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 조?교
* * *
은수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100평 남짓한 공간에 엔틱한 느낌의 가구들.
현대가 아니라 마치 중세의 귀족들이 쓸법한 가구들로 공간을 꾸몄다.
“이 정도면 파파도 만족하려나.”
서울에 있는 펜트하우스 하나를 빌리느라 돈을 꽤 썼다.
그래도 이 정도면 파파와 꽤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속이 비치는 하얀색의 실크 드레스.
굉장히 부끄러운 옷차림이지만, 이모가 남자를 꼬시려면 이 정도는 입어야 한다고 해서, 큰맘을 먹고 장만한 옷이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빛바랜 은발에 반짝이는 금색의 눈.
칙칙한 회색에 가까운 은발을 보며 은수아는 생각했다.
옛날에는 거친 느낌이 들어서 좋았었는데, 지금은 별로 같았다. 아니, 별로였다. 예쁘지도 않은 칙칙한 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칠색의 부작용이었다. 칠색은 엮어서 검으로 만든다면 그 파괴력은 가히 일절이었다. 어지간한 상격의 마법사가 쓴다고 할지라도, 그만한 파괴력을 내기는 어려우니까.
그래도 은수아 정도면 괜찮은 편이었다.
상아탑의 후계자로서 그녀는 온갖 마도구로 부작용을 최소화 했으니까.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미리 배달시켜 둔 물건이 온 모양이다.
“뭐가 왔을까.”
저번에 준비한 발레복일까.
아니면 새롭게 준비한 치어리더 복일까. 그러고 보니 발레복도 슬슬 올 때가 되었다. 옛날에 잠깐 교양으로 배운 거라 거의 다 까먹었지만, 그래도 이시우라면 좋아하지 않을까해서 같이 샀다.
밖으로 나가니 커다란 상자 하나가 왔다.
염동으로 들어 올려서 안으로 가져와서 상자를 개봉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것도 있었네.”
은수아는 히죽 웃으며 내용물을 확인했다.
안에 있는 것은 스트로폼으로 꽁꽁 싸맨 물약 하나였다. 혹시 몰라서 다섯 개의 마법으로 안전장치까지 걸어놨다.
은수아는 그것을 하나씩 해제했다. 그리고 뚜껑을 열었다.
[오우거와 같은 하룻밤을 보내버릴 수 있는 정력제.]
상아탑에서 만든 특등품 물약.
최근에 봤던 이시우가 꽤 허약해 보여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주문하였다.
은수아는 그것을 품에 소중히 껴안았다.
***
윤채린을 어떻게 조교 할까.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란데힐이 제안한 방법이었지만, 과연 윤승하가 윤채린을 받아들이는 것을 허락해줄지, 이 방법이 윤채린에게 통할 것인지.
그런 생각들이었다.
하지만 윤승하는 물론, 남다윤이 천수와 천수의 힘을 쓴 자지에 힘을 못 쓰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저 손을 대는 것으로 상대의 약점을 낱낱이 파헤치며, 손을 대는 것으로 상대를 가버리게 하는 천수의 힘.
그것을 자지에 써버리니 그 힘은 정말 대단했다. 최소 10번 이상 쥐어짜는 윤승하가 고작 3번 만에 녹다운으로 만들어버리고, 남다윤마저 쓰러트렸다. 천수의 힘을 쓴다면, 윤채린도 쉽게 말을 잘 듣게 할 수 있을 거다.
그것으로 마왕을 쓰러트려 전 세계를 구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전 인류의 소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윤채린이 너무 큰 변수야.’
마왕의 영혼을 바탕으로 한 최면. 아마 이 히어로 아카데미에서는 학생 중에서는 윤승하나 은수아 정도만 버틸 수 있을 거다.
유아독존이 버티고 있다면 나도 문제는 없다.
정신을 세계에 고정해, 극단적인 정신력 상승을 주지만, 유아독존은 한 번 사용하면 쿨타임이 있어서 곤란했다.
“근데 여기는 대체 왜……?”
“이곳이 가장 적당할 것 같아서.”
윤채린이 의아한 어투로 말했다.
나는 현재 윤채린을 끌고 내 부실로 왔다. 여기가 가장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내 부실은 기본적으로 그란데힐이 관리하고 있기에 누군가 들어오기도 힘든 공간이다.
우선 나는 눈으로 주위를 훑어 보았다.
창문 쪽에서 공간이 살짝 일그러진 게 보였다.
“혹시 시우도 욕구 불만인 거야?”
윤채린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분홍빛의 감정이 피었다. 히죽웃으며 쓰고 있던 검은색 모자를 벗어 탁자 위에 올려다 놨다.
태양을 닮은 찬란한 금발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이, 이번에는 그럼 로맨틱하게 할까? 소, 솔직히 그때는 내가 너무 흥분해서 거의 덮치다시피 해, 했잖아.”
꿀꺽하고 침을 삼키며 나를 바라보았다.
분홍빛의 감정이 더욱 진하게 피었다. 즉, 발정상태에 돌입했다.
“그, 그러니까 이, 이번에는 제, 제대로. 로맨틱하게, 하, 할까?”
윤채린이 얼굴을 붉히며, 외투를 벗었다.
나시티를 입어서일까, 가슴이 커서일까. 옆가슴이 조금 보였다.
나는 가면으로 시선 처리에 집중했다.
“아니, 승하랑 하고 와서 괜찮은데.”
“……승하랑?”
서늘한 목소리로 윤채린이 말했다.
그러곤 이내 한숨을 푹내쉬었다.
“하긴. 너희 둘이 사귀고 있댔지.”
그리고는 툭 던지듯이 윤채린이 말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니, 윤채린의 감정은 미동이 없었다. 극도로 단련된 심법 덕분인가.
“그럼. 그럼 이건 어때?”
“뭘?”
“그, 사랑에는 말이야 이것저것 많잖아. 예를 들자면, 육체만 있는 관계라던가말이야. 그, 나도 몰랐는데, 나 성욕이 꽤 강하더라고.”
“…….”
“시우, 너도 성욕이 꽤 강하니까. 그, 그니까 말이야. 너, 너만 괜찮으면.”
나는 어처구니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윤채린의 말을 정리하자면 몸뿐인 관계인, 섹스 프렌드를 하자는 건가.
표면상 일단 자기 동생의 애인인데?
나는 어처구니 없어 하는 표정으로 윤채린을 보았다.
“그냥, 그 뭐냐. 그냥 잠깐의 일탈이라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러자 끝에 가서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거 알지?”
“아니, 그래도! 내 최면에서 깨어난 거면 너도 알잖아! 걔가 너한테 최면을 건 거!”
나는 당황했다.
설마 윤승하가 순순히 말했을 리는 없겠고. 그냥 추측하는 건가. 일단은 모르는 척을 해 보았다.
“아닌데.”
“아닌 데는 무슨! 걔한테 은근슬쩍 말을 걸어보니까, 필사적으로 모르는 척하던데!”
"……."
“무, 물론 내가 너에게 엄청나게 잘못한 건 맞는데. 그렇게 잘못을 따지면 윤승하도 잘못했잖아!”
그건 그랬다.
임나연부터 시작해서, 이지아, 김하린, 은수아까지. 히어로 아카데미에서 나에게 잘못한 여자가 이렇게나 많았다.
“그래서 네가 잘못했어, 안 했어?”
“……미안해.”
윤채린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고민했다.
갑자기 김이 새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윤채린에게 목줄을 안 채울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 나에게 최면 어플 쓰지 않는다고 맹세해.”
“그, 시우야. 최면 어플 생각보다 괜찮다. 수련용으로 쓸 수 있어. 매일매일 힘든 루틴을 최면 어플로 쉽게 넘길 수 있다?”
그건 좀 솔깃했다.
안 그래도 요즘 몸에 부하를 주는 기술들 때문에 전투에서 아플 때가 많았는데. 일시적으로 삼신기의 힘으로 뇌령을 뇌신으로 만들었지만, 돌아오면서 다시 뇌령으로 돌아와서 허전하기도 했다. 뇌신으로 만드는 작업에는 고통이 따르니, 최면을 쓴다면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오, 그래? 그러면 최면 어플로 나에게 성적인 최면을 걸지 않는다고 약속해.”
“…….”
윤채린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윤채린.”
“그, 그러면 한번 뜨겁게 섹스 한 번만 하자.”
“…….”
“한 번만 하자~.”
이제는 내 팔에 매달려 애교를 부리고 있다.
“너도 좋았잖아! 그렇게 내 안에, 막, 막, 네 새하얀 정액을 임신시킬 기세로 들이부었으면서!”
“아니, 그건.”
솔직히 말하자면 억울했다. 그건 그냥 당한 게 아닌가?
내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윤채린은 품에서 콘돔 상자 한 통을 꺼내왔다.
“그러니까 한번만 하자! 이거 다 쓸 때까지만!”
“그거 30P잖아!”
“그래서 쫄려? 천하의 이시우가?”
윤채린이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침대로 밀쳤다. 그리고는 바로 위에서 나를 덮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 보니 나,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데. 남자는 새, 생으로 하는 걸 좋아한다고. 이, 이번에도 새, 생으로 할까? 소, 솔직히 말해서 콘돔도 완전히 안전한 건 아니잖아?”
여기까지 말하며 윤채린의 두 눈이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그러니까, 내가 처, 처음에 너, 너를 덮쳤으니까. 내가. 내가 널 책임질게. 그거 아, 알아? 요즘 여자들이 가장인 데가 많데.”
“아니, 그래도 내 체면이 있는데…….”
“닥치고 들어. 그, 그러니까 내가 무공에 매진하고, 괴물을 잡아와서 돈을 벌고, 시우 너는 그냥 집안일을 좀 해, 해줘라. 저번에 거, 검주님의 집에서 먹은 된장찌개 맛있더라.”
횡설수설을 하지만, 그래서 더욱 진한 감정이 느껴졌다.
“내, 내가 널 덮친 게 정말. 정말 나쁜 짓이지만. 그, 그래도 생각을 바꾸면 나 정도면 괜찮지 않냐. 얼굴 예쁘지, 몸매 좋지. 천마신공으로 색공도 배웠지. 비, 비록 처녀를 버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 나 그래도 밤일 잘한다?”
천의 감정으로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나이기에 그것이 대단히 크게 와 닿았다.
“후. 진짜, 나 이렇게 질척거리는 여자인 줄 나도 몰랐는데. 너니까, 너니까 내가 이러는 거야.”
다만, 윤채린은.
"이번이 이트째다, 이시우. 너, 내 남자 해라."
나에게 고백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