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 삼자동맹(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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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의 단의 효능은 과연 대단했다.
그것을 먹자마자 소년은 마기를 대부분 방출해내고 안색이 눈에 띄게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중년 남성이 울면서 소년을 안길래 우리는 빠르게 빠져나왔다. 중년의 남성이 뭐라도 대접하고 싶어 했지만, 극구 사양하느라 힘들었다.
아무튼 나와 선유라는 밖으로 나왔다.
“근데 저 사람이랑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펜던트를 구하고 있었는데, 아는 애가 말해줘서 알게 됐어.”
선유라가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아마도 채무자와 빚쟁이이기 때문일까.
“그럼 이제 약속은 끝난 거야?”
“뭐, 그렇지.”
“그럼…하고 갈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좀 애매했다.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다음에 하자. 밀린 일이 있어서.”
“그럴까? 시간 되면 연락해.”
선유라가 워프 게이트 근처에서 내려줬다.
선유라를 보내고 품속에 있는 빙정을 떠올렸다. 빨리 임나연에게 먹여야 하는데.
“시우야?”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생글생글 웃는 임나연이 보였다.
“나연이 너도 나갔다가 오는 길이야?”
“응. 이 근처에서 계약 문제 때문에 잠깐 들른 길이었어. 시우도?”
“응. 나연이, 너한테 주고 싶은 선물이 있거든.”
“서, 선물? 어, 어떤 건데?”
임나연의 눈이 반짝거렸다.
나는 아공간에서 조용히 목함을 꺼냈다. 고풍스러워 보이는 목함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빙정. 방학 때 남다윤을 끌고 간 던전에서 얻은 물건이었다.
안에 있는 빙정의 냉기를 막기 위해서 특별하게 제작된 목함이었다.
“어, 어? 자, 자, 잠깐, 자, 잠깐만, 시, 시우야, 나, 아, 아직 마, 마음의 주, 준비가…….”
“?”
임나연이 당황스러워했다.
그러나 느껴지는 감정은 압도적인 행복함. 그제야 나는 눈치챘다. 특별하게 주문 제작한 목함이 반지 상자와 꽤 비슷하다 생겼다고.
툭.
그게 아니라고 말하려는 찰나였다.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윤승하가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봉투를 떨어트리고, 입을 벌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승하야, 그거 아니야.
***
“뭐야, 반지 상자가 아니었구나.”
윤승하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임나연이 경멸어린 표정으로 윤승하를 바라보았다. 내 천의 가면 특성으로 아주 조금 느낄 미약한 감정.
그러고보니 임나연은 윤승하가 여자라는 것을 아직 몰랐다.
묘하게 윤승하는 나에게 달라붙으니 윤승하가 게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까 전, 워프 게이트에서 잠깐의 사건이 일어난 뒤,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근처에 사람이 많아 이야기하기 적절치 않아서였다.
방이 있는 카페에서 대충 주문한 다음, 손가락을 튕겨서 마법을 발동하였다. 딱소리가 새지 않는 장막이 방을 감쌌다. 윤승하의 특성, 세계의 운명의 영향으로 이 정도 쯤은 이제 손쉽게 발동할 수 있었다.
“마법이 굉장히 자연스러워졌네.”
“뭘 이정도야. 승하, 네가 지도해 줬잖아.”
내 말에 윤승하가 환하게 웃었다. 그것을 잠깐 경멸어린 감정으로 본 임나연이 나한테 물었다.
“근데 이거 나한테 줘도 돼? 시우 선물이니까 당연히 값을 매길 수는 없지만, 이거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데.”
나는 빙정의 능력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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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빙정]
천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얼음의 힘이 농축되어있다.
복용 시, 모든 능력치 중 증가, 마력 대 증가.
복용 시, 빙 속성 대 내성, 지배력 대 증가.
복용 시, 빙 속성 마력 개화.
복용 시, 「천영의 꽃」 특성 획득. 주문 「천빙?」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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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텟 증가부터 시작해서 빙 속성의 특성과 마력 개화가 이루어지며, 그 특성에는 잠재 주문인 천빙까지 획득한다.
감히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영약이다.
만약 소유자가 임나연이 아니라면 전쟁마저도 일으킬 수 있는 단.─아니, 임나연이 소유자 할지라도 일천확금을 노리고자 임나연마저도 노릴 수 있는 물건이다.
차분하게 단의 능력을 설명하자 임나연과 윤승하의 동공이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미안. 이건 내가 받을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이거 하나 얻으려면 내 소유 회사를 다 처분해도 안될 것 같아. 시우, 네가 먹어.”
임나연이 입을 열었다.
이미 자기 소유의 회사가 있다니. 그건 좀 부러운데.
“대가는 필요하지 않아.”
차분히 입을 열었다.
이걸 어떻게 임나연에게 먹여야 할까. 나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
임나연은 강해져야 한다.
후에 있을 마인들과 거악에 대적하기 위해서다.
마왕.
그 존재는 윤승하와 윤채린이 쓰러트려 줄 것이다. 그러나 그 휘하에 있는 칠죄종이라 불리는 거악과 마에 물든 존재들은 아니다. 엔딩에 따라 살아남는 칠죄종들은 사회에 숨어들어 혼란을 초래한다.
마왕은 윤승하와 윤채린이 틀어막고 나머지는 나와 다른 이들이 커버한다. 그것이 내가 세운 계획 일부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회귀자라면서 임나연을 굴리는 것이 가장 편하다. 하지만 회귀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
무신이라 불리는 타락한 자가 회귀자를 찾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내가 부탁하는 몇 가지만 들어주면 충분해.”
“……내가 시우, 네 부탁을 무시할 수도 있잖아?”
임나연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믿어.”
나는 확고하게 말했다.
임나연은 믿을만한 인물이었다.
마인이 되거나 죽거나 하는 선택지에서 마인이 되는 선택지를 택하지 않는 선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아버지를 살리는 조건조차도 거절하고 꿋꿋하게 선을 지향하는 인물.
그런 인물을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을까.
그리고 지난 반년간 임나연과 지내며 지켜본 그녀의 성격을 보자면 그녀는 이런 선물을 받으면 몇 배로 보상을 해주는 인물이었다.
“우리가 오래 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임나연은 믿을만한 인물이니까, 이걸 주는 거야.”
“시우야…….”
임나연이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윤승하에게서 질투라는 감정이 짙게 느껴졌다.
나는 애써 그 감정을 무시하며 목함을 앞으로 내밀었다.
“먹어. 네 거야. 우리는 깐부잖아. 깐부끼리는 내 것, 네 것 없다잖아.”
분위기를 풀려고 농담했더니 임나연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
나는 현재 교장실로 가고 있다.
그란데힐이 짧은 메이드 복을 입은 채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나를 안내하고 있었다.
“그란데힐?”
“네, 시우님.”
“원래 안내는 잘 안 하시지 않나요?”
“학생분들이랑 시우 님은 다르니까요. 원래 하면 안 되지만, 시우 님은 저의 배우자시니까요.”
우리 아직 결혼 안 했는데…….
“아무튼 도착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여왕님에게 강력하게 어필했으니, 좋은 물건을 꽤 받으실 겁니다.”
그건 좋은 소식이었다.
요정 여왕의 보물 창고에는 탐나는 게 꽤 있으니까. 안 그래도 검 한 자루를 얻었는데, 이번에는 창을 얻어볼까. 아니면, 다른 검을 얻어서 쌍검을 다뤄볼까.
티타니아에 있는 검 한 자루가 탐났다. 기린검이라 불리는 물건이다. 바람 속성과 번개 속성, 둘 다 사용할 수 있는 검이었다.
장신구도 탐나는게 있었다. 특성을 강화해주는 물건이 있으니 그것을 노리는것도 나쁘지 않았다.
기분 좋은 고민들이 들었다.
“고마워요. 나중에 보답할게요.”
“……네, 기대하겠습니다.”
홍조를 띄우는 그란데힐을 뒤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방안이 보였다.
그 중앙에는 티타니아가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눈 색과 머리카락 색이었다. 초록빛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동화.
요정 여왕 티타니아가 가진 특성이었다.
세계수와 동화하는 순간 초록빛의 눈동자와 머리카락 색을 띄며 전능에 가까운 힘을 자랑한다.
“미안하구나.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서.”
그렇게 말한 다음, 그녀의 머리카락 색과 눈 색이 다시 바뀌었다. 화사한 금발과 푸른색의 눈동자로.
“그란데힐에게서 보고는 들었다. 정말 훌륭한 일을 했어. 교장으로서 고맙다고 이야기해야겠구나. 정말 고맙다.”
티타니아가 고아하게 고개를 숙였다.
“대신이라기는 뭐하지만, 이대로 보내기에는 내 마음이 편찮다. 우리 요정족들이 1000년 동안 모은 보물고를 열람할 수 있게 해주겠다. 하나를 고르거라.”
티타니아가 그렇게 말하며 작게 손을 휘저었다. 두루마리 같은 것이 내 앞에 펼쳐지면서 홀로그램같은것이 펼쳐졌다. 보기 쉽게 카테고리로 나눠진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왕님.”
“응? 왜?”
“시우 님은 정말 많은 활약을 했습니다. 단신으로 상격에 준하는 교단의 소교주인 혈마를 거의 몰아붙이다시피 하셨죠.”
“그래, 그래서 내가 가장 아끼는…….”
여왕이 약간 우쭐거리는 표정에 그란데힐이 말을 막았다.
“만약 시우 님이 막지 않으셨으면, 상아탑의 후계자인 은수아 님이 비참한 일을 당하셨을지도 모릅니다. 거기다가 시우 님은 소교주를 막는 데에 엄청난 희생을 하셨습니다. 여왕님도 아시다시피 일시적인 스텟 도핑은 중첩될수록 그 페널티가 곱절이 되시는 것을 아시지요?”
“무, 물론 아, 알다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아끼는…….”
“만약 상아탑주가 이걸 알게 되면 얼마나 노발대발할지 아시지 않습니까? 여왕님, 상아탑주 개인은 얕보셔도 되지만 상아탑이라는 거대한 세력이 얼마나 도움이 되시는지는 아시잖습니까? 만약 시우 님이 막지 않으셨다면 상아탑주가 마에 타락하는 사태가 벌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 그러니까 나도 내가 가장 아끼는 보물고에서 보물 하나를…….”
“뿐만이 아닙니다. 만약 시우 님이 교단의 소교주를 막지 않았다면, 소교주의 계획대로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세계수를 타락시키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했더군요. 만약 시우 님이 아니셨다면…….”
“아, 알았다! 시, 시우는 보물고에서 두 개를…….”
“여왕님, 시우 님이…….”
“세, 세 개! 세 개를 고르거라!”
이래도 괜찮은 걸까.
울상을 짓는 티타니아와 조목조목 따지는 그란데힐을 바라봤다. 티타니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충격이었다.
일족의 장이 저렇게 하찮아도 되는 걸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란데힐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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