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114화 (114/298)

〈 114화 〉 부녀(2)

* * *

“오늘은 특별 수업이 있다.”

금요일, 수업 시간이 시작하기 전. 강한자가 교탁 위에서 우리를 둘러보며 말을 했다.

다들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탑 체험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특별 수업이라니.

긴장한 표정에 강한자가 피식, 웃으며 우리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라. 이번에는 실기가 아니니까. 다들 영웅이 되면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되는 건 알고 있지? 그걸 대비하기 위한 거다.”

정리하자면 잠깐 숨을 돌리는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각자 잘하는 특기나 그런 게 있을 거다. 소소한 거라도 좋다. 노래나 춤. 아니면 그림 같은 것도 좋다.”

강한자의 말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자신만만해하는 얼굴도 있고, 뭘 할지 고민하는 얼굴도 있었다.

“시우야, 넌 뭐할 거야?”

임나연이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나? 나는 그림?”

노래는 그냥 리듬만 탈 줄 알고 잘 부르지는 못한다. 춤은 솔직히 율동 같은 것만 해도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림을 한 번쯤 그려보고 싶었다.

“그림? 하긴, 시우는 엄청 잘 그릴 것 같긴 해.”

임나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동의한다. 천수만 있으면 문제는 없겠지.

“그럼 이동하겠다.”

우리는 강한자의 안내에 따라 커다란 교실로 이동하였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부실들이 모여 있었는데 클래식이나 댄스부 같은 것들이 있었다.

“야, 이시아. 어디 갈 거야?”

어느새 다가온 윤채린이 물었다.

“나? 나 그림 그리려고.”

“오. 그럼 이 언니가 모델 해줄까?”

나는 지긋이 윤채린을 바라보았다. 윤채린은 이런 쪽에 특히 약했다. 그녀가 가진 「천상의 마」. 그곳에 새겨진 기억들은 모두 전투를 위한 것이다. 춤, 노래, 요리 그런 특기들을 불필요하다고 취급하여 그들의 생에 남아있는 기억을 모조리 지우고 오로지 전투만을 위한 기억을 떠넘겼다.

그렇기에 윤채린은 흔히 만화에서나 볼법한 요리를 하면 안 되는 체질인 것이다. 춤은 육체를 다루니 그럭저럭하겠지만, 춤을 추는 것을 부끄러워해서 아마 나를 따라온 거겠지.

“그래. 모델 좀 해주라. 근데 누드모델도 괜찮지?”

“미쳤냐!”

윤채린이 드물게 장난을 받아주지 않고 진심으로 내 어깨를 팔뚝으로 찍었다.

“악!”

“그러게, 누가 그런 거로 장난치래. 빨리 들어가자.”

어깨를 문지르는 나를 이끌고 부실로 들어섰다.

부실에는 여러 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온갖 물감이나 펜 등이 있었다.

“요즘 누가 펜을 쓴다고 이런걸 준비한 거지.”

옆에서 은수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응? 그림 그리는 걸 펜 말고 다른 걸로 해?”

“요즘은 다 드로잉 펜을 쓰지.”

“그게 펜이잖아, 멍청아.”

“…아니, 드로잉 펜은 태블릿 용이잖아.”

“그게 그거잖아.”

“…….”

은수아하고 윤채린이 아웅 거리고 있을 때, 나는 연필 한 자루를 집어 들었다.

“윤채린 앉아봐.”

“이렇게?”

윤채린이 다리를 꼬고, 의자 위에 앉았다. 턱을 슬쩍 치켜올려 세우니 포즈는 좀 엉성했지만, 압도적인 미모로 그것을 커버하고 있었다.

나는 연필을 들고 도화지 위에 그녀의 모습을 스케치했다.

윤채린을 그대로 그리는 것보다, 7년 뒤의 윤채린을 그렸다. 지금 같은 말괄량이가 아니라, 성숙하고 기품있는 윤채린으로.

태양과도 같은 반짝이는 금빛의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그 아래의 표정은 다르게.

지금처럼 금방이라도 장난칠 것 같은 히죽거리는 표정이 아니라 자애로운 미소를 짓는 윤채린을.

나는 천수를 활성화하며 펜으로 그녀를 그렸다. 이미지는 선명했다.

온갖 시련을 내딛고, 「천상의 마」라는 고유 능력을 진화시켜 무적이라 불리는 힘을 얻어 약자를 포용할 줄 아는 윤채린을.

한참을 집중한 결과 나는 꽤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하얀색의 도화지에는 악동 같은 미소를 지은 채 우쭐한 표정의 윤채린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멋대로 그녀의 포즈를 잡아 고쳤다. 윤채린을 구성하는 선은 유려하였고, 섬세했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창틀 하나를 만들고, 방을 구성했다.

창틀에는 희미하게 빛이 들어오는 장면을 그렸다. 그 방안에는 무엇이든 포용할 수 있을 것같이 자애롭게 미소 짓는 윤채린이 그림 속에서 다소곳하게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 있었다.

흔히 말하는 성녀??와 같은 분위기. 그것을 그림 속에 윤채린이 가지고 있었다.

“우와, 와, 아니, 이건…….”

내 그림을 보며 윤채린이 입을 떡 벌리고 놀라워했다.

“와, 시아…이 언니를 이렇게 보고 있었구나.”

윤채린이 감탄하며 잠깐 의자에 앉아서 내가 그린 윤채린의 다소곳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지극히 어색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의 옷을 입은 듯한 느낌.

즉, 어울리지 않았다.

“유, 윤채린이 저렇게 된다고?”

은수아가 옆에서 내 그림을 슬쩍 보다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저렇게 된다. 물론 먼 미래의 일이다. 적어도 아카데미를 다니는 동안 그녀는 저렇게 될 가능성이 거의 0에 수렴한다.

사랑을 깨닫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며, 분노를 동력원으로 삼는다. 복수해도 좋아하는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 허무감. 그것을 느끼며 그와 동시에 복수했다는 쾌감─

그 모든 강한 감정들을 느껴야만 그녀는 성장한다.

강렬한 감정을 먹고, 그것들을 발판 삼아 성장하는 그녀는──.

“어? 근데 시우, 너 배지 같은 것도 달고 있었어?”

은수아가 눈에 이채를 띄며 물었다. 나는 은색으로 빛나는 배지를 잠깐 바라봤다.

「실피드의 증표」.

나는 전에 티타니아에게서 강탈한 배지를 착용하고 있는 상태다. 활성화하지 않으면 문제없다는 그란데힐의 말에, 이렇게 대놓고 착용하고 있다. 「실피드의 증표」는 그 성능과는 다르게 알려진 물건이 아니기에.

물론 ‘주인’의식에 성공하지 못해서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기는 힘들다. 지금은 그냥 배지나 다름이 없다.

“어. 저번에 공적을 하나 세웠는데, 티타니아 님이 선물이라고 주셨어.”

“오, 좀 이쁜데.”

“이쁘지? 꽤 좋은 물건이거든. 내 약점 중 하나를 가리는 거라.”

주변을 슬쩍 둘러보며 말했다. 꽤 많은 애들이 이곳을 주목하고 있었다. 저 애들이 소문을 내줄 거다. 내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력을 키워주는 물건. 저번에 놓친 혈마가 이것을 노리려고 하겠지.

그런데 이상했다. 윤채린은 그냥 감탄만 하고 있었는데, 은수아가 배지를 강렬하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아야?”

“어, 어? 부, 불렀어?”

“응. 네가 그린 그림 보고 싶다고.”

“아, 내, 내, 그림?”

은수아가 삐거덕거리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은수아는 나만큼은 아니었지만, 윤채린을 잘 그렸다. 자신감 넘치는 미소에 장난기 가득한 눈동자. 다리를 꼰 모습은 아니었지만, 팔짱을 낀 자세는 정말 윤채린답게 그렸다고 볼 수 있었다.

“오오, 진짜 잘 그렸네. 수아, 너 그림 그리는 게 취미였어?”

“엉? 으응,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심심할 때, 그리는 정도?”

은수아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주 그냥 천장까지 닿겠네.

뭐, 당연하기는 했다. 은수아는 심심할 때 그리는 정도가 아니라 그녀의 유일한 취미생활이라고 할 정도로 그림 그리는 것에 많은 것을 할애하는 편이었다. 현실감 있는 그림을 위해서 물감에 수천만 원을 투자한다던가 칠색을 이용해 그림 마법을 그릴 정도로 말이다.

“아, 수아야. 너 이번 주말에 시간 돼?”

“응? 시간? 시간이야 있는데 왜?”

은수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나랑 단둘이, 어디 좀 가자.”

“두, 둘이? 단둘이서?”

“뭐야, 데이트 신청하는 거야?”

은수아가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고 윤채린이 불만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지, 수아랑 어디 놀러 갈 생각이었나?

“뭐, 데이트라면 데이트겠지?”

태연자약하게 말하자 윤채린과 은수아의 표정이 굳었다.

그러다가 한쪽은 환하게 웃었고, 한쪽은 조금 불만스러운 듯,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

“내일 던전에 간다고?”

남다윤이 아쉬운 듯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족발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웠다.

“누구랑 가는데?”

남다윤이 조심스레 물었다.

“은수아요.”

“…은수아면 내가 생각하는 그 은수아? 상아탑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다윤의 표정이 묘했다.

“별 사이는 아니에요. 그냥 던전을 공략하는데 은수아가 필요해서요.”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었다. 던전 자체를 공략하는데 은수아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거기 내부에 존재하는 물건이 은수아에게 필요했다.

“…그래?”

남다윤이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하긴, 이라고 중얼거리며 스스로 납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심이 쿡쿡 찔렸다.

나는 불족발을 쌈에 싸서 우물거렸다.

“혹시 폐가 안된다면, 나도 같이 갈 수 있을까.”

나는 불족발을 입에 넣은 상태라서 말을 할 수 없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던전은 제한이 있는데, 상격인 남다윤을 데려간다면 더 복잡해지는 구조였다. 입장 시, 상격 이상의 존재가 그곳에 가면 던전의 난이도가 상승한다. 던전 안에서 잘못 건들이면 난이도가 상승한다. 꽤 귀찮은 구조다.

즉, 남다윤을 데려가는 것으로도 폐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걸 그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남다윤의 옆자리로 이동했다.

“어, 엇, 시, 시우야?”

남다윤이 내가 옆으로 오자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마치 동정인 30대 아저씨가 여고생이 다가오니 당황해하는 느낌 같았다.

아니, 이 비유는 조금 이상한데. 뭐, 어때. 화제를 돌리기만 하면 별문제는 없다. 나는 쌈 하나를 쌌다.

“자, 누나, 아 하세요.”

“……아.”

남다윤이 부끄러워하며 입을 벌렸다. 쌈을 입에 넣어주자 우물거리면서 씹었다.

띵동.

종소리가 울렸다. 누구 올 사람이 있나. 나는 남다윤을 봤지만 남다윤도 의아한 눈빛이었다.

“잠시만, 누가 왔는지 좀 볼게.”

남다윤이 의자에서 일어나서 인터폰으로 향했다. 남다윤이 걷기 시작하자 그녀의 보지와 엉덩이 구멍에서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저것을 보니 음심이 동했다.

“아.”

남다윤이 인터폰에 나오는 화면을 보자마자 짜증 섞인 소리를 내었다. 특성으로 느껴지는 감정이 굉장히 진했다. 도대체 누구길래 저렇게 짜증을 내는 거지.

나는 남다윤에게 다가가자 희멀건 남자가 보였다. 얼굴을 보자마자 이름이 기억 안 나는걸 보니 중요하지 않은 엑스트라인 것 같다.

혹시 몰라 지식열람을 키면서 보니 특성도 그저 그랬다. 능력치를 따지자면 중격의 끝자락. 나도 혼자서 이길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었다.

찔꺽.

“흐윽, 시, 시우야, 잠깐.”

손가락으로 남다윤의 보지를 쑤시자 그녀가 몸을 움찔거렸다.

“왜요. 싫어요?”

“아니, 좋, 흑, 은데….”

보지를 쑤시며 넣어둔 정액을 빼냈다. 인터폰에 남자가 핸드폰으로 어딘가로 연락했다. 그러자 식탁 한구석에 둔 남다윤의 핸드폰이 울렸다.

“중요한 전화에요?”

“으응, 아니, 절대 아니야. 시우보다 중요한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시우야, 누나 보지 이제 젖은 것 같은데, 슬슬 넣을래?”

남다윤이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 남다윤의 말에 보지를 만지니 질척질척할 정도로 액체가 많이 흘러나왔다. 이 정도면 넣어도 될 것 같은데.

“그렇게 먹고 싶어요?”

“네, 먹고 싶어요……. 빨리 시우 전용 좆집에 시우의 좆 넣어줘요…….”

나는 남다윤의 말에 내 자지 끝을 축축하게 젖은 남다윤의 질구에 맞추었다.

푹!

자지를 찔러넣자 부드럽게 질이 얽혀왔다.

“아앙! 시우 자지, 흑, 깊어엇!”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