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 나찰의 마녀(2)
* * *
“이렇게 하면 되나요?”
나는 손으로 V자를 그리고 볼에 붙이며 활짝 웃으며 말했다.
“…….”
“그란데힐?”
그란데힐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의문스러움을 느끼다가 특성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에 당황했다.
사랑스러움이라는 감정이 느껴졌다.
내가 당황할 만큼 굉장히 진한 감정이었다.
“아, 아닙니다. 너, 너무 취향에 부합해서. 그 v 자를 그리시면서 웃으시는 모습이 엄청 아름다웠습니다. 남자를 모르는 소녀의 웃음 같은 것이 특히.”
그란데힐이 당황해하며 말했다.
당연한 소리가 아닌가.
나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남자를 알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음은 어떻게?”
“아련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밖을 봐주십시오."
어렵지 않은 주문이었다.
나는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많은 가면을 쓴 덕분인지 연기에는 어느 정도 소질이 있었다.
“조, 좋습니다! 정말 완벽합니다!”
그란데힐이 흥분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특기인 공간계 능력으로 사방팔방으로 이동하면서 한 호흡에 수 번씩 움직이며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 나갔다.
저렇게 흥분한 그란데힐은 처음 보는데.
떨떠름해 하며 가면을 작성하였다.
그란데힐이 준 검은 내 기준으로 약간 부적합할 뿐이었지, 지금에서는 돈을 주고도 못 사는 물건이다. 그란데힐도 꽤 무리했겠지.
================
[오토코노코의 가면 Lv.1]
여장할 시, 소녀 같은 행동 보정.
================
이름이 왜 이따위지.
“…….”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에요.”
나는 가면을 작성하는 것을 멈추고 부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란데힐이 지금 내 모습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니, 상관없지 않을까.
“혹시 저기 침대 위에 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란데힐이 말했다. 나는 그란데힐의 말대로 분홍색 침대 위에 앉았다.
앉다가 깨달았는데, 치마를 입고 있으니 좀 껄끄러웠다. 다리를 얌전하게 모으려다가, 뭔가 아닌 것 같아서 살짝만 벌린 상태로 앉았다.
“……좋습니다.”
그란데힐이 나를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거지. 아니, 좋으면 좋은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촬영에 임했다. 몇 번 사진을 찍다가 그녀의 숨결이 옆에서 느껴졌다.
그란데힐의 얼굴이 꽤 가까웠다. 우윳빛을 닮은 요정족 특유의 피부가 보였다. 단정하게 정리된 허리까지 내려오는 회색빛의 머리카락. 무표정한 눈동자에서 활기가 도는 회색빛의 눈동자가 보였다.
그것을 인식하자 그란데힐의 어깨가 보였다. 훤히 드러난 어깨가 매혹적이었다. 어깨 패티쉬는 없는데. 이상하게 그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변강쇠 때문에.’
특성 변강쇠의 능력이었다.
본디 정력을 극도로 올려주는 특성이나 그 진가는 육체를 활력을 돋구는 것에 있다.
어지간한 일에도 지치는 일이 없으며, 체력 재생력을 올려줘서 많은 게이머가 보조 특성으로 들고 가는 능력이다.
나는 본래 변강쇠의 능력을 얻을지 말지를 고민했지만, 뭘 하기도 전에 복상사를 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골랐다.
다만, 문제는 내가 정력에 강제로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변강쇠가 이상한 쪽으로 변화했다. 신체의 활력보다는 정력을 많이 회복하는 쪽으로.
“시우님? 무슨 일…….”
그란데힐이 의아해하며 내 이름을 부르다가 멈칫했다. 그녀의 눈이 내 치마에 향했다. 살짝 솟은 치마를.
“이건.”
“…….”
“그, 생리현상입니다.”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배려를 해드렸어야 했는데.”
그 배려가 더 마음이 아팠다.
“자, 잠시 나가 있을까요?”
그란데힐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나는 그란데힐을 바라봤다. 어지간한 여자라면 꼬시기 쉽겠지만, 요정족은 조금 달랐다.
요정족은 순결의 종족이다.
반려자를 한 번 정하면 일평생을 반려자만 바라보며 그 반려자가 죽으면 자기 자신마저도 죽는 지독한 순결의 종족이다.
그래서 요정족은 인기가 많다.
평생을 노화하지 않고 반려자를 보필하는 일편단심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긋이 그란데힐을 바라봤다.
“저기, 저는 요정족이라서…….”
그란데힐의 눈이 떨렸다.
그러나 싫어하는 감정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요?”
“그건…….”
그란데힐이 눈을 돌리며 머뭇거렸다.
그녀의 프로필을 떠올렸다.
윤채린으로 공략할 수 있으며, 윤승하로는 공략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여성을 좋아한다. 윤채린보다는 여장한 내가 더 취향에 맞는 것 같고. 그리고 무엇보다 윤채린과 만나기 전까지 티타니아를 보좌한다는 사명에 얽매여 있었다.
다만, 아기를 보고 싶다는 욕구도 있고, 나이가 차서 반쯤 포기하여서 은근히 공략이 쉬웠다.
“여장도 해드렸는데 안 될까요?”
조금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란데힐의 눈이 조금 떨렸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가능할 것 같은데.
그란데힐을 침대로 밀어트렸다.
“여, 여장은 야, 약속이지 않습니까. 으, 은수아씨를 찾아내는 대가로.”
“그렇지만 수아는 제가 찾았잖아요.”
“그, 그건…….”
“그럼 다음에도 해줄게요.”
“아, 안됩니, 다! 저, 저는 여왕님을 보, 보필해야 하기 때문에.”
천수를 끌어올렸다. 메이드복 단추에 손을 대자 바로 풀렸다. 극한에 이른 기교. 그것으로 옷을 푸는 데 이용하니 삽시간에 메이드 복 앞면이 벗겨졌다.
가슴은 꽤 컸다.
김하린과 맞먹는 가슴 크기였다.
“아, 안 됩니다, 시우님!”
그런데 그란데힐의 반응이 꽤 격렬했다. 나는 의아했다.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는데 부끄러움이 강했기 때문이다. 왜 부끄러워 하는 거지.
속으로 의아하면서 나는 필살기를 썼다.
“제가 싫어요?”
“아, 아니요. 시, 싫어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죄송해요. 그란데힐이 저를 그렇게 싫어할 줄 몰랐어요.”
“아, 아닙니다. 저, 저는 오히려 시우 님을……. 저, 저는 그, 나이도 많습니다.”
“괜찮아요. 저도 오래 살 거라.”
나는 재빨리 입으로 키스하여 입을 막았다. 혀를 집어넣자, 그란데힐이 잠시 머뭇거리고는 서서히 내 혀에 움직임을 맞췄다.
‘……너무 쉬운데.’
나는 키스를 하며 그란데힐의 입을 막고는 천수를 끌어올려 브라를 벗겼다. 극에 이른 재주가 한 번의 손짓으로 누워있는 그란데힐의 브라를 벗겨버렸다.
“우웁, 자, 잠깐만요! 웁!”
그란데힐이 당황하며 말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하.
나는 왜 그란데힐이 그렇게 극도로 거부했는지 알 수 있었다. 가슴의 있는 유두가 가슴 안에 있는 모양새였다.
이른바 함몰 유두였다.
“그, 그만둬 주십시오. 유, 유두가 숨어 있다니 이상하잖습니까.”
“귀엽네요.”
“귀, 귀여워요? 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상해요? 저는, 아니 남자라면 이런 거 좋아하는데.”
“하, 하지만 저는 그, 나이도 많고.”
“저는 괜찮은데. 어차피 안 늙으시잖아요.”
“그, 그래도 나이를 많이 먹지 않았습니까. 시우님하고 400살은 차이 나는데.”
그란데힐이 이런저런 변명을 하였다. 나는 그것을 적당히 누시하며 천변을 꺼내서 작은 끈으로 만들었다. 끈을 입에다 가져가서 물고는 머리를 묶었다.
아까부터 긴 머리가 참을 수 없이 거슬렸기 때문이다. 유물이 적용된 머리카락이라 가발도 아니었고.
“아…….”
작게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내리니 그란데힐이 황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서 작게 웃음을 지었다.
“호, 혹시 이거 사진으로 찍어도 됩니까?”
“…….”
그란데힐의 말에 말문이 막혀서 말을 잃었다. 그것이 긍정의 표시인 줄 알았는지 그란데힐이 찰칵─하고 사진을 찍었다.
“죄, 죄송하지만, 호, 혹시 다, 단추도 두 개만 풀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요?”
“네, 네! 와, 완벽합니다.”
이 상황이 뭔가 익숙했다.
옛날에 유머 글에서 봤던 적이 있었다. 코스프레를 하는 여인을 놔두고 피규어의 치마를 열심히 찍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었다.
그 광경이 지금 비슷했다.
……솔직히 말해서 자존심이 좀 상했다.
나는 그란데힐을 일으켰다. 뒤에서 그란데힐을 안은 자세로 만들었다. 반대편에 거울이 보였다.
“자, 잠시만요, 시우님. 이, 이 자세는, 히끅.”
나는 손으로 그란데힐의 가슴의 유두를 꾹꾹 눌렀다.
거울 속의 그란데힐이 침을 흘리며 몸을 간헐적으로 떨었다.
그런데 좀 묘했다. 내 모습이 어지간한 여자보다 아름다워서, 여자가 여자를 따먹는 것 같은 그림처럼 보였다.
‘나쁘지는 않네.’
다시 하자면 조금 고민하겠지만, 그란데힐이 부탁하면 들어줄 의향이 있다.
그란데힐의 가슴을 모유를 짜듯 모았다. 유두가 모습을 살짝 드러냈다.
“흐윽, 기, 기분이 이, 이상합니다. 흐아앙♡”
“그래요? 나는 좋은데.”
애교 섞인 비음이 들려왔다. 평소에 딱딱하기만 했는데, 신음은 귀엽네.
“흐읏, 하앙♡ 소, 손길이 너, 너무 야합니다.”
“야해? 야한 건 그란데힐 같은데.”
나는 툭 튀어나온 유두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흐으윽♡ 마, 말투가 바,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싫어? 나는 그란데힐이 귀여워서 이러는 건데.”
“저, 저는 이래 봬도 어, 어른입니다. 그, 그것보다 너, 너무 익숙하신 거 아닙니까, 여, 흐윽, 자를 다루는 방법이.”
“힐의 유두, 점점 딱딱해지고 있네.”
나는 유두를 꼬집었다.
“흐으으으윽♡♡♡”
그란데힐의 몸이 앞으로 구부러지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리고.
================
[공간 장악을 모방하는 가면 Lv.1]
공간 속성력 보정.
================
가면을 획득했다.
나는 가면의 설명을 찬찬히 읽다가 그란데힐이 능력을 썼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색빛의 머리카락이 시야 옆에서 잡혔다. 그란데힐이 내 뒤로 이동하고 방금 내가 취했던 자세를 취했다.
“그거 아십니까?”
“어, 어떤 것을요?”
“방금 깨달았습니다. 저는 생각보다 지기 싫어합니다.”
그란데힐이 손으로 유두를 꼬집으며 내 목덜미를 핥았다. 그리고 오른쪽 손으로 내 자지를 잡았다.
“윽……!”
“어떻습니까. 기분이 좋으십니까? 항상 공격만 하시는 것 같던데 이런 데는 은근히 약하시네요. 후후, 귀엽습니다, 시우.”
기분 좋음에 어처구니없음을 느꼈다. 이런 굴욕은 처음이다.
문질문질
“하아, 제 손재주도 나름 괜찮지 않습니까? 가고 싶나요? 저한테 그란데힐 언니, 시아는 그란데힐 언니의 손에 가고 싶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으윽.”
“후후, 귀여워요, 시아. 윤채린 님이 이시아라고 말했었지요? 생각보다 훨씬 어울리네요. 가실 것 같아요? 그란데힐 언니, 라고 말씀하시면 제가 편하게 보내드릴게요.”
사정감이 끝까지 차올랐다.
슬프게도 굴욕보다는 사정감을 해방하고 싶은 감정이 더 강했다.
하지만 나는 공격하는 게 취향이었다.
나는 가면을 썼다. 조금 전, 그란데힐의 능력을 모방한 가면이 내 얼굴 위에 덧씌워졌다.
공간 장악은 공간 속성력을 올려서 이동하고 공격, 수비 모두에 쓰이는 만능적인 능력이었다. 이동에 특화 되어 한번 이동할 때마다 수 킬로미터에서 수십 킬로 이상을 이동하는 타천사의 날갯짓만큼은 아니지만, 공수 양면으로 쓰이는 능력이라 나한테는 이게 더 적합했다.
처음 쓰는 거라 숙련도가 낮아 그란데힐에게 막힐 위험이 있지만.
“흐으윽♡”
천수를 끌어올려서 손을 뒤로 이동시켜서 그란데힐의 보지를 쑤셨다.
‘지금!’
공간을 이동해서 그란데힐의 뒤를 점했다.
“……아니, 이게 무슨……어떻게 제 능력을 이용, 오오옥♡”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