것만으로도 김하린은 행복했다.

광익.

김하린은 자신의 이능을 발동했다. 어깻죽지에서 수백 줄기의 빛이 솟았다. 그것들이 가닥가닥 얽혀가며 이내, 날개처럼 짜이기 시작한다. 휘황찬란한 황금색의 빛.

이시우는 처음부터 빠짐없이 그것을 응시했다.

하늘을 굽어보는 눈으로 보니 알 수 있다.

나는 생각보다 더 비효율적으로 광익을 쓰고 있다는 것을.

“광익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의 능력을 지녀. 빛 속성이나 그와 비슷한 힘을 대부분 흡수하여 마나를 치환하는 능력과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行의 능력. 그리고 내 마나를 빛 속성의 마나로 치환해서 공격하는 능력.”

파르르­

여기까지 말하자 김하린의 광익이 떨렸다.

“그리고 기본적인 세 가지가 숙련되어, 심화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여기서는 좀 복잡해져. 빛의 깃털을 만들어서 상대에게 빛 속성의 공격을 입힌다거나, 아니면 이렇게 마력으로 빛의 마나를 이용해서 호신용의 기갑을 만든다든가.”

황금빛의 마나가 원형을 그렸다. 그것이 여러 개의 방패로 바뀌며 김하린의 주위를 호위하듯이 머물렀다.

기갑.

호신강기를 쓸 수 없는 이들이 만드는 일종의 방어형의 검기이다.

윤채린이 만드는 흑룡이 그 예시.

이시우는 광익을 모방한 가면을 썼다.

보랏빛의 줄기가 어깻죽지에서 나오며 가닥가닥 얽혔다. 하늘을 굽어보는 눈으로 보았던 패턴을 따라 한다. 불가해한 감각과 천수가 동조하며 마력 패턴을 따라한다.

더 효율적이게.

불필요한 움직임은 지운다.

최적의 동선을 짠다.

아니, 그것으로 부족했다. 뇌령의 마나를 더한다. 비염을 소환한다.

“시우는­.”

김하린은 입을 열려다가 멈추었다.

우웅­.

마나가 떨리기 시작한다. 비염이 광익에 불꽃을 더했다. 뇌령이 광익에 번개를 더했다. 광익이 커진다. 그 자체는 그리 신기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시우가 하는 일은 달랐다.

위화감이 없다. 광익이라는 이능에 번개와 불꽃이 처음부터 한몸인 것처럼 섞여나갔다. 빛의 날개에 번개와 불꽃이 더해졌다. 화륵­. 광익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파직­하고 번개가 튀었다. 불꽃과 번개가 빛에 더해졌다.

이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꿀꺽.

김하린은 침을 삼키고는 이시우를 바라보았다.

번개와 불꽃. 빛이 뒤섞인, 이제는 광익이라고 부르기 묘한, 자색의 날개­.

마광성익(?光??)과는 다른 쪽으로 진화한 건가.

이시우는 날개를 보며 중얼거렸다. 하긴, 그건 김하린이기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

“한 번 시험해 보고 싶은데.”

“응? 그러면 밖에 나가서 누구 잡고 대련 신청을 할까?”

“……아니, 여기에서도 할 수 있어.”

이시우는 근처에 있는 리모콘을 줍고는 조작했다.

그러자 허공에 홀로그램 하나가 떠올랐다.

[회피 Lv. 5]

간단하게 말하자면 회피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팡!

야구공 하나가 이시우의 방향으로 쏘아졌다. 이시우는 그것을 응시하고는 광익을 움직였다.

파직!

번개랑 불꽃이 타오르며 크게 휘저었다.

야구공이 열 개가 날아왔다.

이시우는 천수의 출력을 올렸다. 차캉­하고 날개가 갈라졌다. 끝 부분이 날카롭게 변한 날개가 수십 자루의 검이 되어 야구공을 갈랐다.

“……벌써 광익을 저렇게 자유자재로 이용한다고?”

그 광경을 보고 김하린은 경악했다. 자신이 광익을 저렇게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이제 최근에 들어섰는데.

“흠.”

한 차례 광익을 휘두른 이시우는 조금 불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날개를 보았다.

새롭게 변한 광익은 조금 애매했다.

물론 속도라던가 유틸성 면도 좋고, 번개와 불꽃이 합쳐져서 공격력만으로 따진다면 김하린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거다. 물론 김하린의 광익이 마광성익으로 진화하면 그 이야기는 좀 달라지지만.

다만, 마나가 조금 심각하게 많이 들어갔다.

대해의 마나를 모방한 가면을 쓰고 있음에도 조금 부담이 될 정도.

임나연이 갖춘 능력, 대해의 마나.

그것이 인피니티로 진화하려면 아직 기간은 꽤 있다. 못해도 반년은 걸릴 것이다.

그리고 조작하는 게 어렵다. 공격만을 할 때면 차라리 한쪽의 외날개를 펼쳐 만드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할 일이 많다.

빨리 뇌령을 합쳐서 뇌신을 만들기도 해야 되고, 슬슬 상격에 오를 준비도 해야 한다.

이시우는 일정들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응?”

“시우는 광익을 어떻게 얻은 거야?”

“…….”

이시우는 입을 닫고는 생각했다.

말할까, 말까.

가장 안 좋은 선택지는 거짓말이다.

김하린은 거짓말에 민감하다. 특유의 직감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게 있어서 그녀는 특성에도 거짓을 감지하는 특성이 하나 있을 정도다.

“지금은 말하기는 힘들고, 일단 내 특성과 관련된 능력이야.”

“그래?”

지금은 힘들다.

아직 윤승하와 대화를 나누지 못했고, 남다윤과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그란데힐과도 대화를 나눠봐야 하고.

김하린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김하린은 우선순위에서 조금…….

“…….”

이시우는 당황했다.

김하린이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어서였다.

김하린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핥짝­하고 혀로 윗입술을 훑었다.

김하린이 치명적인 척을 했다. 그런데 그게 김하린이니까 치명적이었다.

마치 속삭이듯이 그녀가 입가를 손 한쪽으로 가렸다. 그리고는 검은색의 속옷이 비치는 가슴을 나에게 들이밀며 손가락을 둥글게 말았다. 마치 해도 된다는 듯이.

“할까?”

김하린이 이시우를 유혹하였다.

물론 이시우는 참지 않았다.

가면의 경험치 이벤트는 매우 소중하기에.

***

월요일 아침.

스포츠 머리의 백발이 인상적인 강한자 교수가 교탁 위에서 우리를 잠깐 훑었다.

“다들 임무 주간동안 고생 많았다.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기보다 높은 임무를 받고, 벽을 느낀 학생도 있을거다. 혹은 자신의 수준을 잘못 측정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임무를 받은 학생도 있을 것이고.”

거기까지 말한 강한자의 시선이 잠깐 내 쪽으로 향했다.

“그래도 너희 모두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모두 완벽한 수행으로, 히어로 아카데미의 위상을 높였어. 다들 수고했다.”

흡족하게 웃으며 강한자가 칭찬을 했다.

“그럼 공치사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 두 가지 공지가 있다.”

강한자가 손뼉을 짝­하고 쳤다.

그러자 조교들이 종이들을 학생에게 나눠 주었다.

대충 훑어보자면 이번 기말고사는 4박 5일동안 이루어지며, 몸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반출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기말고사는 ‘서바이벌’이군.

다만 아공간 팔찌는 가져갈 수 있다. 원래대로라면 무기를 수납하기 위해서이지만…….

나는 종이를 한번 훑었다.

◈기말고사에 어떤 경우에도 아공간 팔찌는 금지.

‘나를 겨냥한 건가.’

의아한 조항이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거기다가 슬슬 무기에 구애받는 경지는 거의 지났다. 남다윤의 어검을 모방한 가면 덕분에 무기가 부족할 일도 별로 없고.

원거리 공격을 위해서 마법도 단련하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한탄하거나 자신 있어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한탄하는 건 몸을 잘 안 쓰는 마법사 직업군이나, 곱게 자란 애들이 대부분이었고, 자신있어 하는 애들은 몸을 쓰는데 능숙한 애들이었다.

정한서가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다.

임나연하고 은수아는 껄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게도 쟤네는 보통 곱게 자란 게 아니라.

그러고보니 은수아한테도 칠색에 대해서 배우고 싶은데.

나는 김하린에게 광익을 배웠을 때를 떠올렸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10년 가까이 이능을 연구했으니 나보다 잘 다루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하늘을 굽어보는 눈과 천수. 그리고 불가해한 감각.

위의 세 가지가 더해지니 어지간한 건 이제 보는 것만으로도 완연하게 체득할 수 있다.

“혹시 이번 공지에 불만 있는 사람이 있나?”

강한자가 물었다.

그러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불만이 있으면 빠지면 된다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그럼 우리 반은 모두 참가하는 것으로 알겠다. 그럼 두 번째로 할 공지다. 지금부터 짝을 지어서 4명이서 한 조를 짜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반 애들의 고개가 획­하고 돌아갔다. 윤채린이나 나, 은수아, 윤승하에게.

“크흠.”

임나연이 헛기침을 하며 슬쩍 내 옆자리로 의자를 옮겼다.

이지아가 방긋 웃으며 내 뒤에 섰다.

“허.”

눈치를 보며 윤채린을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윤채린의 눈꼬리가 험악했다. 대충 깽판을 치기 전에 알아서 해라­라는 표정이었다.

“아, 참고로 조를 짤 때에는 윤채린, 윤승하, 은수아랑 이시우는 예외다. 그들은 따로 할 일이 있으니까.”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윤채린으로 플레이하게 되면 나오는 이벤트다. 일명 보스 공략.

윤채린이 너무 강할 때나 나오는 이벤트인데 학생들이 조를 짜서 윤채린을 ‘사냥’하는 형식의 대련이었다. 거기에 나랑 윤승하, 은수아라.

학생들이 버틸 수 있을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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