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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80화 (80/298)

〈 80화 〉 비틀림(3)

* * *

“끄아아아아!”

요란하게 기지개 켜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것을 기점으로 다들 여기저기서 활발하게 떠들고 있었다.

“드디어 필기가 끝났다!”

“그러고 보니 이번 실기에 뭐 하는지 아는 사람?”

“몰?루”

“대충 지금까지 기말고사로 본 게 뭐였지?”

“결투랑 던전 탐색.”

“그러고 보니 그것도 있었지. 제발 던전 탐색만 안 걸리면 좋겠는데.”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시우는 오늘도 훈련 할 거야?”

옆에서 임나연이 나를 보며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좀 쉬려고.”

왜냐하면 요즘 계속해서 착정 당해서 체력이 남아나질 않았다.

변강쇠의 특성 덕분에 체력이 빠르게 회복되고는 있지만…회복되는 속도보다 배출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진짜? 그럼 어디 놀러갈까?”

조금 혹했다. 하지만 난 거절했다. 진짜 쉬지 않으면 몸이 무너질 것 같아서였다.

“미안…선약이 있어서.”

“그래? 아쉽다. 시우랑 놀고 싶었는데.”

나는 아쉬워하는 임나연을 어이없는 눈으로 봤다. 기말고사 전에도 같이 있었고, 시험 마지막을 남겨두고 어제도 같이 있었다.

‘물론 역최면이었지만.’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럼 오늘은 기숙사에 쭉 있을 거야?”

“……아니, 내일부터 주말이라 오늘은 내려가서 쭉 쉬려고.”

애초에 체력을 비축하려는 건데 기숙사라니. 거기 있다가는 윤승하한테 짜여서 안 된다.

“아하, 본가에 내려가는구나.”

“응, 나연이 넌.”

“나도 이번엔 본가로 내려갈 것 같아. 이번에 필기 진짜로 못 봐서 실기로 끌어올려야 되거든. 그래서 주말에 본가에서 종일 최 쌤이랑 훈련만 할 것 같아.”

임나연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그래?”

나는 힘내라는 뜻에서 어깨를 두들겼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임나연이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학교를 나오는 길, 멀리서 이지아가 보였다.

누구를 옆에서 구박하고 있길래 신기해서 봤더니 이지아의 가족이었다.

‘어라.’

이지아의 언니였다. 이지아와는 다르게 신체 부위가 작아서 기억하기 쉬웠다. 표정도 굉장히 표독스럽게 나왔었고.

어렸을 때부터 구박받다가, 이지아가 자기 누나를 구박하는 일은 몇 번 있기는 했었다. 그것도 한 학기가 지난 다음인데…….

‘뭐지…….’

윤승하도 그랬다.

그림자 정령을 계약하는 시기가 훨씬 빨랐다.

원작이 비틀리고 있다. 그것도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

나는 재빠르게 학교를 나왔다. 혹시 몰라 이지아와 윤승하보다도 일찍 나왔다.

본가로 내려가는 학생들이 많은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음?’

그 와중에 낯선 면면들이 보였다. 교복 자체가 히어로 아카데미 교복이랑 달랐다.

새하얀 셔츠와 검은색 넥타이, 검은색 바지에 새하얀 마이가 특징인 우리 학교와는 다르게 갈색 바지에 남색 셔츠와 검은색의 마이를 입은 학생들이 보였다.

“뭐야, 쟤 내 중국 애들 아니야?”

“저거 중국 북경 무림 학교의 교복인데?”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떠들고 있었다. 힐끔 바라보니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검은색 차파오 드레스를 입었고, 새하얀 다리가 인상적이었던 리 샤오메이의 동생인……누구였지?

“오랜만이군. 잘 있었나?”

리 뭐시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기억이 나질 않았다.

“너는 생각보다 대단하군……일신우일신(?????)이라는 말이 있다. 날마다 계속해서 수준이 높아진다는 뜻이지. 너는 그 말에 가장 적합한 것 같군. 저번에 봤을 때보다 좀 더 강해졌어…….”

리 뭐시기가 흥미롭다는 듯 내 몸을 보면서 말했다. 좀 징그러운데.

“이시우 씨?”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검은색 교복을 입고, 갈색 치마 아래에 보이는 새하얀 다리가 인상적인 샤오메이가 있었다.

“맞네요, 이시우 씨. 오랜만에 뵙네요. 보내주신 물건은 잘 쓰셨나요?”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건 잘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건 그 결과물.”

나는 슬쩍 물약을 보여줬다. 찰랑거리라는 포션을 보여줬다.

순간, 샤오메이리의 표정이 바뀌었다. 탐욕스러운 표정으로. 그러나 아주 잠깐이었다. 순식간에 다시 표정이 돌아왔다.

“이거…상상 이상인데요.”

“탐나시나요?”

“어떻게 탐이 안 날까요. 잘만하면 한 병당 천만…아니, 잘하면 억 단위도….”

샤오메이가 중얼거렸다. 검은손 샤오메이가 가진 특성, 탐욕의 시선은 물건의 가치를 거의 정확하게 측정이 가능하다.

나는 물병을 탐욕스럽게 바라보는 샤오메이를 바라보았다.

검은 손 샤오메이.

그녀의 이름 앞에 검은 손이 붙은 이유는 단순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냉혹하기 그지없는 상인. 그것이 바로 샤오메이다.

‘하지만 샤오메이는 필요해.’

샤오메이는 ‘교화’가 가능했다. 그리고 교화를 한 샤오메이는 주인공을 위해 모든 것을 호구처럼 바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샤오메이를 교화하기 위해서 그녀를 공략한다.

“필요하세요?”

“……네.”

샤오메이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이번 빌런 사건에서 빌런들이 연합하여 중국을 크게 할퀴고 가서 이런 물건들은 중국에서 굉장히 비쌀 거다.

“……제조 과정이 좀 까다롭기는 한데, 그래도 달에 10병 정도는 가능해요. 한 가지만 약속하시면 싸게 드릴 수 있는데.”

“어떤 거죠? 아니, 잠시만요.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데 혹시 시간이 있으신가요?”

“시간이야 있죠.”

“그러면 잠깐 카페 가서 이야기하죠.”

나는 샤오메이를 따라갔다. 샤오메이는 잠깐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

“그러고 보니 중국은 괜찮나요?”

“네, 생각보다 괜찮아요. 정부가 이번 빌런 연합에 대해서 단단히 화나 크게 칼을 뽑았거든요.”

게임 속 세계인 중국인, 그렇게 혐성이 아니다.

중화사상으로 온갖 민폐를 끼치던 중국은 초기 게이트 사태에 대응하지 못해서 거의 무너지다시피 했다.

회귀자라 불리는 영웅의 동료인 13명 중 2명과 공허족이라는 이계의 종족과 같이 ‘생존’을 택한 중국은 전생의 중국과 비교하면 거의 천사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수억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숫자의 언데드 노동자들이 중국인들의 생활을 책임지기 때문에 전생과는 다르게 중국인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매우 많다.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중국은 법이 굉장히 강경하다. 살인이라도 벌어지면 100년 동안 ‘정신’을 유지한 채 언데드로 만들어 탄광으로 보내버리는 건 이미 유명한 일화다.

“공허족도 빌런 연합들이 몇 명 죽여서, 꽤 화났어요. 미국의 용왕과 한국의 요정 여왕님도 빌런 연합이 벌인 행태에 꽤 분노하셔서 용족과 요정족도 증원 온다고 하네요.”

나는 샤오메이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용족.

태어나면서부터 중급 영웅 중에 최전방에 서는 전투직들이나 가질 방어력을 타고 나고, 마법을 익히며,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강해지는 종족.

희귀하기 그지없어서 수만에 달하는 요정족이나, 수천에 달하는 공허족과는 다르게 그 숫자가 100마리도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족 전체가 끈끈하다.

그들은 다른 종족과는 다르게 대가족이라고 보는 것이 편하다.

용족이 처음 나타나고 얼마 뒤, 빌런들이 연합해서 용족을 죽이고 그들의 시체를 탐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 소식에 분노한 용족 전체가 들고일어나서 빌런 연합을 다 때려 부수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과 협력한 마을과 도시 전체를 태운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그런데.’

게임 속 스토리는 이렇게까지 흘러가지 않았다.

만약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 ‘조언’을 받아든 남다윤이 엄청 활개 쳐서겠지.

큰 줄기는 변하지 않겠지만, 그 가지들이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달라지겠지.

나는 잠깐 임나연을 떠올렸다.

‘방학이 되면.’

빠르게 임나연 강화 계획을 실행해야겠다.

“도착했네요.”

샤오메이의 말에 나는 가게를 보았다. 가게는 한적했다. 사람이 왜 없지?

“잠깐 빌렸어요. 여긴 저희 가문의 영향이 꽤 미치는 데라.”

샤오메이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사업에 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나는 입을 열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어요. 만에 하나라도 빌런의 손에 들어가지 않을 것.”

“좋아요. 저도 빌런이라면 이제 이를 갈고 있거든요.”

“그리고 약재 공급을 해주실 것.”

“네. 그 정도는 당연하죠.”

샤오메이가 시원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의 몇 가지의 조건을 추가했다.

“생각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네요. 아니면 저에게 관심이 있어서 이렇게 좋게 해주시는 건가?”

샤오메이가 요염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네…? 진짜로?”

샤오메이가 당황해하며 물었다.

“농담이에요. 그랬다가는 다윤이 누나한테 죽을걸요.”

내가 아니라 그쪽이.

"그…렇겠죠?"

샤오메이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오해가 있는것 같지만, 나는 넘겼다.

"아무튼 금액을 정하죠. 금액은 6대 4로 할까요?"

"괜찮네요. 진짜 저한테 마음이 있나 싶을정도로."

샤오메이가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있기는 했다. 다만, 여기서 여자를 더 늘리면 내 목숨이 위험해져서 늘릴 생각이 없을 뿐이지.

"뭐, 아름다운 여성이시니까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악수를 내밀었다. 샤오메이가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

주말이 끝나고, 오지 않았으면 하는 월요일이 왔다.

나는 주말동안 푹 쉬……지는 못했다. 중간에 남다윤과 개인 교습이라는 명분하에 착정을 당했기 때문이다.

'아니, 시작한건 나지만……'

남다윤의 성욕이 너무 강했다. 중국에서 억눌려있던 성욕을 모조리 풀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다. 거기서 몸에 좋은 음식들과 온갖 영약들을 먹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현재 호출을 받고 교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역시. 너도 왔군.”

리 샤오메이의 동생. 리 어쩌고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윤승하, 윤채린, 이지아, 김하린, 임나연, 은수아도 있었다. 그리고 한종우와 그 옆에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윤채린을 바라보는 겁화도 있었다. 3학년의 주력들도 있었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메이드복 차림의 여성, 그란데힐이 우리를 안으로 안내했다.

문이 열리자, 싱그러운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그리고 그 상석. 황금으로 빛나는 머리카락 아래에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연둣빛이 우리에게 향했다.

“맙소사…….”

리 어쩌고가 입을 벌리며 요정 여왕을 바라보았다. 감각이 날카로운 녀석이니 아마 요정여왕의 스펙을 확인하고 감탄사를 흘리는 것이리라.

“정말 아름다우시군요.”

“…….”

아무튼 일행히 다 들어서자 요정 여왕이 입을 열었다.

“반갑구나, 아이들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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