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 준비(2)
* * *
“시우야.”
익숙한.
그러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하고 고개를 돌리고 보다가 깜짝 놀랐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은수아가 보였다.
삐죽하게 튀어나왔던 머리는 모두 정갈하게 변했고, 불량스럽게 개조했던 교복은 단정하게 변했다. 단추 위를 끝까지 채우고 그 위에 검은색의 넥타이를 매고, 하얀색의 외투를 위에 걸쳤다.
마법을 쓴 걸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빛바랜 은발이 다시 바뀌어 있었다. 윤승하가 은발을 한 남장여자라면, 은수아는 완연한 아가씨의 기색을 뿜어내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은발에 금빛의 눈동자가 나를 직시했다.
“어때? 안 어색해?”
은수아가 조금 부끄러워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눈에 은은한 기대가 서려 있었다.
“……어, 보기 좋은데.”
솔직하게 말해서, 조금 전에는 심장이 두근거렸었다. 얘가 이렇게 이뻤나, 싶은 정도로 말이다. 은수아가 이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내 취향에 가까워져서 그랬었다.
뭔가 새삼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은수아는 중2병 환자라서 가끔 정신 못 차릴 때가 많았는데. 뭔가 다 큰 딸을 본 기분이 들었다…아니, 내가 미쳤나. 이건 아니지.
내 말에 은수아가 배시시하고 웃었다.
“그래? 아 참, 그러고 보니 시우야.”
그러고는 내 옆에 다가오면서 외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착 달라붙어서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라벤더 향이 코끝을 스쳤다.
은수아가 보여 준 핸드폰 화면에는 물품 목록이 쭉 깔려있었다. 나는 슬쩍 보다가 기겁했다. 왜냐하면 익숙한 물품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수아야, 이거 뭐야?”
“이거, 저번에 시우 네가 상아탑에서 장로들이 배신했다는 거 말해줘서 얻은 물품들이야.”
그러면서 은수아가 조잘거리며 옆에서 설명해주었다.
“사실 이게 바로 받을 수 있는 건데, 장로들 약점 잡고, 숨겨둔 재산을 캐내느라 늦은 거거든. 숨겨진 재산이 생각보다 많아서 말이야. 좋은 물건들도 있고. 아 참, 그리고 시우 이름은 말 안 했어, 잘했지?”
“어, 어. 고마워.”
나는 얼떨떨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로들을 쳐내는데 내 지분이 있다는 사실이 돈다면 상아탑에서 음모를 꾸미는 빌런들이 내 뒤를 캘지도 모르니까 이건 은수아가 잘 해준 것이 맞다.
“아직 파…시우는 빌런들의 주목을 피해, 조용히 힘을 기르며 숨을 때이니까 말이야. 걱정하지 마, 내가 열심히 도와줄게!”
“……응. 고마워.”
말 하나하나가 기특한 딸을 연기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은수아가 가진 핸드폰 목록으로 시선을 옮겼다. 당장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유물이나 아티펙트 따위가 보였다.
“이건 어때? 흑천룡의 비늘이라고 일시적으로 용의 힘을 낼 수 있는 유물이야.”
은수아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핸드폰을 가리키는 행동과 손짓은 우아한데 말투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이건 흑암의 서 페이지라는 건데, 이걸 쓰고 몬스터를 죽이면 그림자 몬스터로 사역할 수 있어. 어둠의 군단을 다루는 건 어때?”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
은수아에게 아이템을 하나 고르니, 은수아가 불만족스럽게 나중에 전해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내가 은수아가 추천한 물품들을 고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현재 그란데힐의 집무실 옆에 있는 휴식방에서 그란데힐이랑 의논을 나누고 있다.
윤채린에 대한 용건이었다. 최면은 유아독존을 쓰면서 풀렸지만, 언제 다시 트롤링을 할지 몰라서였다.
그란데힐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현재, 나는 그란데힐의 제안을 듣고는 나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그러니까.”
머리를 쓸어내렸다. 그란데힐의 제의가 너무 황당해서다. 처음 듣자마자 든 생각은 이게 맞나? 였으니까.
“……내가 윤채린을 조교 하라고?”
“네, 그렇습니다.”
그란데힐이 정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나. 이거 맞아? 진짜 맞는 거 맞아?
“이시우 님이 호텔에 머물렀을 때, 연락받고 나서 저 혼자 숨어들어서 몰래 보았습니다.”
그건 알고 있다. 공간장악을 이용해서 기척을 숨긴 그란데힐은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아카데미에서도 요정여왕정도 밖에 없으니까. 「초감각」을 지닌 윤채린도 그란데힐을 찾을 수 없으리라.
“윤채린은 성에 흥미가 많고 쾌락을 좋아하지만 정작 몸이 민감해서 많이 하지는 못합니다. 임나연 님과 이지아 님과는 다르게 정작 성행위 시간은 1시간 미만이니까요.”
그건 그랬다.
근데 이렇게 그란데힐에게 듣고 있으니 뭔가 이상했다. 마치 아내에게 외도 사실을 들켰는데, 아내가 뭐라 하지 않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조교를 하는 겁니다.”
“…….”
또 이렇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에서 갑자기 기에서 결로 넘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왜 조교 이야기가 나오는 거야.”
“시우님은 혹시 극심한 쾌락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없었다. 라고 답하려다 멈칫했다. 왜냐하면 최근에 겪었으니까.
윤채린이 합체기라면서 천마군림보지라고 지껄이며 흑현신뢰로 육체를 강화하고, 방중술로 나를 농락했을 때였나.
‘확실히 그건 어마어마한 쾌락을 주면서 한 번에 사정하게 했었지.’
“저는 제대로 겪어보지 못했지만, 아마 이시우님이 가지고 있는 손기술을 이용하면 윤채린 쯤은 손쉽게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그걸로 윤채린을 길들이는 겁니다.”
이제야 그란데힐이 말하는 게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그러니까 일정량의 쾌락을 주입해서 윤채린을 내 마음대로 조교 한다는 거다.
……근데 이게 맞기는 한 건가?
“임나연 님을 통해서 이미 경험하셨지 않습니까? 자의는 아니지만, 이시우 님은 임나연 님을 통해서 조교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잠깐 엿봤지만, 이시우 님은 꽤 조교에 꽤 소질이 있으십니다.”
그란데힐이 진지하게 말하니까 그런 것 같기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를 막는다면 부수거나 약탈을 선택하는 윤채린이 내게 조교 당할 것 같지는 않고.
“그리고 한 가지 방법을 드리자면……윤채린은 드센 여자입니다. 그런 여자일수록 항문에 당하면 꼼짝 못 합니다.”
“…….”
“항문을 공략하십시오.”
그거 진짜 맞는 거야?
내가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을 짓자 그란데힐이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아직 항문을 경험하지 않으신 겁니까? 아니면 항문에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닌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항문이야 청결 마법을 이용하면 간단한 문제니까. 그냥, 그냥 머리가 아팠을 뿐이다.
“그럼 아직 항문을 경험하시지 못한 것이로군요.”
항문 경험은 했다. 그것도 남다윤이 첫 경험이랍시고, 엉덩이는 노카운트라면서 엉덩이 처녀를 먼저 먹어서 그렇지.
그러나 그란데힐은 이미 오해한 듯 눈을 반짝이며 볼에 홍조를 띠고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그렇다면 저는 어떻습니까. 아직 경험하지 못하셨다 하니, 저로 먼저 겨, 경험을 갖는 것은 어떻습니까? 저는 이시우님의 반려 요정이니…….”
그란데힐이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불가해한 감각」이 그란데힐이 발정상태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이런 것까지는 알려줄 필요가 없는데.
“그럼 이거 입어줄 수 있어?”
나는 아공간 팔찌에서 옷을 한 벌 꺼냈다. 그러자 그란데힐이 조금 의아한 듯 바라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어, 어떻습니까.”
그란데힐이 분홍색의 감정이 깃든, 회색빛의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좋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꺼낸 옷은 바로 산타 걸 복장이었다.
거미줄 같은, 붉은색의 망사 스타킹과 옷인 주제에 상의는 붉은색의 x자 형태로 교차시켜 윗 가슴은 거의 노출되어 있었고, 치마는 지퍼가 달려 있어 앞부분을 바로 열 수 있는 형태였다.
즉, 파이즈리를 위한 구멍과 바로 삽입이 가능한 형태의 치마였다.
“그, 그렇게 빤히 보시면 부끄럽습니다.”
“왜. 이뻐서 그러는 건데.”
나는 웃으면서 그란데힐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리고 옷 안으로 손을 넣어서 가슴을 만졌다. 탄력 있다기보다 폭신한 감촉. 나는 그것을 느끼며 가슴을 살짝 옆으로 젖혔다.
그러자 함몰유두가 나를 반겼다. 달콤한 과일의 향기가 코를 스쳤다. 요정족들의 특징이다. 신체에서 과일 냄새가 나는.
나는 함몰 유두를 혀로 할짝거리자 그란데힐이 부끄러운 듯 몸을 틀었다.
“그, 그렇게 좋으십니까?”
“응. 엄청 좋아.”
다른 손은 치마의 지퍼를 내리고 보지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이미 그란데힐의 보지는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손가락을 한번 넣었다가 빼니 끈적한 액체가 길쭉하게 늘어질 정도로.
보지를 만지작거리며 가슴을 빨자 그란데힐이 사랑스럽다는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데힐.”
“벌써 박으시고 싶으신가요?”
나는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란데힐이 웃으며 몸을 틀었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손을 올리며 엉덩이를 내밀었다.
나는 축축한 보지 대신에 엉덩이에 손가락을 넣었다. 「불가해한 감각」이 엉덩이는 깨끗하고 말했다. 이거라면 청결 마법을 쓸 필요 없을 정도였다. 다만, 문제는 크기였다.
자랑이지만, 내 아들은 크다. 자지의 길이는 20센티를 넘으며 두께도 두껍다. 하지만 그란데힐은 요정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
이상적인 균형과 조화를 가져서 요정족들은 모두 팔다리가 길쭉하며 유연성이 좋았다. 엉덩이 구멍도 유연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다가 그란데힐도 엉덩이로 하는 걸 원하고 있고.
찔걱.
“흐윽♥”
손가락 하나를 구멍에 넣자 그란데힐이 신음을 흘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손가락이 깊숙하게 들어갔다. 두 개, 세 개까지 넣자 어느 정도 저항은 있지만, 들어갔다.
“넣어도 괜찮아? 다음에 넣어도 되는데.”
“괘,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여러 가지 감정이 섞였다. 그중에서는 분홍빛의 감정도 강했지만……가장 강한 것은 조금 시꺼먼 소유욕이라는 감정이었다.
‘처음이 아니기는 한데.’
나는 윤승하의 재능, 세계의 운명을 모방한 가면을 썼다. 그러자 마나가 내 의지대로 움직였다. 마법을 그린다. 윤활유가 적으니, 성인 마법, 러브 젤을 사용했다.
성인 마법은 19금을 위한 마법이다. 자기 아내를 만족시키기 위한 마법으로 약 성?과 관련된 108가지의 종류를 자랑하는 마법이다.
나도 익힌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완벽한 피임 마법을 찾다가 발견했다. 러브 젤은 상품인 러브 젤보다 인체에 해가 없고, 더 부드러운 윤활 효과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미약한 흥분 효과도 가지고 있다.
러브 젤을 소환하고 내 자지에 듬뿍 발랐다.
“그럼 넣을게.”
“네.”
찔걱.
약간의 저항이 있었지만, 러브 젤의 위력인지, 내 자지가 부드럽게 구멍으로 들어갔다.
“흐으읏♥”
그란데힐이 허리를 잘게 떨었다.
“어, 어떻습니까.”
“하으…….”
나는 작게 신음했다. 항문에 자지를 넣자 항문이 자지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런데 무조건 강하게 압박하는 게 아니었다.
뭐라고 해야 하지. 물이 많다고 해야 하나. 보지가 아닌데 물이 많았다. 점막같이 끈끈한 것이 내 자지를 한차례 감싸고 엉덩이가 압박하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요정족이 인간족과 신체 구조가 좀 다르다고 들었긴 했었는데.
‘요정족이 아니라 섹스족이었던건가.’
천의 가면으로 그란데힐의 감정을 살피니 그란데힐에게 고통의 감정은 없었다. 요정족은 섹스족이 아니라 애널족이었던건가.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이시우 님의 첫 경험…….”
그란데힐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나는 굉장히 미안했다. 처음이 아닌데.
찔걱찔걱.
“데힐, 아파?”
“괜찮습, 흐읏! 니다. 조, 조금 이상한 기분이, 학! 드, 들긴 하지만 기분이 좋습, 흐윽! 니다, 학!”
허리를 흔들며 묻자 그란데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리고 몇 번 허리를 움직이니 이제 내 움직임에 그란데힐이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찔걱찔걱찔걱.
“나도 데힐이 항문 기분 좋아.”
“그, 그렇습니까, 하응!”
내가 좋다고 하자 그란데힐이 좀 더 강하게 조였다. 흡. 순간 위험했다. 기분 좋은 압박에 나는 사정할뻔했다.
“사정하실 것, 하앙! 같습니까?”
“……응.”
“그러면, 흣, 보지에다가 사정해 주십시오.”
“아니, 그러면 임신하잖아.”
나는 당황해하면서 말했다.
물론 그란데힐이 싫다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임신은 학교 졸업 후라고 못을 박았는데 여기서 훅 들어오는 건…….
“괜찮습니다.”
역시 그란데힐은 달랐다.
평소에도 피임약을 먹는구나. 근데 굳이 보지에 사정을 해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지아도 김하린에게 사정하기 직전에 자기 보지에 넣어서 내 정액을 강탈한 경력이 있으니 성적 취향이라면 존중해줄 의향이 있다.
여장하고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나는 그란데힐의 항문에서 내 자지를 빼냈다. 찔꺼어억하는 소리가 들리며 점액이 길게 늘어졌다.
나는 그란데힐의 보지에 자지를 넣었다.
찔꺼억.
그리고 사정할 준비를 했다.
“요정족과 인간족과 신체 구조가 달라, 흣, 임신하기 힘듭니다. 아카데미를 다니실 동안 마음껏 질내사정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반려의 사정을 받으면 요정족은 반려의 정액으로 마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요정족은 진짜 섹스족이었구나.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란데힐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나는 질내사정을 했다.
뷰르르릇.
그란데힐이 들뜬 숨을 내쉬며, 작게 몸을 떨고는 내 정액을 받아내었다.
***
그리고 시간은 한 달가량 흘러갔다.
임무 주간이 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