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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146화 (146/298)

〈 146화 〉 시련의 관(2)

* * *

그란데힐은 이시우를 데리고 은밀한 곳으로 데려갔다.

“우선, 시우 님은 윤채린의 주박에서 벗어나고 하고 싶으신 거죠?”

“……알고 있었어?”

“네, 어젯밤, 시우 님하고 윤채린이 호텔에서 머물고 있다는 소식에 제가 갔었으니까요.”

그때 얼마나 놀랐던가.

요정족들을 이끌고 들이닥쳤더니, 정작 있는 것은 윤채린하고 섹스하고 있는 이시우였다. 이시우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윤채린에게 착정당하고 있었다. 그란데힐은 「공간장악」으로 정사를 엿보았기에 다른 요정족들은 알 수 없었지만, 그 일은 꽤 큰 추문이 될 뻔했다.

정사를 엿보며 그란데힐은 가슴속에 무언가 시커먼 불꽃 같은 것이 타오를 뻔했다.

억울했다. 자신은 처음을 제외하고 여장한 이시우를 본 적 없었는데, 저런 부러운…아니, 괘씸한 짓을!

그란데힐이 입을 열었다.

"혹시 몰라서 준비했습니다."

그란데힐이 검은색의 목함을 열었다.

향긋한 꽃내음이 이는 새하얀 단이 눈에 보였다.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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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족에 특제 회복 단]

요정족의 특별한 재료와 그 재료를 다루는 비법, 그리고 마법과 이능을 합쳐 만들어진 특제 회복 단이다.

­복용 시, 고유능력의 회복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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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는 눈물이 차오를 뻔했다.

지금 가장 유아독존이 절실할 때인데, 시기적절하게 그란데힐이 자신에게 회복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단을 건네주었다.

고마워, 데힐.

이시우는 그란데힐을 한 번 강하게 껴안고는 언젠가 그란데힐의 성적 판타지를 만족할 수 있게 시간을 좀 만들어야겠다.

"혹시 윤채린에게 보복할 생각입니까?"

이시우는 그란데힐의 말에 고개를 저으려다가 멈칫했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그란데힐의 말투가 심상치 않았다. 언제나 다른 이들에게 존대하며 예의를 갖추던 게 그란데힐이 아니던가. 방금 윤채린이라고 했지?

"……일단은 나중에. 회복부터 하고 나서 사태를 정리하고."

이시우는 태연한 척을 하며 그란데힐이 건네준 단을 입에 넣었다. 단은 입에 넣자마자 바로 녹아내리며 목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면서 빠르게 「유아독존」의 회복을 돕고 있었다. 과연 요정족의 비법이 담긴 단이었다. 효과가 확실했다. 아마 이 상태라면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윤채린의 보복을 염려해서입니까?"

“그런 이유는 아니야. 그것보다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윤채린의 보복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나태의 산양. 거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그 녀석을 쓰러트리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이시우는 시선을 돌려 시련의 관이 있는 곳을 보았다.

***

아카데미는 일종의 섬이다.

요정족들이 살고 있던 땅 일부를 현실 세계로 불러오면서 온갖 마법 현상을 한 차례 겪고, 요정족 땅의 마나와 현실의 마나가 결합하여 온갖 던전을 만들어낸 섬이다.

그 수는 무려 스무 가지가 넘으며 각기 다른 환경과 난이도를 제공한다.

어떤 곳은 학생들이 참가해도 위험하지 않을 난이도를 가진 반면에 어떤 곳은 교수들이 뭉텅이로 가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던전도 있다.

그 던전은 훗날, 요정여왕이 미국으로 가면서 빌런들에게 잠깐 점령을 당하는 곳도 있다.

사실 그곳에서는 정숙의 처녀가 있기에 빌런들이 그곳을 점령하다가 우연히 정숙의 처녀를 깨우며 사건이 일어난다.

학생의 대부분이 심한 상처를 입거나, 죽는 학생이 많아진다. 이 사건도 막아야 한다. 이 사건은 금방 해결할 수 있다. 정숙의 처녀는 나태의 산양과 마찬가지로 나와 극상성이기 때문이며 정숙의 처녀는 나태의 산양보다 더 어리숙하기 때문이다. 잘하면 아군으로 전향하는 루트도 있고.

나는 그중에서 알려지지 않은 던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던전의 이력은 특이하다. 요정왕을 선별하는 일종의 시련의 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베론의 아내, 티타니아 이전의 여왕인 요정여왕이 인간에게 살해 당하며, 오베론은 미쳐버렸다.

요정족은 결혼할 때 반려를 정한다. 평생을 함께하는 대신, 종족 특성을 공유한다. 단점이라면, 반려를 잃는다면 그 능력을 영구적으로 잃으며 극심한 상실감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요정족에서 가장 아름다운 요정의 우두머리는 가장 흉측한 벌레의 우두머리가 되어 인간의 멸망을 꿈꾼다. 그것이 바로 지금 거악 중 하나인 폭식의 벌레가 인간을 적대하는 이유였다.

‘그 탓에 이 시련의 관이 붕 뜨게 돼버렸지만.’

좋으면서도 애매했다.

이 시련의 관을 이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이 시련의 관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은 타락한 요정왕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니까.

「불가해한 감각」은 없지만, 「하늘을 굽어보는 눈」이 진화한 「만물을 굽어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나는 몸을 털며 앞으로 나아갔다.

산악지대를 넘어 화산지대도 넘어갔다. 화산지대는 문자 그대로, 화산 하나가 있다. 마법적 처리가 있어서 화산이 폭발하지는 않지만, 일반인이라면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더우며, 온갖 불내성을 가진 화산계열의 괴물들이 존재한다.

여기에도 히든 피스 비스무리한게 하나 있다.

화산지대에 나오는 괴담, 화산의 정령 운디네를 만나면 불꽃의 돌이라는 것을 주는데 이걸로 정령을 강화할 수 있다.

화산지대를 넘으니 숲이 우거진 산림지대로 들어왔다.

산림지대는 난이도는 꽤 높다. 이곳은 요정족들이 기르는 약초들이 있기에 마나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나는 산림지대 외곽으로 쭉쭉 걸어 나갔다. 그러다가 나무와 풀이 우거진 곳을 발견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걷기도 힘들거나 나무를 타고 올라가야 하지만 이 길은 걸어가야 한다.

그래야 시련의 관이 나오니까.

칼로 풀을 베거나 나무를 베는 행위도 하면 안 되었다. 그리고 길을 걷다가 생명을 죽여서도 안 되었다. 하늘을 나는 행위도 안된다.

신경을 집중하며 조심스레 걷기를 30분. 지잉­하며 묘한 기분이 듦과 함께 갑작스럽게 주변의 환경이 변해갔다.

동굴같은 곳이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내었다. 사람이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비좁은 통로.

나는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10분 즈음 걸었을까. 갑작스레 빛이 터져 나오며 동굴 안을 비추었다.

동굴은 두 가지의 길이 있다. 길 위에는 그림이 하나씩 그려져 있었다. 한쪽 길에는 눈이 그려져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눈을 감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눈이 그려진 곳으로 가면 「하늘을 굽어보는 눈」을 얻을 수 있다. 눈을 감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 곳은 「불가해한 감각」을 얻을 수 있다.

뚜둑.

나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팔을 풀며 눈이 감겨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로 향하고 10분. 약 50m x 50m 크기의 동굴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는 벽 중앙에 쓰인 글귀를 바라보았다.

[기원하며 춤추어라. 그러면 세계수의 풍요가 깃들지니.]

‘기원의 춤’은 간단했다. 요정족들이 풍요를 기원하며 축제 때 추는 춤이었다. 전통춤이지만, 노출이 심하고, 익히기가 힘들어 요정족 사이에서도 극소수만 익히는 춤이다.

여기서 학기 초반에 요정족들을 도와주면 얻을 수 있는 춤이다.

좋은 효과는 없다.

그러면서도 시간을 잡아먹고, 금전도 모두 잡아먹는 퀘스트라 고인물들 사이에서 가장 꺼리는 1위 퀘스트였었다.

­이 춤을 추면 세계수 님과 가까워진다는 소문이 있지.

기원의 춤을 가르쳐준 요정족이 춤을 가르쳐주면서 했던 말이다. 어떤 유저가 이 대사에 주목하고 던전을 쏘다닌 결과, 이 춤의 효용성을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여기는 버그 하나로 가볍게 깰 수 있는 곳인데.’

아니, 그것은 사실 버그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냥 어떤 위치에서 ‘춤’이라는 명령어 하나만을 추면 간단하게 통과할 수 있으니까.

시련의 관에서 기원의 춤을 추면 한 번에 넘어갈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익히는 필수 퀘스트로 바뀌었었다.

바뀌었었다로 변한 이유는 간단했다.

여기서 「하늘을 굽어보는 눈」이나 「불가해한 감각」을 얻으면 윤승하가 가진 「세계의 운명」과 윤채린의 「천상의 마」가 어떤 진화 퀘스트를 받고, Ex 등급으로 진화하면서 그것들과 어울리지 않게 변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해보자면, 이곳에서 하는 시련은 간단명료하면서도 어렵다.

획­

길쭉한 나뭇가지가 내 얼굴을 향해 날라왔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왼쪽으로 꺾으면서 피했다. 반대편 벽으로 날아간 나뭇가지가 벽에 잠기면서 사라졌다.

「불가해한 감각」을 얻는 방법은 간단했다.

약 천여 개에 이르는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피하면 된다.

그러나 이 나뭇가지들은 모두 단순한 나뭇가지가 아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마어마한 속도로 가속하기 때문이다. 세계수의 나뭇가지 인지라 강도도 상당해서 체력도 심각하게 달고.

그리고 내 시야에서 온갖 디버프를 일으키거나 환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환각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유아독존」이 모조리 해결해줄 테니까.

나뭇가지에 한 대라도 맞으면 그 효과는 더욱 강해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맞으면 위험하겠지만…….

‘애초에 맞을 생각도 없다.’

한 대라도 맞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불가해한 감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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