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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132화 (132/298)

〈 132화 〉 천상의 마(6)

* * *

보랏빛의 전기가 몸속을 헤집었다.

의식이 길쭉하게 늘어졌다. 시야의 모든 것이 느려졌다.

이시우는 느릿하게 전방을 응시했다.

핫도그를 입에 넣는 못생긴 원숭이의 얼굴이 보였다. 눈을 부라리며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도 보였다.

그 모든 것이 느릿하게 흘러갔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장면을 느리게 배속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속에서 윤채린만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윤채린의 주먹이 백색의 아지랑이에 휩싸였다.

백색의 아지랑이가 감긴 주먹이 휘었다. 이시우는 고개를 숙여서 피했다. 그리고 질주보를 끌어올렸다.

한순간.

보통의 사람이라면 눈을 한번 깜빡일 순간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상대의 뒤로 섰다.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이 백색의 기가 맴돈 손이 그것을 막았다.

파지직!

동시에 윤채린의 몸 주변에 검은색의 번개가 맴돌고 있었다.

천마신결????

흑현신뢰???雪

뇌혼이 민첩을 극한으로 올려준다면 흑현신뢰는 모든 능력치를 골고루 올려주는 특징이 있다. 동시에 이시우는 특성을 발동했다.

지잉.

얼굴 위에 무언가가 덧씌워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천의 가면.

어검의 가면과 대해의 마나를 모방한 가면과 능력치를 올려주는 가면을 중첩한다.

그리고 여기에 한가지 특성을 더한다.

오버로드.

마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근력을 보정한다. 늘어난 근력이 느껴졌다.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잡기??를 부리지 않는다.

정직하게 힘을 흘리지 않으며, 전달한다. 쾌?와 강이 담긴 패검.

이시우의 의도는 명백했다. 정면으로 승부를 보자는 것이었다. 이시우의 망막에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의 윤채린이 보였다.

검은색의 번개가 휩싸인 하얀색으로 물든 손이 검을 향해 뻗었다.

쩌저정!

굉음이 퍼졌다. 흑뢰를 두른 윤채린의 소수마공과 뇌광이 부딪친 결과였다. 윤채린의 놀란 표정이 선명했다.

“무슨!”

윤채린이 경악을 토했다.

조금 전 일격으로 이시우가 명백하게 한 수 우위에 섰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힘은 윤채린이 우위에 섰다. 기 역시 마찬가지.

윤채린이 그에게 밀리는 것은 기교와 속도. 두 가지였다. 그러나 그 두 가지가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아래일 뿐. 기교와 속도를 따지자면 자신도 어딜가도 꿇리지 않을 존재다.

속도 역시 마찬가지.

이시우가 근소하게 우위를 가져가고 있지만 전황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 한순간 강해진 패검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명백하게 근력에서 밀렸다.

이시우가 윤채린을 보고 히죽, 하고 웃었다.

오버로드.

근력으로 치환한 능력을 민첩으로 치환한다. 아까보다 확연하게 빨라진 움직임으로 땅을 박찼다. 이시우가 보랏빛의 벼락이 되었다.

콰쾅!

양손에 든 검으로 윤채린을 공격했다. 보랏빛의 궤적이 이리저리 휘저었다. 한순간에 십수 자루로 분열한 검들이 윤채린에게 내리 꽂혔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윤채린은 차분하게 반격했다. 흑현신뢰를 두른 소수마공으로 이시우의 공격에 대응했다.

어검은 어차피 공격력은 별로다. 호신기로 버틴다.

천마신결????

현천마룡????

카드득.

윤채린의 몸 주위로 묵색의 용이 현신한다. 용이 둥지를 틀듯, 윤채린의 몸을 휘감았다. 공격을 겸비한 호신기였다. 강기는 아직 익히지 못하였지만, 천상의 마라는 불세출의 재능으로 그와 비슷하게 구현해낸 것.

현천마룡은 공방일체의 호신기였다. 공격하면서 방어에 여지를 둔다. 싸움에서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머리로 깨닫고, 몸으로 깨달아 만든 그녀 특유의 호신기였다.

용이 몸을 틀며 어검을 막았다. 보랏빛의 궤적이 윤채린을 향해 휘었다. 하얀색의 아지랑이가 피는 손으로 이시우의 공격을 막았다.

마룡이 이시우를 향해 꼬리를 휘둘렀다.

이시우가 칼을 교차했다.

결연한 표정이 보였다. 윤채린은 이를 악물었다. 이시우의 속도라면 도망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자신을 상대로 기세를 내어주고 싶지 않기에 이시우 특유의 기교로 마룡의 공격을 비스듬하게 흘리며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까아아앙!

검은색의 용과 뇌광이 부딪쳤다.

하얀피부가 눈에 보였다. 그리고 자색빛으로 빛나는 눈동자와 머리카락. 그 앞에서 불꽃이 일었다.

화르륵!

보랏빛의 불꽃이 피었다. 팔뚝 남짓한 요정 형태의 정령이 손을 뻗어 사방을 불꽃으로 가두었다. 윤채린은 호신기를 전개했다. 용의 비늘이 퍼졌다. 하지만 시야가 가려졌다. 이시우 같은 극한에 이른 쾌검을 쓰는 상대로 실로 치명적인 수.

보랏빛의 불꽃 사이에서. 이시우가 보랏빛의 벼락이 되었다.

윤채린은 그 보랏빛을 보았다.

천마.

인공 마왕이라 불리며 한때, 인류의 희망이라 불리던 존재가 있었다.

비록 비원을 이루지 못하여 영락하여 망령처럼 그녀 옆에 달라붙게 되었지만, 그런데도 한 때 최강의 무인만이 받을 수 있던 칭호였다.

수많은 인공 마왕들이 그녀를 진정한 천마로 만들기 위해 달라붙었었다. 심상의 세계를 만들어 마왕이란 존재들이 그녀를 단련하였다.

심상세계에서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윤채린은 그곳에서 온갖 방법으로 죽었다. 팔다리가 수백 번을 잘리고 목이 날아가는 상황도 수백 번은 겪었다. 불꽃에 태워 죽인다던가, 익사한다던가. 번개에 내리 꽂혀 죽는다던가 얼어붙은 채로 수시 간 동안 갇혀서 죽는다던가.

온갖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인.

그렇기에 윤채린은 대인전에서 동격의 존재들과 싸운다 하면 지는 법이 없었다.

윤채린을 지금까지 만들어준 경험이 말했다.

이 공격은 받는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해야 할 때다.

마룡이 몸을 크게 부풀렸다.

천마신결????

현천마룡????­응용기

마룡승천????

기로 뭉쳐진 검은색의 용이 몸집을 크게 부풀리며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

보랏빛의 벼락이 묵색의 마룡을 사방에서 두들겼다.

중격의 눈으로도 보랏빛의 잔상만이 어렴풋하게 보였다.

“이게, 무슨…….”

“이게 고작 일개 학생들의 싸움이라고?”

관중들은 당황하면서도 경기장을 주시했다.

엊그제 경기를 본 이들도, 멍하니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한 수 한 수가 수준 높은 공방이었다.

이제 막 상격에 들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칼로 밥을 먹고 사는 이들은 더욱 유심하게 경기를 쳐다보았다.

그 광경을 본 김은정은 흐뭇한 눈으로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이시우는 방학 때보다 더 강해졌다. 어떤 특성인지는 모르지만, 순간적으로 신체 능력을 부스트 하는 능력으로 적과 부딪칠 때만 특성을 이용하여 시기적절하게 배분한다.

실로 효율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김은정은 윤채린을 보았다. 계속해서 공방을 이어 나가고 있지만 시간은 윤채린의 편이었다. 이시우가 시종일관 벼락처럼 몰아붙이고 있으나, 저 기술은 척 보기에도 몸에 큰 반동을 주는 기술이었다.

그에 반해 윤채린은 여유가 있었다.

마력을 아무리 써도 그녀의 능력으로 마기를 붙잡아 다시 흡수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능력이었다.

특히 이런 대인전에서 윤채린은 거의 무적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무리 마나를 써도 써도, 상대는 마나가 떨어지는 데 반해, 그녀는 계속 처음과 다름이 없는 상태니까.

파바박!

허공에서 어검이 수를 놓았다. 수십 개에 이르는 검의 비가 윤채린을 향해 쏟아졌다. 그 사이에서 자색의 벼락이 내리쳤다.

쩌저적!

검은색의 마룡이 몸을 부풀렸다. 마룡이 검의 비를 막았다. 윤채린과 김시우가 지근거리에서 공방을 나눴다. 호흡 한번 하는 사이에 수십 번의 공방을 나눈다.

이시우가 한 호흡에 수십 번의 공격을 한다.

윤채린이 양손과 마룡으로 교묘하게 막는다. 윤채린의 몸에 잔 상처들이 나고 있었다.

아무리 막는다고 하더라도 이시우의 공격은 그의 성취를 고려하면 너무 빠르다.

더군다나 한 수 한 수가 치명적이다.

강격 사이에 교묘하게 쾌검을 섞는다. 이시우의 검은 강하고, 빠르고, 치명적이다. 분명 학기 초에는 유검을 주로 이용했다고 들었는데.

“어엇…?”

그 순간 보랏빛의 불꽃이 윤채린을 사방에서 에워싸며 공격했다. 윤채린의 마룡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사방을 뒤덮는 흑색의 칼이 되어 사방을 점했다.

주변의 관중들이 일어났다.

저 공격은 범위가 너무 넓다. 그리고 위험했다. 흑색의 칼들이 관중석까지 날아갔지만 다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요정족들이 펼친 결계가 칼들이 바깥으로 날아가지 않게 막았다.

윤채린의 한수로 흙먼지가 자욱하게 퍼졌다. 관중석에서 윤채린과 이시우를 찾는 것은 영웅이 아니면 보기 힘들 정도로.

“엇, 이시우다!”

누군가의 외침에 관중들은 주위를 둘러보다 허공으로 향했다.

파르르­.

이시우의 어깻죽지에서 보랏빛으로 얽혀진 날개가 펼쳐져 하늘을 점하고 있었다. 광익이었다. 한쪽의 날개만 2m가 넘어가지만 다른 날개는 굉장히 작은 광익.

“……뭐야, 저거 김하린의 광익 아니야?”

“도대체 몇 개의 특성을 한꺼번에 쓰는 거야? 삼라만상도 저 정도는 아니었어!”

“당장 이시우에 대해서 모두 알아봐! 도대체 정보가 몇 개나 잘못된 거야!”

김은정도 눈을 부릅떴다. 그녀는 회귀자와 그의 동료들을 안다. 세간에는 정신력을 대가로 동료의 능력을 빌려온다지만, 그건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자신의 능력치를 동료에게 나눠주고 동료의 능력을 빌려오는 것. 그것도 한꺼번에 최대 5개까지가 한계였지만…….

‘최소 삼라만상이 가진 능력에 상위호환인 능력.’

그렇다면 대가는 무엇일까.

무조건 강한 능력이라고 보기에는 모든 능력에는 작게나마 부작용이 존재한다.

김은정은 이시우를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

나는 윤채린을 바라보았다.

윤채린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체력이 분명 떨어진 상태지만…….

‘진짜 사기캐네.’

마력은 여전히 그대로다. 윤채린이 사용한 것은 어디까지나 체력과 기술을 쓰는 데 사용한 정신력일 뿐이다.

그녀는 처음과 똑같은 마력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쯧.

속으로 혀를 찼다. 광익으로 벌어들이는 마나가 생각보다 적었다. 아무래도 아직 레벨이 적어서 그런 탓이겠지.

마나는 벌서 바닥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몸 상태는 당장 휴식을 취하하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여기서 물러나는 게 맞다.

여기서 싸움을 이어가려면 유아독존을 써야 되니까. 유아독존을 쓰는 건 위험했다. 세간에 드러나면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애들이 강제로 쓰게 할 테니까…….’

복상사는 사양이었다.

그런데 항복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재밌다.

더 그녀와 겨뤄보고 싶다. 내가 지금 윤채린이라는 존재를 얼마나 몰아붙일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윤채린이 아래에서 걱정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떻게 해야 할까.’

윤채린이 예상보다도 더 강했다.

그녀는 필사적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슬픈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필사적으로 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뇌혼을 한 번 더 써도.’

아슬아슬하다.

유아독존을 써도 그녀와 이대로 싸운다면 아슬아슬하게 패할 것이다. 천둔검법으로 방어를 뚫고 들어가서 그녀의 발을 묶어도 말이다.

극한에 이른 단기결전형의 능력으로 골랐건만, 결국 결정타가 부족했다.

“야, 윤채린.”

“왜.”

내가 말을 걸자 퉁명스럽게 답했다.

“진짜 드럽게 강하네. 왜 이렇게 강하냐.”

“이 몸이 좀 하지.”

“다음이 마지막이다.”

“…….”

윤채린이 슬픈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는 대신 광익을 펼쳤다. 그리고 가면을 덧쓴다. 마도의 업과 공간장악을 모방한 가면을 썼다. 숨을 멈추고 지상으로 추락했다.

콰아앙!

쉴드로 몸을 감싸고 연무장 바닥에 그대로 추락해서 거대한 흙먼지를 일으켰다.

공간장악을 주변에 펼쳤다. 허공에 먹물이 번지듯이 주변을 가렸다.

그리고 지식열람을 발동한다.

내가 고를 특성은 은수아의 특성, 「신비의 기원」. 머리가 어지러웠다. 코에서 코피가 나왔다.

그리고 「유아독존」.

검은색의 왕관이 내 머리 위에 씌워지며 내 몸 상태의 시간을 최상으로 되돌렸다. 그러나 평소와는 달랐다. 고유 능력을 강화하는 데 특화된 신비의 기원이 「유아독존」을 강화했다.

지이잉.

검은색의 빛이 주변을 삼킨다.

나는 뇌혼을 유지한 상태에서 뇌령을 더 다그쳤다. 더욱 큰 자색의 번개가 내 몸을 휘감았다.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광익을 더 크게 펼쳤다.

검 한 자루를 버리고 양손으로 잡았다. 어검의 출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우우웅­검명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지이잉­내 머리에 쓰인 왕관이 발광했다. 거의 한계에 달했다는 증거였다.

“후­.”

숨을 몰아쉬고 땅을 박찼다.

찰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초를 수십이라는 숫자로 나눈 찰나─.

내가 준비하는 기간 윤채린이 준비한 검은색의 륜?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보랏빛의 뇌광과 검은색의 륜이 부딪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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