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비틀림(5)
* * *
리 타오.
나는 그를 잠시 바라보았다. 혹시나 해서 정보 수집을 몇 번 했었다.
야성적인 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통적인 무가의 후예이기에 싸움에 굉장히 능하다.
중국에서도 굉장히 유명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보물이라는 뜻에서 중화지보라 불릴 정도였다.
특기는 특유의 유연성과 민첩함을 실은 뱀 같은 연격이었다.
여포가 배웠다는 백팔무예반을 다 익혀 모든 무기를 자기 손발처럼 다루고, 주로 이용하는 것은 언월도였다.
‘꽤 귀찮은데…….’
그가 싸우는 영상은 몇 번 보았다.
무기를 다루는 방식이나 싸우는 방식이 나랑 비슷해서 참고가 많이 됐었기 때문이다.
“내가 네 상대야?”
“그렇다. 나 리 타오가 네 상대다.”
“하지만 이건 팀전인데?”
“하지만 너와 내가 결국 싸우게 되겠지. 다른 이들은 전부 우리에게 미치지 못한다. 어째서 사자가 양과 싸울걸 걱정하는 거지?”
‘전부터 생각했는데, 얘…….’
은수아와 다른 의미로 중2였다.
“나와의 결투는 네 예상과는 다를 거다. 나는 오늘을 위해서 너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거든.”
‘좀 끔찍한데.’
남자가 나를 조사하고 있었다니.
생각보다 많이 불쾌했다.
“하지만 너는 나에 대해서 모르겠지. 내 능력은…….”
“알고 있는데.”
“아, 알고 있다고? 후후, 역시 너도 나를 맞수로 생각하고 있었군.”
타오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나는 뒤돌아서 걸어갔다. 타오가 나를 맞수로 생각하고 있지만, 아마 힘들지 않을까.
나는 김하린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무술가의 천적인 공중전의 달인이었다.
시야 밖에서 미친 듯이 포격하면 그냥 끝날 것 같은데.
‘뭐, 김하린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
결투에서 볼거리는 꽤 화려했다. 1학년부터 졸업반인 3학년까지.
“와, 미친! 저게 ‘겁화’야? 화력 진짜 장난 아니네.”
“화력보다는 딴 걸 봐봐. 기갑을 둘렀는데도, 기갑마저 태우고 있어. 뭐 저딴 게…….”
“3학년 선배의 ‘풍검’도 장난 아닌데? 뭔 닿기도 전에 다 썰리냐.”
“그런데 생각보다 막 대단…하다고는 느껴지지 않네.”
“1학년들 라인업이 그냥 미친 거긴 하지. 당장 은수아만 해도 저기서 꿀리지 않을…아니, 이길 것 같기도 한데.”
학생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야네가 단정하게 호흡을 하고 있었고, 김하린은 싱글벙글 웃으며 긴장 없이 있었다. 그리고 정한서가 드물게 긴장한 표정으로 무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결투라고는 하나 팀 단위로 붙는다.
팀 결투는 승자가 계속 싸울지 안 싸울지 정할 수 있어서 이따금 한 명이 모두를 이기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러면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는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건 은수아나 윤채린, 윤승하 정도다. 나는 특성으로 회복이 가능했지만, 장기전에 능한 타입이 아니었다.
“그럼 순서는 알지?”
“세미야, 정한서, 아야네, 나, 시우. 이렇게 맞지?”
김하린이 친근하게 내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측이 중국 쪽 학생이라 정보 수집이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개인의 강함을 중점으로 두었다.
“준비되셨습니까? 곧 출전 하셔야 해요.”
팀원들과 이것저것 상의하고 있을 때, 요정족이 다가와서 말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요정족의 안내를 따라 시합장으로 갔었다.
흥미로운 눈으로 이쪽을 주시하는 눈이 많았다.
결투장은 사각형의 무대였다.
“심판이 호명하기 전에 저희가 부르면 저희한테 와주세요. 안전을 위해 보호 마법을 걸어야 하거든요.”
요정족이 말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의 기다림이 끝나고 요정족이 우리를 불렀다. 세미야가 첫 번째로 나서기로 하여, 세미야가 처음으로 결투장으로 나갔다.
“세미야와 샤오후!”
심판으로 보이는 요정이 호명했다.
세미야의 상대는 꽁지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소년이었다. 다루는 것은 쌍검. 그러나 내가 보기엔 조잡했다. 근처에서 오오, 거리는 걸 보면 나름 잘 쓰는 것 같기는 한데…….
아슬아슬하게 세미야가 이겼다. 상성이 좋았다. 세미야는 탱커였고, 상대는 쌍검을 이용하였으니까. 방패를 이용해서 칼을 튕기고, 승기를 잡았다. 그것을 굳히면서 승리.
“세미야와 왕 페이!”
그다음에 나온 것은 만두 머리의 모양을 한 소녀였다. 창을 다뤘는데, 내가 봐도 참고할 게 좀 있는 창술이었다.
세미야가 패배하고 정한서가 투입되었다.
딜러와 궁수의 싸움이었다.
원거리 직과 근거리 직의 싸움은 간단했다. 거리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정한서가 뒷걸음질을 하며 화살을 쐈다.
단검을 날리면서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만두 머리의 소녀는 화살과 단검을 쳐내며 빠르게 창을 휘둘렀다.
정한서가 화살을 쏘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만두 머리의 소녀가 창을 휘둘러도 침착하게 구르며 화살로 허벅지를 찌르고, 불안한 자세에서도 한순간에 활을 쏘았다. 단검으로 창을 빗겨 치며 끈질기게 붙었다.
그러나 만두 머리 소녀에게 패배했다. 만두 머리의 소녀는 승리했지만, 표정을 구기고 있었다.
정한서가 생각 이상으로 끈질겨 생각보다 마력과 체력을 많이 쓴 듯이 보였다.
정한서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궁수가 근접직에게 저렇게까지 싸운 것은 이외였는데.
“다음, 왕 페이와 아야네!”
만두 머리 소녀와 아야네가 격돌했다.
아야네는 천천히 만두 머리의 소녀를 밀어붙였다. 차분하게 검을 휘두르며, 수비적인 태세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아야네도 승패를 가를 수 없었을 테지만, 만두 머리의 소녀가 지쳐 있어서 아야네는 승리했다.
“승자 아야네! 다음은 리우 옌!”
길게 늘어트린 장발의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이 가진 무기는 특이했는데 거대한 태도였다. 검날의 길이만 무려 2m가 넘어갔다.
“후후, 아녀자가 상대인 게 불만이지만 왕 페이를 쓰러트린 실력은 잘 보았다. 하나 여기가 네놈의 종착점이구나. 흐아압!”
리우 옌이라는 소년이 거들먹거리게 말했다. 심판이 시합을 시작하라는 말에 리우 옌은 멋들어지게 점프하고 검을 휘둘렀다. 아야네가 검을 맞대었다. 그리고.
서걱.
“뎃?”
검날의 길이만 2m가 넘어가는 태도가 반으로 동강 났다. 아야네의특기, 단절이었다. 마력이 허용한다는 가정하에 절삭력을 극도로 높이는 특기. 그것으로 승부가 한순간에 끝났다.
“승자 아야네! 다음은 룬 메이!”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러시아계 사람이었다. 시릴 것 같은 은발과 푸른색의 눈동자. 한쪽에는 검을 들었다.
무림에서 흔히 말하는 세외세력 중 하나인 북궁의 일원이었다.
룬 메이와 아야네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룬 메이가 빠르게 아야네에게 돌격했다. 연달아 3명째를 상대해서 아야네의 체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을 한 모양이다. 실제로도 처음보다 움직임이 매우 둔해졌다.
룬 메이가 아야네를 몰아붙였다. 특유의 음기??로 아야네의 움직임에 제약을 걸면서 공격을 시도했다. 체력과 마력이 떨어진 아야네는 이내 이를 물고, 승부수를 띄웠다.
일부러 상대의 공격에 팔을 내어주고, 상대를 붙잡고 단절로 상대를 공격했다.
그리고 상대의 방어력을 깎고, 아슬아슬하게 패배. 모두가 아야네의 결투에 일어서서 손뼉을 쳐줬다.
“승자 룬 메이! 다음은 김하린!”
“훌륭하다, 1학년!”
“일본의 아야네인가? 걸물이군. 정말 과감한 한 수였다. 보호막을 믿었다지만, 상대의 칼에 서린 예기가 보통이 아니었는데.”
그 후에 김하린이 나섰다. 김하린의 무장은 단검 하나. 김하린이 화사한 웃음을 띠며 결투장으로 올라갔다.
김하린과 룬 메이가 붙었다. 룬 메이가 검을 휘두르자 김하린이 뱀같이 팔을 뻗었다. 특유의 유연함으로 상대의 방어를 비집고 공격했다.
룬 메이가 계속해서 공격했지만,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다 회피했다.
‘실력을 숨길 생각이 없는 건가.’
나는 룬 메이와 김하린이 싸우는 것을 보았다. 실력을 드러낸 김하린은 뱀처럼 요사한 보법을 밟으며,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을 했다.
그렇게 김하린은 상대를 제압했다. 실로 압도적인 승. 1학년들이 수군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승자 김하린! 다음은 리 타오!”
“와, 쟤 뭐야? 실력 숨기고 있던 거야? 룬 메이 갖고 노는 솜씨가 몇 달 배웠다고 저렇게 될 리가 없는데…….”
“그러게. 진짜 힘숨찐이었나?”
리 타오가 창과 검을 들고 결투장으로 걸어왔다.
심판이 시합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김하린이 뒤로 후퇴하면서 광익을 발동했다. 천사의 것을 닮은 빛의 날개가 펴지면서 김하린이 하늘로 올랐다.
“아니, 잠깐!”
리 타오가 소리쳤지만, 김하린은 높이 올라갔다. 아주 높이. 그리고 광익을 힘껏 폈다. 천사의 날개같이 보이는 날개에서 깃털이 하늘하늘, 떨어졌다.
김하린이 깃털에 마법을 걸었다. 깃털들이 새하얗게 발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콰콰쾅!
깃털들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김하린이 가진 능력, 빛의 폭격. 하나하나가 빛 속성을 띄고 있어서 악한 존재들에게 직방이었다.
물론 악하지 않다고 하여도 공격력 하나하나가 굉장했다.
그 와중에 리 타오는 김하린에게 반격했다. 결투장 바닥을 창대로 내려찍어서 돌을 던지거나 검을 던졌지만, 김하린의 광익은 마치 UFO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약 올리듯 리 타오의 공격을 피했다.
“이런, 비겁한…!”
그리고 리 타오는 나에게 도발을 한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커다란 태풍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지만 이건……너무 심했다.
나는 황당한 심정이었다.
솔직히 지금 상황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머, 멈춰! 이거 범죄라고!”
김하린이 소리쳤다. 그러나 김하린을 구속하고 있는 이지아가 비릿하게 웃었다.
시작은 간단했다. 이겨서 승리를 축하한다고 나를 부실로 몰래 불어들인 이지아랑 섹스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중간에 김하린이 난입했다.
그리고 이지아는 반사적으로 김하린을 구속했다.
원래라면 이지아가 이렇게 구속할 수 없었지만, 아까 전 리 타오랑 싸우면서 많은 마나를 소모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곳은 이지아의 공방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하린이 네가 알면 안 되는걸 알아버려서. 자, 시우야. 이리로 오렴.”
냉정하게 미소짓는 표정이 화사하게 바뀌었다. 이지아가 나를 불렀다. 나는 일단 최면에 걸린 것처럼 그녀에게 다가갔다.
“마마?”
“시우야, 하린이가 중간에 와서 시원하게 싸지 못했지?”
“……네.”
이지아가 달짝지근한 숨을 내쉬며 내 뒤에서 손으로 부드럽게 자지를 잡았다.
김하린의 새하얀 다리 사이. 그곳을 다른 손으로 팬티를 젖혔다. 마치 내 자지로 김하린의 보지를 조준하듯한 모양세였다.
“시우가 평소에 마마한테 한 것처럼 하는 거야. 마마가 하나, 둘, 셋 하면 시우의 아기씨를 하린이 안에 싸는 거야. 할 수 있지?”
대사 하나하나가 어지럽다.
돌겠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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