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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92화 (92/298)

〈 92화 〉 방학(5)

* * *

“넣는다.”

“자, 잠깐, 흑, 모, 몸이 이상해.”

김하린이 발버둥 쳤지만, 나는 기다리지 않고 자지에 콘돔을 씌우고는 넣었다. 김하린은 보지가 작아서 내 것이 다 들어가지 않았지만, 보지가 좁아서 반대로 압박감은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나는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였다. 자지를 잘못 휘두르면 김하린의 보지 안이 다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안쪽에 닿아앗, 흑, 격렬해…!”

“…….”

나는 좀 황당한 심정이 되었다.

아직 허리를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아직 절반밖에 안 들어갔는데.

‘뭐, 김하린이니까…….’

나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흐윽, 가, 가슴, 하악, 만지지, 하악, 말아, 줘. 흑, 너, 너무 민감해, 흑.”

“…….”

가슴도 못 만지고 허리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다니. 이게 김하린의 섹스…?

‘뭐, 김하린이니까…….’

그래도 콘돔을 챙겼다는 것에서 그녀는 나한테서 호감을 크게 딴것도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그녀에게 맞춰줄 것이다.

“갓, 가, 가버려엇!”

김하린이 눈을 뒤집으며 몸이 경련에 떨었다. 황당한 심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김하린이 기절했다.

***

1층으로 내려가는 길.

“시우야?”

살짝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흠칫했다.

찰랑거리는 은발에 호수 같은 눈동자가 나에게 향했다. 윤승하는 수영복을 입지 않았다. 당연했다. 윤승하가 여자라는 사실은 나랑 윤채린밖에 없으니까.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그녀의 재능과 수명은 깎여나간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윤승하는 그러면 안 되었다. 그녀는 세계를 구원해줄 용사기에.

“뭐야, 나 기다리고 있었어?”

“응. 근데 위층에는 왜?”

“잠깐……나연이를 도와주고 오는 길이야.”

“나연이?”

윤승하가 내 말에 싱글싱글 웃었다. 그런데 눈이 무서웠다. 눈이 웃고 있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여기서 윤승하와 놀아줘야 했지만……조금 힘들었다. 이것 말고도 밤에 또 짜일 것 같은데.

나는 부드럽게 웃어주면서 윤승하에게 다가갔다.

“우리 승하, 질투하는 거야? 귀엽네?”

“……그러니까 다른 여자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지 마.”

“알았어.”

볼에 살짝 뽀뽀하고 나왔다. 다행히도 윤승하는 맘에 들었는지 아무 말도 안 했다.

“있다 방에 놀러 가도 돼?”

“……방에?”

“응. 비키니 샀는데, 시우에게만 몰래 보여주려고.”

“그래? 기대되네. 나한테만 몰래 보여줘.”

“응. 그리고…알지?”

윤승하가 히히 웃으며 말했다. 나는 억지로 기쁜 표정을 지었다.

나 괜찮은 걸까?

혹시 미리 유서를 써둬야 하지 않을까.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밖으로 나가니 해변에서 정한서가 녹초가 된 듯, 아까 내가 앉았던 자리 옆에 누워 있었다.

다른 애들은 어딨지. 둘러보다가 쾅쾅­거리는 소음에 시선을 옮겼다.

시야 끝에서 은수아랑 윤채린이 공으로 피구를 하고 있었는데 둘이 엄청 치열했다. 소수마공으로 손을 강화하며 공을 날리는 윤채린과 특성과 마법을 합쳐 칠색으로 빛나는 공이 초 단위로 반대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저기에는 별로 끼고 싶지 않네.

나는 정한서 옆에 누워서 휴식을 만끽했다.

***

다음 날, 아침.

나는 아침부터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몸의 컨디션은 완벽했다.

내 육체는 음양체로 인해서 항시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한다. 음과 양의 마나가 조화를 이루어 항시 완벽한 상태를 만든다. 그것을 반발 시켜 일순간 강한 출력을 낼 수도 있다.

몸을 풀고 남다윤이 줬던 천변을 챙겼다. 그 외에 여러 가지 무기들도 챙겼다. 천변은 좋긴 하지만 내구성이 약해 천변만 믿고 다니다간 큰코다치기 일쑤다.

“어디가?”

침대 위에서 윤승하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응, 잠깐 협회에 사람하고 만나야 해서. 원래는 체험 때 만나기로 했는데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들렸다고 해서 그냥 만나러 가려고.”

“협회 관계자인데 개인 번호가 있어?……혹시 여자야?”

나는 멈칫했다.

“여자구나.”

“여자긴 한데 나이가 많아. 80세 넘었어. 할머니야, 할머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 시우는 이상한 취향이 없으니까, 안심이네. 그럼 언제 오는데?”

“글쎄. 아마 점심쯤엔 오지 않을까.”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배고프면 미리 좀 먹어.”

“응.”

신혼부부 같은 대화를 나누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이미 손님이 있었다. 검은색 비키니에 치마를 두른 은수아가 나른하게 있었다.

“밖에 나가?”

“어. 잠깐 협회 사람 좀 만나려고.”

“그래? 고생해. 아, 혹시 싸울 일이 있으면 나도 좀 부르고.”

“……?”

나는 순간 의아해했다. 은수아가 싸우고 싶어 하는 성격이었나. 윤채린은 스트레스가 쌓이면 폭력으로 푸는 스타일이지만, 은수아는 조금 달랐다.

명작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질질 짜는 거로 스트레스를 풀거나 멋있어 보이는 마법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랑하면서 희열을 느끼며 푸는 거로 유명했다.

아무튼, 은수아를 뒤로하고 나는 가면을 썼다. 마도의 업을 배낀 가면을 썼다. 마력이 폭주한다. 나는 미리 만들어둔 술식을 짜내어 마법을 만들었다. 은신의 마법.

이거면 어지간하면 안보이겠지. 그리고 나는 가면을 바꿔썼다. 광익을 배낀 가면.

우우웅­.

공기가 진동하며 내 등에서 보랏빛으로 이루어진 외날개가 오른쪽으로 펼쳐졌다. 아직 특성의 레벨이 부족해서 날개가 한쪽밖에 없지만, 나는 데는 문제없다.

등에 이상한 감각이었지만, 천수를 활성화하니 금세 익숙해졌다.

부웅.

보랏빛의 날개가 진동하자 몸이 허공으로 떴다. 하늘을 나는 감각이 꽤 재밌었다. 근데 마나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들어갔다. 유아독존으로 회복을 하고도 도착하지 못하겠는데.

나는 핸드폰을 켜서 택시를 불렀다.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약속장소에는 김은정이 먼저 있었는데, 그녀는 평소와 같은 흰색 야구모자에 후드티, 검은색 스키니진을 입고 있었다.

나이도 많은 양반이 젊게 사시네.

“일찍 왔구나! 꼬맹이.”

“나름 빨리 온다고 생각했는데, 일찍 나오셨네요.”

“30분 정도면 별로 일찍 나온 것도 아니지. 난 잠이 별로 없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김은정이 몸을 일으켰다.

“자, 가볼까.”

***

잠시 후, 우리는 라미아의 둥지 위에 있는 동굴로 왔다. 동굴 안에는 커다란 웅덩이가 있는데 라미아의 둥지에 침입하려면 이 웅덩이에 들어가야만 했다. 그러니 빌런은 곧 이곳에 도착할 거다.

“여기 아래에 있다고?”

“네.”

“확실히 이상하긴 하군. 마나의 움직임이 묘해. 이렇게 은밀한 걸 찾다니, 탐사에도 재능이 있는걸, 꼬맹이.”

김은정이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어떻게든 협회로 데려오고 싶어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럼 어제 말했던 대로 시작해볼까, 꼬맹이?”

“네.”

어제 김은정과 나는 이곳에 오면 몇 가지 계획을 세웠다.

빌런이 이곳에 침입하여 라미아를 깨울 테니, 그것에 대한 대비였다. 나는 안전을 위주로 한 계획을 세웠지만…김은정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라미아를 죽인다.

신화시대의 몬스터니 뭐니해도 그 본질은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마물’이다.

그러니 여기서 죽인다. 마침 잠에 빠졌었으니 당장에 깨우면 둔할 거라는 계산도 있다.

나 역시 그것에 찬성하기는 했다. 라미아는 여기서 죽이는 것이 이득이다. 다만 그것을 죽이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 김은정이라면 문제없다.

김은정이 허공을 향해 손짓하였다. 그러자 백색과 흑색이 공존하는 형태, 태극의 무늬가 있는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신은 특이했다. 백색과 흑색이 반반 나뉜 모습. 태극검이었다.

김은정이 태극검을 부드럽게 휘두르자 호수가 갈라지며 밑바닥을 보였다. 밑바닥에는 사람 한명이 들어갈 수 있는 조그마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꼬맹이, 빌런 정도는 이길 수 있지?”

걱정이 된 모양인지 김은정이 길을 가다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말 없이 씩 웃었다.

그러자 김은정도 피식 웃더니 갈길을 걸었다.

잠시 후, 나는 조용히 검을 꺼냈다. 인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야, 누가 들렸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몸속의 마나를 돌렸다.

몸속의 자리잡은 수십개체의 뇌령들이 번개를 뿜으며 동조했다.

파직파직.

감각이 한없이 예민해졌다.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진다. 인상을 찌푸린 남자가 보였다. 머릿속으로 정보를 되새겼다.

2인 1조. 한명은 라미아의 이목을 숨기기 위한 이능력자라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다른 한명은 무기 파괴자. 문자 그대로 무기를 파괴하는대 능한 놈이었다.

다루는 무기는 톱날검.

강체 능력자라 근력싸움은 지양한다.

나는 단검 세 자루를 던졌다.

챙챙!

단검 두자루를 던지자 톱날검으로 재빠르게 막았다. 허나 어검의 영향을 받은 한자루는 막지 못했다.

“아악!”

단검이 그대로 이능자의 허벅지에 내리꽃혔다. 어검에 집중해 단검이 허벅지 살 안쪽까지 파고들어 땅에 고정시켰다. 이걸로 도망은 못간다.

가면을 중첩시켰다. 남다윤의 어검 위에 임나연의 대해같은 마나, 김하린의 광익. 이지아의 특성은 넘겼다. 얼굴 위에 ‘무언가’가 씌워지고, ‘무언가’ 위에 ‘무언가’가 덧 씌워졌다.

그것 외에도 다른 가면을 중첩하다가 기린의 가면이 떠올랐다. 가장 효율이 좋지만, 패널티가 무서워서 쓰지 못하는 가면. 이것도 넘겼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패널티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저 빌런이 강해보이지 않아서가 가장 큰 이유였다.

감각이 보다 날카로워지고, 마력이 몸속에서 솟아올랐다. 근력이 강해지며, 내 몸이 보다 강건해졌다.

“누구냐!”

마인이 외쳤지만, 무시했다. 굳이 말할생각도 없고. 나는 차분히 나가면서 가면을 실체화했다. 표정이 없는 무면無?의 가면이 만들어졌다.

천의 가면의 기능중 하나였다. 아무런 능력은 없지만, 얼굴을 가리기 용이한 능력이었다. 나는 가면을 썼다. 가면이 얼굴에 착 달라붙었다.

‘뇌혼?을 쓸까? 아니, 뇌혼은 너무 과분하지.’

사자는 토끼를 사냥할때도 전력을 다한다지만, 뇌혼은 아직 신체에 주는 부담이 너무 심했다.

아공간에서 검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특성 어검을 발동했다. 검이 복사된다. 하나에서 둘로. 다른 하나는 검신을 더 길게. 1.5m길이의 검을 오른손으로 잡았다.

천수를 극도로 끌어올렸다. 한번 휘두르자 획­하고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났다. 대충 감이 잡혔다.

“하, 기습을 했으면서 모습을 드러내다니, 어리석구나!”

마인이 외치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검날이 이빨처럼 돋아있는 톱날검. 그 위의 검은색의 탁기가 치솟았다.

보랏빛의 뇌광이 번뜩였다. 검에서 치솟은 보랏빛의 뇌광이 파직­거리며 검은색의 탁기와 부딪쳤다

쩌엉­!

공간을 격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역시 힘은 저쪽이 나보다 두 수는 우위다.

“뭣?”

마인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방금 전 일격에서 자신이 힘의 우위를 점하였으나, 이상하게 밀린 탓이었다.

내가 마인에 비해서 힘에서 두 수는 밀리더라도, 감각과 속도는 저자보다 두 수는 앞서있고 기교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정도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검을 휘둘렀다. 보랏빛의 궤적이 실린 참격이 마인을 격했다. 마인의 표정이 경악으로 치솟았다. 내 검이 수십의 변초를 겸했기 때문이다.

쾌와 강. 강격의 검이 보랏빛의 궤적을 그렸다. 탁기가 솟은 검이 부딪치기 전에 검이 변한다. 유의 이치와 환의 이치로.

탁기 실린 검은색의 검기가 위로 솟았다. 그의 검이 내 기교를 감당치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 기교가!”

마인이 대경실색하며 몸을 뒤로 뺐다. 반대편 손의 검을 휘둘렀다. 보랏빛의 궤적이 실선을 그리며 마인의 얼굴에 얕은 상처를 내었다.

파지지직!

몸속에 자리잡은 뇌령들이 호응했다. 보랏빛의 뇌광이 더욱 진해진다. 마치 탁기에 원수라도 진듯이 말이다.

“놈! 이 몸이 진심으로 상대해주마!”

톱날검의 탁기가 톱날처럼 변했다. 무기 파괴자라고 불리나 눈 앞에 마인은 검기 파괴자로 유명하기도 했다. 특유의 사이한 묘리로 상대의 검기를 파훼하는것으로 말이다.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무기 파괴자는 나보다 힘을 앞서지만 그뿐이었다.

속도도 느렸다. 감각도 둔했다. 기교는 말할것도 없었다. 심지어 속성마저도 불리했다. 번개는 빛만큼은 아니지만, 빛이 포함된 속성인만큼 마기에 강했다.

탁기 실린검이 위로 솟았다. 휘둘러진 쪽으로 튕겼다. 유와 반反의 검이었다. 검기를 맞대면 검기를 파괴한다. 그렇지만 속성도 기교도 내쪽이 우위였다. 깍아먹을 틈이 없었다.

“노오오옴!”

뒤로 물러선 마인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리고 이내 쩌적­하는 소리와 함께 피부가 갈라지더니 검은색의 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인화였다.

마인이 마인화를 하면 굉장히 귀찮다. 체력이 오르고, 속도가 빨라지며, 공격력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일부 마인이 가지는 특성이었다. 하지만 댓가로 이지를 상당 부분 상실한다.

나는 검신이 긴 검을 던졌다. 마인화한 마인이 손으로 가볍게 튕겼다.

마인의 웃음이 짙어졌다. 나는 마인을 비웃어줬다.

튕­하고 튕긴 검이 어검의 특성에 따라 내 심상대로 움직였다.

푹.

검이 머리에 꽃혔다.

아까 전의 동승한 다른 한명의 머리 위에.

이걸로 저놈만 상대하면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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