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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116화 (116/298)

〈 116화 〉 부녀(4)

* * *

영웅 협회.

그곳에 김은정 팀이라고 걸려있는 사무실. 그곳에서 한가인과 이나영 비서가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우리 신입 어때?”

“이시우 님은 여전히 잘 해내고 계십니다. 얼마 전에 실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시더군요.”

한가인의 말에 이나영 비서가 말을 받았다.

“흐으음…….”

한가인은 의자에 앉은 채, 이시우를 떠올려보았다. 처음에는 김은정이 어떻게 해서든 데려와야 할 사람이라고 하길래 많은 흥미가 있었다.

몸 비율은 정말 말이 안 되고 얼굴은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잘 생겼다. 뿐만이랴. 이시우의 주변을 감싸는 분위기는 사람을 홀리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고, 목소리도 장난 아니었다.

만약 이시우의 나이가 5살쯤 더 많아져 한가인의 취향이었다면 그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젖었을지도 모른다. 한가인의 취향은 이제 막 20살이 된 파릇파릇한 남자보다 조금 나이를 먹은 남자가 취향이었으니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에 그를 데려오자고 했을 때, 김은정 언니가 짝을 만난 건가 싶기도 했다. 그 사람은 무신을 동경하여 그와 같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여, 일절 남자를 만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외로움을 타기 시작하더니 남자를 잡기 위해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때는 늦어도 이미 너무 늦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괜찮은 남자는 모두 임자가 있었고, 어느새 자신 혼자 솔로가 되었다. 그러니 너도 빨리 좋은 남자를 만나라고 말하면서 울먹거리던 김은정이 떠올랐다.

술병을 불면서 울적하게 얘기하길래 비서인 이나영이 그럴 바에 차라리 호스트바라도 가서 처녀막이라고 떼라고 말했었는데, 그건 또 싫단다. 나는 나이 어리고 재능있고 잘생긴 데다가 몸도 좋은 어린 남자를 만나서 지금까지 못 받은 보상을 다 받을 거다­라고 지껄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로 그런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애가 재능이 넘쳤다. 머리는 진짜 똑똑하지, 능력은 능력대로 출중했다.

상황을 보는 능력도 좋았고, 위에 장점들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 사회 경험을 꽤 했어도 자기 자신을 주체하기 어려웠을 텐데, 그런데도 이시우는 자기 주제를 잘 파악하는 점도 좋았다. 이제 막 스무 살을 찍은 애가 그러기는 쉽지 않은데.

한가인은 거기까지 떠올리다가 멈칫했다. 핸드폰이 울렸기 때문이다. 문자가 왔다. 요즘은 거의 다 카톡을 쓰는데 문자를 쓰는 거면 아마도 꽤 나이가 있는 사람일 터. 자신의 팀장인 김은정이 보낼 확률이 높았다.

한가인은 문자를 보았다.

[이시우를 쫓는 수상한 사람이 있다.]

라는 내용의 문자였다. 한가인은 입술을 비죽였다. 배짱 좋네. 감히 우리가 점찍은 신입을 건드려?

한가인은 문자를 보다가 멈칫했다. 꽤 심각한 보고였다. 신입을 잡으려고 마인이 나선 모양이다. 그것도 정신계의 꽤 강한 능력자인 마인이.

“나영 언니, 나 오늘 뭐 할 거 없지?”

“할거요? 네, 없습니다만.”

비서, 이나영의 말에 한가인은 입술을 비죽였다. 일이 별로 없어 심심했는데, 이걸 빌미로 신입이나 보러 갈 수 있겠네.

이걸로 자랑한다면 아마 김은정 언니는 울상을 짓지 않을까. 꽤 눈독 들이던 것 같은데. 그 생각에 한가인은 실실 웃으면서 자신의 자가용인 비룡, 용용이를 소환했다.

“그럼 오랜만에 신입 좀 보고 올게. 마인이 우리 신입을 쫓고 있다네. 아, 그리고 김은정 언니한테 꼭 말해줘! 내가 신입 보러 갔다고!”

“…적당히 하고 잘 다녀오십시오.”

***

“우와.”

은수아가 신기해하며 손가락으로 장막을 쿡쿡 찔러보았다.

“왜 마음에 들어? 너도 해줄까?”

“이건 대체 뭔데? 감자튀김을 제물로 어떻게 이런걸 받은 거야? 신기하네. 이거 못해도 꽤 좋은 이능 방어막인데.”

“이게 헤카테라 불리는 여신의 신물이거든. 정식 명칭은 헤카테의 그믐달. 등가교환의 의식이라는 스킬을 이용해서 헤카테의 마음에 드는 물건을 ‘제물’로 바쳐서 가호나 물건으로 받는 거야…감자튀김은 그냥 헤카테 여신이 좋아하는 물건이라 가호를 받은 거고.”

“호오, 그렇구나. 역시 시우, 넌 다 계획이 있었어.”

그러고 보니 감자튀김이 없네.

“아, 수아야. 너도 보상받아야지.”

“내 보상? 난 한 것도 없는데?”

은수아가 당혹해했지만, 나는 아까 전, 아공간에 넣어둔 라피스와 라줄리를 꺼냈다. 청금색의 보석 두 개를 잔에 올렸다.

그리고 마력을 주입하여, 스킬 등가교환의 의식을 발동하였다. 두 개의 보석이 사르륵, 하고 가루가 되더니 이내 둥근 단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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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카테의 영단

주술의 신, 헤카테가 만든 영약. 마법적 힘이 약에 머물러 있다.

­복용 시, 마력 대 증가.

­복용 시, 특성 「라피스 라줄리」를 획득.

­복용 시, 특성 「마법의 비원」를 획득.

­복용 시, 특성 「신비의 기원」을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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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탄만 나오는 아이템이었다.

얻기 힘든 특성을 무려 3개나 준다. 능력치는 소소하게 증가시켜주며 마법의 활용도를 좀 더 높여주고 위력까지 높여주는, 그야말로 마법사를 위한 영약.

특성, 「마법의 비원」과 「신비의 기원」은 굉장히 좋은 특성들이다. 전자인 「마법의 비원」은 마법을 사용 시, 원활하게 사용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신비의 기원」은 이능을 강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저 둘의 진가는 그곳에 있지 않다. 「마법의 비원」을 이용한 마법과 「신비의 기원」을 이용한 이능을 합할 때 저 특성들은 진가를 발휘한다.

그리고 거기에 「라피스 라줄리」를 발동한다면 그녀의 칠색은 한 단계 위의 경지를 엿보게 된다. 마왕조차도 감히 경시하지 못하는 힘──은하를 칠색이라는 틀에 가두는 공허(Void)라는 힘을 말이다.

그러나 이건 지금은 너무 먼 얘기다. 작품 중반에 가서야 은수아는 「라피스 라줄리」의 힘을 제대로 다루기 때문이다.

“이거, 엄청 좋아 보이는데.”

“어. 사실 이곳에 수아, 널 끌고 온 이유가 이것 때문이거든. 네가 이걸 받아줬으면 좋겠어.”

“…….”

은수아가 나를 바라보았다.

고마움과 미안함. 그러한 긍정적인 감정들이 진하게 느껴졌다.

“응. 잘 받을게. 그리고 보답은 나중에 꼭…꼭 할게.”

“당연하지. 그럼 내가 이걸 무보수로 줄 것 같았어? 나중에 이자까지 톡톡히 받을 거야, 각오해.”

농담을 하자 은수아의 표정이 꽤 풀렸다.

“그리고 이 단은 지금 여기서 먹어야 해.”

“여기서?”

“어. 여기는 헤카테의 사제인 키르케가 머물던 곳이라 헤카테의 힘이 남아있거든. 좀 더 효율 좋게 영약을 흡수할 수 있을 거야.”

내 말에 은수아가 살짝 끄덕이며, 푸른색의 단, 라피스 라줄리를 입에 넣고 꿀꺽 삼켰다.

파앗­! 하고 푸른색의 빛이 은수아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순간 동굴이 푸른색의 빛에 잠식되었다.

그러기를 잠시. 은수아는 호흡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임나연과 비교하면 지극히 짧은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은수아라는 그릇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임나연은 고유 능력으로 많은 영약을 먹어 압도적인 마나로 싸우는 중거리형 검사라면 은수아는 고유 능력인 칠색이 그릇을 채웠고, 그와 어울리는 영약이 너무 극소수였기 때문이다.

“후, 몸에 힘이 넘치네. 이거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라는 대사를 외치더니, 나를 보다가 앗,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슬슬 밖으로 나갈까?”

“…응, 그러자. 혹시 시우는 어디 먹고 싶은 거 있어? 보답이라긴 뭐하지만 이대로 내가 너무 미안해서. 뭐라도 사줄게.”

은수아가 말했다. 먹을 거라. 저번에 협회에서 잠깐 일했을 때, 김은정 팀이랑 간 횟집이 조금 끌렸다. 그러나 은수아는 횟집을 별로 안 좋아한다. 어린애 입맛이거든.

“그럼 족발은 어때?”

“시우, 너 족발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은수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족발을 꽤 자주 시켜 먹었기에 학교에서 나는 족발을 좋아한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억울했다. 전생에 족발은 너무 비싼 음식이기에 이 기회에 잔뜩 먹으려는 것일 뿐이니까.

은수아에게 뭐라 항변하려다가 멈췄다.

공기가 묘하게 무거웠다. 은수아도 그것을 느꼈는지 조용히, 동굴 밖을 바라보았다.

나는 천의 가면의 능력 중 하나인 가면 작성을 이용해서, 아무런 능력이 없는 무면탈을 만들어 내었다. 내 손 위의 하얀색의 무면탈이 두 개 생겨났다. 나는 무면탈 하나를 얼굴에다가 씌웠다.

“이거 받아서 써.”

은수아에게도 무면탈을 하나 건네주었다.

“무면탈? 이거 꽤…….”

은수아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물게 흥분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면탈을 쓴 나와 은수아는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갈수록 피부가 따끔따끔해질 정도로 진득한 마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이쯤 되면 확신할 수 있다. 마인이다. 아마도 소교주가 보냈거나 나를 거슬려 하는 마인 중 하나가 나타난 것일 거다.

벽 바깥으로 나오자 갈색의 코트와 중절모를 입은 중년인이 보였다.

나는 눈이 떨렸다. 왜냐하면 저 인상착의가 굉장히 눈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 아니, 지금이 아니더라도 그냥 눈에 담기 싫은 인물이었다. 그의 강약과는 상관없이 눈앞에 인물이 너무나도 역겨운 존재이기에.

“흐음, 맞나?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상대가 가면을 써서 누군지 알 수 없군.”

소름이 끼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저 목소리를 내뱉자마자 적이 누군지 진정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상대를 환혹으로 제압하여, 남자를 인형으로 만드는 취미를 가진 마인이었다.

현혹하는 나비­라고 불리는 고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사실 나에게 그리 문제 될 건 없었다. 나는 유아독존의 힘으로 현혹하는 나비를 써도 통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으니까.

저 마인은 신체 능력이 하격 영웅과 비슷하여 중격이라고 쳐주기도 힘든 인물이다.

나는 눈을 찌푸렸다.

눈앞에 마인을 굉장히 혐오스러웠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는 게임에서 주인공에게 집착하는 게이 새끼이기 때문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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