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화 〉 광익
* * *
"설마 내가 그 사이에 이것도 통달하지 못할 것 같았어? 이시우, 오늘 넌 뒤졌다. 천국 볼 준비나 해라."
윤채린이 히죽하고 웃으며 말했다.
질척질척하고 흥건한 물이 자지를 감쌌다.
그 위에 윤채린의 질이 꾹꾹 하고 내 자지를 조여왔다. 순간적으로 참는 것을 해방할 뻔했다.
‘우선 마법을.’
손가락으로 수인을 맺는다.
약식으로.
얼핏 보면 허공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였다. 그러나 효과는 달랐다. 마법이 내 자지에 달라붙었다. 성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성마법 이었다. 이것으로 피임은 완벽하다.
그리고 천수를 활성화한다.
그것을 자지에 씌웠다.
“흐읏♥”
윤채린이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나 이내 익숙해졌다는 듯이 허리를 움직였다.
‘뭐지.’
당황했다.
이 정도만 되어도 남다윤이나 윤승하는 한 번 절정에 이르러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찔걱찔걱.
삐걱.
“후, 천마인, 흐윽, 이 몸이, 하앙, 영원히 삼류 보지인 줄 알았, 흑, 어?”
윤채린이 허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저렇게 자신이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천마지체에 무슨 변화가 온것 같은데.
그, 시우야. 최면 어플 생각보다 괜찮다. 수련용으로 쓸 수 있어. 매일매일 힘든 루틴을 최면 어플로 쉽게 넘길 수 있다.?
문득 아까 전, 윤채린이 변명하듯이 말하던 게 떠올랐다.
설마.
상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윤채린이 허리를 흔들며 내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그리고 쪽. 가벼운 뽀뽀로 시작하고 키스를 시작했다. 어색한 혀 놀림이 이제는 어색함을 찾을 수 없었다.
츄릅, 츕.
찔걱찔걱찔걱.
키스하는 소리.
그리고 내 자지가 윤채린의 질을 드나드는 소리가 방안을 매웠다.
나는 유아독존으로 냉정해진 정신으로 상황을 관조할 수 있었다.
윤채린은 최면을 이용한 능력으로 자신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예민한 성감. 그것을 둔하게 만드는 것 쯤이야 최면의 능력으로 가능하였다.
‘어쩔까.’
고민이 되었다.
천수의 출력을 올려서 윤채린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윤채린이 나에게 져줬으니까, 오늘 하루쯤은 져줘도 나쁘지 않을까.
“흐읏, 이시, 우, 흑. 언제, 갈, 흐앙, 꺼야?”
윤채린이 들뜬 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아무래도 이제 곧 갈 것 같으니까.
“지금.”
귓가에 속삭이고 나는 해방감을 분출했다.
부릇. 부르르릇.
윤채린이 내 목을 팔로 껴안으며 몸을 부르르떨었다.
“좀 더♥”
“좀 더?”
“아니, 조금이 아니라. 오늘 계속해서 하자고.”
“…….”
윤채린이 몸을 일으켰다.
새하얀 색의 정액이 보지에서 주르륵하고 떨어졌다.
윤채린이 침대에 눕고는 다리 두 개를 일자로 올리며 보지를 드러내었다.
“이번엔 누나가 당해줄게. 어디 한번 넣어봐.”
히죽하고 웃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혼내주고 싶어졌다.
천수 최대출력 On.
.
.
.
“흐으윽, 쟤, 쟤송해요 쥬인니임.”
***
창문 밖은 어둠이 가라앉았다.
나랑 윤채린은 지금 침대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알몸인 윤채린이 손으로 내 가슴을 더듬었다.
“그래도 말이야. 첫 번째는 나지?”
윤채린이 히죽 웃으며, 내 가슴에 머리를 대고는 물었다.
더없이 행복해 보이는 얼굴.
“…….”
첫번째는 누구지.
일단 확실하게 선언한 건 윤채린이 맞다.
다만, 걸리는 게 있다.
내가 먼저 최면을 건 남다윤이라던가.
지금 창문 틈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며, 항상 나를 위해 내조하고, 나를 반려자로 지정하여 내게 평생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그란데힐이라던가.
윤승하도 걸린다.
아마 지금쯤 내 옷에 얼굴을 파묻으며 혼자 자위를 하고 있을 텐데.
“야. 왜 대답을 못하냐.”
“……그게 있지.”
“하, 이시우.”
윤채린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을 내뱉고는.
“오늘 밤에 잘 생각 하지 마라. 오늘 하루는 너 내꺼다. 알겠냐?”
윤채린이 콘돔 상자를 내던졌다.
그리고는 반달을 그린 눈동자로 나를 응시했다.
“……네.”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
“흠.”
나는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지식 열람은 에니스의 능력인 ‘개화’로 개방할 수 있었다.
천수는 일본에서 삼신기의 힘으로 일시적으로 초월경에 들어가서 그 힘을 개방할 수 있었다.
눈을 옆으로 돌렸다.
천의 가면.
천의 가면은 모르겠다. 어느 정도 쓰면 감이 오기는 하는데 천의 가면은 알면 알수록 정체를 모르겠다. 천의 가면이 여자와 관계를 맺고 인연을 맺으면 그 능력을 ‘모방’한다.
다른 능력은 가면을 작성하면, 어떤 인물을 모티브로 가면을 만든다. 예를 들어 은수아와 같이 있을 때, 작성한 자상한 아버지의 가면은 자상했지만, 딸이라고 생각한 은수아에게 성희롱을 했으니까.
‘솔직히 그때는 잘 해결되어 다행이었지만.’
기린의 가면도 있다.
유일하게 내가 가진 가면 중에서 자아를 잊을지도 모른다는 페널티가 붙어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 쓰지 않게 된 가면.
사령四?.
응룡, 기린, 봉황, 영귀.
회귀자의 부탁으로 마왕과 싸우게 되어서 기린과 응룡을 제외하고 모두 죽었다.
그리고 기린과 응룡조차도 겨우겨우 목숨만 붙들고 있다.
그것도 있다.
여자에게 내 재능을 넘겨 주는 것. 이것이 특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지아와 남다윤은 내 천수의 힘, 일부를 가지고 있다.
……이야기가 잠시 딴 데로 새버렸지만, 이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천의 가면은 죽은 이나 죽어가는 이의 재능마저도 훔칠 수 있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사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아니면 저승이라는 공간이 있고, 그곳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모르겠다.”
나는 천의 가면을 작성했다.
죽은 이들이라면 역시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사람이 좋겠다.
회귀자, 신유진.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며, 단신으로 마왕에게 상처를 입힌 세계의 영웅.
그가 갖춘 능력은 가히 특출나다.
콜렉터.
신유진은 무엇이든 수집한다.
물약이나 무기, 혹은 아티팩트. 그것이 설사 상대의 무공이든 마법일지라도.
설사 그것이 어떤 ‘현상’이나 ‘개념’, 혹은 ‘인물’일지라도.
한번 수집한 이상, 그것은 신유진이 가진 고유한 ‘세계’에 편입된다.
다만, 아쉽게도 신유진은 모든 것을 아우를 정도로 특출나지 못했다. 그렇기에 마왕을 죽이지 못했다.
우웅.
가면을 작성한다.
신유진이라는 인물을 떠올린다.
재능이 없는 둔재.
그러나 고유 능력으로 세간에서는 모든 것을 씹어먹어 버리고 승승장구하는 ‘천재’로 인식된 남자를.
그러면서도 인류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스스럼없이 던진 이를 떠올리며 가면을 작성한다.
우우우우웅─!
순간적으로 가면이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나는 재빠르게 가면을 썼다. 대해의 마나를 모방한 가면이 한순간에 마나를 늘려 주었다.
‘부족해.’
재빠르게 광익을 펼쳤다.
빛으로 짜인 날개가 햇빛을 받으며 마나를 회복시켰다. 그럼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머리가 핑돌았다. 마나의 부족으로 생긴 현상이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유아독존까지 발동했다.
그리고 가면을 작성했다.
[콜렉터를 모방한 가면 Lv. 0(1%)]
나는 가만히 가면창을 노려보았다.
1%.
기린은 내가 한참 약했을 무렵에도 그의 힘을 본뜬 가면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회귀자인 신유진은 그 때 가용한 마나 보다 수십 배는 먹고도 1%의 완성도를 자랑했다.
이걸 최소 99번은 더 해야 된다는 건가.
훈련 루트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겠다.
“일단은 좀 쉬고.”
마나가 부족해서 머리가 핑돌았다. 몸 전체가 탈력감으로 가득 찼다. 콜렉터를 모방한 가면을 완성한다면 뭐부터 만들어야 할까. 회귀자의 동료는 그의 동료답게 어마어마한 능력들을 갖추고 있다.
가담항설, 가화만사성, 괴력난신, 만인지적.
만들어야 할 가면들은 넘쳐난다.
나는 그란데힐에게 문자 하나를 달랑 보내놓고는 그대로 기절했다.
***
툭.
김하린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눈앞에 있는 나무 블록을 손가락을 튕겨서 쓰러트렸다.
그러자 나무 블록들이 차례대로 쓰러지고, 김호동이 세상이 멸망한 표정으로 나무 블록을 든 채 있었다.
“그럼 난 간다.”
하얀 외투를 걸쳐 입고는 밖으로 나섰다.
민소매 셔츠는 예쁘기는 한데, 슬슬 추워지기 시작해서.
김하린은 분홍색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여러가지 시선들이 느껴졌다. 질투가 어린 표정이라던가 겁에 질린 표정. 저번 학기 기말고사부터 실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김하린은 학생들 사이에서 주의할 인물이 되었다.
거의 최하위권에 머물던 김하린은 어느덧 상위권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어, 하린아! 안녕!”
김하린은 슬쩍 상대를 보았다.
호감형인 얼굴. 근육질로 가득 찬 육체. 여자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녀석이었다. 이름은 제임스. 성적은 상위권이며 유럽에서 귀족작위를 얻은 기사 가문의 자녀였다.
“응, 안녕, 제임스. 근데 왜?”
“그게. 내가 이번에 재밌는 뮤지컬 입장권을 두 장 받았거든. 혹시 내일 시간 괜찮으면…….”
“미안, 내일 일이 있어서 안될 것 같은데.”
“혹시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
“집에서 놀아야 하거든.”
“…….”
원래대로라면 김하린은 밀당을 하며 줄타기를 했을 것이다. 거기다가 돈도 요즘 별로 없으니, 그 김에 비싼 밥도 얻어먹고.
하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이시우가 오해할까 봐. 그리고 만약 이시우가 오해하고 자신을 멀리한다면…….
김하린은 상념을 멈췄다.
슬슬 시간이 되었다.
‘슬슬 시우가 올 때가 되었는데.’
김하린은 곁눈질로 빠르게 주위를 훑었다. 학생들이 여럿 보이지만, 이시우가 보이지 않았다. 이시우는 별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항상 이 시간에 밥을 먹으러 오기에 김하린은 입구 근처 벽에 등을 기대며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3분.
저 멀리서 이시우가 보였다.
활짝.
김하린은 표정 관리에 능숙하다. 꼬이고 꼬인 타고난 심성. 그리고 어렸을 적부터 사방에서 적대하는 아이들. 그리고 자신을 괴물 보듯이 바라보는 부모님의 시선 때문이었다.
김하린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편은 자신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표정관리를 연습하며 그것을 능숙하게 하려고 연습했다.
그런데 이시우를 보면 김하린은 표정관리를 못 하게 된다.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그냥 이시우만 봐도 얼굴에 웃음이 피기 때문이었다.
“시우야아아!”
“하린이, 너도 밥 먹게?”
“응, 나도 배가 좀 고파서. 혹시 같이 먹을 사람 없으면 나랑 같이 먹을래? 어차피 있다가 광익을 가르쳐주기로 했으니까. 같이 먹고, 좀 쉬면서 디저트나 카페 가고 훈련실로 갈까? 아, 내가 커피 살게. 저번에 시우, 네가 많이 도와줬잖아.”
김하린은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혹시 몰라 이시우가 거절할 것 같아서.
이시우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활짝.
김하린은 웃으며 이시우의 옆으로 총총 걸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