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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129화 (129/298)

〈 129화 〉 천상의 마(3)

* * *

시간을 빠르게 흘러, 어느새 금요일이 되었다.

평소와 같이 시험을 빠르게 끝마치고 휴식을 취한 나는 노래방으로 끌려왔다.

“이론 시험이 끝난 기념으로 노래방 가야지!”

라는 정한서의 말에 주변의 여자애들이 동조하더니 나를 끌고 왔다.

“이야, 몇 달 만에 노래방이야!”

“그러게. 나도 노래방은 오랜만이네.”

윤채린이 웃으면서 말하고 윤승하가 답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구성원은 화려했다.

임나연, 이지아, 김하린, 윤승하, 윤채린, 은수아, 정한서에 타오 리. 그리고 어쩌다가 끼게 된 한종우와 강한남과 아야네. 여기에 나까지.

12명이나 되는 대인원이 이동하니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그 인원은 히어로 아카데미에서도 유명한 이들 뿐.

그 증거로 여기저기서 소곤거리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흠흠.”

강한남이 갑자기 헛기침하곤, 근육을 과시하며 아야네와 이지아를 보기 시작했다.

쟤는 또 왜 저런데.

“이 근처에 노래방이 있어? 못 본 것 같은데.”

“응응, 나랑 지아가 자주 가는 데 있는데, 거기 최대 20명까지 앉을 수 있어.”

“거기 꽤 넓어서 좋아. 방음도 마법 처리가 잘 되어있어서 조용하고.”

“그래?”

내 물음에 임나연과 이지아가 답했다.

“다 왔다. 저기야!”

임나연이 어느 한쪽을 가리켰다. 문 옆에 간판을 보니 노래방이 지하에 있었다. 우리는 그대로 노래방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여기서 가장 큰 방으로 주세요.”

결제는 임나연이 했다.

우리는 안쪽으로 들어가 가장 큰 방으로 들어갔는데, 가장 빠르게 들어간 윤채린하고 은수아가 서로 누가 먼저 노래할지 아웅다웅하고 있었다.

“후후, 드디어 숨기고 있던 천마 음공을 보여줄 차례가 왔군.”

“넌 무슨 쓸데없는 거에도 다 천마를 붙인다?”

“가아아아알!”

“아우, 시끄러워!”

윤채린이 떼를 쓰며 처음으로 노래를 골랐다. 그다음은 은수아.

“시우야, 우리 이거 어때?”

“사랑의 날?”

“응. 나 이거 부르고 싶었는데 듀오 곡이라서 시우가 같이 불러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 틈을 파고들어 김하린이 약삭빠르게 내게 듀오 곡을 제시했다.

“흠흠.”

갑자기 옆에 있던 강한남이 헛기침했다.

“그럼 나랑 노래 부르는 거다?”

김하린은 그런 강한남을 무시하며 번호를 찍었다.

“다음 누구 부를 사람 있어?”

“크흠.”

한종우가 헛기침하고는 조용히 노래방 기계를 가져갔다.

“헛기침 뭐야…….”

나도 오랜만에 노래가 당겼다.

노래라면 내가 또 좀 치는 편이지.

노래 목록이 적힌 책을 잡았다.

노래를 고르다가 만약에가 보였다.

노래방에 오면 반드시 고르는 곡이지만 이번에는 넘겼다.

“오, 뭐야. 이시우. 하린이 꼬시고 솔로곡 부르려는 거야?”

윤채린의 호들갑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노래를 택했다. 정승환의 눈사람.

“발라드야?”

“남자는 발라드지.”

윤채린의 물음에 답해주고 마이크를 들었다.

어느새 김하린이 택한 곡의 반주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

시간이 흘러 이시우가 고른 솔로곡이 나왔다.

부드러운 반주가 흘러나왔다.

“너 저거 무슨 노랜지 알아?”

“모르겠는데. 인터넷에서 쳐보니까 40년 전에 나온 것 같던데.”

“뭐? 쟤는 무슨 옛날 노래만 부르냐. 저번에 여장할 때도 그러더니.”

강한남과 정한서의 말이 들렸다.

옛날 노래라.

“멀리 배웅하던 길.”

가사가 흘러나왔다.

“……오올.”

윤채린은 나지막이 감탄했다.

이시우의 목소리가 매우 부드럽게 나왔는데 순간 가수인 줄 알았다. 너무 잘 불러서.

“이시우 진짜 잘 부르네.”

“……나도 저 정도는 해.”

정한서와 강한남의 대화가 거슬렸다.

윤채린은 조용히 눈을 감고 이시우의 노래에 집중했다. 이시우가 텔레비전이나 동영상에 나오는 가수들처럼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편안한 음색이 좋았다.

“버거울 때면 언제든~ 나의 이름을 잊어요.”

윤채린은 눈이 떨렸다.

평범한 이별 노래.

그러나 가사가 조금 이상했다.

“꽃잎이 번지면~당신께도 새로운~봄이 오겠죠~.”

굳이 옛날 노래를 택한 이시우.

얘가 괜히 옛날 노래를 택했을까.

“그다음 말은~이젠~내가 해줄 수 없어서~.”

윤채린은 서글프게 웃으며 이시우를 바라보았다.

***

나는 현재 남다윤의 현관 앞에 있다.

……갑자기 등장해서 남다윤을 깜짝 놀래 켜준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 목적은 남다윤의 검법인 천둔검법.

그것을 배우려고 금요일부터 이곳에 왔다.

‘물론 당장 쓰는 것은 안 되겠지만.’

아마도 힘들 거다.

천둔검법은 모두 난색을 보인 검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주 금요일 날 있을 윤채린과의 싸움에서 숨겨둔 비장의 한 수쯤은 되지 않을까, 해서 이곳에 왔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들리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파란색의 단발이 흔들렸다.

평소와는 다르게 단정해 보이는 하얀색의 스웨터와 푸른색의 청바지를 입은 남다윤이 보였다.

“누나, 안녕하세요?”

“어? 시우야?”

의아한 목소리.

그 속에는 반가움이라는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웬일이야. 다음 주 시험이라 이번 주 안 올 줄 알았는데.”

“누나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어떤건데? 던전탐사? 아니면 다음 주 실기 시험을 대비한 대련 연습? 아니면…….”

남다윤의 눈이 휘면서 내 다리 사이를 스쳤다. 분홍빛의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아니, 그건 아닌데.

“다음 주 실기 시험을 대비해서 왔어요?”

“그래?”

남다윤의 목소리가 조금 시무룩해졌다.

“아차, 미안. 내가 바깥에 너무 오래 세워뒀지? 안으로 들어와.”

“네, 감사합니다.”

나는 남다윤의 안내에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주 대련이면……그 윤채린이라는 애 맞지?”

“네.”

“많이 힘들겠네.”

남다윤이 쓴웃음을 지었다.

윤채린은 바깥에서도 굉장히 유명하다. 이미 히어로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이전에 중격에 올랐다고 전해지며 그 강함은 중격 중에서도 상위권에 있다.

이미 여러 길드에서는 군침을 흘리는 것이 바로 윤채린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덩치 좀 큰 길드는 모두 윤채린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뿐이랴. 중국과 미국에서도 러브콜을 보내는 게 윤채린이다.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윤승하와 윤채린은 최단으로 최연소 상격과 최상격을 갈아치울 인재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맞는 이야기다. 그들은 2학년 끄트머리에서 의지로 세상의 법칙을 뒤흔드는 상격에 발을 들이미니까.

그리고 내 상대이기도 하다.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최대한 가르쳐 줄게.”

끼익.

남다윤이 훈련소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남다윤은 지하 훈련장으로 내려갔다.

100m 크기의 연무장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원래 세계라면 있기 힘든 공간이나 마법과 발달한 과학의 힘으로 존재하는 연무장.

검은색의 타일 위로 올라섰다.

남다윤이 내 반대쪽에 섰다. 하얀색의 스웨터에 그녀의 머리카락과 어울리는 청바지.

굉장히 여성스러운 모습이나 그녀가 목검을 들자마자 분위기가 급변하였다.

화악!

공기가 무거워졌다. 마나라는 것이 의지를 갖추며 나를 전방위로 압박한다.

‘영역’이라 불리는 기술이었다. 일류의 무인은 자신을 기둥으로 세워, 일정한 범위를 자신의 권역으로 삼는다.

“마음대로 덤벼봐.”

남다윤이 나를 도발했다.

나는 남다윤에게 돌진했다.

***

“……상상 이상인데.”

들뜬 목소리로 남다윤이 말했다.

“진짜 엄청나게 강해졌네, 우리 시우.”

뿌듯함과 대견함이 섞인 목소리였다.

“하지만 많이 부족하죠?”

“……응.”

내 시선에 남다윤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가 모자라 단 게 아니야. 시우는 나이에 비하면 정말 말도 안 되게 강한 편이야.”

나이에 비하면 강하다.

다만 비교 대상이 윤채린일뿐.

“제 약점이 뭘까요?”

“시우의 약점이라면 역시 극에 이른 가속일까.”

“제 속도요?”

“시우의 속도는 정말 빨라. 아마 중격 중에서도 최상위권일 거야.”

남다윤이 말을 빙빙 돌렸다.

“마법사나 이능자같은 이들은 시우의 속도에 반응하기 굉장히 힘들어서 아주 맛있는 먹잇감이겠지만…… 같은 무인으로 보기에는 애매하게 빠르다고 해야 할까. 오히려 공격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그런가요?”

“……응. 그래도 시우는 검이 빠른 것 뿐만 아니라 부드러움이 있어서 마인들처럼 변태같이 환검이나 변화무쌍한 변검을 사용하지 않고, 패검을 사용하는 윤채린과는 상성이 좋아.”

환하고 변검은 나도 자주 쓰는데.

아무튼 좋은 정보를 얻었다. 뇌혼을 쓰지 않으면 윤채린이 반응할 수 있는 속도라면, 뇌혼을 쓴다면 윤채린이 반응하기 힘들 거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뇌혼은 이미 윤채린한테 보였는데.’

뿐만이랴.

천마신결에는 육체를 강화하는 기술도 존재한다.

거기다가 가면의 힘으로 능력을 베낄 수 있는 수도 한정되어 있다.

남다윤과 합의로 세상에 내놓은 어검과 그란데힐의 공간장악. 티가 잘 안 나는 임나연의 대해의 마나랑 티가 덜 나는 마도의 업과 세계의 운명 정도.

나랑 가장 잘 맞는 광익이랑 칠색은 정작 사용하기 힘들었다. 그것은 너무 눈에 띄니까. 저 둘이랑 합의한다고 해도 내가 여러 가지 능력을 쓰면 여자들의 의심을 살 거다.

전력을 다해야 승산이 보이는데 전력을 다 할 수가 없다.

“누나.”

“응?”

“혹시 검술을 가르쳐 줄 수 있어요?”

“검술? 설마 천둔검법?”

파란색의 단발이 흔들렸다.

평정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눈동자가 파문을 그렸다.

“음…….”

남다윤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남다윤의 검은 여동빈이 썼다는 천둔검법. 검법이라고 쓰지만, 그 결은 법?이다. 검법이되 검법이 아닌 것이 바로 천둔검법.

“내 검법은 중국의 팔선 중 하나인 여동빈이 배웠다는 검법이야. 사실 나는 이걸 검법이라고 정의하기도……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해. 이건 검법이라기보다는 마법에 가깝거든.”

남다윤이 나를 보고는 말을 이었다.

“시우가 내 검을 익힐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시우의 능력으로 내 이기어검을 배워서, 천둔검법을 배울 수 있는 조건을 하나 채웠으니까. 하지만 내 검을 배우려면 굉장히, 많이 힘들 거야.”

“괜찮아요.”

“그래. 혹시 몰라? 천둔검법이 시우, 너랑 굉장히 잘 맞을지.”

남다윤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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