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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151화 (151/298)

〈 151화 〉 검은 산양(3)

* * *

사강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 히어로 아카데미에 존재하는 윤채린, 윤승하, 이시우, 은수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저 넷은 일반 학생들과는 격이 다르다.

상아탑주의 제자이자, 다음 대에 상아탑의 주인이 될 은수아는 그렇다 치더라도 윤채린과 윤승하는 그야말로 이상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말이 많았다. 저들은 곧 최연소 중격을 이룰 거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중격의 마인을 죽였다, 윤채린이 폭주해서 근방의 괴물들의 씨를 말렸다든가 하는 괴담들이 존재한다.

윤채린이나 윤승하도 이력이 특이했지만, 더 특이한 것은 이시우였다.

이시우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하였다.

머리를 쓰는 일과 히어로 아카데미의 학생답지 않은 특출난 기교. 그것 뿐인 줄 알았으나, 어마어마한 성장세로 윤채린마저 쓰러트렸다. 모든 영웅이 깊게 관찰하고 있던 중간고사 실기, 대련에서 말이다.

‘그중에서 무려 셋이나 가는 임무.’

학생들 사이에서 말이 많이 나오는 임무였다. 뭣 하러 일본에 가는데 저 셋이 몰려갈 필요가 있냐고. 거기다가 요즘의 한창 주가를 올리는 임나연까지 있었다. 그래서 호기심에 워프 게이트까지 왔는데.

정한서는 힐끔 주위를 둘러보았다.

표정은 웃고 있는데 눈빛이 냉랭한 표정의 이지아와 임나연이 보였다. 그리고 무관심한 듯 핸드폰을 하는 윤승하와 조용히 팔짱을 끼고 있는 은수아와 윤채린도.

이시우가 있을 때와는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야, 정한서.”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윤채린이 입을 열었다.

“이시우, 얘는 어디 갔데?”

“시우는 먼저 일본에 갔던데.”

은수아가 말했다.

“일본?”

“어. 어제 SNS에서 어떤 일본인이 시우 사인받았다고 난리 났더라.”

정한서도 알고 있었다.

아침에 SNS에서 하트 백 개를 받았다는 정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벌써 알고 있다고? 관심을 두지 않으면 얻기 힘든 정보일 텐데.

“걔가? 사전답사로 가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기는 한데, 그러면 점수 안 나오잖아.”

“뭐, 시우니까.”

윤채린이 의아해하자 임나연이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그런데 이시우 말이야. 뭔가 수상하지 않냐.”

그때 조용히 있던 한종우의 부하인 최세웅이 말했다. 눈에는 미약한 질시가 담겨 있었다. 다른 부하인 조철이 신나서 떠들었다.

사실 이시우는 강해진 게 아니라 신체나 영혼을 담보 삼아 마왕과 계약해서 강한 힘을 얻었다든가 하는 소문들이었다.

“야.”

윤채린이 목소리를 깔았다. 최세웅이 흠칫했다.

“너희가 그거 본 적 있냐? 아니,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상격의 영웅들이나 요정족들 눈이 없냐? 그것도 못 알아보게?”

은수아가 쏘아붙이자 최세웅과 조철이 당황했다.

“최세웅, 조철. 입 닥치고 있어.”

한종우가 으르렁거리며 말하자 최세웅과 조철이 입을 다물었다.

“야, 한종우. 뒤지기 싫으면 부하관리 잘해라.”

윤채린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

삼신기三??.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한 물건들이다.

거울, 팔지경???.

검, 천총운검??雲?.

곡옥, 팔척경구옥?????.

거울과 검은 바로 얻기는 어렵다. 거울은 봉관의 무녀가 보관하고 있으며, 검은 일본에서 검성??이라 불리는 상격의 영웅이 가지고 있으니까.

다만, 곡옥은 시련을 통과하면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목표는 우선 곡옥으로 잡는다.

봉관의 무녀는 의외로 쉽다. 미래의 정보를 풀어서 그녀를 도우면, 그녀는 팔지경을 넘길 테니까. 문제는 검성이다.

미디어에서는 호방한 기질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은 사실 가면이다. 좀생이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검성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에게 검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검성은 김은정을 이용해 압박해야겠지.

저 세 개의 신물들은 하나하나로도 강하지만, 그것을 합치면 마왕조차도 멸할 수 있다.­라고 일본의 시민들이 믿을 만큼, 저 세 개의 신물이 가진 힘은 어마어마하다.

마왕.

지금은 거악들을 상징하는 단어였지만, 원래 그 의미는 회귀자가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봉인에 그친 존재를 뜻한다.

회귀자는 13명의 동료와 용왕, 공허의 왕, 요정여왕과 그 일족들을 이끌고 호주에 있던 마왕을 습격하였다.

거악이라 알려진 일곱의 존재와 마왕, 마족들과 마인들의 전쟁은 한 달 내내 치러졌다.

호주라는 대륙의 절반이 무너지고, 남은 절반은 황폐해진 전쟁이었다. 인류의 사활을 건 싸움은 회귀자의 승리로 끝났다.

‘라고 알려졌지.’

13명의 동료 중 절반은 다시 싸울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용왕과 공허의 왕, 요정여왕은 아직도 마왕에게 당한 상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왕은 봉인에 그쳤다.

그만큼 마왕은 강하다.

그러나 나는 마왕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는다.

윤승하와 윤채린.

용사라고 불리는 저 둘은 정말 말도 안 되게 강해지기 때문이다. 거악을 하나, 둘 물리치며 성장하고는 Ex 등급의 위치한 고유 능력을 개방하게 되면, 손짓으로 산맥을 없애는 미친 짓들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경계하는 것은 거악들이다.

그중에서 가장 위험한 건 나태의 산양과 폭식의 벌레다. 잠재력 하나는 마왕을 능가하는 이들. 그리고 무엇보다 빠른 성장률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태의 산양은 초중반에 나온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봉관의 무녀가 죽으면서 시작되지.’

오늘 마인들은 봉관의 무녀를 습격한다. 봉관의 능력을 갖춘 무녀를 습격하면, 나태의 산양을 봉인하고 있는 봉관의 힘이 약해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나태를 신앙으로 믿는 나태의 신자들이 신사를 습격하고, 산양의 봉인을 푼다. 그것이 현재 마인들이 세우고 있는 계획이다.

그러나 그들은 전부 정보를 잘못 알고 있다.

봉관의 무녀가 가진 봉관의 능력은 그녀가 죽어도 봉관의 힘은 강해졌으면 강해졌지, 약해지지 않는다.

그녀의 봉관은 제약으로 인해서 그녀의 죽음을 기점으로 그녀가 가진 봉관의 힘은 더 강해지는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태의 산양은 봉관의 힘 따위로 그 존재를 봉인할 수 없다. 외우주에서 태어난 검은 양은 나태라는 감정을 먹으며 신앙에 따라 무한히 강해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봉관의 무녀는 살아야 한다. 죽음이라는 트리거로 자신을 제약해 나태의 산양을 막고 싶어 할 정도의 인물이다. 성향도 선이고.

봉관의 힘이 나태의 산양에게 안 먹히는 것일 뿐이지, 홍유화 정도만 돼도 애먹는 것이 봉관의 힘이다.

[계약자, 준비됐어?]

“어.”

뇌령신공의 연공을 끝마쳤다. 뇌신을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험난했다. 산양과 싸우기 전까지 뇌신을 만들고 싶었지만, 안된다면 어쩔 수 없다.

윤승하에게 삼신기를 줘서, 강화하는 수밖에 없지.

나는 만들어둔 뇌단?을 아공간에 넣고는 나갈 채비를 했다. 이제 슬슬 애들이 올 때가 되었다. 마중 나가러 가야지.

***

워프 게이트 근처로 가니 인구가 바글바글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유명한 스타가 나라에 방한한다고 하니, 그 팬들이 공항에 모이는 것처럼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주위를 보니 여기저기서 피켓을 들고 있었다. 피켓을 보니 은하 왕자님 윤승하라던가, 마왕, 윤채린을 환영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하긴, 걔네는 진짜 아이돌이니까. 피식 웃으며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나는 멈칫했다. 굉장히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이시우.

내 이름 석 자가 쓰여 있었다. 나는 당황해하며 모자를 푹 눌러썼다. 뭐지, 왜 내 이름이 저기 있는 거야.

아니, 그뿐이 아니었다.

내 이름 석 자가 쓰여 있는 곳을 기점으로 그 주변이 모두 내 이름을 쓰고 있었다. 맙소사. 이게 도대체 뭐람. 나는 황급하게 내 상태를 점검했다.

다행히도 현재 나는 어제 일본 팬을 만나, 모자를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워프 게이트 근처에 사람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내용과 함께 근처 다른 곳에서 만나자고 문자를 보냈다.

혹시 몰라서 임나연과 윤채린, 윤승하랑 김시연에게 각각 보냈다. 답장은 바로 왔다.

­헉! 진짜? 알았어! 나중에 보자 시우야!

­(펭귄이 고맙다고 하는 이모티콘)

첫 번째로 임나연이.

­ㅇㅋ. 누님이 바로 간다. 기다리고 있어.

두 번째로 윤채린이.

­(얼굴을 붉히는 이모티콘)

­주말 동안 승하 보지 허전했는데, 호텔에서 바로 할까?

­(대충 바지를 내리고 축축하게 젖은 팬티를 찍은 사진.)

세 번째로 윤승하가 보낸 문자였다.

­알았어! 빨리 갈게!

­(강아지가 OK 하는 이모티콘)

김시연이 보낸 문자였다.

나는 답장 온 톡들을 대충 읽고는 빠르게 다른 곳으로 몸을 피신했다.

***

"오올. 인기스타 왔네."

윤채린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배를 슬쩍 드러내는 하얀색의 배꼽티에 검은색의 외투를 입고 검정 진을 입은 사복이었다. 윤승하는 블랙진에 와이셔츠와 검은색 넥타이를 입은…그냥 외투만 없는 교복 차림새였다.

그에 반해서 임나연은 옷에 힘을 꽤 주었다. 검은색 시스루 위에 가죽 코르셋을 입고, 하얀색의 치마를 둘렀다.

"어때?"

반짝이는 눈으로 임나연이 내게 물었다.

"이쁘네."

일부러 감정을 절제하며 말했다. 윤승하랑 윤채린, 김시연의 눈이 심상치 않아서.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본에서 이렇게 인기 있을 줄은 몰랐는데. 우리는 현재 워프 게이트에서 꽤 거리가 있는 식당으로 들어왔다. 임나연의 추천으로 왔는데, 예약해둔 식당이라 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임나연이 이름을 대니, 가장 좋아 보이는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오, 여기 운치 있어 보인다."

"응. 꽤 비싼 레스토랑이거든."

윤채린이 말하자 임나연이 웃으며 답했다. 그런데 왜 너는 오기 힘든 레스토랑이라고 들리는 걸까. 윤채린이 임나연의 얼굴을 보더니 피식 웃고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음식은 빠르게 나왔다.

레몬 등으로 장식한 생굴과 와사비 대신에 빨간 고추와 무즙, 햇유자를 넣어 초밥으로 만든 만수스시, 소의 혀를 살짝 구워 붉은빛을 띄는 우설 구이와 와규라 불리는 내 팔뚝의 절반만 한 일본산 소고기에 디저트로 나온 찹쌀떡 등이 올라가 있었다. 오, 맛있겠네. 나는 레어로 익힌 우설 구이 한 점을 입에 넣었다. 꽤 맛있었다.

“그래서.”

윤채린이 입을 열었다.

“우리를 부를 정도로 거창한 던전은 언제 공략할 거야?”

“내일 모레.”

나는 레몬즙을 짜서 뿌린 굴을 입에 넣었다. 우물거리며 윤채린을 바라보았다.

“내일 모레 던전을 간다고? 뭐, 준비할 거 많아?”

“응. 준비도 준비지만, 오늘 밤에 해야 할 일이 있거든.”

“밤에?”

윤승하가 얼굴을 붉히고, 윤채린이 당황해하며, 임나연이 목에 걸린 초커를 만지작거렸다. 김시연이 주인에게 버려진 개와 같이 충격을 받은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오늘 밤, 마인들이 신시를 습격할 거라는 정보가 있어서 말이야.”

“아하, 마인들을 족치는 거구나.”

윤채린이 드물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시연이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럼 시우는 마인들이랑 싸우러 가는 거야?”

“네. 누나도 갈 거예요.”

“내, 내가?!”

김시연이 당황해했다.

나는 의아했다.

김시연의 능력인 풍랑은 릴리의 소녀나 윤채린만큼은 아니지만, 존재 부정이라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 정도면 마인들에게 굉장히 강한 강점을 갖추고 있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시연의 부모님은 마인들에게 살해당했다. 그러니 증오심이라던가 그런 게 나와야 하는데 김시연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그것과 멀었다.

설마 자기가 가진 힘을 잘 모르는 건가?

“꺼림직하시면 호텔에 남으셔도 돼요.”

“아, 아니야. 시, 시우가 위험한데 나도 가야지.”

김시연이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승하의 눈이 싸늘해졌고, 윤채린의 눈이 경계를 띄었다. 그리고 임나연은 우아한 자세로 찹쌀떡을 입에 넣고는 우물거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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