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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88화 (88/298)

〈 88화 〉 방학(1)

* * *

여장하고 노래를 부른 여파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컸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노래를 그냥 적당히 잘 부른 것 같은데 SNS에서 특히 난리가 났다.

[현실 오토코노코 등장했다.]

(대충 이시우가 여장하고 씩, 하고 웃는 짤.jpg)

­이게 남자라고? 구라 치지 마셈;;

ㄴ사랑했나봐 노래 링크

ㄴ아니, 대체 여장은 왜 한 거야? 존나 매력 있긴 하다. 근데 ㅅㅂ 왜 남자 노래를 처부르는 거야?

ㄴ그게 바로 오토코노코의 ‘매력’인 거다.

ㄴ탑급 배우 씹어먹는 외모를 가진 오토코노코…이건 귀하군요.

ㄴ앞으로 이시우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남자라는 명칭은 쓰지 마세요

ㄴ지랄하지 마세요. 뻑큐나 씨발입니다.

ㄴ혹시 시우니…?

­외모도 미쳤긴 미쳤는데, 분위기가 ㄹㅇ사기임. 그냥 뭐라고 해야 되지? 아우라? 남녀노소 홀리는 뭔가가 있음…….

ㄴ저거 구미호 아님?

ㄴ그건 아님. 애초에 그럼 요정 여왕님 눈을 못 피함. 거기다 거악도 아닐 것 같고.

ㄴ저걸 그냥 타고났던 것임? 거악 색욕 급의 매혹이라고?

­반대로 생각하는 거야. 남자라서 오히려 좋다고.

ㄴ시우 형, 절 가져주세요…….

ㄴ진짜 글 하나하나 다 어지럽네.

[한국에 등장한 노래하는 왕자님]

엄청 편한 느낌의 노래…….

부른 사람이 궁금해서 영상을 보니 공주님 등장.

나 여자인데 비주얼 너무 좋아서 심장이 버틸 수가 없어…….

ㄴ노래뭐야?

ㄴYB밴드. 사랑했나봐. 50년 전 곡이래.

ㄴ뭐, 왕자? 공주가 아니라?

ㄴ여장당해버린 왕자님…빛나고 있어……나, 반해버렸을지도.

ㄴ이 시대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

SNS 내에서 여기저기 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팬클럽 회원들을 갖게 되었다.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등에서도 유행을 타고 있는 게 문제였다.

여기저기 각지에서 SNS가 올라와 있었다. 아야네가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해줘서 한번 봤는데 반응이 상상 이상이었다.

대체 왜……?

어쨌든. 여장대회는 내가 1등을 함으로써 우리가 반 대항전을 이겼다. 상품으로 나온 것 중 영약을 택했다. 반 전체에 나눠주는 거라 역시 질은 별로였다.

그래서 그냥 샤오메이에게 팔았다.

이지아가 내 여장을 못 봐서 아쉬워했지만, 나도 임나연하고 김하린이 듀엣곡으로 부른 거나 이지아의 춤을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SNS에 올라온 것을 봤더니 이지아는 청순한 이미지의 걸그룹 춤을 췄다. 근데 이지아가 추니까 청순하면서 뭔가 색기 같은 게 느껴졌다.

“엄마, 내 고데기 못 봤어?”

“중학생이 무슨 고데기야! 그리고 집에서 고데기 쓰는 사람 너밖에 없어!”

엄마의 호통치는 소리가 집안에 울렸다. 아빠는 쓰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는 커피 향을 맡으며 느긋하게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아, 진짜! 오빠는 벌써 방학인데, 나는 왜 방학이 2주나 남은 거야?”

“쯧쯧, 불쌍한 것.”

투덜거리는 원숭이에게 안타까운 표정을 한번 지어준 다음 포크로 사과 하나를 찔러서 먹었다.

“아악! 짜증 나!”

짜증 내 하는 원숭이를 뒤로하고 나는 카톡을 열었다.

카톡에서는 여행을 어디로 갈지에 대해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행선지는 그냥 계곡부터 시작해서 해외의 바닷가로 나가자는 의견이 다양했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도 있었고 유럽 쪽도 많았다. 일본은 원래 세계와는 달리 방사능이 없었지만 뭔가 찝찝한데.

‘사실 장소는 거의 정해져 있기는 한데.’

장소는 유럽 프랑스의 해변일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거기에 임나연의 별장이 있으니까.

그리고 거기서 사건이 일어난다. 바닷가에서 빌런이 난입하여 몬스터를 건드려 몬스터가 사람들을 습격해 바닷가가 난장판이 되는데 그것을 막는 것이 주된 이벤트였다.

이 이벤트에서 몬스터를 쓰러트리기는 거의 요원하다.

이벤트 몬스터로 라미아가 나타나는데 다른 게임과는 다르게 로크에서 라미아는 단일 개체이며, 신화 속의 몬스터이다.

어지간해서는 최상 격의 영웅이 와야 잡을 수 있고, 못해도 상격이 3~4명은 달라붙어야 할만했다.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가장 큰 보상은 라미아를 잡는 것이지만, 라미아를 잡을 수 없다면 우회하면 된다.

라미아의 보물을 훔치려는 빌런을 죽인다면 라미아가 날뛸필요가 없고, 빌런이 가진 아이템을 드랍하는것이 가능하니까.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라미아에게 걸리지 말아야 한다. 라미아는 잘생긴 남자에게 환장하기 때문이다.

게임 내에서 길을 잘 못 들어 라미아에게 납치당하면 바로 배드 엔딩 직행버스다.

나는 밥을 다 먹고 남다윤이 선물해준 건강 즙을 마셨다. 정보 열람으로 힐끔 봤는데, 몸의 컨디션이 좋아지는 약이라 열심히 먹고 있다.

“응? 그거 뭐야? 웬 약?”

원숭이가 물어보길래 친절히 답해줬다.

“다윤이 누나가 준 건데, 건강 즙이래.”

“헉, 나도 줘!”

원숭이가 땡깡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하나 집어서 던져줬다. 건강 즙이 포물선을 그리며 동생 손에 떨어졌다.

“검주님이 주신 건강 즙이면 가보로 삼아야지, 그걸 마셔? 당장 자랑하고 온다.”

“아니, 식품인데 안 먹으면 상하니까 당연히 먹어야지.”

“가아아아알! 검주님이 주셨다는데 가보로 삼지 못할망정!”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흥, 당연하지.”

진짜 저걸 어쩌면 좋을까.

히히거리며 건강 즙을 품에 안고 학교에 반 애들에게 자랑하러 가겠다고 현관으로 가는 원숭이를 한심하게 쳐다본 다음 부모님에게 물었다.

“엄마랑 아빠도 드실래요? 이거 마시면 은근 머리도 쌩쌩하게 잘 돌아가고 하루 컨디션도 좋아요. 피로 해소도 있던데.”

“오, 검주님쯤 되니까 선물도 남다르구나. 나도 하나만 다오. 당신도 먹을래?”

“……아니, 난 됐어.”

엄마가 뭔가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 맞다. 검주님이 언제 한번 집으로 오겠다고 하셨는데 괜찮으세요?”

“……검주님이 왜?”

“저번에 좀 도와드린 게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잠깐 집에 들르고 싶다고 해서요.”

엄마의 표정이 더욱 이상해졌다. 뭔가 답답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잠시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왜 저러시지.

“그리고 저 애들이랑 여행 가러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집에 없을 것 같아요.”

“어디 가는데?”

“아직 안 정해졌는데, 바닷가로 갈 것 같아요. 나연이가 프랑스에 별장이 있어서 애들이 그쪽으로 가자고 해서요.”

“뭐, 바다?! 나도 갈래!”

갑자기 원숭이가 튀어나왔다.

“아까 나가지 않았니?”

“아, 이거 두고 가서.”

자기 앞머리를 가리켰다. 앞머리에 손가락이 다 들어가도 공간이 남을 것 같은 헤어롤로 머리를 둘둘 감싼 모습이었다. 저러고 학교에 간다고?

“안 창피해?”

“……뭐가?”

내 물음에 원숭이가 물음표를 띄웠다.

저게 안 창피하다고?

“근데 바다 언제 가는데?”

“이번 주 수요일.”

“아, 왜 그때 가는데! 나 학교 가야 한단 말이야!”

“체험 때문이지. 난 다음 주부터 길드나 협회에 들어가서 이번 주밖에 없어.”

“누구누구 가는데?”

“임나연, 이지아, 윤채린, 윤승하, 은수아, 김하린, 아야네랑 정한서.”

“헉, 왕자님도 간다고?”

“어. 온다더라.”

“근데 오빤 뭔데 다 유명인들만 알고 있어. 그 사람들 아카데미 학생인데도 엄청 유명하잖아. ”

“내가 유명하니까.”

“…….”

“뭐냐, 그 아니꼬운 표정은.”

“…….”

“애교부리는 표정 짓지 마라. 토쏠리니까.”

***

어깨에 메는 가방 하나를 챙겼다. 거기에 옷가지나 속옷, 수건 등을 챙겼다. 먹을 것은 현지에서 조달하고, 옷도 부족하면 거기서 챙길 생각이었다.

“시우, 빨리 왔네.”

윤승하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채린이는?”

“같이 출발했었는데, 채린이가 중간에 뭐 두고 와서 출발하는 버스에서 급하게 뛰쳐나가서 집으로 다시 갔다 오느라 좀 늦을 거야.”

“…….”

윤승하는 여름에 맞는 차림이었다. 새하얀 나시 위에 무릎 조금 위로 올라오는 검은색의 반바지, 위에는 외투 하나를 가볍게 걸쳤다.

나와는 다르게 등에 메는 가방하고, 어깨에 메는 가방, 그것도 부족해서 캐리어까지 들고 왔다.

[맞아, 우리 너무 빨리 왔다니까? 내 주인이라면 좀 거만하게 늦어도 된다고]

옆에서 비염이 깝죽거리며 이야기했다.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더우니까, 어디 앉아 있을까?”

“그러자.”

우리는 워프 게이트 근처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인테리어는 밋밋했고, 가격은 비쌌지만, 사람이 없는 공간이라 좋았다. 커피도 나름 괜찮고.

그렇게 10분을 보내니,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주황색 알에 선글라스를 쓰고, 하얀색 민소매 블라우스에 블라우스 치마를 입은 김하린.

검은색 나시티에 검은색 핫팬츠를 입은 은수아, 하얀색과 민트색이 섞인 드레스를 입은 이지아, 블라우스 치마에 검은색 체크무늬 셔츠를 걸친 윤채린.

“오올, 다들 사복 입은 모습 보니까 뭔가 이상하네.”

카페에 들어온 윤채린이 슬쩍 주변을 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여자끼리의 여행인데 우리 시아는 안 설레?”

“……정한서는 남자거든.”

“킥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 우리 시아 귀여워.”

나는 내 옆구리를 팔뚝으로 툭툭 치는 윤채린을 무시하며 애들을 모았다.

이지아가 싱글싱글 웃으며 내 왼쪽으로 다가왔다. 김하린을 데리고. 정한서랑 아야네는 조금 늦게 왔다. 정한서가 능글맞게 웃으며 인사했다.

“초대 감사. 이런 인맥들끼리 가는 여행에 나 초대해줬으니까, 언제 한번 크게 갚을게.”

“……됐어.”

마냥 호의로 정한서랑 아야네를 초대한 게 아니었다. 멤버가 너무 좋지 않아서였다. 정한서랑 아야네, 은수아와 윤채린을 제외하면 모두 나랑 한 번씩 관계를 맺은 사이다.

거기다가 모두 나한테 최면을 걸었고, 그것이 걸렸다고 확실하게 믿는 애들뿐이었다.

만약 내가 최면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들킨다면……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임나연은 착하지만, 마냥 호인은 아니다. 자신의 것을 빼앗으려고 하면 단호하게 쳐내는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성진이 야한 짓 하려는 마음을 아예 없애기 위해서 아야네와 정한서를 끌어들였다.

그리고 솔직히 여행에 나 혼자 남자라는 것도 두려워서기도 했다. 정한서가 없다면 나는 무조건 윤승하랑 같은 방을 써야 한다.

윤승하랑 같은 방을 쓰게된다면……내가 윤승하에게 얼마나 짜일까를 생각하면 정말 두려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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